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하는 새 /김재자 새 한 마리 산목련 우듬지에 앉아 흘러가는 구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가슴에 묻어 두었던 그리움 한 줌 아무도 모르게 살짝 펼쳐봅니다 굽이굽이 황톳길 따라 달려온 세월 안개 속에서 잠시 멈춰 봅니다 사랑과 이별, 기쁨과 슬픔, 외로움과 아픔 그동안 나를 흔들며 살아 온 기억들이 여울 되어 은하처럼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픔마저 그리움이 되는 시간 산목련 우듬지가 바람에 흔들립니다 새 한 마리 아무 말 없이 이슬 같은 눈물 흘리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시라는 장르는 단 몇 줄의 행간으로 인샌의 길고 긴 한 삶을 엮어 나 갈 수 있으며 몇 개의 연으로 한 권의 소설과 몇 백 년 흘러온 역사를 담을 수 있다. ‘말 못하는 새’라는 14줄의 행간 속에 화자가 살아 온 인생이 오롯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 화자는 한 마리의 새가 되어 본인이 눈으로 보고 느끼며 살아 온 삶을 되돌아보며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굽어진 황톳길을 달렸던 것으로 보아 한 사이클을 걸어 온 인간의 삶은 평탄하지 않다는 것을 비유화하였다. 그리고 수많은 바람이 화자를 흔들며 스쳐갔지만 운영이라 여기며 세상…
경기도가 내년부터 아파트나 대형 상가 등의 주차장을 외부에 무료 개방하면 연간 최대 5천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 당초 우려대로 희망하는 아파트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7일까지 경기도가 수요조사에 나섰지만 주차장 무료 개방에 응하고 지원을 받겠다고 나선 시·군은 단 한 곳도 없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 관심을 보이기는 했으나 개방의사를 확실하게 밝힌 곳이 없었다고 한다. 경기도는 주차난 해소 방안의 일환으로 지난 4월 시행된 ‘경기도 주차장 무료개방 지원 조례’에 의거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주차장 무료 개방에 대해 광역지자체가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었다. 아파트는 물론 공공기관, 학교, 종교시설, 대형 상가도 지원 가능 대상이었다. 시장·군수가 시행하는 주차수급 실태조사에 따라 주차난이 심각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에 한해 주간 또는 야간에 주차장의 20면 이상을 아파트는 1년, 나머지는 2년간 무료 제공이 조건이다. 무료개방시간은 하루 7시간 이상, 한 주 35시간 이상이며 개방 구역은 외부인의 이용이 편리한 장소로 일반 주차구역과 구별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처럼 무료주차장 개방주체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은 5천만원의 보조금을 받
올해 ‘밤빛 품은 성곽도시, 수원야행(夜行)’ 첫 번째 행사가 지난 10일과 11일 밤 수원 화성행궁 인근에서 열렸다. ‘행궁 그리고 골목길, 이야기 속을 걷다’가 주제다. 올해 두 번째 야행은 9월 7~8일 ‘수원화성, 아름다움을 보다’를 주제로 진행된다. 그러니까 첫 번째 야행은 성안 주민들의 삶의 터전에서 열린 것이고 두 번째는 세계문화유산 화성에서 개최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둘을 함께 진행했는데 2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올해는 두 차례로 나눠 열리므로 9월 행사가 끝나봐야 관람객 수가 집계될 것이다. 지금 추세라면 아마도 지난해보다는 두배 이상 관람객이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 행사는 문화재청이 주관하는 ‘문화재 야행’의 하나다. 뜨거운 한낮을 피해 밤에 수원 곳곳과 화성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며 역사·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화성행궁·화령전, 수원전통문화관·수원한옥기술전시관·수원아이파크미술관·수원화성박물관 등 문화시설을 밤 11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화성행궁과 문화시설을 캔버스 삼아 빛으로 작품을 만드는 미디어아트(매체 예술)도 흥미로웠다. 화성어차, 수원화성 자전거 택시, 플라잉 수원 등 수원화성을 구석구석 감
지난 시간에 이어 조선 황제릉으로 여행을 이어가보자. 홍릉의 이빨 빠진 사자의 모습을 떠나 해치상으로 자리를 옮겨보자. 목에 방울이 있어 비로소 ‘아, 이게 해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홍릉의 해치는 날카로운 이빨 대신 사각형의 토끼 이빨을 드러내놓고 있다. 기존 왕릉에서 만나던 석마는 반가운 마음이 앞서 다가서지만 코를 벌렁거리며 반항적인 모습에 깜짝 놀란다. 문무석인 뒤에 놓여 순종적이던 석마는 이젠 반항적인 모습으로 참도의 맨 끝에 자리하고 있다. 홍살문을 지나 일직선상으로 나 있는 참도는 2단에서 3단으로 변해있다. 3단의 참도는 황제의 참도이다. 가운데 한단 높은 길이 황제와 황후의 영혼이 다니는 신도이고 좌우는 황제와 제후국의 왕이 다니는 길이다. 3단의 참도 끝에 위치한 건물은 침전이다. 보통 왕릉에는 정자각이 자리하지만 정자각 대신 일자형 건물인 침전을 세웠다. 침전은 황제의 숙소라는 뜻이다. 이 건물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궁궐의 전각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중국에서는 능이란 황제가 죽어서도 나라를 통치할 지하궁전이라 믿었다. 그래서 중국 황제능을 본떠 만든 홍릉과 유릉에는 침전이 있는 것이다. 제사를 지내는 공간인 왕릉의 정자각과는 그 용
여름철 무더위를 피하기 좋은 국내 휴가지로는 계곡과 물가만한 곳이 없다. 살인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올여름 엄청난 인파가 산간 계곡이나 바다, 냇가를 찾아 피서를 즐겼다. 대부분 개발이 제한되는 자연녹지지역, 즉 그린벨트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 곳에서 무허가로 펜션을 운영해 온 불법 숙박업소와 평상을 설치하고 음식을 파는 무허가 음식점들이 있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의 점검 결과 숙박업소 49개소, 식품접객업소 20개소가 적발됐다. 도 특사경은 지난달 13일부터 20일까지 가평군 북면, 양주시 장흥면, 양평군 용문면, 용인 캐리비안베이 등 피서객들이 많이 몰리는 여름휴가지 숙박업소와 음식점 158개소를 점검했다. 적발된 숙박업소와 식품접객업소들은 영업신고도 하지 않고 불법 운영을 해 미신고 영업으로 형사 입건됐다. 아울러 관할 시군에 통보, 폐쇄 조치시킬 방침이다. 이 가운데 한 펜션은 그린벨트에 단독주택 건축허가를 받은 후 건물 7개동을 짓고 불법으로 펜션 영업을 해왔으며 또 다른 펜션은 통나무 숙박시설에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은데다, 화재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농어촌민박으로 신고한 주택 외에 추가적으로 가건물을 설치해 불법으로 숙박시설
차량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일 에쿠스 승용차에 불이 나 2명이 사상한 데 이어 이번에는 달리던 아반떼 승용차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9일 오후 4시50분쯤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 광교방음터널 부근에서 A(68·여)씨의 아반떼 승용차에서 불이 났다. 불은 차량 전면부를 태우고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15분 만에 진화됐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A씨는 5차로 주행 중 보닛에서 연기가 발생하자 갓길에 차를 세운 뒤 피신했다고 진술했다. BMW 차량에서 잇따라 불이 나고 있는 가운데 다른 차종에서도 연이어 화재가 발생해 운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에 앞선 지난 9일 오전 1시41분쯤에도 경북 상주시 남상주IC 진입로 인근 25번 국도에서 에쿠스 승용차에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생활필수품인 차량의 잇따른 화재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정부가 리콜대상 BMW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를 검토하는 와중에 9일 오전 또 다시 BMW 차량 2대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했다. BMW 차량 중에서도 리콜대상이 아닌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하고 다른 국산 차종까지 번져 운전자들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BMW 피해자 모임’은 지난 9
며칠 전 KBS 명견만리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에 대해 고발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길들이기로 망한 사장님들이 방송에 직접 나와서 울분의 눈물도 흘렸다. 중산층이 무너지는 현장을 본 것이다. 스스로 중산층이라 여겼던 사람들은 자영업을 시작하면 오히려 빈민층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최근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죽음으로 필자의 가슴 속엔 4년여 전 바다에서 건져내지 못한 세월호 희생자들이 다시 들어온 심정이다. 그러다가 삼성측이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복제약값을 올리게 해달라는 요구에 관한 1면 기사를 읽었다. 너무나 슬펐다. ‘양화대교’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2005년 주한인도대사관 앞에서 백혈병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시위를 했다. 인도가 물질특허를 받아들인다는 소식에 시위대가 모였다. 인도가 물질특허를 인정하면 비싼 의약품들의 복제약을 싸게 만들지 못하게 된다. 당시 우리나라 백혈병 환자들은 ‘글리벡’이라는 백혈병 약의 복제약 ‘비낫’을 10%의 가격에 수입해서 쓸 수 있었다. ‘노바티스&rsqu
대지가 가마솥이다. 도로는 이글거리고 식물도 생기를 잃고 축 쳐져있다. 마을의 큰 나무아래 평상에서 삼삼오오 모여 수박을 자르고 장기도 두면서 한낮의 더위를 견디던 풍경은 오간데 없고 지금은 마을에 더위 쉼터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열섬현상 때문에 온도가 치솟기도 하지만 체감온도와 온도 상승요인이 건축물 즉 주택의 구조와 건축자재도 영향도 적다고 할 수 없다. 지금이야 대부분이 공동주택인 아파트에서 생활하지만 몇 십 년 전만해도 주택의 대부분은 한옥이었다. 우리 집은 일자형인 안채에 마당 끝에 사랑채가 있고 안채를 조금 비껴 외양간과 헛간이 있었다. 아버지는 손수 집을 지으셨다. 뒤뜰에서 황토를 퍼 나르고 황토에 볏짚을 썰어놓고 잘 비벼서 갠 후 벽돌 틀로 벽돌을 찍어 마당에 쭉 넣어 놓은 후 벽돌이 잘 마르도록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면서 단단히 말려 벽을 쌓아 올렸다. 목재는 논두렁 언저리에 있는 미루나무를 베어 껍질을 벗긴 후 충분히 말린 다음 대들보와 서까래를 세우고 흙집을 지으셨다. 아버지의 땀과 노력, 매미의 노래와 볏짚이 발효되는 냄새와 흙을 퍼 나르던 우리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집이다. 황토벽돌을 쌓고 고운 흙으로 마무리…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매일의 나날이 자연의 경건함으로/ 지속되기를 소망하노라.” -윌리엄 워즈워드 「내 가슴은 뛰노라」 며칠 전 한 초등학교에서 ‘효율적인 책읽기’라는 주제로 학부모들을 위한 특강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정보통신기술혁명이라 부르는 차세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책읽기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시의성을 고려해 특강 제목을 ‘4차 산업혁명시대의 창의적 책읽기’로 정해놓고 보니 자연스럽게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이 떠오르면서 요한 호이징하의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가 연이어 떠올랐다. 그렇다. 인간을 아무리 다양하게 정의해도 역시 ‘놀이하는 인간’이 진짜 인간이지, 혼잣말을 하며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인간은 지적·정서적 존재이다. 흔히 서양은 지성을 중시하고 동양은 감성을 중시한다고 하나, 실은 동서양의 현자들은 모두 지적·정서적 균형을 이상적 자아의 완성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 이상적 자아를 창의적 인간이라 부르고 싶다. 니…
우리 사회에 ‘미투(Me Too)’ 운동이 활발히 전개됐지만 장애인들은 여전히 미투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특히 경찰 수사과정에서는 장애인의 인지 수준과 시간의 경과를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다. 결국 검경 및 사법체계가 약자와 국민에게는 무용지물이고 오직 강자들에게만 활용되는 제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북여성통합상담소에 따르면 교통장애인협회 포항시지회에서 청소와 세탁 등의 일을 하던 여성 장애인 6명은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 이들 6명은 경북동부해바라기센터와 경북지방경찰청 성폭력수사대에 관련자를 고소한데 이어 최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강원지역의 한 특수학교 교사가 장애학생을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등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A씨는 2014년부터 자신이 근무하는 특수학교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여학생 3명을 교실과 체육관 등지에서 여러 차례 성폭행했거나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학부모들은 책임자 엄벌, 학교 측의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하는 한편, 교내 CCTV 설치 등 재발방지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