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2박 3일 일정으로 고향 여수 어머니 집을 다녀왔다. 고향을 떠나고 42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은 추석 귀성길이었지만, 이번만큼 대화 소재가 많은 해도 없었다. 그중에서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여야 간 경쟁과 당내 후보 경선이 불을 뿜고 있어, 선거가 지대한 관심사였다. 종이신문 열독자이면서 울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생이 나에게 물었다. 언론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느냐고. 선거여론조사와 이를 보도하는 언론이 미덥지 않다고 한마디 했다. 호남지역의 최대 관심사는 연휴 직후에 있을 민주당 호남 경선이었다. 무등일보는 연휴 직전인 17일(금), 민주당 대선후보 광주·전남 지지율을 보도해 큰 관심을 받았다. ‘리얼미터’에 의뢰해 12일부터 14일까지 ARS 방식으로 시행한 조사에서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오차범위를 넘어..
사회적금융(Social Finance)은 ‘사회적 가치 실현’을 ‘경제적 이익’보다 우선시하는 금융을 말하며, 사회적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사회적 경제기업에 투자·융자·보증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우수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책임투자(SRI, Social Responsible Investment)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회문제 해결 및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목표로 정부와 공공 영역에서 주도하고 있다. 사회적금융은 사회적기업의 창업, 인큐베이팅, 사업화 등의 경영활동에서 사회문제에 대해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방안 제시와 기업 자본의 선순환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사회투자 방법으로서 그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경제 확대로 인한 새로운 금융시스템의 필요성에 의해 대두된 사회적금융은 경제적·사회..
요즘 사는 재미 중의 하나가 대선 토론회다. 그런데 지지하는 당과 상관없이 여당보다 야당 방송을 더 재미있어하는 나를 본다. 홍준표 씨와 하태경 씨 때문이다. 두 사람의 정치철학과 정책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연예인 같은 매력이 있어서도 아닌데 왜일까. 모범생 같은 말을 하는 다른 후보와 대별되는 튀는 말, 센 말 때문이다. 심리학의 행동경제학의 ‘절정- 결말이론’이 떠오른다. 절정과 결말을 주로 기억하는 인간 심리.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맹수 등 가혹한 자연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가장 화급한 문제, 당면한 문제 처리부터 해야 했다. 우리 인간은 그렇게 절정과 결말을 각인하면서 살아남은 조상의 후예라는 것이다. 홍준표 씨와 하태경 씨 두 사람 다 토론 내내 튀는 말, 센 말을 하다가 끝으로 가면서 순화된 표정과 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두..
최근 염태영 수원시장이 방역체계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초 지방정부 수장 중 최초로 ‘방역체계 완화’를 주장한 것이다. 염시장은 얼마 전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일방적 희생을 전제로 하는 방역체계를 지속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일일 확진자 수가 지난해 대유행 때보다 2배 정도 많지만 백신 접종률이 70%에 이르고, 치명률은 훨씬 낮아졌기 때문에 방역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시장은 이보다 앞서 자신의 SNS에 확진자 수보다는 중증 전환 비율 또는 치명률 등을 기준으로 방역 대응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현재 집합 금지·제한조치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이라면서 이 부분을 전면적으로 수정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동안 수원시는 전염병에 대한 ‘과잉대응’ 방침을 유지해왔다. 2015년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안전에 관한 문제만큼은 과잉 대응이 최선’이라며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방역행정 전반에 대한 대응 상황과 마무리까지의 과정을 분석한 백서 ‘일성록’도 발행했다. 당시의 ‘과잉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적극 대처했다. 기초 지방정부 최초로 밀접접촉자 ‘임시생활시설’을 운영했고, 전국 최초로 해외입국자 임시검사시설을 운영했다. 안심숙소와 안심귀가 등 해외입국자와 가족들을 위한 정책을 실시했다. 시는 지속적으로 “기초지방정부에도 역학조사관이 필요하다”고 주장, 지난해엔 관련 법령이 개정되는 성과도 거뒀다. 그랬던 수원시가 ‘방역체계 완화’를 제안한 것은 뜻밖이다. 하지만 염시장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까닭은 코로나19 창궐 이후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절대 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원시의 소상공인 폐업률은 10%나 된다. ‘폐업’ ‘점포임대’ 안내문을 붙인 가게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사실상 폐업이나 다름없는 상태의 업소들도 수두룩하다. 지난 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코로나 공존시대, ’with코로나 대비를 위한 방역체계 개편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한 숙박업 종사자는 “현재 공실률이 최대 70%에 달한다”고 하소연했다. 중기중앙회의 김기문 회장은 이 자리에서 방역체계를 세분화해야 한다면서 스터디카페를 예로 들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스터디카페가 9~10시에 문을 닫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서는 방역체계의 완화, 또는 세분화가 절대로 시급하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방역체계 완화 조치가 확산세를 부추길 수도 있다고 한다. 고강도 거리두기가 오랫동안 계속되면서 국민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도 “거리두기가 장기화되고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국민의 참여 동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정부도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상승하면 일상 회복에 더 가까워지도록 방역조치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석 연휴가 끝나자 코로나19 국내 유행 이후 처음으로 확진자 3000명을 넘었다. 신중해야 할 일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당 대표에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다. 이준석 대표의 100일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 평가를 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 볼 점은, 이준석 대표는 평시의 당 대표가 아니라 대선 시즌의 당 대표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대선을 앞둔 시점의 당 대표는 그리 주목을 받지 못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대선 경선이 시작되기 전에 대선 예비후보들은 자칫 자신이 경선 룰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당 대표와 기싸움을 벌인다. 이런 상황에서 당 대표가 뭔가 개혁이라도 할라치면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 대표가 뭔가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둘째, 일단 대선 경선이 시작되면, 여론의 관심은 경선에 쏠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당 대표가 여론의 관심을 받기는 힘들게 된다. 셋째 경선이 끝나고 당의 최종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모든 당무의 중..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맹공이 여야를 초월해서 연일 계속되고 있다. 성남시장 재직 시 추진되었던 대장동 개발 건은 추석 민심의 바로미터가 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보도량이 엄청났고 길거리에도 화천대유는 누구 것이냐는 등의 문구로 도배되어 있다. 이 지사의 입장에서는 크게 서운하겠지만 내년 대선의 지지율 1위 후보이기에 당연히 감수해야 할 공격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진실이야 곳 밝혀지겠지만 정치는 법이나 경제처럼 조문의 해석이나 수치로 결과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감성 영역이기에 먼저 예단하고 시작하는 게임이다. 국민은 진실여부를 떠나 한 번의 판단으로 내린 결정은 잘 바꾸질 않는다. 야당과 언론 심지어는 여당 경쟁자까지 어느 것 하나 그에게 우호적인 배경은 없다. 그럼에도 진정성을 바탕으로 오해가 불식된다면 그렇게 형성된 신뢰는 더욱 오래가고 견고해진다. 그러므로 이번 협공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이 지사의 향후 대선 가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아마도 가장 어렵게 군주의 자리에 오른 임금을 꼽으라면 조선시대 정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부친 사도세자가 뒤주 속에 갇혀서 돌아가실 때 11살이었다. 할아버지인 영조의 다리 춤에 매달려 아버지를 용서해 달라고 빌었을 정도로 생생한 나이였다. 그랬던 정조가 영조의 뒤를 이을 세손(世孫)으로 지명되자 아버지의 죽음에 무관치 않았던 노론세력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가 장차 군주가 되었을 때 사도세자의 복수를 들고 나오면 누가 말릴 것인가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래서 노론 세력은 어떻게서든 정조의 등극을 막아야 했다. 사가로 쫓겨났다가 다시 입궐해서 세손 교육을 받게 된 11살의 정조는 이미 철이 들었고 사태 파악을 했다. 세손 정조를 폐위시키려 하는 집권 노론세력은 집요하게 정조를 모함했다. 죄인의 자식이므로 왕위를 오를 수 없다는 지적부터 공부를 게을리한다, 몸이 약하다, 여색을 밝힌다 등등 없는 말도 만들어 내는 판이었다. 억울한 정조였지만 그는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 왕위에 오를 길을 선택했다. 죽은 큰아버지인 효장세자의 아들로 입적되어 죄인의 자식이라는 흠결을 지웠고 처소에서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독서하고, 후원의 사냥터에서 활쏘기를 즐겨 명궁 소리를 들었으며, 궁궐 밖을 나가지 않음으로써 오해의 싹을 잘랐다. 등극하기 전 정조보다 더 모함으로 위기의 연속이었던 정치인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로지 진정성과 초인적인 의지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고 드디어 26살에 왕위에 올라 조선 진경문화 시대를 여니 그가 대왕 정조였다. 마키아벨리의 어록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의미 있는 일은 위험 속에서 이루어졌다. 강인한 의지는 어려움과 시련을 초월한다.” 이 지사가 국민의 감성을 살 수 있다면 대동세상을 만들겠다는 큰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모든 것은 정치인 이 지사에게 어느 정도의 강인한 의지가 있느냐이다.
요즘 한의원에는 새로운 병명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있다. 이른바 코로나 19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증상들이다. 사실 백신을 예방적 치료에 적용한 이후로 백신 부작용에 대한 보고는 끊임없이 있었기 때문에 엄밀히는 새로운 병명은 아니다.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드물게 보고되었던 백신 접종 후 증상들이 이번 코로나 19 백신 접종 후는 1차 의료기관인 한의원에 자주 내원할 정도로 빈도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국민적으로 학습되어 있는 백신을 맞은 직후의 팔의 통증, 림프부종, 두통, 발열, 전신통, 오한 등은 외에도 원래 몸에 지니고 있는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도 많다. 설사와 소화불량 위염 등으로 불편했는데 조금 회복된 7일 후 백신을 맞았는데 다시 설사하고 소화가 되지 않고 무기력해진다. 원래 간헐적으로 발생했다가 마약성 진통제 복용 후 호전..
내년 대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당내 경선과 여론조사 등을 통해 여야 유력 후보군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은 최근 두 차례(2012년, 2017년) 치러진 대선과 달리 여·야와 당내 경선 구도가 접전 조짐을 보이면서 정책 대결보다는 네거티브 난타전에다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하는 등 선거 과열의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여야와 각 후보 진영은 이른바 ‘사주고발’·‘대장지구’ 의혹 등을 둘러싸고 피아 구분 없는 백병전 같은 싸움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자가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자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자들이 방송토론회가 끝난 뒤 같은 당 홍준표 의원에 달려드는 과정에서 홍 의원 캠프 관계자가 다치는 일이 벌어..
탈레반의 20년 만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은 그 신속함과 정부군의 무력함에 국제사회는 허탈해하면서 향후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20년 전과 오늘의 탈레반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과연 지금의 탈레반 지도부들이 언명한 여성인권 보장, 언론자유 등의 약속이 지켜질지에 대해 우려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우리에게는 미군 철수가 심각한 안보공백과 국가생존을 위협하는 요소임을 새삼 일깨워준 사변이 되었다. 한편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조기 몰락 원인을 놓고, ‘영원한 전쟁’을 끝내고 중·러에 집중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전환과 다양한 부족으로 뒤섞인 아프간 속성 파악 실패와 더불어 정부군의 싸울 의지와 역량 부족 등이 겹치면서 일어난 참사라는게 대체적으로 일치된 분석이다. 그러나 이 분석에는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이 빠졌다. 바로 탈레반이 20여..
부드럽고 유연하지만 힘이 느껴지는 피아노곡은 단연 짐노페디(Gymnopédies)다. 이곡은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Erik Satie)의 대표작이다. 짐노페디란 무엇일까. 프랑스어 사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단어다. 문학을 즐겼던 사티는 플로베르의 소설 살람보(Salammbô)와 고대 그리스춤에서 영감을 얻어 ‘짐노페디’를 만들었다. “벌거벗은 아이들이 추는 춤.” 사티는 몽마르트르를 오가며 말라르메, 베를렌느, 꼭도, 피카소 등을 만나 우정을 쌓고, 카바레 ‘검은 고양이’에서 피아노를 치곤 했다. 이는 그의 음악에 큰 영향을 줬다. 주옥같은 그노시엔느(Gnossiennes)도 마찬가지다. 그리스어 ‘크노소스’에서 영감을 얻었다. 인생은 아이러닌가. 피아노에 소질이 없다는 평가를 받던 사티가 피아노의 대가가 됐으니 말이다. 사티는 노르망디 옹플뢰르(Honfleur)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 때 파리로 오지만 갑자기 어머니를 잃고 형과 함께 다시 옹플뢰르 할머니에게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할머니마저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다시 파리로 아버지를 찾아오게 된다. 열 살 연상의 피아노 선생과 재혼한 아버지. 그 여인이 사티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준 것이다. 사티는 주로 몽마르트르에서 살았다. 하지만 오늘날 몽마르트르에는 사티의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다. 바람이 흩날리던 벌판도 사라지고 '검은 고양이'도 사라졌다. 그래서일까. 사티를 사모하는 팬들은 옹플뢰르로 몰려든다. 사티의 메종이 있는 옹플뢰르 오뜨(Haute) 거리에 세워진 사티박물관. 이 박물관은 사티만큼이나 괴상하다. 첫 방에 들어가면 먹음직스런 노란 배 모양의 큼직한 전구가 다리를 쩍 벌리고 있다. 다른 방으로 들어가면 장롱이 있고 그 안에는 사티의 물건이 가득하다. 깃이 빳빳한 와이셔츠와 우산들. 그가 생전에 수집했던 것이다. 사티는 이 물건들을 비밀의 방에 차곡차곡 모았었다. 옹플뢰르는 미술가들의 흔적도 많다. 르 아브르(Le Havre) 항구를 마주한 센 강 하구에 위치한 이 마을은 시시각각으로 반사되는 강물 위의 햇빛이 장관이다. 꾸르베, 모네, 부댕과 같은 인상파 화가들은 이곳을 화폭에 담기 위해 자주 방문하곤 했다. 하지만 옹플뢰르의 대장주는 역시 비외 바쌩(Vieux bassin: 옛날 항구)과 리외트낭스(Lieutenance)다. 돌판 지붕의 촘촘한 집들이 물 위에 투영된 장면은 신비 그 자체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포석이 깔린 골목길들, 골조가 보이는 무수한 노르망디식 건물, 희한한 레스토랑, 아름다운 가게들, 매혹적인 호텔들과 예술적인 기념물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지르게 한다. 우산을 쓴 채 이 골목을 걸으며 짐노페디를 듣는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있을까. 만약 헤어진 연인이 그립다면 주 트 붜(Je te veux: 나는 너를 원해)도 좋다. 어느 쪽이든 당신의 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