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와 고려대가 조국 전 장관의 딸에 대해 의학전문대학원과 학부 입학을 전격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들 대학은 의전원 전 과정을 마치고 졸업과 함께 의사자격시험에도 합격한 제자에 대해 입학 취소라는 초유의 퇴출 조처를 잇따라 감행한 것이다. 부산대와 고려대는 과거 “표창장이 입학 요건에 필수적인 문건은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어 상충되는 이번 결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우선 학교가 나름의 삶을 가꿔온 제자의 인생 설계를 이토록 망가뜨려도 되는지를 묻고 싶다. 최대 12년 세월이 흐른 지금 와서 해당 대학들의 이런 태도를 이해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애초 입학이 안 되었더라면 선택했을 제2의 길조차 소급해서 가로막음으로써 끼친 손실도 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엄혹한 유신독재이었던 때 은사이셨던 학장의 일화가 기억에 새롭다..
2016년, 대장내시경을 받기 위해 수면유도제를 맞고 잠든 여성 환자 3명을 유사 강간한 의사 양 모 씨가 있었다. 의사라는 직위를 이용해 저항이 불가능한 환자를 능욕한 파렴치범이었다. 3년 6월의 징역형, 하지만 그의 의사면허는 자격정지 1개월 후 건재했다. 마왕 신해철을 의료과실로 숨지게 한 의사는 수차례의 동종 사망사고 때문에 두 번이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의사면허를 박탈당하지 않고 의료행위를 계속하다 또 다른 사망사고 때문에 지금도 재판 중이다. 이처럼 대한민국 의사면허는 누구도 손댈 수 없는 불사의 자격증이다. 대한민국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한 채 세계 제일의 막강 파워를 누린다면, 대한민국 의사는 가장 생명력이 질긴 절대 면허를 쥔 셈이다. 그런데 이런 의사면허가 학창 시절 표창장 하나에 날아갔다. 부산대의전원 입..
언론이 참 태평해 보였다. 프로야구 기사를 읽으면서 와닿은 느낌이다. 특히, 신문이 그렇다. 2022프로야구가 지난 4월 2일 토요일 오후 2시 잠실야구장을 비롯해 전국 5개 야구장에서 성대하게 개막됐다. 최근 일부 선수들의 일탈행동으로 팬들의 외면을 받아온 프로야구였다. 하지만 금년은 팬들의 관심을 끌 흥행 요소가 넘쳐난다. 무엇보다 ‘경기의 품질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SSG 김광현과 기아 양현종이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왔다. 류현진의 LA다저스 시절 동료로 야구팬들 사이에 친숙한 야시엘 푸이그가 키움에서 활약한다. 제2의 이종범이라는 찬사를 받는 신인도 있다. 김도영이다. 그는 4할이 넘는 타격으로 시범경기 수위 타자를 차지했다. 그에 필적할만한 다른 신인들이 1군엔트리에 많이 포함됐다. 지난 두 시즌은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로 치뤄졌거나 소수의 관중만 입장이 허용됐다. 음식물 섭취는 물론 응원도 불가능 했다. 이젠 함성을 지르는 응원을 뺀 모든 제약이 다 사라졌다. 야구장은 일상회복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다. 프로야구 출범 4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하다. 시즌 시작 직전엔 야구인 출신 허구연씨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에 취임 했다. 취임 일성으로 선수들에게 ‘경기의 품질 양상’과 ‘공인으로서 도덕적 재무장’을 강조했다. ‘팬 퍼서트’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인기 회복의 지름길을 제시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을 꿰뚫었다. 야구를 언론으로만 바꾸면 언론위기 타개책으로도 흠이 없어 보인다. 개막전을 전하는 언론보도는 어땠을까? 경기 1시간 전 연합뉴스가 <삼성 어쩌나…구자욱·오재일·백정현·장필준 집단 공백>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 내용에 NC 양의지, SSG 최주환, 키움 박동원 등 핵심 선수들이 엔트리에 빠졌다고 했다.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된다고만 전했다. 팬들은 ‘의심된다’는 소극적인 기사를 언론에 기대하지 않는다. 경기시작 직전에 알린 구단의 문제를 지적하고, 확진자는 언제쯤 출전 가능하지를 취재해 보도해 줘야 한다. 하루 확진자가 30만을 오르내리는 데, 확진 사실을 감추는 게 바람직한지도 따져야 한다. 토요일 개막 경기는 이틀이 지난 월요일자 신문 스포츠면 머릿기사를 장식했다.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일보는 카타르 월드컵 조편성 기사보다 더 비중있게 다뤘다. 경향신문만 비중을 낮췄지만 별반 차이가 없었다. 3년만에 돌아온 야구장의 치맥 사진은 이틀이 지났어도 지면 신문을 장식할 수 있다.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 독자들에게 청량감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경기내용을 전하는 기사는 신문이 아닌 구문다. 적어도 월요일자에 어느 한 신문이라도 코로나19 감염으로 주전 선수들이 대거 이탈한 기사가 나왔어야 했다. 맥락을 짚어주는 분석기사라야 독자가 찾는다. 신문 읽기 사이에 생각하는 자리가 있으려면 더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창궐로 피해를 당해 힘들어하고 있다. 이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소상공인·자영업자 재난지원금 확대와 손실보상 기준 강화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인수위는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 확대, 채무 재조정, 세액공제 등 지원방안 구체화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통을 받고 있는 업종이 어디 이들뿐이랴. 농촌도 마찬가지다. 농업부문에 종사하는 이들은 더욱 악화된 인력부족 현상에 울상을 짓고 있다. 사실 농촌의 인력부족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마다 감소하는 농촌인구, 초고령화된 농촌은 인력이 부족했다. 이런 고민을 크게 해소해 준 것은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그들이 정식 노동자건 불법체류자건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거든 것은 사실이었다. 따라서 정부에서도 대체로 묵인해주는 분위기..
목련이 바람을 끌어와 제 목을 치고 있다 골목마다 절명시가 낭자하다 봄날이 목숨 같다
엄마, 당신이 낳은 딸을 보세요. 낳고 기른 딸이, 이제는 또 다른 딸의 엄마가 되어서 걸어가요. 낮게 걸린 비구름 사이로, 건듯 내딛는 걸음걸이가 바람 같아요. 바람은 멈추지 않아요. 멈춤과 바람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라서, 끝끝내 멈춤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요. 엄마, 당신이 낳은 딸이 그래요. 이제는 또 다른 딸의 엄마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당신의 딸이기를 포기한 적은 없어요. 의사의 입에서 사망선고가 떨어지던 그 날도 그랬어요. 모두가 절망으로 머리를 조아릴 때, 당신이 낳은 딸은 바람처럼 나부끼며 온몸을 펄럭거렸어요. - 울 엄마 아직 안 죽었어요. 엄마, 당신이 기른 딸을 보세요. 낳고 길러 공부시킨 딸이, 이제는 또 다른 딸의 엄마가 되어서 새벽을 열어요. 새벽이면 어둠은 썰물처럼 무너져요. 무너지는 어둠을 딛고 현관문을 나서는 뒷모습이 밀물 같아..
집 근처 사거리에 보름 가까이 걸려있던 현수막, 대선 당선사례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온다. ‘하나 되는 대한민국 만들겠습니다’. 정말 마음에 와닿는다. 그런데 참말일까, 가능은 할까, 얼마나 노력을 할까,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지만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어 본다. 부동산 정책, 지속적 성장, 사회 양극화 해소, 소통 문제 등 사실 여야 보수 진보가 많은 분야에서 차별화를 시도하지만 대안책에 있어서 그렇게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북에 대한 인식, 관점에서 본질적 차이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가장 좋은 방책은 대북정책이라 확신한다.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고 핵미사일 문제 등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바로 진단한다면 새 정부에서 기대치 않는 커다란 성..
“거긴 가지 말아요! 그 나쁜 놈들은 빵을 만드는데 악마가 발명한 수증기를 사용한단 말이오. 하지만 나는 하느님의 숨결인 북풍과 동풍을 이용해 일을 하고 있소.”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의 『풍차방앗간의 편지(Les Lettres de mon moulin)』다. 어두운 파리와 빛나는 프로방스를 대비시킨 이 단편은 도데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이 소설의 무대는 프랑스 남쪽 끝 퐁비에이유(Fontvieille).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의 무대인 아를(Arles)과 길쌈의 마을 파라도(Paradou) 사이에 있다. 옛날에 이곳엔 풍차방앗간이 많았다. 프로방스 사람들이 밀방아를 찧어가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날 파리에서 온 사람들이 기계방앗간을 세우면서 풍차방앗간은 문을 닫았다. 하지만 웬일인가. 언덕 위의 코르니유(Corni..
6·1 지방선거에서 여야가 후보 등록을 마치면서 당내 공천과 여야 대결이 본격 점화됐다. 집권에 성공한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열세를 보인 경기도의 경우 대선 주자였던 유승민 전의원과 윤석열 당선인 대변인이었던 김은혜 의원을 비롯해 심재철 함진규 전의원 등 내로라는 하는 중량급 인사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 홍준표 의원은 대구시장에 나섰다. 이에 맞서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광역단체장 3곳을 포함해 압승을 거둔 민주당은 서울시장에 송영길 전 대표가 나서는 문제로 논란을 빚으며 지방정부 수성에 부심하고 있다. 경기도는 김동연 새로운 물결 대표를 포함해 다선의 안민석 조정식 의원, 염태영 전 수원시장 등 역시 비중 있는 인사들이 불꽃 공천 싸움에 들어갔다. 이번 지방선거는 새 정부 출범 후 20여 일 만에 치..
조선 중기에 천재 딸 셋이 태어났다. 그들의 삶은 하나같이 비운(悲運)의 시간이었다. 황진이 허난설헌 이숙원이 그들이다. 여염집 처자가 예술적 재능을 타고난 것은 대개 불행의 원인이었다. 치명적인 저주가 되기도 했다. 몽매하고 흉악한 시대였다. 황진이는 시서화무(詩書畵舞)의 탁월한 종합예술가로 당대를 풍미했다. 기생이었기에 가능했다. 성리학이란 게 이 얼마나 난폭한 세계관인가. 난설헌과 진이에 비하여 덜 알려진 숙원은 이들 못지않은 천재였다. 왕실 후손으로 출세길을 마다하고 시골 군수를 지냈던 이봉(李逢)의 서녀였다. 멸문폐족의 한 처자와 화합하여 얻은 이 특별한 딸은 아비의 문재를 내려받아 총기 넘치고 영민하였다. 어린 나이에 자신의 호를 옥봉(玉峰)이라 지었다. 이봉은 '옥돌이 아름답게 솟아오른 봉오리'에 크게 감탄했다. 그날부터 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