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사무소에 다니는 형이 늘 자랑스러웠던 중학생 동생이 친구들과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페인트통을 들고 지나가는 공무원 3인과 조우(遭遇)했다. 검정과 흰색의 페인트가 묻은 옷을 입고 걸어가는 형을 발견한 동생은 끝내 외면하고 말았다. 정장을 입었거나 최소 점퍼에 새마을 모자를 쓴 형이라면 따라가서 인사하고 친구들에게 자랑했을 것이다. 집에 도착한 동생은 아버지에게 하소연했다. “형은 면사무소 7급 공무원 다닌다면서, 페인트칠 작업을 하네요.” 저녁에 집에 돌아온 아들에게 아버지가 이 사실을 말하자 설명할 길이 없다. 당시에는 산 정상에 헬기장과 관정(管井), 양수기는 중앙의 높은 기관에서 관리하고 평가를 했다. 요즘에는 업체에 용역계약을 하면 될 일이지만 당시에는 시골 산 정상까지 올라갈 용역사가 없으므로 공무원 서너명이 페인트, 붓 등 자재를 사들고 산 정상에 올라가 낙엽을 걷어내고 흰색으로 H자를 새겼다. 하늘을 나는 조종사가 헬기의 다리를 내릴 자리가 잘 보이도록 표시를 하는 것이다. 이즈음에 공무원들은 남의 집 농사를 잘도 지었다. 특히 동네 어귀의 논은 가을 논갈이, 봄날의 모내기, 피살이, 농약뿌리기와 벼베기까지 모두 공무원들이 자발적
코로나19 사태로 급증하는 가계 빚이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등장했다. 국제금융협회(IIF) 최근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가계 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97.9%에 달해 39개 주요 국가 중에 가장 높다. 7월에 부과된 재산세는 서울시가 작년보다 14.6% 늘었고, 경기도도 전년보다 10.6% 증가했다. 일부에서는 조세 저항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가계 빚이 폭증하는 상황에 재산세마저 급등하는 일은 정말 괜찮은 걸까. IIF의 ‘세계부채 모니터’ 보고서에서 올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39개 주요 국가 중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상승 폭도 문제다. 우리나라 가계 부채 비율은 지난해 1분기(92.1%)보다 5.8%포인트 높아져 홍콩(9%포인트)과 중국(6.4%포인트) 다음으로 상승폭이 컸다. 1년 전과 견준 상승 폭은 7.4%포인트로 칠레(12.5%포인트), 싱가포르(11.8%포인트), 홍콩(8.1%포인트)에 이어 네 번째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주택 재산세가 세 부담 상한(130%)까지 오른 가구는 총 57만6천294곳으로 집계됐다. 2017년(4만541가구)과 비교하면 3년 만에…
서철모 화성시장이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공급 확대 시 ‘토지임대부주택(土地賃貸附住宅)’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지임대부주택은 건물만 입주자에게 분양하고, 토지를 일정기간 빌려 주는 주택이다. 건물과 땅을 모두 분양하는 기존 분양주택과 다른 사회적 주택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LH, 지방공기업법에 의한 공사나 이들의 공동 사업자가 시행할 수 있는데 분양가에서 땅값이 빠지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의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 ‘반값 아파트’, ‘반쪽 아파트’라고도 불린다. 토지의 소유권은 토지임대주택 건설사업의 시행자가 갖고, 주택이나 공공복리시설 등에 대한 구분소유권은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이 갖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정책 혼선 등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크게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철모 시장의 토지임대부주택 도입 제안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서 시장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면 반드시 토지임대부주택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택 가격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토지 가격을 저렴하게 해서 주택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이 ‘로또’가 되고 투기의 촉매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
국제관광에서 변하지 않는 정론이 있다. 국가 간의 거리이다. 여행의 경우 거리는 비용 결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행거리가 멀어질수록 교통비용(거리와 관련 있는 항공료, 승선료 등)은 증대되고 이에 따라 관광수요는 감소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한국과 중국, 일본은 해외관광객 송출과 유입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1차 타겟시장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국가 간의 정치, 경제, 사회의 변화에 따라 한중일 3국의 관광시장은 요동쳤었다. 현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멈춰있는 상태이다. 한중일 관광대전 1차전은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에 따른 한한령 이전으로 볼 수 있다. 한한령은 2017년 3월에 한국의 사드 배치를 이유로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 여행상품 판매금지에서 시작되었다. 한국관광 금지령이 내려진 직후부터 중국 최대 여행사인 씨트립을 비롯해 취날왕, 투니우 등의 중국 대형 여행사들이 한국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이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하고, 숙박업, 도소매업, 쇼핑업 등 관광업계의 매출이 감소하는 등 심각한 패해를 입었다.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해외관광객 유치에서 앞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현상은 상반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후 “오로지 도민과 국민만을 보고 앞으로 나가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지사가 직을 유지하게 됨에 따라 ‘이재명표’ 정책들은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 같다. 그 가운데 특히 관심을 끄는 정책은 기본소득과 더불어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토보유세(기본소득토지세) 전국 확대다. 이 지사는 지난 4월 자신의 2018년 대선 공약이었던 국토보유세를 다시 주장했다. 이 지사는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투기투자용 토지에 대해 국토보유세를 도입하고, 증세분 전액을 지역화폐로 전 국민에 균등 환급하자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부동산 관련 증세가 다가올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실업과 사회적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단기적으로 지방세법에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운용한 뒤, 장기적으로 종합부동산세법을 폐지하고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법을 신설하자고 주장한다. 부동산으로 얻는 불로소득을 지방세로 환수해 기본소득으로 지급하자는 것이다. 이 지사의 주장은 헌법상 토지공개념, 즉 토지의 공공성을 바탕으로 한다. 그렇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혁명적인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사는 이 정책의 전국시행이 어렵다면 경기도가 선도
부동산 정책 혼선으로 갈팡질팡하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 더불어민주당이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잘못 건드렸다가 혼쭐이 나고 있다. 지난 7·10 대책발표 이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린벨트 해제는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14일에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바로 다음 날인 15일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고 홍 부총리 발언을 바로 뒤집었다. 그리고 지난 17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그린벨트 해제 문제에 대해 “당정이 이미 의견을 정리했다”고 발언했다. 논란은 범여권으로 옮겨 붙었다.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지은 주택은 주변 시세보다 가격이 낮아 ‘로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 지사는 “비싼 집에 사는 게 죄를 지은 건 아니지 않느냐”면서 “실거주 여부를 따져 징벌적으로 중과세해야 한다”며 현 정부 정책 기조에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차기 당권 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은 “그린벨트 문제는 정말 최후의 수단이 되기 전까지는 너무 쉽게 풀어서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이 투
숫자 12가 아니고 1과 2이다. 1은 시장실 비서가 스위치를 내리면 꺼지는 것이고 2는 부시장실 비서가 전원을 OFF하는 전등이다. 1970년대까지 공무원들은 저녁 6시30분부터 숫자 1, 2를 바라보면서 1번이 꺼지기를 기다렸다. 연이어서 2번이 꺼지는 순간 퇴근이다. 1번이 꺼지면 시장님이 퇴근하셨거나 외부에 출장가셨다가 귀청하지 않으심을 알리는 희망(!)의 메신저이고 2번은 부시장이 퇴청하였다는 알림이다. 과거 공무원들은 늘 저녁시간을 이렇게 기다리며 보냈다. 심한 말로 ‘죽은 말 지키기’라고 했다. 말을 소중히 취급하던 시대에는 말고기를 먹지 않았으니 말이 죽으면 도난당할 일이 없는데도 병졸들이 밤새워 지킨다는 의미다. 혹시 기관장이 호출할까 염려하여 퇴근 못하고 기다림을 빗댄 말이다. 수 년전 시청 간부가 시장님께 정부방침을 보고했다. 기관장 사무실이 정부지침보다 넓어서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시장님은 즉시 부시장실과 교환하자 했다. 부시장실 면적은 제한규정이 없었다. 시장님실이 좁으니 대기실은 더 협소하다. 시장님 일정상 몰아서 접견을 하시는 날에는 손님 3팀이 동시에 대기한다. 기다리는 2팀은 부시장실에서 차대접을 했다. 초면에 재미있는 이
요즘 코로나의 어려움 속에서도 잘 나가는 중소기업 사장을 만나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직원이 50여명인데 한 가족처럼 지낸다고 한다. 20여년을 경영하는 동안 문을 닿아야 하는 경영난에 처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 극복의 방법이 ‘말의 긍정적인 매력’에 있었다고 한다. 기업이 어려워지자 직원들은 주변사람들의 눈치만 보면서 모두가 피동적으로 움직였다. 물론 출근 시간을 지키지 않는가 하면 실수도 연발했다고 한다. 하루는 담당 팀장이 늦었는데 ‘왜 늦었어?’라는 말 대신 ‘오느라고 고생했네’라고 밝게 웃어주었다고 한다. 오후에는 직원 하나가 결정적인 실수로 완성된 물건이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담당 부장이 ‘왜 그런 실수를 했어?’라고 야단을 치고 있는데 사장이 지나다가 보면서 ‘일을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다시 만들자고’라면서 격려를 했다는 것이었다. 사장의 이 두 마디가 회사를 살렸다고 한다. 다음날부터 회사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변하더라는 것이었다. 그 사장은 말의 긍정적인 매력 앞에 눈물이 나왔다고 한다. 그는 현재까지도 직원들에게 단 한 번도 단점은 말을 않는다고 한다. 인간의 좋지 못한 행동도 긍정적인 말을 통하여 바로 잡는 일화가 많이 존재
조선 시대의 당파 당쟁을 두고 상반된 주장을 한다. 조선이 당쟁의 폐해로 멸망했다는 설과 오늘날의 정당 같은 정치행태로서 기능을 훌륭히 수행했다는 설이 있다. 물론 역사를 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해석을 달리할 수가 있다. 그런데 그 누가 생각하더라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당쟁이 있었다. 현종(조선 18대) 때의 일이다. 효종의 장례를 1년 상으로 하느냐 3년 상으로 하느냐로 싸웠다. 또 효종비 인선왕후의 서거로 시어머니인 조대비가 상복을 1년을 입어야 하느냐, 9개월을 입어야 하느냐로 싸웠다. 이를테면 장례의식을 빌미 삼아 권력다툼을 벌인 것이다. 요즈음이 딱 그 꼴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모친 장례식장에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낸 것이 옳으니 마니로 시작했다. 그리고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상을 떠나자 조문을 하니 마니로 시끄럽더니 백선엽 장군 장례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고(故) 백선엽 장군은 보는 시각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친일명부에 기록된 간도특설대 장교 출신으로 독립군 토벌의 전력이 있다. 또 해방 이후에는 6·25 전쟁에 참여하여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전쟁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다. 그런 까닭으로 친일파는 국립묘지에…
해마다 열리는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주목을 받는 행렬이다. 서울~수원~화성을 이으며 222년 만에 최초로 애민(愛民)의 길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총거리 59.2㎞에 이르는 대한민국 최대 왕실 재현 퍼레이드다. 9개 지자체가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는 물론 국가적 프로젝트로 키워낼 희망을 보여줬다. 수도권을 하나로 연결하여 원형재현이 완벽하게 이뤄진 것도 뜻이 깊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의거 처음으로 서울 창덕궁을 출발하여 수원화성을 거쳐 화성 융릉까지 진행됐다. 연도에 꽉 찬 시민들이 연호했다. 역사의 문을 새로 여는 완결판 왕실 재현 대형거리축제다. 문화축제는 시민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시민 참여를 이끈다. 전통과 문화를 주입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게 한다. 좋은 축제는 시민과 관광객의 눈과 귀를 붙들어 놓는다. 전통과 문화를 한껏 살려 지역문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정조의 화성원행은 반차도와 능행도가 전하듯 화려하기 그지없는 행차였다. 정조는 돈화문 앞에서 융복(戎服)을 입고 말을 타고 출발했다. 한강 배다리를 건너 노량행궁에서 군복(軍服)으로 갈아입었다. 시흥행궁, 사근참행궁(지금의 의왕), 미륵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