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환경부와 국방부, 한국환경공단은 인천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반환공여구역 환경조사 결과와 정화방안을 설명하는 정부합동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캠프 마켓에선 발암성 물질인 다이옥신이 일본·미국 토양오염기준의 10배가 검출됐고 석유계총탄화수소(TPH)는 우려기준의 49배를 초과했으며 구리는 194배, 납은 255배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불소,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 포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PCBs) 등 기타 토양오염물질도 기준을 초과했다. 그런데 문제는 부평 미군기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잘 알려진 사례가 서울 용산 미군기지 오염이지만 경기도내 미군기지에서도 심각한 오염이 발생했다. 지난 2008년부터 2017년 10월까지 주한미군기지 공여구역 주변 지역에 대한 조사를 110차례 실시했는데 이 결과 기지 63곳 중 32곳의 주변 지역에서 기름찌꺼기(석유계총탄화수소·TPH), 납, 아연, 크실렌 등 각종 오염원들이 환경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 이는 2017년 10월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인천 연수갑)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한미군 공여구역 환경기초조사 실시내역’ 자료에 의한 것이다. 앞으로 미군 반환기
지금 국민들은 실업의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다. 기업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 속에 몸부림치고 있고, 기업이나 가계는 한순간 한순간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 하루에도 실업자가 수 없이 늘고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수없이 간판을 내리고 있다. 이처럼 경제는 곪고 실업대란이 벌어지는데도 가장 앞장서야 할 정치권은 진보니 보수니 따지며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인들은 제 앞가림 외에 하등 의미가 없다는 건지, 아니면 국민들이 흘리는 고통의 눈물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인지. 그들을 보면 ‘나만 살면 그만이다,’는 극단적 이기주의 외엔 달리 설명이 안된다. 대부분 국민들은 바로 이런 모습은 정치와 국민들이 따로 라는 증거라며 국민의 진정한 관심사가 뭔지 정치권 전체가 깊이 생각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실업의 고통 속에 있는 국민들은 우리 가족이 죽느냐 사느냐 참담한 상황이다. 원래 정치란 국민들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눈물을 흘리면 닦아달라고 고안해낸 정치가 안닌가, 그런데 지금 정치는 도대체 국민을 어떻게 보고 생각하는 것인지 매우 불안하고 의심스럽다. 시시각각 실업자 수는 사회안전망을 보장할 수 없을 정도로…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됐지만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예상치 않았던 북한과의 정상회담이 일단 합의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이 해소되고 화해무드가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원만한 회담의 성사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의 말과 수사에 일치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볼 때까지 이 만남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구체적이고 검증할 수 있는 행동을 봐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실험 금지 및 비핵화 의지 등 약속한 일련의 사항들에 대해 약속들과 일치하는 구체적인 행동 없이는 북미회담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점이 주목되는 것이다. 즉, 비핵화 등과 관련한 북한 측의 가시적 조치가 없다면 정상회담이 불발될 수도 있다는 언급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 노동당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새벽에 안전보장회의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한 것도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는 것이지만 과연 얼마만큼의 진정성 있는 선언일지는 두고봐야 할 대목이다. 예전에도 북한은 수많은 약속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바뀌면 식언(食言)을 일삼아온…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LG아트센터에서 아주 독특한 셰익스피어 작품을 관람했었다. 이 무대에는 단 한 명의 여성 배우도 등장하지 않았던 것이다. 남성 배우들이 여성 분장을 하고 여성 배역을 능청스럽게도 소화했다.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종종 등장하곤 하는 바로 그 장면, 남녀가 서로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 사로잡혀 불같이 사랑에 빠지는 신이 그날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한 귀족층의 부인이 아름다운 소년을 보고 사랑에 빠져 그를 뒤뜰로 유인했다. 그를 유혹하며 사랑을 갈구하는데, 돌연 이 배우가 상대와 자신의 옷을 찢으며 상남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객석에서는 웃음이 빵 터져 나왔다. 고귀하신 부인이 갑자기 헐크로 변했으니 말이다. 배우들은 어쩌면 그리도 천연덕스럽게 남성과 여성을 넘나들며 위트를 치고 있을까. 재미로 치면 말할 것도 없고, 평소 여성이라는 굴레에 갇혀 표출하지 못했던 감정이 속 시원하게 해소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셰익스피어를 일컬어 남성과 여성을 자유롭게 오고갔던, 성정체성을 뛰어넘어 진정한 위트와 휴머니즘을 실현했던 작가라고 논평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 기저에는 인간과 여성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자리잡고 있었을
소금은 오랫동안 세계 각국에서 부(富)의 상징이었다. 중국 진시황은 소금 전매 수입으로 군대를 양성 했고,로마 역시 소금세로 전쟁비용을 조달했다. 봉급(salary)과 병사(soldier)라는 말이 소금(sal)이란 라틴어에서 나온 건 병사들 봉급을 소금으로 지급했던 까닭이다. 그런가 하면 선사시대 이래 소금 생산지는 교역의중심이었다. 6~7세기까지 작은 어촌이었던 베네치아가 10세기 이후 번창한 것도 소금 덕이다. 또 소금 때문에 수많은 교역로가 생겼는가 하면 전쟁과 혁명도 일어났다. 마크 쿨란스키가 쓴 책 '소금'에 따르면 신대륙이 발견되기 전까지 유럽의 무역은 제노바와 베네치아의 소금 패권에 좌우 됐고, 프랑스 대혁명과 미국 독립전쟁의 원인 중 하나도 실은 소금이라고 돼 있다. 소금이 귀한 대접을 받은 것은 소금 없이 사람이 살수 없을 정도로 생존의 필수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다. 체액 속 염분(0.9%)이 부족할 경우 산소 공급이 제대로 안돼 피로해지고 심하면 전신 무력상태에 빠진다. 또 소금 속 요오드의 결핍은 갑상선 확대와 함께 신경과민,심장 박동 이상,근육 약화를 유발한다. 용도 또한 다양하다. 치료는 물론 생활속에서 활용할수 있
이름 없는 부도 /고은영 오솔길 한적한 곳에 들꽃처럼 혼자 피고 혼자 지다 처연히 장식한 이름 하나 어느 시절이 골짝 지키며 수행자로 살았을 가난한 삶의 흔적이여 바람에 스쳐오는 온화한 체취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살다 간 이승의 고요처럼 저승의 한 고요히 흐르네 시인의 작품을 접하면서 자유란 어떤것인가? 하는 혜안을 보게 된다. 여기서 다시 행복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누구나 잘살기 위해서 돈도 벌고 그렇게 살아야 할 인생이다. 저 마다 행복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고 기다리는 일들도 하나의 운명이다. 自由는 법이 보장해야 하지만 自遊는 마음과 자연이 일치되고 가질 때 누리는 것이다. 행복이란 자유의 조건에 들어가 있지만 누구나 행복할 수는 없지만 그 행복을 위해 오솔길을 걸을 수 있는 시인의 시선과 같다. 어쩌면 시인은 주름진 자화상을 찾고 지나가는 것들에 대한 치유와 위로를 한순간이나마 깊은 절정의 대화를 자신에 묻고 있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최저임금위원회가 결국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에 실패했다. 따라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은 고용노동부가 국회와 협의해 결론을 낼 수밖에 없게 됐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란의 핵심은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할지 여부다. 현재 매달 지급되는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은 최저임금에 들어가지만, 상여금과 연장·야간·휴일수당은 제외된다.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영세 사업자 등의 부담이 가중되자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을 추진해왔다. 국회에서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 같다. 그동안 노동계는 산입범위 확대가 최저임금의 인상 효과를 반감시킨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정기상여금 외에 식대, 교통비 등 각종 고정수당도 최저임금에 넣어야 한다고 맞선다. 이날 최저임금위 협상이 최종 결렬된 것도 노사 양측의 이런 입장 차이가 전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소한 상여금은 최저임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엔 일리가 있다.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끌어올리면서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들의 인건비 부담도 크게 늘었다. 아파트 경비원, 청소원, 편의점·주유소 종사자 등 고용 취약계층에선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드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그야말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현직 여검사의 용기있는 성추행 피해 폭로를 계기로 시작된 이 운동은 문화예술계와 경제계, 학계 그리고 종교계까지 확산됐다. 그리고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를 낙마시키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폭로가 얼마나 더 계속될지는 모른다.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 중 인턴을 성추행했다는 논란이 불거져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나, 2012년 김형태 전 의원(당시 새누리당)의 제수 성폭행 구설, 2014년 박희태 전 의원(당시 한나라당)의 여성 캐디 성추행 사건 등 고위공무원이나 의원들에 의한 성추문은 많다. 따라서 정치인들이나 고위 공직자들 중 떨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 국가를 맑고 평등하게 만드는 운동이다. 따라서 각계로 더욱 확산돼야 한다. 물론 음해성, 장난성 고발은 엄단해야 한다. 이처럼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지만 성희롱이나 성추행·폭행을 당하면서도 대처를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 여성들인 요양보호사가 그들이다. 가해자들은 노령에 중증질환을 앓는…
머리가 텅비고 온몸에 힘이 빠져서 더는 움직일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 삶은 무엇으로 위로받을까. 작가에게 주어지는 해외 전시는 가끔씩 뜻하지 않은 선물처럼 거리를 산책하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특히 느긋한 속도로 걷다가 발견하는 거리가 주는 순간의 풍경은 새로운 창작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프랑스 센강을 중심으로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으로 소문난 마레지구는 과거에 귀족들이 살던 집을 원형을 간직한 채로 실내를 개조하여 상점과 카페로 사용하고 있다. 겉모습은 로코코시대의 아름다운 건물이고 간판은 작지만 들어가 보면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자리한다. 특히 거리에 아담하고 특색있어 디자이너가 이름을 걸고 운영하고 있는 부티끄에 들어가 보면 시대와 유행을 초월해서 다양하고 개성있는 소품들이 세련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란 뜻의 20세기 초 벨에포크에 유행되었던 모자도 지금까지 디자이너 손에 의해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지고 있다. 거울 앞에서 그 시절 모자를 쓰고 이리저리 돌다 보면 어느덧 갖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그동안 상점의 점원은 아무 말없이 웃으면서 즐거워 하는 모습을 자기 일을 하면서 지켜보기만 한다. 퐁피두 현대 미술관의…
볕이 참 곱다. 칙칙함을 벗어던진 나무에 푸릇한 기운이 돌고 꽃망울을 꺼내든 나무도 간간히 보인다. 거리엔 웃자란 가로수의 가지를 쳐내는 엔진톱날 돌아가는 소리 요란하다. 이미 농경이 시작된 들녘에도 활기가 넘친다. 과수에 두엄이 뿌려지고 논을 갈아엎으며 풍작을 기대한다. 따사로운 햇살에 적당히 스미는 한기가 야외활동하기에 좋은 날씨다. 바구니와 호미를 들고 들녘으로 나섰다. 아직은 잔설이 남아 미끄러운 곳도 있지만 들로 산으로 나서면 기분도 상쾌하고 마음도 가볍다. 냉이를 캤다. 잎은 작아도 뿌리가 제법 깊다. 저것들 봄을 밀어올리기 위해 겨우내 뿌리로 양분을 저장하며 몸을 키웠나보다. 뿌리에서 풍기는 향이 좋다. 깨끗이 손질해서 멸치 육수에 된장과 고추장 풀어 냉잇국 끓이면 저녁 밥상은 푸짐하겠다. 늙어가면서 끼니 때마다 반찬 투정하는 남편이 얄밉다고 투덜대는 일행의 투박한 입담으로 너른 밭이 수다와 웃음으로 왁자하다. 냉이보다 더 오소소 쏟아지는 푸념이 맛깔스럽다. 남편 흉보고 자식들 걱정도 한다. 갱년기 불면증으로 잠이 안 온다는 말에 기다렸다는 듯 봇물처럼 터지는 하소연이 바구니에 넘쳐난다. 삐끗했는데 발목에 금이 가서 두 달 깁스하는 동안 남편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