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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뺏긴 경기도체육인들의 눈물

[민선체육시대, 긴급 현안점검] ③
경기도 체육인 기금 36억 들어간 경기도체육회관
경기도 체육인 "배신감 들어"

 

경기도체육인의 보금자리는 이제 없다.

 

지난 1일 경기도 체육인들이 만들고 사용하던 집인 경기도체육회관의 운영이 경기도체육회에서 경기도주택도시공사(GH)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경기도체육회와 체결했던 위수탁 협약을 해지한다는 공문을 다음날인 2일 도체육회에 발송했다.

 

지난달 경기도의회는 ‘경기도체육회관 운영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 등에 따라 경기도체육회관과 사격테마파크, 유도회관, 검도회관 등 4개의 시설을 경기도주택도시공사(GH)로 이관했다.

 

경기도 체육인들의 피와 땀이 들어간 체육회관이지만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사용함에 있어 임대료 등을 내야 할 처지다.

 

◇ 경기도 체육인들의 피와 땀이 들어간 경기도체육회관

 

 

1981년 7월 경기도체육회는 인천시체육회에서 분리돼 독립된 체육회가 됐으나, 열악한 환경에 놓였다.

 

당시 도체육회의 사무실은 상공회의소 3층에 위치해있었고, 가맹경기단체는 사무실조차 없어 회장들이 운영하는 식당의 한편이나 다방의 한편에 캐비닛을 두고 업무를 수행했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체육인들은 체육의 발전과 부흥을 위해 힘썼다.

 

1986년 제67회 전국체전에서 경기도체육회는 각고의 노력 끝에 우승을 이뤘고,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임사빈 지사에게 경기도체육회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며 체육회관 설립을 건의했다.

 

경기도체육회는 “전국체전 우승이라는 겉만 화려한 결과가 있으면 뭐 하나. 종목단체들은 상황이 좋지 않다”며 체육회관 건립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임사빈 경기도지사는 체육회관 건립에 대해 건설비 일부를 체육인들이 부담한다면 체육회관 설립에 명분이 있다며 요청했다.

 

이에 경기도체육회에서는 86년도 11월 말 전무이사회의를 개최, 87년부터 전국체전이 예정된 89년까지 배지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기금을 만드는데 합의했다.

 

가맹경기단체의 회장들은 선수단, 학부형, 지인 등을 상대로 배지를 판매함과 동시에 기부를 통해 36억 원을 모았고, 이를 임 지사에게 전달했다.

 

체육인들의 성원에 놀란 임사빈 지사는 도 예산 24억 원을 더해 설립에 들어갔고, 1992년 체육인들은 바라던 보금자리를 가지게 됐다.

 

◇ 집 뺏긴 경기도체육인들의 눈물

 

 

경기도체육회관을 비롯한 체육시설 운영이 이관된 것에 대해 경기도체육인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기도체육인은 “우리가 기금을 모았고, 금액도 우리가 52%나 부담했다. 우리의 보금자리라 약속받은 경기도체육회관인데 이제 와서 임대료 등을 내라고 하니 솔직히 배신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경기도체육회는 도체육인들과 인재 육성을 담당해야 한다. 따라서 체육회가 체육 발전을 위해서는 체육시설이용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규 경기도배구협회장은 “체육인들이 모금해서 만들어진 체육회관이다. 그동안 체육인이 사용해왔는데 갑자기 민선 회장 체제가 들어오면서 운영비를 내라고 한다”면서 “경기주택도시공사로 넘어간다고 하니 대단히 실망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체육인들의 건물을 체육회에서 운영해야지. 도시공사로 넘어간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목소리 높였다.

 

김호규 사무처장협의회 회장은 “다른 건 다 필요 없다. 체육회관 건물 자체를 체육인들에게 넘겨달라고 하는 것이다”면서 “10층 강당에서 행사를 개최해도 임대료를 내라고 한다. 사무실 임대료도 부담하라고 한다. 우리가 36억을 주고 지은 회관인데 체육인들에게 사용료를 내라고 하면 말이 되냐”며 역정을 냈다.

 

또한 김 회장은 “2년 동안 배지를 팔아 가며 우리가 세워놓은 것이다”며 “문화체육관광위원장과 부위원장, 경기도체육과장과 사무실 임대료 및 10층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고 협의했다. 임대료를 예산으로 편성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고 말했다.

 

김호규 사무처장협의회장은 마지막으로 “체육회관은 우리의 것”이란 말도 남겼다.

 

기자가 만나본 체육인들은 하나같이 집을 빼앗겼다는 것에 분노하고 슬퍼했다. 체육인들의 피와 땀, 노력이 들어간 경기도체육회관은 누구의 보금자리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김도균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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