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30대 이주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첫 출근날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긴 그는 작업 종료 후 지하 1층에서 동료들에게 발견됐다. 당시 체온은 40도를 넘었고, 현장에는 폭염경보가 발효 중이었다. 이 노동자의 죽음은 ‘예견된 비극’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단체 ‘환경정의’는 9일 성명을 통해 “온열질환은 예방 가능한 산업재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에서는 폭염에 대한 대비가 미비하다”며 정부의 소극적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환경정의는 “현행 산업안전보건 규정이 대부분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고, 고용노동부의 행정도 미흡하다”며 “폭염 속 노동자의 생명을 더 이상 저울에 올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환경정의는 이주노동자와 하청노동자 등 취약계층이 열악한 환경 속에 놓여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는 이들에 대한 보호 체계를 강화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의 폭염 대응 정책 강화 및 적극 행정 추진 ▲규제개혁위원회의 산업안전 규제 완화 철회 ▲이주·하청 노동자 보호 및 사고 책임자 규명 ▲사업주의 의무 이행 여부 철저 조사 및 책임 추궁 등 총 4가지 조치를 정부에 촉구했다.
이 노동자의 사망과 관련된 규제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최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준비했지만, 규제개혁위원회는 ‘기업 부담’을 이유로 통과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환경정의는 “규개위가 타협한 것은 기업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여름철 폭염이 상시화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야외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강제력 있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현장 관리 미흡을 넘어, 제도적 공백이 낳은 비극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