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 명의 병졸을 얻기 쉬워도 한 명의 장수를 구하긴 어렵다.” ‘맹자’의 말이다. 지도자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 수많은 별이 반짝인다 해도 외로이 비추는 달 하나만 못하고, 높은 탑에 층층이 불을 밝힌다 해도 어두운 곳에 등불 하나 건 만큼 밝지 못한 바와 같다고 하겠다. 민선 8기 ‘동네 일꾼’으로 위상 확보 지방분권 시대다. 지방시대를 이끌어가는 단체장과 지방의원 등 지역정치를 책임지는 지도자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 크고 무겁다. 1991년 지방의회·1995년 단체장 직선제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도래했다. 민선 지방자치 30년이다. 우리 지방자치는 다수단체장들의 위민행정 실천과 함께 지방의원들이 입법 활동·예산 심의·행정사무 감사 등에 힘써 ‘동네 일꾼’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했다. 예컨대 민선 8기 지방자치를 책임지고 있는 시·도 지사와 교육감, 시·군·구청장, 각급 지방의원 등은 풀뿌리민주주의를 현장에서 성실하게 착근시키고 있다. 3년 전 주민이 제대로 된 인물을 선택한 곳은 해당 지역의 발전을 가져왔다. 주민의 삶의 질이 높아졌고 생활환경이 쾌적해졌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단체장이 독직(瀆職) 사건으로 구
이어령 선생이 지병으로 타계한 지 벌써 3년 7개월이 지났다. 향년 88세. 참으로 만감이 교차한 순간이었다. 필자는 1988년 '문학사상'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하면서 선생을 처음 만났고, 선생의 문학에 대해 여러 편의 글을 썼으며,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으로 있을 때는 선생을 고문으로 모셨다. 선생과의 만남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03년 4월 '문학수첩' 편집위원으로서 ‘대중문화 인물탐방’ 시리즈 첫 순서로 선생과 함께 한 장장 3시간의 대담이었다. 많은 이들이 선생에 대해 ‘세태를 앞서 읽는 눈과 시대의 성격을 규정하는 선언’이 전매특허라고 말한다. 1960년대의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로 출발한 선생의 시대 선언 장정(長征)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전환을 역설하면서 서막을 열었다. 1970년대의 ‘신바람 문화’는 군사독재 시대에 민족의 열정을 깨우는 목소리로, 1980년대의 ‘벽을 넘어서’는 서울올림픽 개·폐회식의 초대형 국가 이벤트를 이끌며 지구촌의 화합을, 그리고 1990년대의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 가자’는 IT강국을 기반으로 한국이 글로벌 정보화 사회의 리더가 되는 길을 제시했다. 2000년대의 ‘디지로그 선언’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대한민국 행정 시스템이 멈춰 서는 사상 초유의 대란 사태가 벌어졌다. 그동안 수없이 자랑해온 ‘정보기술(IT) 강국’ 운운이 이번 화재 사고를 계기로 온 세계에 완전한 헛소리로 비치게 됐다. 단 한 번의 화재로 무너진 정보 안전 대참사를 놓고 정치권은 철부지 ‘네 탓 공방’의 늪에 빠졌고, 당국은 또 한심한 예산 부족 타령이다. 열일 젖혀놓고 ‘정보 시스템 이중화 장치’ 구축에 들어가야 한다. 더 이상 무슨 변명이 필요한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 화재가 발생해 대한민국 행정 시스템이 마비됐다. 대국민 행정 서비스 관련 647개 업무 시스템이 멈추면서 정부 업무 전산망인 ‘온나라시스템’이 먹통이 된 것이다. 국민 일상과 밀접한 무인 민원 발급기와 주민등록증 발급, 정부24 등도 일시에 멈춰 섰다. 인터넷 우편 서비스와 우체국 예금·보험은 중단됐고 모바일 신분증 발급이 안 돼 병원·여객터미널에서도 혼란이 빚어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번 사태를 놓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중화 장치와 대체 장비가 없었던 것이 문제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전산망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냉각 장치 등 모든 구성 요소를 이중화해 한쪽이 마비
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은 ‘청년의 날’이다. 2020년 2월 제정된 '청년기본법'에 근거해 “청년발전 및 청년지원을 도모하고 청년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지정한 날”로,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았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리고 청년과 시민이 함께한다. 올해도 청년의 날에 참여하며 자연스레 청년 정책의 의미와 방향을 돌아보게 되었다. 청년 정책은 중앙정부의 '청년기본법'과 지자체의 '청년기본조례'에 근거해, 청년이 겪는 문제 해결을 위한 다섯 가지 영역―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문화, 참여·권리―으로 구성된다. 청년 정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당사자 참여’라 할 수 있다. 청년들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불안정한 노동시장 속에서 반복되는 이직, 세입자로서 마주하는 불평등한 임대차 관행, 곳곳에 남아 있는 복지제도의 사각지대 등-를 겪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며 새로운 제도를 제안하고 변화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진로 탐색과 준비에 집중할 시간을 보장한 ‘청년수당’, 기존 주거급여의 공백을 메운 ‘청년월세지원사업’은 그러한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청년 참여로 만들어진
나는 요즘 그리운 사람이 생겼다. 살면서 난감한 지경에 처했을 때 찰진 욕설로 우리의 맘을 속 시원히 뚫어주던 욕쟁이 할매 고 김수미 배우다. 그녀가 감정을 끓어 올려 구수한 욕을 한마디 뱉으면 울컥하던 속이 가라앉고 그 억센 목소리에서는 시원한 감정의 해소를 넘어 묘한 따뜻함과 위안을 얻었으며 독설 같지만 위선 없는 솔직한 그 말들에 우리는 크게 웃었다. 고 김수미 배우의 ‘맛깔난 욕’은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 그렇다면 욕은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아마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했을 것이다. 동아시아 유교문화권에서는 상하관계를 무너뜨리는 욕이 옛날부터 엄격히 통제 되었고, 중세 유럽에서는 신을 모욕하는 욕이 금기시 되었다. 오늘날 세상은 스마트하게 발전해 가며 우리에게 더욱 세련되고 정제된 언어와 점잖은 척 하는 매너를 요구하고 우리는 대부분은 그럴싸한 언어로 포장된 일상을 보낸다. 욕은 감정을 억제하고만 살 수 없는 인간에게 해방구 역할을 해왔다. 우리는 저마다 그럴싸한 말로 표현되지 않는 순간을 산다. 친구의 배신, 부당한 대우, 억울한 누명, 최선을 다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의 골목에서 인간은 울거나 욕이라도 해야 할 때 욕도 못하면 우울은 속으로…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지난해 ‘1인 가구’가 처음으로 1000만 세대를 넘어섰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발간한 ‘2025 행정안전통계연보’는 2024년 전체 세대 수 2411만 8928세대 가운데 1인 가구가 1012만2587세대라고 밝혔다. 1인 가구는 부모나 배우자, 자녀 등 가족 없이 한 가구에 혼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4년 전인 2020년엔 906만3362세대였으니 불과 4년 만에 105만9225세대가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의 급증 배경을 혼인률 감소, 초혼 연령 상승, 직장 출퇴근 문제, 개인주의 확산, 가족해체, 고령인구 증가 등으로 분석한다. 1인가구는 경기도에 가장 많았다. 통계청 인구총조사(2024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1인 가구는 177만 가구로 전국에서 최다였다. 도내 시군 중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은 수원(10.4%), 성남(7.6%), 고양(7.3%), 화성(7.0%), 용인(6.2%) 순이다. 그 중 도내 청년 1인 가구 비율은 1인 가구 전체의 34.9%를 차지했다. 하지만 경기남부 시·군의 경우 그 비율이 훨씬 더 높았다. 화성은 47.4%, 수원은 46.3%, 오산은 46.2%, 평택은 41.4%, 용인은 40%였다. 이는 경
창덕궁의 정문 돈화문에는 출입문이 셋이다. 임금이 가마를 타고 드나드는 가운데의 큰 문과, 고관대작을 비롯하여 창덕궁에 볼 일 있는 사람들의 출입문인 양쪽의 작은 문 2개다. 임금이 창덕궁 밖으로 행차하는 일은 드물기에 가운데의 큰 문은 보통 굳게 닫혀 있다. 그러니 돈화문 큰 문틀 속의 풍경은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는 ‘죽은 풍경’이었다. 아무리 아름답고 신비로운 역사 풍경이라 해도 일상적으로 볼 수 없으면 그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돈화문 앞쪽 진입로 끝의 계단 아래 양 옆에 서서 바라보면 양쪽의 작은 문틀 속에도 북한산 보현봉의 웅장하고 거대한 화강암 정상이 쏙 담겨 있다. 가운데의 큰 문틀보다 작기는 하지만 그 또한 엄청 아름답고 신비롭다. 게다가 보통은 가운데의 큰 문이 잠겨 있어 작은 문틀 속의 풍경은 더욱 빛났고, 그 문을 드나드는 모든 사람은 그 풍경을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무성한 나무가 보현봉을 많이 가리니 아쉽다. 아무리 아까워도 옮겨심기를 바란다. 하늘 아래 우뚝한 북한산의 보현봉은 하늘의 명을 받아 조선을 다스리는 임금을 상징하고, 그래서 돈화문 문틀 속의 풍경은 임금의 풍경이다. 그 풍경을 뒤로하고 이제 진짜 출발이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이는 인간이 생존과 번영을 위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필수적으로 여기는 본성을 말한다. 사회적 관계는 안정감, 소속감, 스트레스 해소를 통해 정신 건강을 높여 준다. 바꾸어 말하면 사람과의 교류가 없으면 고독해지거나 삶의 즐거움과 의미가 줄어들게 된다. 즉 사람에게는 대화를 나눌 상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부분 동창회나 동우회 등 한두 개 이상의 각종 모임을 지니고 있다. 이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그러하다. 특히 마음을 터놓고 진솔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상대가 절실해진다.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불렸던 모씨가 어느 한 강연에서 이런 말을 남겨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가 자신의 삶을 뒤돌아볼 때 썩 성공적이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어서 남들은 자신이 사회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개인적 삶은 자신이 기대했던 만큼 풍성하지를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을 존경하고 의례적인 대화를 나눌 사람들은 차고 넘쳤지만, 정작 자신이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상대 혹은 실없는 수다를 떨 상대는 부족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