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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

                                          /이인주



단추의 생명은 구멍이다

그 좁고 캄캄한 구멍 속으로

흘러들어간 환한 실오라기들이

얼마나 단단한 결속의 언약인지



구멍이 없는 것들은 모른다

소통이란 한 가닥 실오라기 같은 것,

입술에서 입술로 뚫린 이음줄이

오감을 울려내는 둥근 탄성을



몸이 열리는 맨 처음의 자리와

마음이 닫히는 맨 끝자리에



단추가 있고

원조 같은 구멍 속으로 흘러온 역사는

사실 단추의 역사인데

그 풀고 잠그는 행태가

능히 한 서사를 바꾸기도 한다


- 이인주 시집 ‘초충도’


 

구멍이 있는 것들은 허전하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그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말하고 보고 듣고 서로의 이음줄을 잇는다. 한 개의 단추처럼 나를 풀었다 잠근다. 이음줄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구멍이 수없이 많은 우리를 때로 옭아매는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한 가닥 실오라기 같은 그 소통이 오감을 울려내는 둥근 탄성을 지르게 한다. 그래도 보이지 않는 이면에는 언제나 어둠이 자리하고 있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불안이 서로에게 갈등을 낳고 갈등은 또 다른 구멍을 낳는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를 묶고 풀며 흐르고 그러한 단추의 역사 같은 행태가 능히 한 서사를 바꾸기도 하는 것인데, 내 빈 마음자리를 위한, 나의 뚫려있는 눈 코 입 귀, 그 구멍들이 자칫 가벼워짐을 조심해야겠다. /서정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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