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거의 3개월이 흐르는 현재 대한민국은 민주제도의 후퇴를 목격하고 가슴을 졸이며 대통령 탄핵 과정을 지켜보며 완벽하지 않지만, 그동안 이룩해 놓은 민주제도의 회복을 바라고 있다. 물론 탄핵을 반대하며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며 헌법을 무시하는 어리석은 세력들도 있긴 하다. 이들의 대부분의 행동양식은 강약약강을 기초로 하기에 정권이 바뀌면 그들의 주류세력은 사라질 것이다. 물론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은 어느 정도 남아있긴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일련의 사태로 인해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이 더욱 팍팍해졌다는 것이다. 국내 한 일간지가 인용한 미국의 유명 경제지의 기사 내용을 보자: 미 보수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6일 ‘윤석열의 필사적인 곡예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살인자(Killer)인 이유’란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한국 경제에 엄청난 손실을 초래한 비상계엄을 한 마디로 ‘지디피 살인자’로 표현했다. 기사는 말미에 섬뜩한 문장으로 끝난다.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사태가 초래한 값비싼 대가는 한국인 5,100만 명이 시간을 두고서 분할해 지불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현재 우리
[ 경기신문 = 황기홍 기자 ]
새벽이 열리면 산에 오릅니다. 오른 산에는 벌써 사람으로 가득합니다. 들뜬 눈동자들이 한 곳을 바라봅니다. 저물었던 해가 산 너머에서 다시 떠오릅니다. 지고 뜸과 상관없이 해는 같은 해입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라는 믿음뿐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시간조차 헌것과 새것이 있다고 믿습니다. 믿음은 진리보다 쉽게 전염되어서 돌이키기 힘듭니다.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다는 믿음, 그 믿음에 전염된 사람들이 동쪽 하늘을 바라보고 섰습니다. 나 또한 전염된 눈빛을 다독이며 같은 방향으로 향합니다. 산인지, 오름인지, 새로움인지, 태양인지..... 분명치 않은 대상을 향해 사람들은 해묵은 마음의 짐을 벗어 던집니다. 벗어 던진 짐들이 바윗덩이가 되어 산비탈을 굴러 내려갑니다. 오르다 오르다, 끝내 굴러떨어지고 마는 시지프의 바윗돌 같습니다. 어쩌면, 시지프의 바위는 신화 속에만 존재하는 헛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쇠똥구리를 보면서 느낀 부끄러움도 그래서일 것입니다. 굴리는 방향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뒷발로 쇠똥을 굴리는 녀석과 나는 닮았습니다. 녀석과 내가 이르고자 하는 삶의 정상은 몇 덩이의 쇠똥을 굴려야 도달할 수 있을까요. 굴리고 또 굴린다고 정
휠체어는 단순한 이동보조 수단이 아니고 그 사람의 다리다. 2025년 을사년 유난히 눈이 많이 온다. 작년 여름 역대 최고의 더위가 엄습하고 11월 폭설이 내리더니 올겨울 눈과 추위가 잦다. 많은 사람들이 종종거리며 조심스레 길을 오간다. 그 가운데 휠체어도 윙윙거리며 네발로 길은 걷는다. 도로는 나름 제설들이 되는데 인도는 여전히 하얀세상이다. '사람중심 사람이 먼저다'라지만 눈이 오고 나면 보이는 세상은 여전히 차 먼저이다. 그 와중에 종종 센터로 휠체어 구난 요청이 들어온다. 그럼, 센터는 바로 온 직원들이 긴장하고 출동을 한다. 이 추위에 장애인 당사자의 건강이나 생명의 존폐까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위험이 닥치면 당연히 119를 떠올리겠지만 보장구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나 스쿠터 사용하는 어르신들은 그렇지 못하다 119가 오면, 사람만 구난한다. 휠체어는 구난하지 않는다. 혹자는 "사람이 중요하지, 휠체어나 스쿠터가 뭐가 중요하냐"고 말하겠지만 보장구를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보장구는 신체의 일부이기 때문에 보장구를 버리고 몸만 구난 된다는 건 본인의 삶을 포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제는 휠체어 구난 시스템이 필요한 시기다. 우리는 우리 주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1만 9200명(7.7%) 감소한 23만 명이었다. 이는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출생아 수는 8년 동안 계속 감소했다. 그런데 지난해엔 반등되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돼 희망을 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산율이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세한 통계가 나와야 알겠지만 출생아 수는 2023년 23만 명 수준에서 지난해 24만 명에 가까워진 것으로 추측된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도 2023년 0.72명에서 2024년 0.75명 수준으로 상승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상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지속적 출산율 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그동안 출산이나 혼인을 미룬 부부들이 비로소 아이를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통계청은 이전까지 출생아 수가 워낙 적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혼인건수가 증가한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지방정부들이 둘째 이상 출산을 지원하는 정책도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어쨌거나 당분간이나마 회복세가 예상된다니 반갑다. 청년들이 혼인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는 이유는 한마디로
청소년들을 상담하는 상담사분들을 통해서 청소년들의 자해와 자살이 늘고 있다는 말을 몇 년 전부터 들어왔다. OECD 자살률 1위라는 통계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10~19세의 자살률은 20년 전인 2003년의 4.5명에서 2023년의 7.9명으로, 20~29세도 2003년의 15.3에서 2023년에는 22.2명으로 증가했다. 10대에서 30대까지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이다. 소리 없는 비명이 들리는 듯하다. 최근에 보도된 오요안나, 김새론의 비보에 더해서 이 글을 쓰는 도중에 무심코 연 인터넷 창에 자살로 추정되는 청년의 죽음에 관한 기사가 또 새로 게시되었다. 연이은 비보에 단련되어 무뎌졌다고 생각했던 가슴이 저릿해지고 몸이 쑤시는 것처럼 아프다. 그들의 고통을 짐작해볼 수 있는 기사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넘어선 위기감이 든다. 모두가 연결된 세상 가까운 누군가에게도 당장 내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인생의 회전목마에서는 그 누군가가 내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국제자살연구학회 회장을 지냈고 국제자살예방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로리 오코너 교수는 자살을 생각한다는 신호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무언가에 갇힌 것만…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정부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신축 매입 등의 방안을 내놨다. 미분양 증가로 역시 혹독한 몸살을 앓고 있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사정도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다. 정부의 지방에 대한 미분양 해소를 위한 지원책에 대해 수도권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몰려 있는 수도권의 미분양을 방치하면 자칫 전국 부동산 시장 모두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정부는 19일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하며 LH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직접 매입,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구입 시 디딤돌 대출 우대금리 신설, 지방은행의 가계대출 경영계획 수립 시 경상성장률(3.8%) 초과 허용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동시에 7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확대 시행도 지방 건설경기 상황을 고려해 오는 4~5월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비율을 정하기로 했다. 또 빌라 등 비아파트에 한해 허용 중인 매입형 등록임대 사업을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까지 대상을 넓히기로 했다. 정부가 설정한 LH의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직접 매입 물량은 3000호 수준이다. 200
이럴 때 꼭 나오는 말이 ‘불출’이다. 아마 한자로는 아니 不에 나올 出쯤 되리라. ‘계엄당국’이 작성한 것으로도 알려진, 수거(收去)해서 척결(剔抉)할 500명 리스트는 ‘시대적 해석’이 필요하다. 그 명단에도 들지 못한 이들이 요즘 스스로를 냉소적으로 불출이라 부른단다. 이번 시태에만 국한된 것은 물론 아니다. 국어사전의 불출(不出)의 뜻은 ‘밖으로 나가지 아니함’이다. 문을 닫아걸고 나오지 않는다는 두문불출(杜門不出)과 이어지겠다. 저기도 못 끼니 마땅히 두문불출해야 할 정도로 못난 사람이라는, 자기비하의 비아냥일 터. 차별과 비하의 의미가 포함됐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문구가 붙은 두 번째 설명은 ‘못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아하, 저 비아냥의 뜻과 상통하는 군. 하여간 (중요한) 유명인 리스트다. 그 중에는 당장 체포할 이들도 있다. 처음에 세상(언론)은 수거라는 ‘희한한 용어’에 놀라더니 낱낱의 그 이름들을 보고는 자못 정색하는 표정이다. 저 명단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이겠다. 이는 ‘이번 사태의 불출’을 정의하는 (정서적) 기준이리라. MBC 한겨레 경향 등을 참고해 내용을 정리해 보자. 노 전 사령관이란 자의…
무슨 일을 하든 먼저 마음이 동(動)해야 한다. 마음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때 과정도 순탄하고 결과 또한 좋다. 만약 마음이 부정적으로 작동하면 과정이 아무리 매끄럽다 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무슨 일이든 마음이 불편하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고, 손과 발이 얼어붙고, 입과 머리가 둔해진다. 작년 연말부터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누구의 잘못과 허물을 말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서로의 마음이 뒤틀어져 있다. 국가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정도(正道)보다 사도(邪道)가 우세한 까닭이다. 게다가 과거 해석은 혼란스럽고 현실 진단은 차분하지 않고 미래 전망은 진정성이 없다. 남(南)과 북(北)은 자유민주주의와 인민민주주의로 갈라져 80년 동안 딴살림하고 있다.이것도 정상적이지 않다. 이런 상태가 몇 년 더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는 2045년 G5 진입이나 남북통일은 고사하고 남-북-재외동포사회를 하나로 잇는 ‘글로벌 코리안 네트워크 공동체’ 실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국가 존립이 위태로운 이때, 남녀노소 빈부귀천 지위고하 불문하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흐트러진 마음을 잡아야 한다. 개인·가정·사회·국가는 각자 따로인 것 같아도 씨줄과 날줄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