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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대의 미디어산책] 민중의시대는 가고 시민의 시대다


요즘 MZ세대들은 극장에서 애국가 나오면 일어서고 대한뉴스와 문화영화를 봐야 본영화를 볼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모를 거다. 1994년까지 그랬다. 주권자로서의 국민보다 국민의 계몽과 동원이 중요시되던 국가권위주의 시대의 문화현상이다. 사회발전과 민주주의 성숙에 따라 슬그머니 사라졌다.

 

국민, 시민, 대중, 백성, 민중 등은 비슷한 듯 다르다. 역사 속에서 창조되고 의미가 부여된 언어라 그 단어가 힘 받던 시대의 정신을 이해해야 정확한 의미전달이 가능하다. 5,60년대 미국사회학은 대중(mass)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매스미디어 발전으로 등장한 익명적 대중이 갖는 사회적 의미와 특성을 연구하고 대중문화를 다양한 각도로 비추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70-90년대에 가장 역동적인 단어가 민중이었다. 민중은 노동자, 농민, 소상공인, 도시빈민 그리고 일부 지식인 등 피지배계층의 연합이다. 유신에 대한 저항과 산업사회의 경제적 차별에 대한 개선이 요구되면서 민중이 저항과 변혁의 주체로 떠올랐다. 지식인과 민중의 결합이 한국현대사 변혁의 큰 흐름이던 시절이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체제 붕괴 이후 민중이란 말이 갖는 지배력이 점차 상실되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시민의 개념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시민은 사회공동체의 주권자이자 동시에 권리와 의무를 행하는 구성원으로서 공동체의 긍정적 가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이성적 사람이다. 한국현대사에서 시민은 18세기 서구와는 달리 민주주의 가치를 구현하고자 올바른 사고를 하는 국민이라 포괄적으로 정의된다.

 

2000년대 들어 산업사회가 정보사회로 진행되고 사회의 중추세력으로 화이트칼라가 양산되어 중산층이 두터워지며 민중의 역할과 의미가 줄어들었다. 1989년 설립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시대적 요구에 맞는 시민의 각성자 역할을 수행했다. 금융실명제, 고위공무원재산등록, 토지공개념, 지방자치제 등은 경실련이 지속적으로 제안하여 실현된 굵직한 국가정책이다. 시민운동은 시민이 주체가 되어 합법적 공간에서 사회변화와 공공선을 추구하는 의식적 집단활동이다. 환경연합과 참여연대도 역할을 했다. 지금은 교육에 의해 증가된 이성적 시민과 경제적 여유로 두터워진 중산층이 사회의 기본토대를 이루고 있다. 지향점과 가치가 사회 변혁을 통해 대안을 만들어야 했던 70-80년대와 다른 것은 당연하다. 민노총 노동자 중 대기업 노동자는 이미 경제적 중산층에 들어와 있다. 내 이익을 위한 쟁의가 사회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시민, 중산층의 손실로 이어진다면 공공선은 어디에 설정해야 할까. 집단의 이익과 사회공동체의 이익이 상충될 때 판단의 기준 문제다. 금융노조와 대기업노조 등은 이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폐일언하여 민중의 시대는 가고 지금은 시민의 시대다. 지금의 모순은 제도보다는 운용하는 사람들의 이기심과 낙후된 의식에서 비롯된다. 투쟁에 의한 변혁으로 해결하기에는 사회가 다원화되고 경제적으로 성장했다. 공동체를 위한 시민의식의 발로가 해결의 시발점이다. 정치권도마찬가지다. 민중의 시대에 변혁의 주체로, 기득권자로, 방관자로 어떠한 삶을 살아왔던 이젠 시민의 시대에 걸맞게 각자 과거에 형성된 자신의 가치체계를 점검하고 손보자. 집단의 이익이 전체 공동체에, 지금의 이익이 미래에도 이익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 시대가 바뀌면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시대가 바뀌면서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서 시대가 바뀌는 게 삶의 변증법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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