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 /박재화 낙타는 왜 석양으로 나아가는가 뒷걸음질 없이 고개를 추켜들고 눈 먼 세상 한복판을 묵묵히 가는가 무한 절대의 안팎을 품은 낙타의 등에 가만히 깃드는 달빛 서늘한 시간을 반추하며 나아가는 모래의 오롯한 혹 적막이 알을 품는다 낙타는 왜 다시 석양 속으로 들어가는가 하염없이 가뭇없이 ■ 박재화 1951년 충북에서 출생. 대전고, 성균관대·성균관대학원 졸업. ‘현대문학’ 2회 추천 완료로 등단. 시집 ‘도시(都市)의 말’, ‘우리 깊은 세상’, ‘전갈의 노래’, ‘먼지가 아름답다’ 등이 있음. 기독교문학상, 성균문학상, 다산금융상(茶山金融人賞) 등 수상.
첫 단추를 잘 못 끼워서일까. 한국 민주주의는 좀처럼 진일보하지 않는다. 21대 국회는 20대 국회와 별반 다름없이 불협화음의 연속이다. 야당은 원하는 상임위원회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고 국회를 보이콧하고 여당은 추경 예산안을 단독으로, 그리고 속사포로 처리한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알력도 마찬가지다.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희화화하고 사퇴를 압박하지만 윤 총장은 두문불출이다. 설득과 타협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전제는 그 어디에서도 작동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사사건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청원을 하고 클릭 수가 30만이 되었느니, 40만이 되었느니 야단들이다. 언론은 이를 이슈화해 갈등을 유발하고 여론전쟁으로 몰아간다. 사건의 본질을 둘러싼 사회적 토론은 온 데 간 데 없고 숫자놀음으로 속전속결 재판해 버리는 한국민주주의는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불기소 사건은 그런 의미에서 할 말이 많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공정 합병, 자본시장법 위반, 분식회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얽히고설킨 이 문제를 수사하기 위해 검찰은 그간 무수한 시간을 투자해 왔다. 그러나 수사심의원회
정지우 감독의 영화 ‘4등’은 스포츠계의 폭력문화를 소박하지만 깊이 파고든 작품이다. 두드려 맞으면서 악몽의 수영 선수생활을 한 코치 광수는 초등학생 준호를 가르치면서 똑같이 폭력수단을 동원한다. 아이가 코치에게 매를 맞는 줄 알면서도 엄마가 그것을 당연시하는 장면은 우리 주변에 흔한 극성 엄마의 모습이다. 영화 ‘4등’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매를 맞아야 하는 연습을 견디다 못해 도망을 치기까지 한 준호가 동생 기호에게 똑같은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다. 폭력은 그렇듯 소리 없이 대물림된다. 매번 4등밖에 못하던 준호가 광수의 혹독한 훈련으로 2등을 하자 엄마는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준호는 엄마에게 묻는다. “내가 매 맞아도 1등 하는 게 좋아?” 이 질문 한마디에 ‘엘리트 체육’ 바이러스에 속수무책 감염된 대한민국 스포츠의 병폐가 다 들어있다. 대한민국은 과연 ‘스포츠 선진국’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 아니다’다. 선진적인 ‘사회 체육’ 정책으로 온 국민이 행복해야 할 21세기에 우리는 결코 ‘스포츠 선진국’이라는 수식어를 달 자격이 없다. 우리는 몇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후진국형, 독재 국가형 스포츠 정책을 하고 있다. 온 국민이 스
2020년 6월 17일, 문재인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인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하였다. 대책의 주요내용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과열된 주택시장 지역에 대한 규제와 주택매입 및 전세 대출 규제, 투기과역지구에서의 2년 이상 거주자에 대한 조합원 분양 자격부여, 법인 및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 종부세율 인상 등 조세 부담을 높이는 것이다. 고강도 정책을 내놓음으로써 주택가격 인하와 주택투기를 원천 봉쇄하고자 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정부의 강력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의 불안정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다시 주택의 공급 정책을 추가하고, 더 강력한 조세강화도 추가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강력한 주택규제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는 주택시장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그럼에도 주택시장이 안정될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물론 역대 우리나라 주택정책을 추진하는 방법에는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다.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도, 수요를 감소시키려는 정책도 군사작전과 유사하게 전격적인 대책으로 발표하곤 하는 것이다. 그 내용에는 공간과 대상을 특정하여 개발과 규제를 반복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과거보다 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이하 암파스)는 2020년 신규회원 819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68개국에서 선별된 인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우식·조여정·이정은·장혜진·박소담 등 영화 ‘기생충’의 출연자들이 이름을 걸었다. 미국 아카데미상을 암파스가 주관하고, 작품 선정은 회원들의 투표로 정하는 것이니 회원이 되었다는 것은 아카데미상에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암파스가 회원 숫자를 늘려 다양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납득할만 하지만 외국인의 비율을 높이는 부분에서는 갸웃해진다. 아카데미상은 기본적으로 미국영화를 대상으로 한다. 미국영화를 시상하는데 외국인 투표를 높이겠다는 전략은 아무리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의 표준이 되다시피 한 미국영화를 대놓고 세계 영화화하겠다는 것인지, 외국인이 참여해도 상관없다는 것인지 종을 잡기 어렵다. 지난 2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에 작품상, 감독상, 시나리오 상을 안긴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국영화가 각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해도 구색 갖추기 쯤으로 생각했다. 미국영화를 대상으로 시상하는 것이 기본인데, 외국(어)영화를 수상작으로 선정한 것은 앞으로
1968년 초등학생들은 2장에 1원하는 원고지 4장을 학교 앞 문방구에서 구매해 국어시간에 글짓기를 했다. 띄어쓰기를 할때마다 빈칸이 아까웠고, 그냥 종이에 쓰면 더 많이 글씨를 쓸 수 있는데 원고지는 비싸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이 200자 원고지인데 실제로 쓴 글자는 180자가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억지로 채우기 위해 마지막 글을 키워 다음 줄에 2자정도 걸치게 문장을 늘렸던 기억이 난다. 1988년 경기도청 공보실에서 공무원 7급으로 잔심부름을 했다. 한 달에 한 번은 100자 원고지를 기자실 창쪽에 수북히 쌓았다. 출입기자들이 원하는 만큼 원고지를 가져가서 기사를 쓰고 완성된 원고를 본사에 팩스로 보냈다. 지르륵 하면서 원고지가 기계에 빨려들어가면 잠시후 신문사 정치부에 원고 복사본이 도달하고 데스크 보는 선배차장이 원고를 검토한 후 편집부로 넘기면 편집부에서 면을 잡아 기사를 완성한단다. ‘매킨토시’라고 미국 애플사가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신문을 편집했던 시기다. 이전까지 문선공이 활자를 뽑아서 납판을 만들어 철판에 끼우고 나사로 조여서 인쇄를 하던 시절에 비할 바 아니지만 이 프로그램도 고급기술자들만이 운영할 수 있는 어려운 인쇄과정이었다. 이제 2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문제가 정치권 최대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 규정에 따라 이달 15일까지 출범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식 요청했지만, 제1야당 미래통합당은 한 번도 동의한 적이 없다며 오불관언의 자세를 바꾸지 않고 있다. 공수처는 오랜 국민적 숙원의 결과물이다. 여야가 마음을 비우고 백년대계의 차원에서 정치적 악용 소지를 완전히 배제한 시스템으로 완비하여 서둘러 설치해야 한다. 공수처법은 지난해 지루한 여야 정쟁 끝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추진하는 과정에서 동물국회 물리적 충돌까지 일으킨 뒤에야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다. 미래통합당은 이 법이 ‘정치적 중립’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위대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과 함께 끝까지 반대했다. 공수처에 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여전히 엇갈린다. 특히 일부에서는 정부·여당이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공수처에 집착하는 모습을 지적하며 정말 중립성을 보장할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국민이 오랜 기간 소원해온 국가기관인 만큼 처음부터 아예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약점만을 부각하면서 마냥 시간만 끌 일이 아니다. 특히 통합당이 반대
무더위가 시작 됐는데도 코로나19 기세가 수그러들 줄 모른다. 언제 종식될 것인지 끝이 안 보인다. 이처럼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것은 일부 국민들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손 세척 등의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특히 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서울과 대전의 방문판매업체와 무더기 확진자가 나온 광주 일곡중앙교회는 상당수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시설을 이용했다고 한다. 대중교통의 경우 이용 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시행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지난 5월 26일부터 지하철, 버스, 택시, KTX를 이용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탑승이 제한된다. SRT와 항공기와 여객선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들어갔다. 그러나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며 폭력을 휘두른 사건도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 얼마 전 서울에서 50대 남성이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요청한 마을버스 기사와 승객 등을 폭행했다. 경찰은 “마스크 착용이 승객의 안전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 남성을 구속했다. 서울 전철 안에서 마스크를 쓰라는 승객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