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즈 사업 시행이 본격화되었다. ‘라이즈(RISE)’는 2023년 교육부에 의해 발표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를 의미한다. 대학 재정 지원을 위한 예산 집행 권한을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함으로써 지역 특성과 발전 전략에 기반해 대학혁신을 도모하도록 하는 새로운 체계이다.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및 노동인구 감소, 과학기술 발달로 인한 고등교육 및 산업구조 혁신 요구 등 지역과 대학이 당면한 공동위기를 극복하고 동반성장을 도모하도록 하는 대전환 계획이다. 지난 2년간 시범운영을 거쳐 기본계획과 대표 과제 및 추진 전략이 마련되었으며, 전국 각 시도별 행정부서 정비가 완료되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지역별 라이즈 사업 추진을 위한 2025년 국고 예산 총 2조 10억 원이 최종 확정되었다. 지방비 편성까지 포함하면 최종 사업비 규모는 2조 4천억 원에 달한다. 서울시도 지난 5월 라이즈 사업 추진 대학으로 35개 대학을 선정 발표하였고, 각 대학은 현재 지역-대학 간 동반성장을 위한 기반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라이즈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는 여러 측면에서 면밀히 다루어져야 하겠지만, 결국 지역 내 대학과 기업 간의 산학협력, 인재
일단 시작은 좋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4일 윤제균 감독 등 영화인들과의 간담회를 가진 것은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을 줬다. 최 장관은 한국 영화계의 생태계 복원을 약속했으며 제작을 지원하고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영화계 아젠다를 재설정하고 지원 투자 금액의 규모를 설정하는데 있어서의 당위성, 필요성 등이 면밀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논쟁이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장관이라는 정무직 인사가 영화계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해 고쳐 나갈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애초 장관이 임명될 당시 영화계 내 일부에서는 그를 가리켜 플랫폼 사업자 출신이라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까지 했다. 현재는 그런 볼멘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영화계 거버넌스의 최고 책임자와 영화인들이 일치된 행동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신호이다. 좋은 일이다. 기획개발비라는 게 있다. 영화 아이템이 시나리오로 나오기까지, 캐스팅과 프리(pre) 프로덕션이 이루어지기까지 돈이 들어간다. 밥도 먹어야…
1970년대 후반 미국 영화 스타워즈에 로봇 R2-D2, C-3PO가 등장하여 인기가 많았다. 그 후 휴머노이드 로봇은 공상과학 영화에서 단골 주제로 다룰 만큼 우리에게 친숙해졌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미국이 연구개발을 주도해왔다. 미국의 간판 로봇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구글, 소프트뱅크를 거쳐 현대차그룹의 자회사가 되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4족보행 로봇 스팟 등을 개발하였으며 연구개발 능력이 강점이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올해 5,000대 생산할 예정이었으나 차질을 빚고 있다. 아마존은 배달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이며, 오픈AI와 메타도 휴머노이드 로봇산업에 참여했다. 스타트업 피규어 AI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연간 최대 12,000대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했다. 엔비디아 젠슨 황은 “인공지능(AI)과 로봇공학이 엔비디아의 성장 기회”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골드만삭스는 2035년 휴머노이드 로봇의 세계시장 규모를 380억 달러로 전망했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중국 표준화 2035’ 계획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9대 미래산업으로 지정했다. 중
중세 유럽에서 노동은 단지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곧 신과의 관계를 드러내는 행위였다. ‘기도하라, 일하라’(ora et labora). 베네딕트 수도회의 이 모토는 중세 기독교 노동윤리의 핵심을 보여준다. 수도사들은 하루의 절반을 노동에 바쳤다. 그들의 일은 세속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훈련과 공동체 봉사의 한 방식이었다. 노동은 죄 많은 육체를 단련하고, 겸손을 기르는 수련이었다. 반면, 수도원 밖 세속 세계의 노동은 또 다른 질서를 형성했다. 중세 도시의 장인들은 길드(guild)라는 조직을 통해 노동을 사회적 계약으로 만들어냈다. 수련생 → 도제 → 장인으로 이어지는 위계적 구조 속에서 기술은 세습되었고, 노동은 곧 정체성과 계급의 표식이 되었다. 길드는 기술 보호와 가격 통제뿐 아니라, 공동체 윤리를 보장하는 자치적 조직이었다. 이들은 도시민의 자부심이었고, 새로운 부르주아 계층의 씨앗이기도 했다. 수도원의 노동이 신과의 관계를 위한 내면적 수련이라면, 길드의 노동은 시장과의 계약을 위한 외면적 실천이었다. 둘 다 노동을 숭고한 행위로 보았지만, 목표와 방식은 달랐다. 하나는 은둔을, 다른 하나는 도시적 삶을 지향했다. 중세
‘배워야 산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을 듣게 되고, 공부와 독서라는 단어가 귀에 익고 눈에 들어올 때부터 지금까지의 일이다. 그래 공부해야지, 부지런히 책 읽고 ‘문학 공부를 해보자.’ 라고 생각했다. 그 뒤 나의 시대적 사고(思考)와 진실의 에너지는 시에 있어서는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의 푸시킨의 시와 선조로서의 양사언의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라고 할 수 있다. 중학교 다니면서 방을 얻어 자취할 때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 품을 떠나 학교 다녀와 저녁밥을 지으려고 부엌에서 나무에 불을 지필 때, 갑자기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순간 푸시킨의 시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시행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리며 마음을 다독여주었다. 이때의 감성이 일생을 살아오면서 고비고비 굽이굽이마다 어머니의 가슴 체온 같이 슬픔을 다독여주었다. 내 곁에는 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고향 친구가 있다. 그는 온화한 성격으로서 따지지 않고 신앙적인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친구는 J 대학에 재직하면서 일찍부터 산행을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나는 그를 따라 합천 해인사와 지리산을 등반하는데 동행한다는 것이…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앙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기후재앙의 현실과 그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들에 의한 현실 부정이 격렬해질 수 있다. 환경 이슈에 관한 가짜뉴스는 이미 많지만 더욱 많아질 것이다.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한 미국 대통령부터 언론사들을 높은 금액의 소송으로 위협하는데 거침이 없다. 앞으로 법원이 환경 이슈에 관한 뉴스의 진실과 허위를 판별해 시시비비를 가려 달라고 요청받는 일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에서의 분쟁은 사인과 사인의 분쟁의 형태를 취하거나 공권력과 사인 사이의 대립의 형태를 취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환경 문제에 관한 뉴스를 둘러싼 분쟁은 사실 다수의 공익과 또 다른 다수의 공익이 충돌하는 성격을 갖는다. 대안적 사실들 중 어느 것이 진실로 선택되어 선언되느냐에 따라 당사자의 승패뿐만 아니라 다수의 이해득실이 변화할 수 있다. 개별 노동자와 개별 사용자가 부딪히는 노동 행정 분쟁도 단순히 사인 간 분쟁이 아니라 노동계와 경영계의 분쟁이 배후에 있는 것처럼, 환경 이슈에 관한 법적 분쟁 역시 단순히 개인 간의 개별적 분쟁 같이 보이고 그렇게 취급되지만 그 비하인드에는 다수의 이익과 또 다른 다수의 이익의 충돌
조선 세조 8년, 지금으로부터 약 560년 전. 유구국(오늘날의 오키나와)에서 온 사신이 조선 왕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그들의 나라에서는 열다섯 살 처녀들이 쌀을 씹어 뱉어 술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낯설고 이질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이는 인류가 술을 만들기 시작한 가장 오래된 방식 중 하나다. 우리 고서 '지봉유설'에도 비슷한 술이 등장한다. ‘미인주(美人酒)’라 불리는 이 술은 젊은 처녀들이 달빛 아래 춤을 추며 쌀을 씹어 빚었다고 전해진다. 전설처럼 들리지만, 이 낯선 풍경은 인간의 직관적 과학과 공동체 문화가 어우러진 결과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을 찾듯,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연과 소통하며 생존의 지혜를 발휘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이한 방식의 술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밥을 입에 넣고 천천히 씹으면, 침 속 아밀레이스 효소가 쌀의 전분을 당으로 바꿔 단맛을 낸다. 이걸 모아두면 공기 중 효모가 발효를 일으켜 술이 된다. 누룩도, 기계도 필요 없는, 오직 사람의 입과 자연의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기적이었다. 이런 술을 우리는 ‘구작주(口嚼酒)’라 부른다. 말 그대로 ‘입으로 씹어 만든 술’이다. 잉카 제국에는 ‘
나는 지난 6월 16일 본 칼럼을 통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혼란, 토론회로 풀자”고 제안했으나 어디서도 응답이 없었다. 그래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범도민추진위원회'에서 직접 국회토론회를 추진한다. 조국혁신당 경기도당위원장인 신장식 국회의원과 공동주최로 오는 8월 22일(금) 오후 3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한다. 오늘 칼럼의 제목 '대한민국 대전환을 위한 값진 도전'은 바로 이 토론회의 제목이다. 토론회에서는 경기북부특자도 설치 찬·반 취지의 발제, 범도민추진위의 경기북부특자도 추진 이유를 밝히는 나의 발제, 그리고 나의 발제를 보완해 보다 전문적으로 제도적인 방법을 제시할 발제, 이렇게 4개의 발제와 청중과의 토론, 발제자 간 상호 토론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토론회 목적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 전 경기도지사인 이재명 대통령과 현 김동연 도지사의 경기북부특자도 설치 찬‧반 의견 근거가 무엇인지, 그 근거들의 정확한 사실 확인을 통해 소모적인 논쟁이 종식되길 기대한다. 둘째, 기존 찬·반 의견과는 다른 범도민추진위의 입장이 새로운 공론의 주제가 되길 바란다. 그 입장은 대략 이렇다. 흔히 지금이 ‘문명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한다. 기존의 삶을
2020년 5월 이었다. 위안부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요지는 “윤미향이 위안부 문제 해결해준다고 하더니 혼자 국회의원이 됐다”는 서운함이었다. 팩트는 없이 주장은 강했다. "윤미향이 30년 동안 할머니들을 팔아먹었다. 벌을 받아야 한다!"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윤미향 의원을 향한 마녀사냥이 시작되었다. 언론은 윤미향을 ‘후원금횡령’이라는 굴레를 씌워 화형대로 밀어올렸다. 마녀는 불에 타죽어야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 이런 마녀사냥의 광란 속에서도 1심 재판부는 '윤미향은 평생을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헌신한 활동가'라고 인정하며 사실상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 고법의 마용주 판사는 김복동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답지한 조의금 중 장례를 치르고 남은 돈을 각 단체와 장학금으로 기부한 것을 기부금품법 위반으로, 정대협실무자가 임금을 아껴 다시 기부한 것조차 보조금사기로 판단했다. 그리고 윤미향은 검찰이 횡령했다는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판사는 화형대에 불을 붙였다. 괴이하게도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장에는 한국 기자들보다 더 많은 200여 명의 일본기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그럴만도 했다.
지난 달 말에 중국의 상하이 100여㎞ 아래에 있는 자싱시(嘉興市, 가흥시)를 다녀왔다. IT산업과 로봇 등 중국의 첨단산업단지로 엄청난 발전의 현장이었다. 그러나 자싱시가 유명한 이유는 1932년 상하이의 윤봉길 의사 폭탄의거 때문이다. 4월 29일 일본 왕의 생일 축하 자리는 윤 의사의 물통폭탄 투척으로 아수라장이 되었고, 시라카와 대장이 즉사하는 등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배후임을 밝힌 백범 김구와 임정 요원들의 체포에 혈안이 된 일제는 집요한 추적을 하였다. 이미 도산 안창호가 체포되는 등 백범도 위기에 몰렸다. 간신히 미국인 피치 목사의 도움으로 상해를 탈출한 그가 도착한 도시가 자싱이었다. 그때 백범에 도움을 준 인물이 절강성 성주 출신의 항일운동가였던 중국인 추푸청(褚輔成, 저보성)이다. 추푸청은 백범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그저 항일전선의 동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를 도와주었다. 일제는 백범에게 현상금 60만 원을 걸었는데 지금 단위로 계산하면 약 220억 원에 이르는 거금이었지만 추푸청은 온 가족을 동원해 그를 숨겨주었다. 백범이 피신한 이층의 거처에는 작은 창이 있어 일경이나 밀정이 나타나면 즉시 마룻바닥을 열고 사다리를 내려 준비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