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 된 우리나라에 대한 실감은 해외에서 더욱 느낀다고들 한다. 이런 국격의 변화는 최근 한국이 ‘국제 학계의 많이 인용된 상위 10% 논문 보유 국가 순위’에서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다는 일본 문부과학성의 ‘과학기술지표 2022’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2018-2020년 기간 중에 해당 분야에서 한국이 11위를 함으로써 12위의 일본을 넘어섰다. 선진국다운 면모가 학문 연구 분야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학문 분야의 도약은 국내 고등교육 및 연구 현장에서의 충실한 학문 활동과 함께, 학문 후속세대인 석사 및 박사 학위 수여자들을 충실한 배출도 의미한다. 연구자의 독자적 연구 능력을 인정하는 박사 학위는 연구자 고유의 독창적 아이디어와 함께 이를 스스로 입증한 학위 논문을 통해 취득하게 된다. 박사 학위에 경중은 없으며, 박사 학위 취득자는 독자적 연구자로서 고등교육 현장의 구성원이 되어 대학 강단에도 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학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연구자 집단 내의 상호 신뢰를 무너트리는 3대 연구윤리 위반 행위인, 연구 자료의 위조나 변조 그리고 표절이다. 선진국에서 연구 윤리 위반행위는 학계 영구 퇴출 대상이며, 교수는
때때로 일상은 여행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여행에서 마주하는 일들은 여행이라는 이름 안에서 특별한 경험으로 남게 되지만 일상이라는 범주 안에서 일어난 어떤 일들은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례적인 폭우가 중부지방을 덮쳤고,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났다. 도로를 달리던 승용차가 순식간에 물 위에 루프만 보이는 섬이 되고, 운전자는 그 섬 위에서 구조를 요청하며, 지하철역 계단에서는 폭포처럼 물이 쏟아지고, 열차에 승하차하는 승객의 안전을 도모하던 스크린도어가 지하철 노선까지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방어하는 가드가 되는 일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SNS와 끊임없이 보도되는 생방송에 사람들은 그곳이 익숙한 일상 터전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어 재생을 반복했다. 80년 만에 가장 많은 양을 쏟아낸 집중호우는 동서 길이는 길고 남북 폭은 좁은 형태로 형성된 구름 때문이었다. 폭염과 열대야로 시달리는 남부지방에서는 모습을 감춘 비는, 길고 좁은 구름 때문에 주변보다 지대가 낮은 항아리지형의 강남에 시간당 100mm가 넘게 집중적으로 쏟아져 내렸다. 사상 최악의 침수에 많은 이들의 꿈이었던 강남 아파트와 건물이 물에 잠기거나 물이 새거나 전기가 끊기는
인간은 삶의 끝에서 홀로 죽어 가듯, 자신의 내면적, 정신적 생활에서도 항상 고독한 존재이다.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과 대면하게 되며, 그렇게 되면 문제는 그가 자기 자신과 대면하게 되었을 때, 자기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 하는 자기 인식에 있다. (쇼펜하우어) 인간에게는 자신이 만들어낸 것만이 진정한 자신의 것이다. 누구든, 자기 자신 속에 있는 것, 자기 속에서 자신의 생명과 함께 성장하는 것 외에는, 결코 영원한 선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에머슨) 스스로 죄를 지으면 스스로 더러워지고, 스스로 죄를 짓지 않으면 스스로 깨끗하다. 깨끗함과 더러움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 아무도 남을 깨끗하게 할수는 없다. (법구경) 사람들의 가장 일반적이고 가장 해로운 미망은, 세상에 자신들의 자유와 행복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이나 신이 자기를 도와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자신 외에는 아무도 그를 도와줄 수 없다. 왜냐하면 그를 도울 수 있는 것은 그의 선한 생활뿐이며 그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각자 그 본질을 남에게 전할 수 없는 깊은 내면 생활이 있다. 때로는 그것을 사람들
오는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앞두고 여권 안팎에서 인적 쇄신론이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 하락에는 인사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박순애 전 교육부장관이 ‘5세 입학’ 문제 등으로 전격 교체됐다. 국가나 기업이나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 국민의 뽑는 대통령을 비롯해 대통령실과 내각, 여당의 지도체제 등의 인적 포진은 정권의 생명력을 좌우한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1998~:DJP‧김대중김종필 공동정부)를 제외하고 역대 정권은 임기초 인사 문제로 홍역을 치르거나 지지율 추락을 경험했다. 그리고 인적 개편을 통해 반등의 실타래를 풀어갔다. 윤석열 정부는 비장한 각오로 현재의 국정 위기를 인사 문제를 중심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우선 공석인 교육, 보건복지부 장관 인선과 여당의 지도체제 안정이 시급하겠지만 핵심은 대통령실이다. 대통령실이 정부 부처 등에 대한 유능함과 강력한 리더십으로 국정동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가장 많이 지적을 받은 문제가 정무 능력이다. 일각에서 변화가 있다면 “정책·정무의 융합형” 시스템에 방점이 찍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가야 할 방향이다. 그렇
박정희는 남로당 군사담당 책임자였다. 한국전쟁 직전 발생한 여순사건의 주모자로 체포됐으나 곧바로 전향했다. 자신의 ‘세포’ 전원을 밀고해 조직을 일망타진한 공을 인정받아 군으로 복귀했다. 황국신민이 될 것임을 맹세하는 혈서를 써 만주군 장교가 되었던 그는 일제 패망으로 세상이 바뀌자 남로당 간부로 변신했고, 여순사건 후에는 다시 전향해 국군 장교로 둔갑했다. 그가 시현한 전향과 변절 과정은 일반의 상상을 절한다. 쿠데타로 최고 권력자가 된 뒤에는 북에서 특사로 보낸 자신의 맏형 박상희의 절친 황태성까지 잡아 죽였다. 황은 그가 친형처럼 따르던 한 고향 출신의 ‘이념적 형님’이었다. 정신의학자들은 변절한 인간은 쉽게 저열한 욕망의 노예가 되어 주지육림에 빠져드는 특성을 지닌다고 진단한다. 가치와 신념을 내던지고 변절할 경우 인간으로서 정체성을 잃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 부끄러운 과거를 잊으려고 했는지 모르나 박정희는 살아 있을 때 술을 엄청 마셔댔다. 심복의 총탄에 맞아 죽은 마지막 순간에도 여자들을 곁에 두고 술판을 벌였다. 우리는 뜻이 맞은 친구를 ‘동지’라고 부른다. 옳은 일에 대한 변치 않는 신념과 실천을 공유하는 동반자를 뜻하는 이 말이 아무한테나…
시아버지가 부쩍 노쇠해지셨다. 식욕이 줄고 활동량이 없으시더니 무기력하게 누워만 계셨다. 은퇴 후 소일거리 없이 지내신지 15년, 무심한 세월에 기력마저 잃으셨다. 병원에 모시고 가서 혈액검사를 시작으로 뇌, 위, 전립선, 대장까지 검사해 봤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존엄한 노후에 대해 곧잘 말해왔지만 정작 현실의 어려움에 부딪치자 자식으로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서툴고 헤매기만 했다. 그렇게 한 달. 한국 의료와 복지의 “현실”을 체감했다. 그것은 허점과 오류, 맹탕 수준의 노후였다. 엄격하고 자존심 센 아버지 당신이 무력한 존재가 되면서부터 노년의 삶이란 대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거동을 못하시게 된 아버지를 위해 노인용품을 하나씩 장만하면서 자식들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서러운 사연을 짐작해본다. 청년 시절 빛나던 청춘이 풍화(風化)되어 재처럼 남고 장년의 기세도 추억으로 아른거릴 삶. 가난에 찌들어 눈빛도 바랬고 온 얼굴 가득 주름살 오글쪼글 지하철 공짜로 타는 것 말고는 늙어서 받은 것 아무것도 없네 /김광규, 쪽방 할머니 한국 70대 노인 빈곤율은 전체 노인의 절반에 이르고 자살률은 세계 1위를 기록한다. 노인 자살의 주된 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도쿄에서 쿼드 정상회의에 참가하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출범을 주관하였다. 6월엔 유럽으로 가서 G7과 NATO 회의에 참석하였고, 7월에는 이스라엘에서 I2U2 정상회의의 출범을 주관하는 등 매우 바쁜 일정을 보냈다. 이른바 알파벳 수프 외교라는 별칭이 생겨났을 정도다. 이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I2U2이다. I2U2란 무엇이며,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I2U2는 인도Indo와 이스라엘Israel의 I와 아랍에미리트United Arab Emirates와 미국United States of America의 U를 합성하여 만든 두문자어다. 이들 4개국(쿼드)의 상호 경제적 협력을 선언한 소다자협의체이다. 2020년 9월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가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아브라함 협정이 토대가 되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으로 구성된 쿼드와 다른 새로운 쿼드이다. 쿼드 4개국은 모두 민주주의 국가로서 민주주의 수호라는 이념적 비전을 중심으로 결집하였다. 그러나 I2U2 4개국은 종교(유대교, 이슬람교, 힌두교, 그리스도교)와 정치체제(민주주의와 입헌군주국)가 달라서 공통된 정체성을 발견하기…
우리 과 학생들은 한 학년의 반 정도가 PD를 꿈꾼다. 기자는 1-2명 정도. 10년 전에는 기자 희망자가 PD 희망자의 1/3 은 됐었다. PD를 꿈꾸는 학생의 대부분은 예능을 희망하고 시사교양 PD는 가물에 콩 나듯 한다. 가히 예능의 시대다. 방송사 입장도 마찬가지다. 교양 다큐는 젊은 시청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드라마는 주연배우와 작가 비용 등 올라간 제작비를 회수하기가 쉽지 않은 광고 상황이다. 그에 비해 예능은 포맷이 구성되어 인지도와 호응을 얻게 되면 방송사에 안정적인 시청률과 수익을 보장하는 장르다. 제작비도 드라마보다 많이 저렴하다. 너무나 의심 없이 일상적으로 사용하지만 우리나라 방송계와 시청자 입에 예능이란 말이 오르내리기 시작한 건 20년이 채 안된다. 90년대 일본에서는 우리 식의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예능이라 불렀다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되었고 그 이후 들어온 신조어가 예능이다. 이 말이 생명력을 얻어 2005, 6년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하였고 방송사 직제가 바뀔 정도로 정착되었다.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 변천사를 보면 방송의 발전과정이 압축되어 보인다. 프로그램을 출연자에게 맡겨 실제상황으로 구성하는 리얼버라이어티가 등장하였
업무상 재해를 당한 근로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최초요양신청을 하는 경우, 그에 대한 판단 기준은 재해를 당한 근로자를 기준으로 함이 확립된 판례의 태도이다. 구체적으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한다. 그러나 실상 산재신청을 하는 경우, 이러한 판단기준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문제된다. 예를 들어 165cm의 신장에 100kg인 근로자가 있다. 정육자재과에서 근무하면서 중량물 취급등의 신체부담업무로 인하여 아킬레스건 파열이 발생하였다. 업무상 질병(근골격계 질병)으로 최초요양신청을 하였으며, 이후 근로복지공단 병원에서 업무관련성 평가를 진행하였다. 특히 근골격계 질병의 경우 재해를 당한 근로자가 비만인 경우, 질병의 발생 원인을 업무보다 본인의 기존질환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판단기준을 보통평균인을 기준으로 보기 때문이다. 즉, 보통 평균인이 해당 작업을 하였다면 해당 상병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는 점, 보통 평균인 보다 많이 나가는 몸무게로 인해 업무와 무관하게 상병이 발생하였을 거라는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업무와 재해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유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