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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흔드는 스타 파워…희미해지는 예술·연예 경계

작품 감상·수집에 창작·전시까지…"미술 존중하고 선순환 이뤄야"

 

현재 한국 미술계에 영향력 있는 인사를 뽑으면 방탄소년단(BTS) RM이 상위권에 들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가 본 전시, 산 작품 하나하나가 화제다.

 

연예인 출신 화가들의 활동도 늘고 있다. 직접 전시를 주최하는 연예기획사도 등장했다.

 

미술과 대중문화 사이 벽이 낮아지고, 연예계가 미술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 RM의 '선한 영향력'에 환호하는 미술계

 

RM은 최근에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이승조 회고전, 가나아트센터 시오타 치하루 개인전, 국제갤러리 에이스트릭트 전시 등을 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렸다.

 

미술을 사랑하는 스타들의 행보는 팬들의 관심으로 연결된다. RM이 다녀간 전시에는 BTS 팬들의 방문이 이어진다.

 

거대한 파도를 실감 나게 구현한 멀티미디어 작품으로 입소문을 타던 에이스트릭트 전시는 RM이 찾은 이후 입장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할 정도로 붐볐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주말 기준 하루 관람객이 450∼500명 정도였는데 RM 방문 이후에는 평일에도 하루 제한 인원 600명이 금방 찼다"고 전했다.

 

RM은 지난 12일 자신의 생일을 기념해 국립현대미술관에 1억원을 기부했다. 후원금은 청소년 등을 위한 미술 서적 보급에 쓰인다.

 

미술계는 팬을 몰고 올 뿐만 아니라 선행까지 펼치는 RM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한국 미술을 알리고 침체된 미술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는 '선한 영향력'이 널리 퍼지길 기대해서다.

 

한국미술을 진지하게 배우고 상당한 안목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RM은 작품을 수집하는 컬렉터이기도 하다.

 

앞서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과 탑도 미술에 많은 관심을 두고 미술품을 모아왔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미국 유명 미술 전문지 아트뉴스가 선정한 '주목할만한 컬렉터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 감상·수집 넘어 작가로 나선 스타들

 

작가 활동을 하는 스타들도 있다. 연예인으로 얻은 지명도 덕분에 이들의 그림도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그림 대작(代作) 사건' 이후 5년 만에 활동을 재개한 가수 조영남은 서울 두 곳과 아산 갤러리에서 동시에 전시회를 열고 있다.

 

무죄 판결과 관계없이 그의 활동을 놓고 논란이 있지만, 최근 전시에서 조수 도움을 받은 화투 그림 등 수십점이 5억원어치 이상 팔린 것으로 전해진다.

 

가수 솔비도 권지안이라는 본명으로 작가 활동 중이다. 최근 서울옥션 온라인 경매에서 그의 작품은 경합 끝에 추정가 350만원을 크게 웃도는 920만원에 낙찰됐다. 솔비는 29일부터는 시흥 복합문화공간 빌라빌라콜라에서 개인전을 연다.

 

솔비는 올해 초 장흥 가나 아뜰리에 입주작가로 선정됐다. 대형 화랑 가나아트가 지원하는 작가 창작공간인 가나 아뜰리에에서는 현재 오수환, 박영남, 권순철, 문형태 등 쟁쟁한 작가 38명이 작업 중이다.

 

가나 아뜰리에를 운영하는 프린트베이커리 남궁준호 팀장은 솔비의 활동에 대해 "미술의 문턱을 좀 더 낮출 필요가 있으며,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작가들이 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미술이 대중화하고 저변을 넓히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전시사업 진출한 연예기획사…"미술 존중하고 이해해야"

 

배우 전지현 소속사 문화창고는 매니지먼트와 드라마 제작에 이어 전시 분야에 뛰어들었다. 2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막한 디지털아트 그룹 팀랩의 전시는 개막 전부터 스타들의 '인증샷'이 SNS에 올라오면서 홍보 효과를 누렸다.

 

배지운 문화창고 이사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고자 노력해왔고 자연스럽게 전시로 귀결됐다"라며 "하나의 양질 콘텐츠로서 대중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엔터테인먼트기업에서 준비했기 때문에 요란하지만 전시는 별로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라며 "스타마케팅으로 과대포장하기보다는 부끄럽지 않은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

 

BTS도 미술과 협업한 대형 프로젝트를 올해 초 선보였다. 세계적인 작가들이 참여한 글로벌 현대미술 전시 '커넥트, BTS'가 세계 5개 도시에서 열렸다.

 

대중문화와 순수예술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가운데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영역은 갈수록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중문화계의 진입은 미술계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올 변수로도 꼽힌다. 미술계에서는 연예계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과 대중문화의 힘에 기대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미술은 열린 세계이며 진입장벽이 없어야 한다"라며 "진심으로 미술을 좋아하는 스타들의 선한 영향력은 긍정적이고 전시 사업도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미술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라며 "미술을 희화화하거나 비즈니스로 접근하지 않고 책임감 있는 행보로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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