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들이 전통적인 금융업무를 넘어 음식 배달·통신·대학생 플랫폼 등 비금융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통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데이터 기반의 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신한은행의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 '땡겨요'를 부수업무로 정식 승인했다. 이에 지난 2022년 1월 출시 이후 혁신금융서비스로 운영돼 온 땡겨요는 앞으로 기한 없이 본격적인 사업으로 전환된다.
땡겨요는 2% 수준의 낮은 중개수수료, 광고비 면제, 빠른 정산 시스템 등을 앞세워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회원 수는 492만 명, 가맹점 수는 22만 개를 넘어섰으며, 경기도를 포함한 9개 광역지자체, 25개 기초자치단체와도 공공배달앱 협약을 체결했다.
‘부수업무’란 예금·대출 같은 은행의 고유 업무 이외에,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수행하는 부가적인 사업을 말한다. 특정 은행이 부수업무 승인을 받으면, 다른 은행들도 별도 심사 없이 유사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은행권의 비금융 부수업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03년, 은행 최초로 알뜰폰 서비스 ‘리브모바일’을 부수업무로 승인받았다. 이후 우리은행도 ‘우리WON모바일’을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고, 신한은행은 대학생 학사관리 플랫폼 ‘헤이영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부수업무들은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초기 플랫폼 구축과 마케팅 비용, 기존 대형사업자와의 경쟁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비금융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금리 하락과 금융 규제 강화 등으로 기존 이자수익 기반 모델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객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가 비이자이익을 창출하고, 데이터 기반 금융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특히 음식 주문, 통신요금 납부 등 비금융 활동에서 발생하는 소비 패턴·행태 데이터는 향후 신용평가 모델을 고도화하고, 금융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Thin Filer)’에 대한 평가를 보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부수 업무는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고객 접점을 늘리고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이라며 “비금융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교한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은행 본업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