이태원의 핼러윈 축제에서 벌어진 믿을 수 없는 참사는 세월호 참변 이래로 또다시 전 국민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주었다. 일주일 가까이 지났음에도 당시의 참혹한 사진과 영상이 떠나질 않는다. 도대체 어쩌다 이런 나라가 되었는가.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 자랑스러웠던 대한민국의 국격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이 착찹하기 그지없다. 일제하 3·1혁명이 세계 곳곳에 각인된 이유는 그 시위 방법이 평화적이고 비폭력이었기 때문이었다. 2002년 월드컵 때 전국의 거리를 붉은 티셔츠로 물들이며 열광했지만, 쓰레기 하나 없이 돌아가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인 우리였다. 촛불혁명 때도 민심의 거대한 물결과 함성이 터졌지만 차분했고 질서정연했다. 전 세계가 부러워했던 민주시민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순간에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혹자는 서양귀신 놀이에 빠진 청년들을 비판한다. 외국 것이라고 탓하자면 크리스마스는 왜 명절이 되었고, 불꽃놀이는 왜 하고, 부처님오신 날의 연등행사는 또 왜 하는가. 문화는 자연스럽게 전파되고 그 나라의 특성에 맞게 변용되어 흡수되고 재창조되는 것이다. 핼러윈 축제도 그들 MZ세대에게는 이미 유치원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코로나 대유행의 시기는 지났지만 코로나로 인하여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아픔은 여전하다. 근로자가 코로나로 인하여 사망하는 경우, 유족은 이것이 산재로 인정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나 코로나 감염경로를 파악하기 힘든 요즈음은 더욱더 그렇다. 그러나 근로자의 코로나 감염이 업무수행과 관련성이 있고, 코로나가 근로자의 사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산재로 인정되어 유족급여를 수령할 수 있다. 근로자가 코로나에 감염되었으나 그 감염경로 파악이 어려운 경우에는,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 중 감염될 가능성과 업무 이외의 사적 활동에 의하여 감염되었을 가능성을 비교·평가하여 업무관련성 인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코로나 감염자에 대하여 역학조사를 하던 시기에는 비교적 근로자의 동선에 대한 파악이 수월하였으나, 더 이상 역학조사를 실시하지 않게 되면서 이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이 어려워졌다. 따라서 근로자가 수행했던 업무와 작업환경, 다양한 자료를 통한 근로자의 사적 활동에 대한 파악을 토대로 근로자의 코로나 감염이 사적 활동에 의하여 발생하였을 가능성보다 업무 수행 과정 중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증명하여야 한다. 이를…
나의 삶은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겸허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누구에게도 어떠한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을 섬기는 일에 자신의 사명을 두고 있는 사람은 겸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언제나 자신이 아직 모든 사람에게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진리에 민감한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보이는 지고한 빛에 일치하는 방법으로 이해하고, 그 빛에 합당한 삶을 살려고 하지만, 진리에 둔감한 사람들은 과거의 인생관, 과거의 생활 방식을 고집하며 그것을 옹호하려고 한다. 신앙상의 모든 기만 중에서 가장 잔인한 기만은 어린이들에게 그릇된 신앙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것은 어린이가 어른들에게 이 세계와 자신의 생명은 도대체 무엇인가? 또 그 둘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하였을 때, 거기에 대해 어른들은 자신들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 또는 알고 있는 것을 대답하지 않고, 몇천 년 전에 살았던 고대인들이 생각한 것, 그리고 어른들 자신도 믿고 있지 않고 믿을 수도 없는 대답을 하고 있다. 이는 어린이에게 꼭 필요한 정신적 생명 대신, 정신 건강을 해치는 독약을 주입하는 것과 같다. 참으로 선량한 사람들의 겸
화성시 봉담읍이 성범죄 두려움의 볼모지가 됐다. 평온했던 지역은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수원 발발이' 박병화가 출소해 대학촌 원룸에 입주하면서 충격과 두려움, 우려가 뒤섞여 주민들의 일상을 흔들고 있다. 맘 카페 등에는 대학가와 여성이 많이 거주하는 원룸촌에 대한 범죄 발생 우려가 빗발치고 있다. 박씨 거주 계약무효를 위한 화성시의 지원과 정부 차원의 성범죄자 거주 불가 장소에 대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센 것이다. 최근 성폭력 피해 감수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나영이 사건'으로 온 나라를 흔든 조두순의 2020년 12월 12일 출소 당시 우리 사회는 들끓었고,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15년을 복역하고 지난 17일 출소가 예정됐던 김근식의 출소가 알려졌을 때도 혼란과 반발이 컸다. 이후 불과 보름여 만에 박병화 출소 사태가 터진 것이다. 재범 고위험군 성범죄자와 한 동네에 살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우선 그 범죄자를 내쫓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려고 할 것이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지난달 31일 법무부로부터 박병화의 출소 및 화성시 거주를 통보받고, 봉담읍사무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제봉 고경명( 霽峰 高敬命. 1533~1592). 큰 시인이요, 의병장이었다. 장흥이 본관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조선의 고위관료를 지냈다. 약관 스물에 진사시험 장원, 스물 여섯에 문과에 장원급제하였다. 영광은 예외 없이 고난을 수반한다. 사시사철 온몸에 질투와 시기의 화살을 맞기 때문이다. 그걸 감당하지 못하고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제봉은 승승장구하다가 임관 5년만에 정치사건에 휘말렸다. 파직되어 낙향한다. 31세였다. 이후 약 20년 동안 우리 문학사에서 창공의 별과 같은 호남 최고의 문인들과 교류하며 1300수에 달하는 시를 지었다. 제봉집에 담겨있다. 고봉 기대승, 송강 정철, 백호 임제, 손곡 이달, 면앙정 송순, 석천 임억령, 서하당 김성원 등과 교류했다. 고경명은 명종의 총애를 받았다. 당연히 요직에 봉해졌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가슴 뜨거운 충절지사에게 불패의 탄탄대로는 없다. 두 차례의 파직을 겪었다. 우국애민(憂國愛民)정신과 자부심만큼 좌절과 회한도 깊고 컸다. 홍안의 청년이 백발이 서리로 내린 초로(初老)가 되었다. 바로 이 때, 조총을 든 20만 명의 왜군이 부산에 상륙했다. 1592년 4월. '朝日 7년 전쟁'(
2022년은 북한의 무력시위 한 해가 될 것 같다. 북한은 연초부터 탄도 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더니 8월 한미합동훈련을 계기로 핵무기의 선제적 공격 가능성을 공표하면서 전술핵 운용부대 군사훈련을 명목으로 단거리 및 중거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하였다. 10월 들어서는 2018년9월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육상 및 해상 완충구역내에서의 포사격을 실시하면서 남북간 긴장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앞으로 군사정찰위성 또는 우주개발을 위한 인공위성이라고 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이미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판단되는 7차 핵실험, 그리고 우리 군사 활동이나 대북전단 등을 이유로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과 같은 무력도발, 그리고 사이버 테러 등을 자행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무력시위는 미중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대립구도하에서 ‘러시아 따라하기’ 성격이 짙지만 미국이나 한국에 대한 불만과 대항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한반도 정세를 북한 주도로 만들어 가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지금의 한반도 정세가 어려운 것은 핵무기는 남한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선전도 포기하고 전술핵 무기의 공격대상이 남한 주요군사지휘시설 등이라고 밝히는 북한의 경직된 태도에
이태원 참사로 온 나라가 충격과 슬픔에 잠겨있다. 그렇지만 할 일은 해야 한다. ‘선감학원 진실 밝히기’도 그 중의 하나다. 본보는 최근 세 차례에 걸친 기획기사를 통해 선감학원 설립부터 폐원 후 진실규명 결정까지 80년 세월 속 과정들을 짚었다. 기획기사 가운데 두 번째는 상처 입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이게 과연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들인가, 그것도 국민들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공무원들이 한 일이었던가 분노마저 치솟았다. 지난 10월 20일 가해자인 경기도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이 났기 때문이다. 40여 년이 지난 2020년 12월 10일 아동피해대책협의회(회장 김영배)는 166명의 선감학원 피해자들은 당시 이재강 전 도 평화부지사와 함께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선감학원에서 이뤄졌던 인권침해 피해와 함께 국가 차원의 사과와 생존자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9월 26일부터는 유해 시굴 작업을 통해 치아 68개와 원복에 달린 단추 6개를 찾아냈다. 그리고 드디어 진실규명 결정이 났다. 김동연 지사가 진심어린
마이산(馬耳山)에 가서 이갑용 처사가 쌓았다는 돌탑 앞에 섰을 때다. 이 탑을 쌓은 노인은 전국을 다니며 돌을 골라 가져다 탑을 쌓았다고 한다. 어떤 의미를 두고 쌓았기에 탑은 폭풍 번개에도 끄떡없이 견디며 오늘을 가고 있을까. 말 귀를 닮았다는 산에 이 탑을 쌓은 속 깊은 뜻은 무엇일까? 를 생각하다 ‘나는 지금 무엇 하며 살아 왔는가? 하는 생각에 머물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글 짓는 것 제하고는 어떤 재주도 능력도 좋아 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자발적 소외와 자가 격리 같이 스스로 외로워했고 고통스런 생각 끝에 손짓의 언어들을 원고지에 옮겨 심는 생활이었다. 혼자서 그늘진 곳에 우두커니 밀려나 외로움을 타는 슬픈 정조(情操)를 지닌 삶이었다. 그때였다. 이갑용 처사가 돌탑을 쌓았다면 작가는 글탑을 쌓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글탑과 글맷돌’ 생각이 가슴 속 위로나 되는 듯 내 품에 안기었다. 이갑룡 씨가 각처의 돌을 문장의 언어나 되는 듯 옮겨다 탑이란 돌의 시를 쌓아 올렸다면, 작가는 언어를 ‘돌’ 삼아 문장의 탑을 쌓아야 할 것이다. 달리 표현한다면 언어라는 돌을 맷돌에 갈아서 밀가루를 만들어 빵과 과자를 빚어서 사람들에게 착한 양
코로나19와 이전 감염병 창궐로 정부는 공공보건의료 영역에서 구체적인 역할을 정립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칫 국가의 명운이 좌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방역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초기 확진자 및 중환자 급증 등 미흡한 대처는 아쉬운 부분이다. 공공의료(public health)는 국민의 건강을 고르게 향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수익창출이 목적이 아닌 정부의 투자‧관리로 국민 모두의 건강을 고르게 보호 및 증진하는 공공의료가 중요하다. 그런데 실제 병상 수 비중 뿐 아니라 진료량 측면에서 공공의료기관이 전체의 11%를 보이는 것은 공공의료의 열악함을 보여준다. 이 같은 공공의료의 취약은 국민의 건강불평등, 의료전달체계의 부조화뿐 아니라 보건의료 인력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불합리성에 봉착하게 된다. 이는 신종 감염병 등 재난적위기 상황에서의 미흡한 대응, 주민건강‧생활돌봄 등 예방관리 부족, 과도한 상업적 의료 견제 기능 미흡, 의료비 급증 등 사회효과 조절기능 부족 등의 문제로 대두된다. 우리나라는 전체 병상 중 공공의료기관이 보유한 병상 비율은 10.2%로 OECD 평균인 70.8%에 훨씬 못 미친다.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