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여자배구 국가 대표 선수 등 스포츠 스타들의 과거 폭력 문제로 떠들썩하다. 그들이 10여 년 전 초중고 시절에 벌인 일들은 끔찍해 입에 담기조차 힘들다. 스포츠 선수들의 과거 폭력을 현재화해 엄벌에 처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전근대성을 벗어나고 있다는 하나의 조짐으로 읽힌다. 폭력은 단순히 나쁘다는 것을 훨씬 뛰어넘는다. 정당하지 않은 방식으로 타자를 굴복시켜 주종 관계를 일상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폭력이 기득권층의 무기이자 숨겨진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인간의 역사가 이를 증언한다. 멀리 갈 것 없다.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합법을 가장한 제도적 폭력이 지금도 우리를 지배하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기득권층이 자신들을 특권화하는 수단으로 가하는 이 수직적 폭력을 보통 사람들이 내재화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평화와 정의, 민주주의와는 정반대 지점에 있는 폭력을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체화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할까? 정당성 없는 지배질서는 당연히 멈추지 않는다. 멈추기는커녕 합리화해주기 때문에 더욱 견고해진다. 내재화한 폭력은 자연스레 자신들과 엇비슷한 부류인 보통 사람들에게 향한다. 프랑스 의사이자 알제리 독
K는 전북 임실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식구를 이끌고 먹고 살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갓 돌이었던 K는 열병을 앓았고 소아마비가 와서 다리를 심하게 절게 되었다. K는 아무 목표도 없이 중학생이 되었다. 희경중학교 다닐 때 김광석(우리가 모두 아는 그 김광석 말이다!) 선배에게서 바이올린을 배우기도 했었다. 그래도 아무런 의욕은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과 같았다. 덕수상고에 갔지만 상고를 졸업해도 장애인이 갈 직장은 없었다. 작은 아버지 신발도매상 장사를 도왔다. 노점상도 해봤다. 그러던 중 덕수상고 선배를 만났다. 마침내 K는 할 일을 찾았다. 삶에 목표가 생긴 것이다. 세상을 바꾸려고 했다. 세상이 바뀌지 않으면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은 인간이 아니었다. K는 장애인 운동뿐만 아니라 ‘세상을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부하고 공장에 가고 조직에 들어가고 징역살이를 했다. 그러다 장애우대학에서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이제 대학을 갓 졸업한 여자였다. 장미꽃보다 민들레를 좋아하는 여자였다. 언젠가 대성리로 엠티를 갔는데 그녀는 K의 오리배를 탔다. 유난히 검은 눈에 반짝이는 눈동자, 동글동글한
예술은 사람들을 합일시키는 수단 가운데 하나이다. 모든 예술도, 모든 사람들을 합일시키는 보편적인 도덕 이념이 없다면, 하나의 유흥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럴 경우 많은 사람들은 더욱더 자신을 무익한 존재로 여기게 되고 그로 인해 끊임없는 불만으로 괴로워하게 된다. (칸트) 예술이 사라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부를 숭배하고 가난을 우롱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모리스) 예술은 사람들의 마음을 고취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그러나 좋은 일을 고취할 수도 있고, 나쁜 일을 고취할 수도 있기에(후자가 훨씬 쉽다), 예술이라는 수단에 대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미(美)는 요사스러운 할망구이다. 그 마력에 걸리면 신념이 녹아 피가 된다. (세익스피어) 부자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인 현대 예술은 창녀와 같다. 진리가 현인을 위해 존재한다면 미는 따뜻한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실러) 예술에 있어서 작가는 아무것도 창작하지 않는다. 다만 능력에 따라 자연을 통역하고 있을 뿐이다. (로댕) 문학은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거울이다.(토니 모리스) 시인은 어둠에서 빛을 캐내는 존재이다.(다르위시) 사랑과 고독은
지난달 25일 이 나라 법치에 중대한 진화(進化)의 싹을 보여 준 소중한 판결이 있었군요.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가 비폭력·평화주의 신념으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사람에게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한 겁니다. 시중에 말이 많네요. 너도나도 병역 면제를 위해 양심을 악용하면 어쩔 거냐는 걱정이 흐드러졌네요. 분명 그런 우려는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양식을 언제까지 ‘짐승’ 수준으로 보는 편견으로 갈라 세우고 난도질할 건가요? 지난 2013년 2월 제대하여 예비역에 편입된 A씨는 2016년 11월부터 10여 차례나 예비군 훈련, 병력 동원훈련을 거부했습니다. 예비군법과 병역법 위반 혐의로 14번이나 고발돼 재판을 받아온 그는 훈련 불참 사유로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는 신념에 따른 행위’라고 강변해왔답니다. 우·무죄를 가른 법리적 판단기준은 ‘진실성’ 여부였습니다. 같은 날 대법원에서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은 B씨는 ‘유죄’ 판결을 받았거든요. B씨의 경우는 군사훈련과는 본질적 관련성이 없는 ‘권위주의적 군대 문화, 군대 내 인권침해·부조리’ 등을 병역거부 사유로 들었지만 ‘진실성’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앞서 얼마 전
'처음' 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은 항상 특별하다. 첫사랑, 첫학기, 첫등교, 첫만남 등. 매년 3월이 되면 학교는 다시 처음을 맞이한다. 새 학년, 새 학기의 출발이다. 움크렸던 겨울을 지나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봄이 될 때, 아이들은 한살 더 커서 새로운 학년을 맞이하러 학교로 온다. 항상 설레기만 하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설렘보다 떨림이 더 많다. 나만해도 그렇다. 개학날이면 늘 배가 아팠다. 원체 예민한 장을 가졌기도 했고, 불안과 걱정 많은 성격이 장을 괴롭힌 탓이기도 했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학교에 도착하면 심장이 쿵쾅거렸다. 교문에서부터 교실까지 가는 길이 꽤 멀게 느껴졌는데 익숙한 뒷모습이 보이면 뛰어가서 나와 같은 반인지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서며 아는 얼굴을 찾아 두리번 거렸다. 친한 친구가 반에 앉아 있으면 기뻤고, 아는 얼굴이 보이면 배 아픔과 심장의 덜덜거림이 좀 나아졌다. 운 나쁘게 생면부지의 사람들만 그득그득 할 때도 있었다. 그때부턴 일주일 내로 어떻게든 친밀한 존재를 만들기 위해 몸부림쳤다. 운 좋게도 반에는 나와 기운이 맞는 친구들이 있었다. 친구들의 기운을 영양분 삼아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었
북한주민의 인권은 전세계적으로 최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매년 유엔에서는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고 북한인권문제를 특별하게 다루는 인권관도 임명해서 활동하게 하고 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인권문제는 항상 민감하고 북한을 자극하는 사안으로 인식되어져 왔다. 인권은 어느 누구도 어떤 상황에서도 부정할 수 없는 천부적 권리이다. 국제사회에서는 보스니아 내전시 인종 청소 등 엄청난 인권침해 사례를 보면서 해당국가가 자국민 인권 개선 조치를 취하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인권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가 해당국가 의사와 관계없이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국제사회 보호책임(R2P)’을 강조하고 있다. 인권은 인간의 생명 생존에 관련된 사회권과 사상과 이념, 표현과 관련된 자유권으로 구분되어진다. 사회권의 경우 극심한 식량난과 요즈음 전세계적인 전염병에 대한 방역 및 치료 지원 등 인간 생존의 문제와 관련되어서 그런지 그다지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정치적 입장이 달라 신체적 구속 등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국내외적으로 논란이 많다. 최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시 러시아 야당 정치 인사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시
우리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살고 있고, 인류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만약 우리가 우리를 보내신 하늘의 뜻을 실천한다면, 우리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며, 그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좋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달구지를 끄는 말은 자신이 어디로 무엇 때문에, 무엇을 싣고 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말이 얌전하고 온순하게 짐을 끌고 간다면 그 말은 자기가 주인을 위해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자기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라고 예수는 말했다. 만약 우리가 신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만 행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가벼운 것이고 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의지를 자신의 의지처럼 실천하라. 그러면 하느님은 너의 의지를 자신의 의지처럼 이루어줄 것이다. 하느님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희생하라. 그러면 하느님은 다른 사람들이 네가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하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희생하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탈무드) 위의 문장을 간단히 줄이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가 된다.
선거가 없다면 유권자는 과연 정치인으로부터 무얼 얻어낼 수 있을까. 직접민주주의를 신봉했던 루소는 “영국시민들은 선거 때만 자유로울 뿐 선거가 끝나는 순간 노예로 전락한다”며 대의제 민주주의를 꼬집었다. 이러한 풍경은 비단 영국에서만 연출된 것일까. 루소가 살았던 프랑스는 어떠한가. 2017년 대선을 한 번 보자.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위해 각종 공약들을 내걸었다. 그 중 ‘대박’을 친 정책은 아몽 후보가 내건 기본소득제였다. 아몽은 사회당 오픈프라이머리가 열리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발스(Manuel Valls) 후보에게 크게 밀렸다. 그러나 정작 오픈프라이머리가 열리자 기본소득제를 크게 쟁점화해 발스를 무려 18% 포인트 차로 물리쳤다. 본선에 나간 아몽은 2017년 프랑스 대선을 기본소득전으로 몰아갔다. 그 덕에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은 뜨거워졌고, 프랑스인 60%가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반전이 일어났다. 만성병에 걸린 기존 복지제도로는 청년실업률과 소득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한 유권자들이 기본소득에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몽은 완승했다고 볼 수 없다. 우선 대선에서 졌고, 또한 그의 기본소득은 엉성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
지난 2월 24일 국회에서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에 관련한 공청회가 열렸다. 방송관련법 개정안의 핵심은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선임방식 변경 문제였다. 사실 지난 20여 년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논의가 이어졌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을 보니 이사와 사장 선임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한다. 사람들이 넷플릭스 같은 OTT(범용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와 개인맞춤형 콘텐츠에 매료되는 글로벌 미디어 시대에 공영방송은 철 지난 잡지 표지처럼 낡아 보인다. 영향력이 현저하게 낮아졌고 신뢰도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재정은 파산 직전인 것 같고, 보도의 공정성 시비에서도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 이런 공영방송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제도인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신문과 방송 같은 ‘레거시 미디어’ 체제는 언론인의 게이트 키핑과 수용자의 선택적 소비를 축으로 움직인다. 언론소비자 입장에서 편파적이거나 정파적인 내용을 비판하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체제다. 게이트 키퍼들도 수용자의 ‘확증편향’이 문제라고 반박하면 그만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빅데이터에 근거한
2019년 말 발표된 논문 한 편이 근래 들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남성을 벌레에 비유하고 비하했다는 이유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 유명 유튜버는 이 논문이 자신을 ‘여혐’으로 몰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한편 직접 학자의 연구실을 찾아가고, 학술단체 임원과 대화한 내용을 공개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논문을 읽어보면 주제가 불법 촬영의 근원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이 논문이 혐오와 차별의식을 담고 있다는 주장이 억지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신랑‧신부의 초야에 문구멍을 뚫어 엿보거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처럼 무언가를 몰래 보고, 금지된 것을 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시선이 남성을 중심으로 하며 범죄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러한 관음증의 표현과 실행이 온라인으로 넘어오면서 더욱 강도가 세지고 집단화되고 있다.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여자 친구와 애인, 엄마, 누나, 여동생, 사촌 등 주변 여성들의 샤워하는 모습과 옷을 갈아입는 장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모습을 공유하며 은밀함을 즐긴다. 갈수록 수위는 높아져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하거나 약물을 투여해 집단 강간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