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분기 아파트 분양시장이 지역별로 극심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분양 물량은 지방에 집중된 반면, 청약 수요는 수도권으로 쏠리면서 수요·공급의 불일치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14일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가 부동산 청약홈 정보를 재가공해 2024년부터 2025년 1분기 전국 아파트 분양 단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전국 분양 아파트 308개 단지 가운데 165개 단지(53.6%)가 지방에 집중됐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은 143개 단지로, 전체의 46.4%를 차지했다.
그러나 분양 단지 수가 많다고 시장 성적도 좋은 것은 아니었다. 지방은 분양물량이 많았지만 청약 결과는 저조했고, 미분양 적체도 심각한 수준이다. 2025년 2월 기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9179가구로 전국 미분양 물량(2만3722가구)의 81%에 달했다.
반면 수도권은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높은 청약 열기를 이어가며 분양시장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도권 평균 청약 경쟁률은 71.4대 1로, 지방 평균(7대 1)을 10배 이상 웃돌았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지속되는 고금리와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인 수도권 아파트에 집중하고 있다”며 “지역 간 수급 불균형이 분양시장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청약 수요는 서울에 집중됐다. 전국 청약경쟁률 상위 20개 단지 중 15개가 서울에 위치한 단지였으며, 경기도는 88건으로 수도권 내 가장 많은 분양 건수를 기록했다. 서울(33건), 인천(22건)이 뒤를 이었다.
대구, 울산, 부산, 광주 광역시는 5대 광역시 평균 청약경쟁률에도 못미치는 수치를 기록하였다. 최고 청약 평균 경쟁률 역시 지방 중소도시에 비해 낮았다. 지방 중소도시(전북특별자치도, 충청북도)와 지방 광역시(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에서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인 분양 단지들을 살펴보았을 때 중소도시의 경우 77~191.2의 경쟁률을 보인 반면, 광역시의 경우 13.9~16.7 경쟁률을 보였다.
남 연구원은 "미분양 물량이 상대적으로 광역시에 집중 되어있어 신규 분양물량이 시장에 공급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향후 각종 외생변수(미국 고물가 장기화 우려, 정치 변수) 등 불확실한 시장 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똘똘한 한 채’를 선택하고자 하는 수요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수도권 분양시장으로 수요쏠림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수도권에서는 ‘공급 절벽’ 우려가 제기된다. 건설사들의 자금난과 경기 불확실성으로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미루고 있어 올해 들어 수도권 아파트 분양물량이 크게 감소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분양 증감률을 살펴보면 인천광역시(-94.8%), 서울특별시(-74.5%), 경기도(-57.3%)로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남 연구원은 “건설사들이 불확실한 시장 환경과 금융 리스크를 고려해 분양 일정을 미루고 있다”며 “분양 성수기인 봄철에도 아파트 공급은 크게 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