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하계 구상중이다. 취임후 3개월여 숨가쁘게 달려온 국정운영에서 재충전의 소중한 시간이 돼야 한다. 윤 대통령에게는 역대 어떤 정권 초기보다 대내외적으로 많은 난제들이 가로놓여 있다. 새정부가 목표를 향해 이륙할 때 가장 필요한 게 국민 호응이다. 그런데 국민지지가 계속 하향세다. 하루빨리 국정동력을 살리는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최우선의 큰 방향은 나와 있다. 여론조사에서 국정수행 부정 평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인사 문제다. 대통령실과 정부 조각의 편중인사와 야당 패싱 장관 임명, 사적채용·민간인 순방동행 등 인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인사는 두가지 관점에서 중요하다. 첫째 도덕성과 능력에서 국민에게 대리만족감을 부여해야 한다. 둘째 선거과정에서 공을 세우고 공직에 출사(出仕)를 기대하던 창업 공신들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엄중한 눈높이가 필요하다. 그래야 지역‧세대 등 지지 세력에 2차 울림으로 이어져 국정에 힘이 보태진다. 인사권자는 야당은 물론 국민과 집권층 다수가 수용할 수 있는 인물을 발탁해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집권당의 지도체제 면면도 현 정부의 평가에 큰 몫을 차지한다
시조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의 작자(作者) 조선 문신 남구만(1629~1711)이 관련된 이야기다. 문장과 경사(經史·경서와 사기)에 밝았고 영의정까지 지낸 당시의 ‘셀럽’이다. 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간단한 줄거리와 그것의 취지(趣旨)다. 하루는 낚시를 하는데 물고기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대조적으로 조과(釣果)가 화끈한 곁의 한 낚시꾼에게 남구만이 물었다. 그 문답(問答)의 기록이 남았다. “똑같이 낚싯대를 던지는데 물고기가 그대의 미끼만 잇따라 무는 이유가 무엇인가? 비법을 가르쳐주게나.”(남구만) “법(法)을 일러드리기는 어렵지 않으나, 묘(妙)를 가르치는 것은 어렵소이다.”(낚시꾼) 남구만이 그 대답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이겠다. 요즘 말로 ‘의미부여’다. 그가 어떤 의도를 표현하기 위해 비유(比喩)의 방법으로 글을 지어냈을 개연성(蓋然性)도 있다. 세상 이치이기도 하리라. 낚시의 방법은 같아도 경험이 주는 절묘한 경지가 어찌 같을까? ‘법과 원칙’을 늘 내세우는 대통령과 ‘완장질’로 헛발질 연발하며 급전직하 지지율에 당황하는 여당의 대표 직무대행(당시)을 생각한다. 낚시의 ‘일반론’은 法이고 물고기를 잘 낚는 ‘비법’은 妙일…
매미가 울기 시작한다. 6년을 땅속 칩거하다가 밖으로 나와 허물을 벗으면 매미가 된다. 그리곤 짝을 찾느라 저리도 자지러지게 울어댄다. 본능에 따라 울고, 짝을 만나면 사랑을 하고 그러다가 어길 수 없는 때가 되면 사라진다. 언제 아플 시간이 있을까. 사랑하기도 부족한 시간에. 그때는 그랬다. 힘이 없었잖아. 그리 말하면 할 말이 없지만 미물같은 매미도 할 일은 다 하고 사라진다. 너덜거리는 시간을 뒤져봐야 한숨만 나오지만 그래도 도대체 머리가, 아니 심장이 왜 아픈지 아무리 최고의 병원 의사를 찾아도 진단도 처방도 못한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 혹여 북쪽의 지도자는 이러한 변명은 하지 말았으면. 옥수수도 여물어 가는데, 나만은 살아 있어 매미 울음소리가 덧없이 커지는 8월이다. 태어난 고향이라고 부모 형제의 소식은 알고 싶어 생명줄 잡고 이 글이나마 쓰는 것이니 북쪽도 남쪽도 내 고향이요, 광복을 위해 싸운 사람들은 분단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되었고, 어디서 살든지 배부르면 고향이지 편한 생각도 하지만. 너무도 오랜 시간 지나 잊혀도 그놈의 매미소리 때문에 옥수수 알이 목에 걸린다. ‘멀리서 왔다고 하면 안되갓구나’ 평양냉면에 평양 소주에 화
1.1942년 1월 유럽의 모든 유대인들을 멸절시키기로 ‘최종해결책’을 결정한 반제회의 참가자들 중 절반 이상이 의학박사였거나 박사학위 소지자들이었고, 친위대 장교들의 41%가 대학졸업자들로서 당시 전체 인구의 대학졸업자 비율은 2%에 불과했다. 줄리앙 벤다는 그의 유명한 책 『지성인들의 배반』에서, 어떻게 공적 담론이 “정치적 증오심을 조장하는 지적인 조직”으로 둔갑하는지를 보여주었다. 흑백이원론이 문화를 휩쓸기 시작하면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은 거의 없다. 2. 히틀러가 세운 나치즘은 완벽히 병적인 이원론이었다. 빛의 자녀들은 독일 민족이었고, 좀 더 구체적으로는 아리안 족이었다. 어둠의 자식들은 유대인들이었다. 그들은 악의 세력이며, 독일을 파괴하는 자들이며, 독일 민족의 순수성을 더럽히는 자들, 독일문화를 타락시키고 그 사기를 저하시키는 자들이었다. 3. 인간의 사회성 논리 중 하나는 한 집단의 내적 응집력은 그 집단이 외부에서 받는 위협의 정도에 정비례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특히 분열이 심한 국가를 통일하려는 자는 적을 악마화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적을 만들어서라도 악마화해야만 한다. 4. 정치지도자들이 일단 적을 명시하고, 선택된
『판타 레이』. 기계공학을 전공한 민태기 박사의 책 제목이다. 공학자의 책이지만, 인문학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명품 걸작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revolution)에 관한 새로운 발견은 데카르트를 거쳐 뉴턴 역학을 탄생시켰고, 뉴턴 역학은 열역학과 전자기학으로 이어졌다. 코페르니쿠스의 업적은 이렇게 역사에 미친 충격이 컸다. 하여 revolution은 나중에 혁명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다. 저자인 민태기 박사는 이 이론들이 별개가 아니라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잃어버린 고리’를 ‘판타 레이’라는 개념에서 찾는다. 판타 레이(Panta rhei)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남긴 말로 ‘만물은 유전한다.’ 라는 뜻이다. 잃어버린 고리를 연결하는 과정에서는 과학과 경제, 사상, 철학, 역사, 음악, 미술 등과 관련된 주옥같은 이야기와 유명인사들의 삶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볼륨은 꽤 되지만 읽다 보면 책을 덮을 수 없을 만큼 재미가 쏠쏠하다. 17세기 유럽에는 커피하우스가 곳곳에서 성업 중이었다. 커피하우스는 신흥 부르주아 지식인들의 사교장이자 토론장이었다. 커피하우스 출입이 금지된 귀부인 여성들은 따로 살롱을 개설해 새
-인류세, 여기서 마무리 되는가? 인간의 미래는 어디에 달려 있을까? 오늘날 기후위기를 인류 전체가 마주한 가장 위태로운 사건으로 여기는 절박감은 한국 사회에서는 의외로 강하지 못하다. 기후정치는 우선 순위의 상위권에 들어가지 않는다. 자신이 살아가는 기본이 무너지고 있는데 "그냥 어떻게 되겠지" 한다. 인간이 지구를 지배해온 시대가 마감된다는 ‘인류세(Anthropocene)의 종말’이 경고되고 있어도 꿈적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들어온 문명이 도리어 인간을 파멸시킬 수 있다는 디스토피아(Distopia)의 도래에 대한 걱정은 소수의 기우(杞憂)로 취급된다. 과연 그럴까? 최근의 제임스 웹(James Webb) 우주 망원경이 보여주는 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별이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 다시 깨우친다. 오랫동안 우리의 우주 시력(視力)을 받쳐준 허블 망원경의 차원을 넘어 우주의 탄생과 우주에 새겨진 생멸(生滅)의 순간들을 포착한 사진들은 지구의 나이 45억년과 맞먹는 시간을 거쳐온 빛의 풍경을 보여준다. 칼 세이건(Carl Sagon)이 1990년 보이저(Voyager) 1호가 찍은 지구를 보고 “창백하고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불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9일 출산 예정 경기도청 북부청사 공직자를 격려하고 축하선물을 직접 전달했다. “출산 휴가자들이 보직이나 근평, 승진 등에서 인사상 불이익과 차별을 받지 않고 오히려 이익을 받도록 하겠다. 여성 직원과 남성 직원들 모두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란 말도 했다고 한다. 이보다 앞서 27일에도 본청 청사에 근무 중인 출산 예정 공직자들을 찾아가 격려하기도 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양육 지원금만으로 출산·육아 에 부담을 느끼는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며 “그들의 결정과 책임에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존중을 표현하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경기도가 먼저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사는 취임 후 인구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잇달아 표명하고 있다. 7월 11일 도청에서 열린 제11회 인구의 날 기념행사에서는 인구 문제가 ‘회색 코뿔소(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쉽고 실제로 위험이 닥쳤을 때는 대처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위험 요인)’라면서 남다르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사는 출산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가 젊은 세대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특정 조직이나 사람으로 해결할 수
복날은 7월과 8월 사이의 가장 더운 시기쯤 10일 간격으로 초복, 중복, 말복을 일컫는다. 복날은 몸에 기운을 보하여 더운 여름을 무사히 보내라는 일종의 관습적 식문화이다. 과거에 프랑스의 여배우인 브리지트 바르도가 우리나라의 개고기 식용을 비판하면서 우리나라가 야만국가처럼 회자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브리지트 바르도의 조국인 프랑스도 한 때는 개고기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생또노레(Saint-Honore)라는 곳에는 개시장이 있어서 개고기 1kg에 2프랑 50센트 받고 팔았다고 한다. 사실 개고기 식용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남미와 북미 일부, 아시아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개고기 식용문화 자체가 사라지거나 정부의 정책에 의해 개고기 식용이 사라지게 되었을 뿐이었다.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과거에 개고기 식용은 생존하기 위한 선택적 식문화였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미래도 개고기 섭취를 금지하거나 자발적으로 금식하고 있는 다른 나라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생각하는 이유는, 먼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동물의 권리에 대한 인식 개선이 충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전체…
수업을 하면서 가장 기대되는 순간은 아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해 만들어낸 결과물을 확인할 때이다. 특히 고학년을 맡으면 글쓰기나 영상 만들기 수업을 하면, 이후에 몹시 기대감에 차서 아이들의 과제물을 기다린다. 어린이들의 편견 없고 솔직한 글솜씨에 한번 감동 받고, 기대 이상의 영상 퀄리티에 다시 한번 놀란다. 이번 영화 만들기 수업도 혼자 여러 가지 기대를 품고 시작했다. 단편 영화 제작은 방학을 맞이하기 전 마지막 프로젝트였다. 팀당 5분 남짓의 단편 영화를 만드는데 25차시 혹은 그 이상이라는 막대한 시간이 들어갔다. 초등학교는 1차시에 40분이니 16시간 30분 정도 걸린 셈이다. 처음 계획은 17차시에서 끝내는 거였는데 진행하다 보니 도저히 시간을 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할 것 없이 모두가 열정적으로 영화 만들기에 매달렸다. 마지막 영화 상영회까지 숨 가쁜 일정이었다. 긴 시간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느낀 점이 몇 가지 있다. 영화라는 작업은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고 온전히 협업해야만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팀으로 움직여야 하는 일이 어떤 아이들에게는 쉬웠지만, 다른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어려웠다. 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