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전세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는 사람들이 월세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월세 시장이 터진 둑처럼 폭발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가 한 달 사이에 6배나 올랐다는 통계자료마저 나왔다. 임대차법 개정 충격이 전세 대란에 이어 월세 시장으로까지 번졌다는 해석이다. 반(反)시장적 정책의 부작용이 서민 피해로 귀결되고 있다는 풀이다. 제발 ‘안정되고 있다’는 잠꼬대 같은 소리 좀 그만하고 근본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지난 23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가 갑자기 전월 대비 0.78%나 급등,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6년 1월 이후 4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0.12%) 대비 상승률이 6배 이상으로 치솟은 것이다. 월 0.78% 상승세가 1년간 이어지면 전체 월세 시장의 평균 가격이 10% 가까이 오르는 셈이다. 수도권 월세 상승률도 지난달 0.6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시장의 불안정성은 해소되기는커녕 확산일로다. 경기 지역의 전세 대란에 이은 월세 대란 조짐도 뚜렷해졌다. 경기 지역의 월세지수 상승률도 0.71%로 뛰는 등 수도권 전체의 월세가 들썩이고 있다. 더욱이 이 수치는 월세
팔순의 어머니는 지금 평택에서 혼자 살고 있다. 애틋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혼자사니 말 나눌 상대가 없어서 이겠지만 어머니는 다른 형제들보다 유독 내게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어머니가 화를 내거나 혹여 누군가를 비난해도 그냥 듣기만 한다. 자식에게 하소연하는 게 아니라 그저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고 싶은 심정으로 늘어놓는 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쩌다 이런 저런 일로 평택엘 가면 어머니와 둘이 소주 한 병을 놓고 앉아 옛날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주로 듣기만 한다. 무슨 말이라도 실컷 하시게 말을 끊지 않는다. 이미 여러 차례 하셨던 말이라도 추임새까지 넣어 드린다. 지난 백중 제사 때였다. 큰 제사도 아니고 요즘 그런 제사를 지내는 집안도 드무니 나 혼자 내려가 제사를 지내는 편인데 제사 끝내고 메모할 종이를 찾다가 우연히 수첩 한 권을 발견했다. 무심히 수첩을 넘기다 아버지 필체를 발견했다. 그건 아버지가 죽기 1년 전에 남긴 일기였다. 아버진 오랫동안 투석을 하며 식당 일을 하는 어머니를 도왔다. 시장에서 필요한 물건 사다주고 숟가락이며 젓가락 같은 것을 식탁 위에 놓아주고……. 그런 와중에 언제 일기 같은 걸 썼나 싶었다. 좀 신기했던 건
홀수와 짝수로 나눠서 등교하다가 전체가 다 모인 건 6월 4일 뒤로 4개월 16일 만이었다. 아침 시간의 찬 공기를 뚫고 학교에 온 아이들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발열체크와 손 소독을 마친 뒤 한명씩 교실에 입장했다. 약간은 어색하고, 약간은 설레는 새학기 특유의 분위기가 10월의 교실 안을 감돌고 있었다. 절간처럼 조용하던 교실이 간만에 활기를 띄고 시끌벅적 했다. 북적거리는 분위기에 편승해 나도 평소처럼 아이들에게 '아침은 먹었느냐', ' 잠은 잘 잤느냐' 같은 말을 건넸다. 10명 이내의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번 씩 올 때는 교실이 너무 조용해서 그런지 농담을 걸어도 대답이 시원찮았다. 코로나가 사람의 성격을 바꾼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이들의 재잘거림까지 가져간 모양이었다. 열 명 넘는 사람이 함께 있는 공간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교실이 조용했었다. 등교하자마자 1교시부터 이동 수업이 있었다. 여름 방학 이후로 처음 하는 이동 수업이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아이들은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받다가 집으로 가곤 했다. 교사들이 교실을 옮겨 다녀서 학생들은 이동할 일이 없었다. 짧아진 쉬는 시간과 이모저모로 제약이 많은 수업 내용 때문에 학교에서 몸을
최근 미국에서는 IT기업이 밀집해 있는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맨해튼(뉴욕), 보스턴 등 주요 지역에서 월세 등 집값이 많이 내려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고비용의 대도시를 탈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중심부 집값이나 월세는 내려가고 도심 외곽의 집값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수많은 대책을 쏟아내도 서울부동산이 아직 철옹성인 것과는 사뭇 다르다. 더구나 그동안 비싼 거주 비용으로 결혼이나 출산을 미뤄왔던 미국의 젊은 세대들이 가정을 꾸미려는 여유를 갖기 시작했다는 내용도 곁들여지고 있다. 지구촌 아래서 똑같이 코로나를 겪고 있지만 우리나라와는 왜 이렇게 다른 것일까. 미국은 올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언택트(비대면) 산업,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이른바 빅테크를 중심으로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 아래서 상반된 두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IT공룡들은 코로나 사태가 오히려 이들의 존재가치를 높이며 코로나를 즐기는 일상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세계의 수많은 일반 제조업과 자영업자.노동자들이 신음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
◇ 일제 패전 후에도 살아남은 황국사관 일제 식민사학은 1945년 8월 15일 일왕 히로히도(裕仁)의 무조건 항복선언과 함께 관 속에 들어갈 운명이었다. 1945년 4월 30일 히틀러의 자살과 함께 나치 역사관이 종언을 고한 것과 같은 운명이어야 했다. 그러나 나치 붕괴 이후 나치 역사관은 유럽에서 종언을 고했으나 일제 황국사관(皇國史觀)은 일제 패망 후에도 왕성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1939년 9월 독일·일본·이탈리아가 파시스트 삼국동맹을 맺은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일제 식민사관과 나치 역사관은 쌍둥이였다. 나치의 인종 차별주의 정책은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나치는 게르만족이 속한 아리안인은 외형으로 봐도 우수한 인종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게르만족뿐만 아니라 켈트족, 앵글로 색슨족, 슬라브족 할 것 없이 유럽인들은 대부분 아리안족 계통이고, 중동의 이란도 아리안족 계통인 것처럼 선천적 인종 우월주의는 허구의 이론에 불과하다. 그러나 나치가 인종 우월주의 이론에 기대어 유태인 말살정책을 자행한 것처럼 일제도 극심한 민족차별정책을 실시했다. 일제는 일본인들은 1등국민으로 높이고, 조선인과 유구인(琉球人:오키나와인)은 2등국민,…
…김도숙을 보내고 돌아온 한상석의 얼굴이 사색이 돼 있었다. 이민지가 놀라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뭔 일 있어요?” “김미리가 사고를 친 모양이야.” “김미리가요?”… “막은 넉 달 뒤에 오른다. 빡빡한 일정이지만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백두 단장의 말은 짧고 단호했다. 사무실에 모여앉을 때부터 단원들의 분위기는 탱탱한 긴장이 넘쳤다. 이민지는 다른 일정이 있다면서 나오지 않았다. 중년 윤심덕 역 주연엔 이민지, 예비주연은 이성희가 맡도록 발표됐고, 젊은 윤심덕 주연에는 김윤희, 예비주연으로 송현아와 김미리가 차례로 지명됐다. 김우진 역에는 윤희의 예상대로 최현규가 주연, 박정욱이 예비주연으로 지명됐다. ‘화가와 여간호사’에서 화가 역을 맡았던 한상석은 조연출을 맡게 된다고 발표됐다. 그밖에 10여 명의 단역 배역이 정해졌다. 배역 발표를 마친 백두 단장은 휭하니 사무실을 나갔고, 사무실 분위기는 술렁대기 시작했다. 윤희는 극단에 들어온 지 며칠도 되지 않아 주연으로 발탁된 자신에게 쏟아지는 질시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명단을 발표할 적에 심하게 일그러지는 김미리의 표정을 보았다. 솟아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한 그녀는 백두 단장이 나가자
수도권의 아파트값 폭등으로 얼마 전까지 홍역을 앓아왔다. 현재 아파트 매매에 대한 폭등은 점차 안정화(?)되어가는 추세이나 이에 대한 부작용이라고 할까? 전세가격이 서울기준 68주째 끝없이 상승하고 있다. 집주인이 실거주한다고 전화 올까 봐 세입자가 전전긍긍하거나, 전셋집을 찾기 위해 공인중개사에 성공보수도 제안하는 등 웃지 못할 진풍경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 지난 국토교통부 국감에서 김현미 장관은 전세시장 혼란에 대해 아파트 가격 폭등 이후 또다시 전세대란에 대해 송구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서민들의 입장에서 이제는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은 고사하고, 살 권리마저 빈부의 격차로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된 상황인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어두운 그림자 일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는 의심의 여지 없이 자본주의 시스템에 살고 있다. 현재의 금융자본주의 시대는 시장의 기능이 정부의 통제력보다 강하다 보니 이 시스템에서는 당연히 시장의 역할인 수요,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고, 부를 쟁취하는 것도 기회는 공평하게 가지되 쟁취하는 방법과 능력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를 쟁취하는 이른 바 차별이 필수이다. 어느 누구도 현재의 이 자본주의 시스
별은 헛것이다. 헛것인 별의 그리움은 아득함에 있다. 보이지만, 다다를 수 없는 아득함이 그리움을 자극한다. 그런 이유로 별을 가슴에 품는 것은 헛짓이다. 다다를 수 없는 헛짓은 다다를 수 없는 헛것의 영역에 그냥 두는 게 좋다. 헛것의 별이 하늘에서 떨어져 땅에 박힐 때, 사람은 죽고 역사는 병들었다. 오일륙이 그랬고 십이십이가 그랬다. 땅에 박힌 별은 군대를 통솔한다. 살상무기로 무장한 별은 흐린 밤에도 지워지지 않고 빛을 발사한다. 권력을 노리는 자들의 계급장에 박혀 반란을 모의하고 역모를 지휘한다. 휴전선에 있어야 할 탱크부대가 수도를 점령하고, 적군을 겨눠야 할 자동소총이 국민의 이마를 정조준 한다. 오일륙 때도 그랬고 오일팔 때도 그랬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받지 않는다. 아니, 처벌할 힘이 사법부에 없다. 처벌할 수도, 처벌할 힘도 없어서, 죽임을 당한 자들의 기록은 왜곡되고 만다. 파묻힌 곳 어디에도 죽임의 흔적은 감춰지고 없다. 반란에 성공한 별들은 어깨에 붙은 계급장을 제 손으로 뜯어내고 청와대를 향해 진군한다. 삼공화국이 그렇게 열렸고 오공화국 또한 그랬다. 별이 땅을 지배하던 시대는 끝났다. 마감한 역사는 요원하지만, 역사의 주역들에 대
중국이 25일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왔다는 중국의 6.25 한국전쟁 표현) 70주년을 맞아 애국주의를 내세우며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군은 1950년 한국전 발발후 그 해 10월19일 북한의 요청으로 압록강을 건넌다. 그리고 엿새 뒤인 25일 한국군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두는데, 이날을 ‘항미원조’ 기념일로 정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며칠전 중국인민혁명군사박물관에서 열린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전시’를 참관하면서 “(한국전쟁에서) 중국 인민지원군이 승리를 거둠으로써 세계 평화 및 인류의 진보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진핑 주석이 중국식 항미원조의 메시지를 나라안팎에 극대화하려는 의지로 보여진다. 올해 중국에서 상영되는 애국주의 영화와 드라마가 지난해보다 두 배나 많은 6편에 이른다고 한다. 얼마 전 중국 관영 매체와 누리꾼들은 우리 방탄소년단(BTS)의 원론적인 6.25 전쟁 발언을 놓고 국제사회와는 거리가 있는 ‘항미원조’의 잣대를 들이대, 지구촌 사회로부터 “위험한 민족주의”라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큰 소리가 나는 항미항조와는 달리 같은 날인 1950년10월25일(
지난 3분기 건설현장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건설사는 ‘동부건설’로 드러난 가운데, 국회가 ‘재해기업처벌법안’ 처리를 서두르고 있어 주목된다. 21일 국토교통부는 3분기 사망사고가 발생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대 건설사와 발주처 명단을 발표했다. 한순간에 개인의 생명은 물론 한 가정을 완전히 파괴하는 산업현장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 ‘재해기업처벌법안’은 그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공능력평가액 21위인 동부건설은 지난 3분기에 현장에서 3명이 사망해 사망사고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동부건설은 지난 7월 대구 메리어트 호텔 및 서비스드 레지던스 신축공사에서 기존 조적벽 해체 중 조적벽이 무너지면서 작업자를 덮치는 사고로 노동자 1명이 사망했고, 9월에는 경기 평택 고덕 A-1BL아파트건설공사 6공구에서 지상 6층 높이에서 건설용 리프트와 함께 추락하는 사고로 부부 근로자 2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를 냈다. 그밖에 대림산업, GS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한신공영, 효성중공업, 극동건설, 이수건설, 금광기업, 영무토건 등 11개 건설사 현장에서도 각각 1명이 사고로 사망하는 사고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인·허가한 소규모 민간 건설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