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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진의 소통풍경탐구] 역사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역사란 무엇인가.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 Carr)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언명하였다. 그저 시간이 흘러 역사가 되는 것이 아니고, 사건이나 인물이 현재와 미래 관점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최근 독도 인근에서 일본과의 해상 훈련이 여론의 관심되면서 이 훈련이 ‘한반도에 욱일기 휘날릴 우려’라는 행태로 비판을 받자 한 정치인이 일본은 조선과 전쟁을 한 적이 없고 조선은 내부에서 썩어서 무너졌다고 발언하여 논란이 되었다. 식민사관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조선이 무능하고 부패하여 내부적으로 붕괴된 것이며, 일본과의 전쟁을 통해 패망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조선의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일본의 식민사관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조선이 내부적으로 무너지는 상황이라면 힘에 의한 일본의 한반도 침탈은 정당화되는 것인가. 이 같은 식민사관적 발언에서 역사의식의 부재(不在)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일제의 강점으로 국권을 잃은 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핍박받고 피눈물을 흘렸는가. 상해로 하얼빈으로 또 만주벌판으로 조국의 독립을 위해 떠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애국지사들은 또 얼마나 많았는가.

 

얼마 전 일제가 90년 전에 끊어놓았던 서울의 종묘와 창경궁을 잇는 사잇길을 12년 공사 끝에 다시 복원했다고 한다. 창경궁, 창덕궁과 함께 하나의 숲으로 이어진 공간이었지만, 일제가 광화문에서 창덕궁 돈화문을 지나 서울대병원으로 연결하는 종묘관통도로(율곡로)를 내면서 그동안 쪼개진 공간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종묘와 창경궁의 연결을 차단한 배경에는 풍수적 견해를 참고할 수 있겠다. 창경궁에서 종묘로 흘러가는 북한산의 주맥을 차단하려는 일제의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종묘는 조선조 역사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장소이고 공간이기 때문이다. 건축학적으로도 전통 건축의 의미가 깊은 곳이다.

 

일제가 냈던 이 도로는 지하로 만들면서 90년간 끊어졌던 하나의 공간을 연결한 것은 단순한 이어짐을 넘어서 역사복원의 의미가 있겠다. 우리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 장소와 공간을 그저 시간의 과거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역사를 망각한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한다. 역사적 공간과 장소, 건축은 우리가 과거와 대화하는 미디어이다. ‘끊어진 것’을 다시 ‘연결’하고 역사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식민사관적 발언을 접하면서 끊어짐에서 연결을 회복한 종묘와 창경궁 연결 사잇길을 걸으면서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나누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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