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선거철이다. 전세계를 흠뻑 홀린 평창올림픽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국회의원 총선거와 장미 대선을 거쳐 대한민국 정치권력 결정의 완결판이자 새로운 출발점이 될 2018년 6·13 지방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았다. 여야 각 정당들이 검찰발로 시작돼 문화·연예계를 거치며 조심스레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던 ‘미투(Mee too·나도 당했다)’ 속에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후보 또는 캠프 각자의 ‘출마의 변’을 명분으로 본격적인 지방권력 쟁탈전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전국민적인 아픔과 충격이 담긴 세월호를 숙명처럼 받아안고, ‘누리과정’과 ‘국정화’란 양대 화두로 전국민적인 공감 속에 당시 여당의 총선 참패와 이후 정권 교체의 한축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 교육감 선거는 이미 진보와 보수의 진영 간 격돌로 다시 맞붙었고, 지난 2014년 100만도시의 압승으로 시작해 ‘메르스 해결’과 ‘지방재정개편저지투쟁’, ‘주민참여 자치분권’ 등의 빛나는 성과로 &lsquo
생일 /크리스티나 로제티 내 마음은 물가의 가지에 둥지를 튼 한 마리 노래하는 새입니다. 내 마음은 탐스런 열매로 가지가 휘어진 한 그루 사과나무입니다. 내 마음은 무지갯빛 조가비, 고요한 바다에서 춤추는 조가비입니다. 내 마음은 이 모든 것들보다 행복합니다. 이제야 내 삶이 시작되었으니까요. 내게 사랑이 찾아왔으니까요. -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생일’ / 비채 영국의 시인 ‘로제티’가 스물일곱 살 때 쓴 시이다. 독신 여성으로 연시를 주로 쓰며 평생을 어머니와 함께 살다 갔다. 이제야 삶이 시작되었다니 무슨 말인가. 바로 사랑이 찾아왔다는 이야기이다. 사랑이 오고부터 마음은 무지갯빛 조가비처럼 춤추며 출렁이는 사과나무의 휘어진 가지보다 부풀었으며 먹이가 풍부한 물가의 가지에 둥지를 튼 새보다 행복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생일날만큼은 무조건 행복해지길 기대한다. 사랑은 온 세상을 꿀벌이 붕붕 대는 꽃밭으로 변하게도 한다. 몸이 태어났던 날이 아닌 사랑이 찾아온 날이 이제야 생일이며 그때 비로소 진정한 삶이 시작되었다고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 /김은옥 시인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우리측 특사단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다음 달 말 판문점 우리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남북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의 핫라인을 설치해 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하기로 했다. 일단은 이번 방북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은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뤄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북한은 우리측 대표단에게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주제로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는 점과 또한 남측을 향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성과다. 특히 이번 방북기간 중 김 위원장이 대북 특사단을 노동당 청사로 초대하고 부인 리설주와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배석시키는 등 최대의 예우를 갖췄다는 해석이다. 노동당 본청사는 노동당 부장·부부장 등 고위간부들이 거주하는 고층 아파트와 인민대학습당 등으로 둘러싸여 요새화된 곳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북 특사단에게 평양 대동강변의 외국 귀빈용 고급 휴양시설인 고방산 초대소를 숙소로 내주는 한편,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연기된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례적이다. 그
우리 국민들을 괴롭히는 미세먼지의 상당량이 중국에서 넘어오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중국은 강력한 미세먼지 정책을 펼쳐 성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지난 5년간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펼쳤다. 국제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이런 노력의 결과로 중국 74개 도시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년 평균 33%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대기 오염이 가장 심한 곳은 베이징이었는데 올해 1월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당 34㎍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0.7%포인트나 떨어진 것으로 처음으로 국제 기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베이징 공기 지수가 ‘좋음’이었던 날은 226일이었는데 이는 2013년보다 50일 더 많은 것이다. 이로 인해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사망자 숫자도 크게 감소했단다. 중국은 5년 전 ‘대기 오염 방지 행동 계획’을 발표하고 석탄 소비와 석탄 사용 공장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제한하고 있다. 가정에서 환풍기 사용 의무화, 도심 식당 고효율 공기청정기 설치 의무화, 자동차 보유 대수 통제, 자전거 보급 확대 등 강력한 정책을 펼쳤다. 우리도 이제 중국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미세먼지 발생을 억제하기…
한솥밥 고락 /안희두 모처럼 산에 가니 때늦은 폭우다 돌아갈까 피해 갈까 그대로 돌진이다 내 가족 어찌 버리나 한솥밥 고락이다 열심히 살아온 당신 참 고마워요…. 이런 말이 회자된다. 마라톤 경주처럼 시간을 살고 고뇌하던 시인의 자화상이 그려진다. 새 시대는 이념을 넘고 자유와 사랑을 위해 산다고 한들 사각에 갇힌 일들이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시인은 지고지순한 언덕의 길을 남들보다 더 많이 넘어왔을 것이다. 그 언덕의 성찰은 정신적인 부담뿐 아니라 가족이란 이념을 늘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家長의 일이다. 서정시의 개척처럼 가벼우면서도 쉬운 정서가 담긴 이 시는 상징적인 묘사로 풀어 한솥밥 안에 가족의 든든함에 대한 뿌듯한 여정을 그려내고 있어 오히려 건강한 가족들이 그려진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안희정 충남지사가 방송에 문제가 제기된 지 5시간만에 지사직을 전격 내려놓았다. 정치활동의 중단도 선언했다. 안 지사의 정무비서인 김지은씨는 5일 한 종편방송에 출연해 “안 지사의 수행비서를 맡은 지난해 6월 말부터 8개월 동안 네 차례의 성폭행과 함께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작년 대선 전 안 지사 캠프에 합류해 홍보기획팀장을 맡았다가 대선 직후엔 도청 소속 수행비서로 특별 채용되면서 안 지사의 지근거리에서 일해왔다. 더욱이 김씨는 다른 사람으로부터도 성폭행을 당했고, 또 안 지사로부터의 성폭행 피해자가 더 있다고 증언해 추가폭로 여부에 따라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여권내 유력한 대권 잠룡으로 분류됐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정치인생 최대 위기를 맞은 셈이다. 안 지사 측 비서실은 정무비서인 김지은씨가 제기한 성폭행 의혹에 대해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해명했지만, 들끓는 비판 여론에 안 지사는 6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성폭행 의혹을 사실상 인정했다. “모두 다 제 잘못”이라고 몸을 바짝 낮추었다. 그러나 김씨가 변호인단을 꾸려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어서 안 지사는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더욱 큰 위기에 직면할
6·13 지방선거가 이제 100일도 남지 않았다. 이에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에 도전하는 후보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경기도지사 후보군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 양기대 광명시장, 전해철(안산 상록갑) 의원과, 자유한국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 박종희 전 의원(수원갑 당협위원장), 김용남 전 의원(수원병 당협위원장) 등이다. 이 중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2일 성남시의회에 사임 통지서를 제출했다. 양기대 광명시장 역시 5일 광명시의회에 사임통지서를 제출했다. 정가에서는 이들이 오는 14일과 15일에 각각 퇴임식을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이 먼저 퇴임하는 이유는 공직선거법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엔 기초자치단체장이 다른 지역 단체장으로 출마하거나 광역자치단체장에 도전할 경우 선거 90일 전 사퇴해야 한다고 돼있다. 같은 당 전해철(안산 상록갑) 의원도 당내 경선에 뛰어들었다. 전의원은 어제(6일)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유한국당 박종희 전의원은 어제 출판기념회를 개최했고, 같은 당 김용남 전 의원은 5일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현직 남경필 지사는 현직이기 때문에 5월 24일 후보자등록 신청 기간까지 여유
북핵문제와 한반도 전쟁위기설로 많은 국가들이 참가는 물론 개최 여부에도 큰 우려를 자아냈던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더욱이 북한의 핵심인사들이 개회식과 폐회식을 참관했고 남북단일팀 구성으로 남북관계의 소통창구 역할 역시 이루어졌다. 북한의 참가의사 결정과정에 ‘평양올림픽’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켜 폄하하려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결국 그들의 의도가 무색해질만큼 국민적, 세계적 관심은 뜨거웠다. 이제는 오는 9일부터 시작되는 패럴림픽을 남기고 있다. 본래 하반신 마비를 뜻하는 ‘paraplegic’과 ‘올림픽’의 합성어였던 패럴림픽은 척추 상해자들을 위한 경기였다가 또 다른 장애인들도 합류하면서 그리스어 전치사로 ‘옆으로 나란히’를 뜻하는 ‘para’로 전의(轉意)되어 기존의 올림픽과 나란히 개최한다는 뜻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기원은 독일 태생 의과교수인 루드비히 구트만에 의해서 1939년에 2차 세계대전 중에 척추상해를 입은 영국 참전병들을 위한 운동회를 개최했던 것으로 유래됐다. 독일의 나치로부터 사람들을 탈출시키는데 기여하기도…
“다스는 누구 겁니까”가 항간의 유행어라 한다. 그 뒤에는 다음과 같은 말들이 숨어있다.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다스의 비자금조성, BBK 주가조작과 다스의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의 횡령과 뇌물수수 등 불법행위의 책임은 이 전 대통령에게 있다. 따라서 이 전 대통령은 구속되어야 한다 등.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특히 현 여당에서도 조사와 처벌을 원한다고 하므로 조만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그에 앞서 다스 관계자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조사를 받았거나 구속되었다. 현 정부 들어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국정원장 3명이 구속된 상태다. 국가안보실장 2명이 구속되었거나 조사 중이다. 국세청장도 구속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심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전전 대통령까지 구속이 된다면 그야말로 이전 정권들의 부패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 직전 대통령 두 명이 동시에 구속되어 재판을 받게 된다면 해외 토픽감이다. 따라서 검찰은 고민스러울 것 같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법률가 출신답게 검찰의 수사에 대한 개입은 없고, 법대로 집행된다고 강조해왔
빗소리 한장 /김금희 입을수록 벗어지네요 흠뻑 껴입을수록 알몸이 되네요 …… 비가 오길 바랐지요 입어도 무거운 알몸 들어도 어둡고 보아도 캄캄한 빗소리 한 장 몸에 걸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장대비가 내리면요 대지의 문신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안개와 비와 사랑이 문드러지는 빗방울 톡톡 터져 깔아지는 그 형체 없는 울타리에 온몸을 맡기는 광활한 초원 대책없는 한 그루 나무이고 싶습니다. - 김금희 시집 ‘시절을 털다’ / 푸른사상·2017 비는 세상을 비옥케 하는 일반적인 인자라는 상징과 세상을 심판하는 종교적 상징이 중첩되어 있다. 즉, 물과 함께 생명을 상징하는데 이것은 곧 ‘기다림’과 ‘도래(到來)’라는 이미지를 동반하고 있다. 따라서 김금희 시인의 ‘빗소리 한 장’은 비(雨)를 대(對)하는 인간의 불완전성과 갈증을 함께 드러내는 문학적 소재로서 우리에게 후두득 들리는 듯하다. 삶의 현장으로서 ‘대지에 문신이 드러나’고, 그 빗소리에 ‘사랑도 문드러지는’듯한 절대 고독에 ‘대책없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