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수원시가 전국의 일부 기초단체와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기부 키오스크’ 설치 사업에 뛰어든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기부 문화 진작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필수 징검다리다. 건강한 기부 문화가 살아 있는 나라일수록 바른 국민이 참다운 번영을 일구며 발전해가는 참다운 선진국이다. 수원시의 ‘기부 키오스크’ 설치 사업이 경기도를 넘어 전국에 선한 영향력을 미쳐 온 국민에 아름다운 기부 문화의 향기를 전해주길 기대한다. 수원시가 수원시청, 대형유통센터, 관광명소 등에 ‘기부 키오스크’를 설치해 누구나 쉽고 부담 없이 기부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키로 했다. 시는 16일 시청 본관 1층 통합민원실에서 기부 키오스크 1호기 제막식을 개최했다. ‘기부 키오스크’는 신용카드·간편결제 앱으로 간편하게 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부자가 기부액을 결정하고 세액 공제를 위한 기부 영수증까지 신청할 수 있다. 최소 1000원부터 기부할 수 있으며 시민들이 부담 없이 참여하며 기부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부자가 동의하면 기부자 사진을 촬영하고 사진이 담긴 기부증서를 제작해 기부 영수증 신청 방법 설명과 함께 즉시 기부자 휴대전화로 전송한다. 기부 키오스크로
노동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인간이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움직임을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서, 목적과 의도를 갖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순간부터 노동은 시작됐다. 진화의 시계로 보면, 약 25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가 그 출발점이다. ‘손재주 있는 인간’이라는 이름처럼, 그들은 인류 최초로 도구를 만들었다. 자연의 돌을 단순히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쪼개고 깎아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가공했다. 이 최초의 석기, 올두완 도구는 단순한 생존 수단이 아니라, 인간이 환경에 개입하고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기 위한 첫 번째 시도였다. 바로 그 순간, 노동은 진화의 한 축으로 등장했다. 침팬지도 나뭇가지를 이용해 개미를 잡지만, 도구를 제작하고 그것을 전승하는 종은 인간뿐이다. 도구를 만든다는 것은 생각하고 계획하며, 미래를 상상한다는 뜻이다. 호모 하빌리스는 불을 피우고, 사냥을 위해 무기를 만들며, 공동체 안에서 도구를 공유했다. 이 모든 과정이 노동이다. 도구는 기술이 되고, 기술은 기억과 문화를 낳는다. 노동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문명의 조건이자 인간됨의 출발점이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핵심은 ‘손’이다.…
잘파세대(Zalpha Generation)! 학자마다 출생연도를 구분하는 데 있어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잘파세대란 대체로 Z세대(1995~2009년생)와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을 합친 새로운 세대를 의미한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AI·메타버스·초연결 사회에서 태어나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디지털 온리(Digital only)’세대다. 지금까지 연구된 잘파세대의 특징을 몇 가지 살펴보자면, 우선, 디지털 온리세대다.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 정보습득, 소비, 소통을 온라인 세상에서 해결한다. 또한 이미지, 영상, 숏폼에 익숙한 기술친화적 세대로, 자신의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고 공유하는 콘텐츠크리에이터다. SNS에 자신의 이미지나 영상을 업로드하여 개인브랜딩을 실현한다. 더불어 개인화와 ‘자중감’의 세대다. 자신의 관심사, 취향에 맞추어 살고자 하고, 세상의 중심은 ‘나’라고 생각한다. 인간관계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는 가벼운 관계 ‘시추에이션십’(situationship, 상황형 관계)을 선호한다. 그러면서도 진정성을 갖춘 꾸밈없고 솔직한 대화를 원한다. 이들은 현재를 중요하게 여긴다. 불확실성이 커진 세상에서 알 수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경기도의 헌혈률이 수십 년째 1%대로 전국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이다. 대한적십자사 혈액정보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헌혈률은 1.7%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최저치로, 최고치를 보인 울산(9.9%)과 6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기록이다. ‘생명을 살리는 작은 실천’인 헌혈은 인류애의 숭고한 희생이요 봉사로 평가된다. ‘헌혈률 만년 꼴찌’라는 불명예를 씻어내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특별한 방안들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 2005년부터 계속 1%대 헌혈률을 기록, 20년간 전국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경기도는 헌혈장려 조례를 운용하고 있는 광역단체다. 경기도 헌혈장려 조례 제4·5조에 따르면, 도지사는 매년 복지부장관의 헌혈권장에 관한 계획에 따라 헌혈장려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그 결과를 이듬해 사업계획 수립에 참고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제5조에 따른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다. 헌혈률 최고기록 9.9%를 찍은 울산시의 경우 매년 분기마다 사랑의 헌혈 행사를 진행한 것이 헌혈률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울산시는 시 차원에서 울산혈액원과 정례 행사를 진행하는데 지난 2023
법은 강제력이 있는 규범이다. 법규범이 아닌 규범도 많다. 강제력이 없는 규범도 많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의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에 의하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것도 바로 법이 아닌 규범이다. 법은 연약하다. 공들여 만든 법도 불완전하다. 공백과 흠결과 우회로가 있다. 적용할 법이 없는 상황들도 전개된다. 법기술자들은 법의 문구를 내세우며 법의 목적을 배신하거나 법의 목적을 내세워 법의 문구를 무시할 수 있다. 법률제정자들은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에 부합하도록 법을 바꾸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권력을 위해 합법과 위법의 경계선을 몇 번이고 다시 긋기도 한다. 위법만 아니면 집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다 해도 된다는 태도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위법이 아니라고 해도 규범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민주주의를 유지한다. 위법이냐 합법이냐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규범을 세우고 지키는 태도가 민주주의를 강하게 만든다. 조지 워싱턴은 미국의 첫번째 대통령일 뿐 아니라 인류 역사상 첫번째 대통령이었다. 워싱턴 본인을 포함해 그 누구도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겪어본 적이 없었고 대통령의
6월의 바람은 아직 봄의 향기를 머금은 채 천천히 여름으로 향한다. 나뭇잎은 짙어지고, 하늘은 한층 투명해지며,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진다. 이맘때가 되면 우리의 입맛도 계절을 닮아 상큼하고 시원한 것을 찾게 된다. 그런 초여름에 어울리는 전통주가 있다. 이름부터 운치 있는 술, 백하주(白霞酒)다. ‘하얀 노을’이라는 뜻을 지닌 백하주는, 술이 익어가는 과정에서 하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기운이 노을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처럼 술은 투명하고 은은한 빛깔을 띠며, 유리잔에 따르면 잔잔한 기운이 고요히 피어오른다. 입안에 닿는 순간 부드러운 곡물 향과 청량감이 퍼지며, 무더위 속에서 반가운 쉼표가 되어준다. 도수는 제법 높은 편이지만, 깊이 있는 맛 덕분에 조용한 감탄을 자아낸다. 백하주의 기원은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시대 고문헌에서도 이 술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술을 단순한 기호를 넘어 삶의 지혜로 여겼던 선조들의 식문화 속에서, 백하주는 더위를 이겨내는 지혜로운 음료로 자리 잡았다. 제조법 또한 독특하다. 일반적인 술과 달리, 백하주는 ‘삼양주’ 방식으로 빚어진다. 밑술에 ‘서김’을 섞고, 여기에 덧술을 더하는 방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백 ]
그날 아침, 새소리 맑으면 하루 시작이 흥결이다.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반갑게 만날 수 있다거나 소통하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아들에게서 반가운 소식이 온다든지- 새 노래 따라 걸을 때의 생각은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새의 아침 식탁이 푸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월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처녀 여선생님이 제일 예뻤다. 그리고 여선생님은 화장실 사용도 안 하는 줄로 알았다. 그런데 때로는 혼이 나가게 꾸중을 하시어 무섭기도 했다. 그 여선생님이 풍금을 연주하며, 어린이날 노래를 가르쳐주실 때 목청껏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던 때가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존경과 사랑이 순수했던 그 시절이 있어 내가 사람 노릇을 크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겠거니 싶다. 둘레의 정원을 보면 봄꽃은 지고 장미꽃은 햇빛에 얻어맞아서 잎은 시들어 추레해지고 있다. 그러나 길가의 풀들과 나뭇잎은 진한 녹색으로 잎 속에서 돋는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 이것이 5월을 지난 6월의 주변 풍경이다. 5월의 소만을 보내고 6월의 망종(芒種)을 맞이하면 본격적인 농사철이다. 보리를 수확하기도 하고 모내기를 하고 채소도 심고, 낮에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