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이맘때쯤이면 해마다 언론 미디어에서는 올해의 사건 사고 등을 간추려 한해를 정리하는 기사가 나온다. 그중에는 올해의 단어, 신조어, 사자성어(四字成語)를 통해 한해를 되돌아 본다. 직장과 사회, 국제 관계에서 지난 한해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해를 반추하는 MZ세대들의 말을 한번 살펴보자.
중꺽마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을 세 글자로 줄여서 말한 것이다. 중꺽마, 무슨 말인지 처음에는 알쏭달쏭 감이 오지 않았다. 그 뜻을 알고 나니 아하 느끼는 순간, ‘올해의 단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말줄임 언어생활이 보편화되었다. 소셜미디어 사용이 확산하고 대중화하면서 짧게 줄여서 말하는 언어 습관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결과다.
우리 대한민국팀은 카타르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태극전사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좋은 경기를 축구 팬들과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2골만 잃어도 사기가 꺽일 만하고, 전반전에서는 무려 네 골을 내준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포기하고 소극적일 수 있는데, 우리 선수들은 그러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니까.
졌잘싸
“졌지만 정말로 잘 싸웠다”는 말이다. 이기고 지는 스포츠 경기에서 우리 팀이 이기기를 응원한다. 그런데 결과는 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경기에 임하는 태도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겨야 한다는 결과 성과주의의 강박관념에서 내용과 과정을 중시하는 요즘 세대들의 가치관 이동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팬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은 최선을 다하는 스포츠맨십이 그러한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정말로 ‘졌잘싸’였다.
알빠임
“내가 알 바 아니다”라는 말을 역시 줄였다. 월드컵에서 통산 다섯 번의 우승을 한 브라질팀이 최강팀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들과 축구 팬들에게 그건 ‘알빠임’이었다.
이른바 스펙 전쟁의 시대이다. 취업전선에서 지원자들이 갖추어야 하는 기본적 조건들이 점점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학점, 외국어 특히 영어, 국내외 인턴·봉사 경력, 비교과 활동 등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스펙 준비의 부담이 상당한 편이다. 취업은 어려워지고 국내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사정에 처해있는 ‘N포세대’들의 알빠임 태도는 긍정적이다. 상황이 얼마나 어렵든, 상대가 얼마나 강하든 ‘나는 그가 얼마나 강하든 상황이 악조건이든 신경 쓰지 않는다, 최선을 다한다’는 태도는 응원할만하다.
언어는 한 개인과 집단의 정신과 가치관을 드러낸다. 언론 언어에서 줄임말을 쓰고 장려할 일은 아니다. 중꺽마, 알빠임, 졌잘싸. 한해를 보내면서 꿈을 포기하지 않는 중꺽마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