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기살인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을 소재로 했다. 의사이자 주인공인 태훈은 아들의 급성 간질성 폐질환으로 인한 사망과 아내의 급사를 겪으면서 이 상황의 원인을 찾아보려 나선다. 유사한 증상을 겪는 환자들 사례를 살펴보던 그는 아들과 아내가 누웠던 침대 곁 가습기에 시선을 멈춘다. 태훈의 눈빛이 흔들린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부터 유통되기 시작해서 2011년 판매 금지가 되기 전까지 17년간 43개 제품, 총 998만 개가 판매됐다. 당시 언론은 가습기를 정기적으로 소독해주어야 한다며 광고와 기사로 가습기 살균제를 소개하고 홍보했다. 제품을 사용한 사람은 400만 명 정도로 추정되며 이 중 56만 명은 몸에 크고 작은 건강상의 피해를 경험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자발적으로 피해를 신고한 사람은 7,685명이고 이 가운데 사망자는 1,75..
북한은 4월 13일 평양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 준공식을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영상을 공개하였다. 김일성과 김정일 사망 시 중대보도를 낭독했던 리춘히 방송원에게 배정된 주택에 김정은이 방문해서 주택 내부를 살펴보았다. 79세의 리춘히는 연신 기쁘고 행복한 모습을 보였고 김정은은 앞으로도 방송 활동을 잘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이번에 준공된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는 북한이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평양 5만 세대 건설과는 별도로 북한 주요 부문 공로자들을 위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나서서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움직여 나가는 핵심 인물들에 대한 보상이자 지속적인 충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 지역은 김일성이 ‘금수산 태양궁전’으로 70년대에 가기 이전까지 거주했..
우리 경제 곳곳에서 비상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4월 1~20일 무역수지가 52억 달러 적자를 기록해 지난 3월 한 달간 무역수지 적자(1억 4000만 달러)를 크게 넘어서며 이달 전체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적자가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한 달 전보다 1.3%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보였고 상승률만 보면 5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3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4.1% 상승하며 역시 10년여 만에 최고치다. 또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다시 1240원선을 넘어서는 등 요동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 전망치를 낮추면서 한국도 3%에서 2.5%로 크게 내렸다. 반면에 우리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1%에서 4.0%로 대폭 올렸다. 미-중·소의 신냉전에 따른 공급망 교란과 우크라이나 지정학리스크, 지속되는 코로나 파장 등이 맞물린 말 그대로 복합 위기다. 인플레이션에 맞서 미국은 금리인상을 포함한 강력한 금융긴축을 추진·예고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상승 국면이 적어도 1∼2년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구조적인 전환기와 연계돼 우려를 낳고 있다. 첫째 갈수록 고조되는 ‘신냉전-反(반)세계화’의 흐름이다. 미국과 중·소간의 갈등이 경제와 안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기존 세계화에 기반한 지구촌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문제는 ‘신냉전-반세계화’의 양대 파고가 장기화될 가능성에다 최종 종착지를 예측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둘째 신냉전의 새로운 양태다. 국가 간 연대나 동맹이 기존엔 안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신냉전은 경제 영역과 얽히며 불확실성을 배가시키고 있다. 미국이 공을 들여온 인도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미-러시아·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중립’ 태도를 보이며 경제·안보의 실리를 추구하고 있는 모습이 대표적인 예다. 전통적 우방국인 미국과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나 UAE 등과도 틈새가 벌어져 있다. 셋째 세계경제에서 또 하나의 변수는 인구다. 세계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북반구의 경우 중국을 비롯해 일본 한국, 유럽 등 대부분의 나라들이 인구감소 위기에 직면해 있다. 로봇 등 획기적인 과학기술의 진보가 구체적으로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인구감소가 노동력 공급 축소로 이어져 지속적으로 임금 인상 등에 따른 고물가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차기 윤석열 새 정부는 코로나 소상공인 지원을 비롯해 기초연금 인상, 출산급여, 병사 월급 상향 등 지출해야 할 공약이 즐비하다. 물가·금리 인상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가계빚은 2100조 원이 넘는다. 우리는 고용사정이 좋은 미국과는 달리 고물가만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게 간단치 않다. 나라 안팎의 복합위기에 맞서 우리만의 비상탈출구와 먹거리를 조속히 찾아야 한다. 윤 당선인은 경제와 능력주의에 방점을 둔 첫 조각을 단행했다. 현재의 위기는 과거의 패러다임과는 다른 흐름이다. 안보와 외교, 인구 등 전문가, 민간 관계자를 망라하는 총체적인 경제대응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검찰 개혁을 위한 민형배 의원의 결단을 두고 말이 많다. 무소불위 권력을 지닌 검찰 정상화의 국회 입법 진행을 위해 탈당이라는 과감하고도 통 큰 선택이다. 개혁을 바라지 않는 이들은 꼼수, 무리수, 혹은 위장 탈당 등 각종 표현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반면 개혁을 원하는 이들은 얼마 남지 않는 국회 시간을 염두에 둔 결기 찬 결정으로 본다.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개혁은 늘 있었다. 대표적인 개혁인 종교개혁이나 미국 노예 해방운동을 보면, 전자는 당시 비리가 심했던 구교로부터 많은 희생 속에 기독교의 전면적 재구성을 통해 개신교가 등장한 과정이었고, 후자는 남북 간 첨예한 의견 대립 속에 전쟁 형태로 진행되었다. 국내의 130여 년 전에 있었던 동학 농민운동 역시 당시 혁명에 가까운 사회 개혁 운동이었다. 혁명은 특정 분야의 부분적 개혁으로..
시장과 시의원 선거에 입후보한 예비 후보들의 문자가 넘쳐나고 있지만 시민들에게 외면받기 일쑤다. 국회의원·대통령 선거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번 지방 선거도 이전처럼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치러질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장이나 기초의원들의 막강한 힘을 감안하면 열기 없는 선거가 낯설 뿐 아니라 시민들이 무책임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기초자치단체는 시민들의 일상생활 그 자체를 관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통과 환경, 복지, 문화, 건축 등 눈 뜨면 마주치는 모든 것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자치단체장의 권한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건축 등 각종 인허가권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절대 권한이다. 지난 2011년 녹지 변경 권한 등을 기초정부로 이전한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지자체의 힘은 더욱 막강해..
2022 수원연극축제 ‘숲속의 파티’가 5월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 간 옛 서울대 농대였던 경기상상캠퍼스, 그리고 캠퍼스 서쪽으로 이어진 탑동시민농장에서 열린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3년 만에 다시 열리는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19의 확연한 감소세와 의료체계 안정에 따라 대부분의 거리두기 조치를 해제하기로 결정한 이후 전국에서 대면 축제와 행사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2022 수원연극축제 숲속의 파티’를 비롯해, 23일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리는 ‘수원연등축제’와 5월 어린이날 ‘수원어린이청소년한마당’도 대면 행사로 열린다. 수원시는 대규모 일자리박람회 등 채용행사와 관광·교육·체육 등 프로그램과 체험도 대면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다행이다. 2년 넘게 우리나라를 지배해온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
지난 3·9 대선에서 이재명은 윤석열에게 졌고, 그 뒤로 예수가 광야에서 헤맨 날짜만큼 시간이 흘렀지만, 충격은 가실 줄 모른다. 숱하게 많은 사람이 패닉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필자도 대선 끝난 뒤로 땅만 쳐다보며 걷는 중이다. 아무런 희망도 없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는, 앞으로 닥쳐올 불우한 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지금, 자기 책을 불사르라던 명나라 이탁오를 떠올린다. 명나라 말 복건성 천주부에서 태어난 탁오 이지가 쓴 책 중에서 가장 유명한 책은 분서(焚書)다. 이 책에서 그는 유불선의 가르침은 똑같으며, 공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판단에 따라 경전을 해석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자학자가 보기에 이런 사문난적이 없겠다. 결국 감옥에 갇혔고, 나이 76세에 스스로 목을 찔러 자결한다. 그가 자기 책을 분서라 이름한..
만성질환을 주로 치료하는 나는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운동습관에 대해서 항상 질문하게 된다. “운동을 어떻게 하세요?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하세요.?” 가 주 내용인 물음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말한다. “ 운동을 해야 하는데 요즘 바빠서 잘 못했어요.” 또는 “제가 운동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요.” 또는 “운동을 하고 싶은데 발, 또는 무릎이 아파서 못해요.”이다. 운동을 좋아하고 또 해야 한다는 것도 아는데 바빠서 못했어요.라고 하는 분들의 경우는 이야기하다 보면 헬스장을 끊어놓고 가야 하는데 시간이 안돼서 못 갔다던지 등 특별히 시간을 내어서 하는 활동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운동을 싫어하는 분들의 경우도 그렇다. 운동이 건강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아는데 당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즐겁지 않다. 이런 경우들에서 절충안으로 나는 “..
요사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존속 여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청원 게시판도 사라질 것이다, 아니다 청원 게시판의 효용성은 있으니 게시판을 없앴다가는 불통의 이미지만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등등의 주장들이 그것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모델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만든 “We the People”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해당 사이트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폐쇄됐다. 이런 미국의 사례를 통해 보건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청원 게시판이 사라질 가능성은 있다. 그런데 무조건 폐지하기보다는 해당 게시판의 장단점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그 장점을 보자면 이렇다. 우리가 살다 보면,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아니면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을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가 발생했을 때, 하소연을 하거나 자..
2년 1개월 동안 이어졌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대한민국의 ‘시민정신’ 역량이 오롯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미 서구 몇몇 나라의 실패 사례에서 보듯이 무절제한 행동은 금물이다. 통제된 삶에서 비로소 온전히 해방된 희열을 자칫 방종으로 어그러지게 해서는 안 된다. 과도한 일탈과 방심은 감당 못 할 고통을 되불러올 수도 있음을 절대로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높은 ‘국민 의식’ 수준만이 팬데믹 재연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 정부는 사적 모임 인원과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 등을 모두 해제해 오랜 기간 국민의 일상을 옥죄던 족쇄를 풀었다. 299명까지 허용하던 행사와 집회, 70%까지 가능하던 종교시설 인원 제한도 해제했다. 25일부터는 4주 이행 기간을 거쳐 코로나19를 1급 감염병에서 독감처럼 2급 감염병으로 하향 조절할 예정이다. 마스크 착용 의무는 그 실효성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당분간 실내외를 막론하고 유지하기로 했다. 온 국민이 겪어온 불편과 상공인들의 막심한 피해를 생각하면 이번 거리두기 해제는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일주일간 일 평균 확진자가 16만 명으로 줄었고 감염 재생산율도 1.29에서 0.82로 낮아졌다. 거리두기 전면 해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쳐서 감염력이 높아지는 대신 치명률이 낮아져 엔데믹(풍토병)으로 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중에는 “코로나는 이제 감기약만 잘 먹어도 낫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세상이 달라졌다. 그러나 거리두기 해제는 결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거리두기 해제가 감염 재확산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소지가 얼마든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이미 오미크론 재조합 변이 ‘XL’이 국내에서 확인되는 등 새로운 변이의 발생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잊지 말아야 할 일은 우리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일상을 온전히 복귀하려면 지금까지 유지해오던 긴장의 끈을 아주 놓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거리두기 해제 첫날부터 거리 곳곳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거리에는 활기가 돌았으며 사람들은 하나같이 들뜬 모습이었다. 벌써부터 심야 교통 대란, 치안 수요 급증, 의료현장의 혼선 등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의 설문조사 결과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조치였다는 답변이 무려 85.9%에 이르렀다. 이 조사 결과는 거리두기 해제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능동적인 방역 수칙 준수가 코로나 팬데믹 재연을 막는 가장 강력한 수단임을 시사한다. 지난 2년여 세월 코로나19라는 희대의 전염병 혼란 속에서 그나마 우리가 이 정도로 건강하게 생존을 이어온 것은 다른 그 어느 나라에도 비견할 수 없는 건강한 ‘시민정신’, 높은 ‘국민 의식’ 덕분이었다는 분석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방역지침이 풀렸음에도 우리는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코로나 위기가 이 땅에서 모두 사라질 때까지 이웃에 대한 배려, 공동체 의식의 발현은 더욱 절실하다. 우리 국민의 자발적인 방역 의지는 추호도 흐트러트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