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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문학]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혼조’ 인터뷰 분석

 

노벨평화상을 받는 것도 어렵지만, 과학 분야 노벨상이 훨씬 어려운 이유는 개인적 노력으로 달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28명의 수상자를 가진 일본이 부러운 이유는 노벨상이 기술혁신으로 이어져 국력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번 노벨생리의학상은 면역력이 과도해지지 않게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PD-1’이라는 분자 조절로 암을 치료하는 것에 관한 것인데, 자기 체내의 면역세포로 암을 물리치는 특허이다. 이 특허를 활용한 암의 면역치료약에 대한 예상돤 연매출은 45조원 정도이다.

‘해리포터’가 영국에 누적 30조원 정도를 안겨주었다는데, 이번 신약은 매년 수십조원을 일본으로 흐르게 할 것이다. 일부는 2차 투자를 한 미국의 벤처기업이 가져갈 것이다. 자기 신체의 면역력으로 암을 치료하면 방사선 치료나 약물치료의 부작용이 없다. 이런 엄청난 발견을 계속 연구하다가는 회사가 망할 것이니, 혼조 교수와 동업하지 말라고 충고한 집단이 있었으니 바로 일본 국내의 큰 제약회사들이다.

혼조 교수는 1차 동업자인 소규모 오노제약사와 함께 특허를 낸 후 일본에서 2차 투자자를 찾았으나 암 면역치료는 번번이 실패한 방법이어서 국내 제약사들은 포기하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미국의 어떤 벤처회사는 1시간 설명으로 투자를 결정했다. 최소 5년이 지나야 어떤 전망이 보이던 신약연구라서 투자는 쉬운 일이 아니다. 2차 투자자 없이는 지속적인 연구가 어렵다. 그래서 한국의 신약 연구자들은 그 성과를 외국 제약회사에 팔아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2차 도약을 위한 투자자의 장기적 안목은 결정적인 갈림길을 만든다.

혼조는 암 전문의가 아니라서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만일 주변에 암 전문의 친구들이 많았다면 면역치료를 방해하면서 다민족 괴짜 연구자들을 모으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우연히 발견한 분자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20년을 연마했다. 교토대학교의 재미와 개성을 중시하는 학풍과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큰 도움이 되었다. 결국 ▲투자자의 장기적인 안목 ▲재미·개성·다양성·실패를 존중하는 분위기 ▲더 근본적인 조건 등이 중요했는데, 세번째(더 근본적인 조건)에 대한 설명은 아래와 같다.

150년 전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은 엄청난 국가 재정을 투입해서 외국인 교사들을 고용하였고 과학 개념들을 익힌 일본학자들이 외국어를 모국어 개념으로 번역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목적은 여러 개념들을 더 편하게 받아들이고 더 깊이 생각하게 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여러 생각을 모국어로 표현 및 소통하는 것과 외국어로 표현하고 소통하는 것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드러날 것이다.

한국은 일본에서 번역한 학문용어를 수입하여 쓰고 있지만, 왠지 우리말과는 다른 이물감이 있다. 그로 인해 우리말로 철학하고 과학하려는 시도를 초등교육부터 계속해가야 한다. 영어를 익히는 노력은 뇌 가소성이 높은 15세 이전의 두뇌들이 기초적 과학개념을 골수까지 흡수하는 것을 방해한다. 외국어를 연마하는 두뇌는 그 시간만큼 과학적 원리를 시각적·감각적으로 가지고 노는 시간을 감소시킨다. 초등생들이 과학원리로 놀아야 하는데, 특정 개념을 영어로 익혀야 하는 이중고가 있다면 재밌게 과학원리로 놀기 어렵다. 그래서 초등생들도 이해하도록 외국어 전문용어를 쉬운 모국어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제 인공지능에게 새로운 신약을 상상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시대이다. AI는 신약 후보물질이 될 분자식을 추천한다. 세상 모든 빅데이터를 정리해서 보여주는 AI를 연구원으로 두게 할 미래의 연구자들은 개념들을 깊이 이해하면서도 무한 상상력으로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모국어로 잘 번역된 개념어들이 중요해지며, 실패도 자산이라고 여기는 학풍과 유행, 금기를 벗어나 개성과 재미를 맘껏 추구하도록 허용하는 학교가 필요하다. 2018 노벨생리의학상은 앞에서 소개한 3가지가 필수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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