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시민들의 시정참여 플랫폼으로 운영하는 ‘새빛톡톡’의 성과가 놀라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민선 8기 이재준 수원시장의 핵심사업 중 하나인 ‘새빛톡톡’은 민·관 소통을 통한 협치와 적극행정의 선례로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시민 누구나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하는 참여행정의 성공사례가 돼가고 있는 이 정책의 활용 폭을 더욱 넓혀야 한다는 여론이다.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수원시의 꿈을 성원해 마지않는다. ‘새빛톡톡’은 2023년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2년간 시민제안, 설문투표, 신청 접수 등 수원시 대표 시정참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새빛톡톡’은 지난 2023년 2월 모바일 시민참여 플랫폼 구축 용역으로 같은 해 6월 시범 운영을 거쳐 7월 정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출시 당시부터 ‘새빛톡톡’은 시민 누구나 정책을 제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치와 적극행정의 모범으로서 호평받고 있다. ‘새빛톡톡’은 지난 7월 기준 가입자 수가 13만 명을 돌파했고 시민 제안 접수는 3300건을 넘었다. 시민 제안 플랫폼에서 나아가 초등학교 및 대학 수업 도구로 활용되고 시정 주요 홍보 플랫폼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시정참여 플랫폼 ‘새빛톡톡’과 초등 공교육을 연계한 실습수업 ‘우리도 참여할래요’가 대표적이다. 아이들의 시각에서 지역사회를 바라보고 솔직한 의견과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학급별로 제안 글에 대해 2주간 토론하며 ‘새빛톡톡’에 제안한 글의 공감 수와 댓글 수를 합산해 우수 학급을 선발한다. 아주대학교의 경우 시와 아주대가 청년주도 정책개발을 위해 개설한 관·학 협력 과목 ‘정책사례연구(캡스톤디자인)’ 수업을 개설했다. ‘새빛톡톡’이 중추적인 역할을 맡는 이 수업에서 수강생들은 ‘수원시 정책 청년참여단’으로서 자유롭게 정책을 발굴하고 제안하며 공론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캡스톤디자인 수업에서 ‘새빛톡톡’의 역할은 시민 의견수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새빛톡톡’을 활용해 과제를 제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전체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즉 ‘새빛톡톡’이 수업 평가도구로 활용되고, 이를 주관하는 수원시의 의견도 중요하게 반영된다는 의미다. 13만 명의 시민이 활용하는 만큼 ‘새빛톡톡’은 시정 주요 홍보 창구로서 역할도 수행한다. 최근 확대 운영을 시작한 ‘수원새빛돌봄 초등 저학년 등하교 동행돌봄 서비스’부터 수원시의 11월 주요 행사 홍보까지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아울러 시정의 수준 향상을 위한 의견수렴 및 설문조사가 이뤄져 시민들의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재준 수원시장이 모든 동(44개)을 방문해 시민들을 만나 시정 계획을 설명하고, 대화를 나누는 즉문즉답 형식의 ‘2025 새빛만남-수원, 마음을 듣다’도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9월 8일 매교동에서 시작한 2025 새빛만남은 확 달라진 방식으로 다양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에는 권역별로 3~6개 동을 묶어 진행하던 행사를 올해는 44개 동을 모두 찾아가 동별로 주민들을 폭넓게 만나는 형식으로 개선했다. 민주주의가 도래하고 대의민주주의가 진화했으나,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정치·행정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다. 직접민주주의 욕구가 아무리 커도 이를 소화하는 일은 난제다. 매듭을 풀 수 있는 수단은 소통을 통한 협치, 참여 정치의 확대뿐이다. 정보와 속도를 공유할 수 있는 폭이 무한 넓어진 환경변화가 그 가능성을 담보한다. 이 시대에 수원시의 ‘새빛톡톡’은 대단히 의미 있는 정책 진화라고 할 수 있다. 긍정적인 결과들이 쏟아지는 만큼 적용 폭을 대폭 넓히고, 허점을 보완해가면서 진화시킬 가치가 충분하다 할 것이다. 모두가 참여하고 모두가 만족하는 수원시의 선진민주주의, 선진행정을 성원한다.
매년 12월 31일 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곳은 종로1가사거리의 보신각 앞이다. 자정이 되어 서울시장과 그해의 주요 인물이 함께 보신각종을 ‘둥~~’하고 울리면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환호성이 방송을 타고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간다. 온 국민에게 전하는 기쁨의 아름다운 종소리로 33번을 타종한다. 그런데 타임머신을 타고 정조가 능행하던 1795년으로 돌아가도 같은 느낌이었을까? 보신각종은 밤 10시경에 28번, 새벽 4시경에 33번 쳤는데, 각각 인정(人定)과 파루(罷漏)라고 했다. 인정의 종소리는 ‘이제부터는 성문을 닫으니 들어오려 하는 자가 있으면 큰 벌을 내리겠노라! 도성 안에서도 돌아다니는 자가 있으면 똑같은 벌로 다스리겠다!’ 이런 의미다. 1980년대 초까지 요란한 싸이렌 소리와 함께 실시된 야간통행금지와 같다. 무서운 소리다. 파루의 종소리는 ‘이제부터 성문을 여니 도성 안팎을 돌아다녀도 된다!’는 허락의 의미니 좋게 들릴 수도 있지만 야간통행금지를 전제로 한 허락이 아름답게 들리긴 어렵다. 그러면 보신각종은 왜 거기에 만든 것일까? 당연하다 여기며 질문을 던지는 이 거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수도의 밤을 통제하는 중요한 기능의 건축물을 아무 곳에나 만들 리 없다. 명나라와 청나라의 수도 북경에서는 궁궐 자금성의 뒤쪽인 북쪽에 종을 치고 북을 두드려 시간을 알리는 종루(鐘樓)와 고루(鼓樓)를 설치했다. 시장 입구다. 도시 사람들의 삶에 시장은 없어서는 안 되는 공간이지만 하층민이 들락날락하는 곳이니 궁궐의 앞쪽이 아닌 뒤쪽에 배치했다. 그리고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통제가 어려운 공간이니 그 입구에 종루와 고루를 설치했다. 풍수의 원리로 만든 조선의 수도 서울에서 궁궐인 경복궁의 뒤쪽은 지기(地氣)가 주산 북악산에서 경복궁까지 흘러 연결된다고 인식한 신성한 공간이다. 그러니 그곳에 하층민이 드나드는 시장을 만들 수는 없고, 대신 궁궐의 앞쪽이 아니면서 남북대로와 동서대로가 교차하여 사람들이 드나들기 좋은 종로에 시장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거기에 밤의 시간을 통제하는 누각을 만들고 종을 단 것이다. 조선의 수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함 중의 하나다. 그런데 보신각의 종을 아무 때나 치면 통제의 권위를 세우기 어렵다. 그래서 매일매일 똑같은 시간에 종을 칠 수 있도록 정교한 시간 측정 방법을 개발했고, 낮에는 태양의 그림자 방향을 통해 시간을 알려주는 해시계면 만족했다. 그런데 정확한 시간을 아는 것이 진짜 필요한 시기는 밝은 낮이 아니라 어두워 통제가 어려운 밤이다. 이를 위해 개발한 시계 중의 하나가 별시계인데,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쓸모가 없다. 보신각의 종소리는 그런 날에도 여지없이 똑같은 시간에 울려야 했고, 그래서 개발한 것이 날씨에 상관없이 시간을 알려주는 물시계다. 도시 중 가장 강력한 시간 통제를 해야 하는 곳은 임금이 사는 수도이고, 그중에서도 궁궐이다. 물시계는 문명과 국가가 있는 곳이라면 수도와 궁궐, 궁극적으로는 임금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했고, 그래서 더 정확하고 멋진 물시계의 개발을 위한 노력이 지속됐다. 세종 때 장영실이 개발한 옥루(屋漏)란 기막힌 물시계는 그런 결과물의 최고봉 중 하나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 문학평론가’ 김윤식 선생이 타계한 지 꼭 7년이 되었다. 필자가 선생을 곁에서 직접적으로 모시게 된 것은 2007년 사단법인 이병주기념사업회가 발족하면서부터였다. 이 사업회의 출발을 위한 발기인대회에서 선생과 함께, 이병주 작가의 고향인 경남 하동 출신의 전 검찰총장 정구영 변호사가 공동대표를 맡고, 이어령 선생이 고문, 임헌영·전상국·김춘미·여상규 등의 인사가 부대표, 이문열·김인환·안경환·김언호 등의 인사가 운영위원, 그리고 필자가 사무총장을 맡게 되었다. 그로부터 김윤식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난 2018년까지, 필자는 선생과 지근거리에 있었고 늘 아버지를 대하는 심정으로 모시려고 애썼다. 선생이 문학 단체의 수장을 맡은 것은 이병주기념사업회가 유일했다. 함께 이 조직을 구성한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러했지만, 이병주라는 작가가 선생과 유다른 관계성을 가졌다는 사실을 여러 경로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예화를 들면, 이는 선생 자신이 직접 토로한 대목이다. 이병주, 김윤식 두 분이 TV 토론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하여 이병주 장편소설 '비창'에 대해 토론하는데, 김 선생이 그 소설 속 주인공인 술집 마담의 행적에 당위성이 없다고 신랄히 비판하자, 그에 대한 이 작가의 응수였다. “김 선생, 나는 나이 육십이 넘었어도 아직 말과 행동이 오락가락하는데, 30대 술집 주인이 안 그러고 어떻겠소?” 김 선생 자신은 아무 말도 더 못했다고 했다. 선생은 필자가 10년간 회장을 맡았던 한국문학평론가협회의 세 분 고문 중 한 분이었다. 이어령·유종호 선생과 함께 고문으로 모셨는데, 그냥 이름만 걸어놓고 있지 않았다. ‘평협’에서 선생을 모시고 한 차례 중국과 바이칼 학술여행을, 그리고 ‘이병주’에서 또 선생을 모시고 한 차례 이병주 작가가 학병으로 머물렀던 중국 소주(蘇州) 지역의 답사 여행을 다녀온 것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귀국 편 상해 공항에서, 선생과 홍기삼 평론가 등이 대합실 바닥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댄 채 발을 뻗고 있던 장면이 눈앞에 떠오른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선생에게 ‘형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한 분으로 홍기삼 선생이 유일하다. 함께 노래방을 가자고 권유한 이도 그분이 유일하다. 당연히 선생은 노래방을 가지 않았다. 어느 해 여름,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미주한국문인협회 강연 차 출국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조교 편에 편지 하나를 보내왔다. 봉함을 열어 보니, 거기에는 중국 당대(唐代) 불후의 시인 왕유의 이별 시 한 편이 얇은 편지지에 자필로 적혀 있고, 말미에 “가다가 주막을 만나거든 목이나 축이고 가소”란 전언이 잇대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노잣돈’ 100달러 지폐가 들어 있었다. 선생이 어디 이런 데 세세히 신경을 쓰는 분이던가. 필자는 감격으로 목이 메었고, 돌아오는 길에 선생이 드시지도 않는 양주 한 병을 사 들고 왔다. 참 모자라고 바보 같은 응대가 아닐 수 없었다. 선생은 서신에 “가족 있는 그 양간도(洋間島)가 그대에겐 바로 남산이 아니겠소”라고 적었다. 선생의 소중한 추억이 결부되어 있는, 내게는 실로 명편의 시다. 下馬飮君酒 問君何所之 君言不得意 歸臥南山陲 但去莫復問 白雲無盡時 말에서 내려 술을 권하며/ 어디로 가려는가 그대에게 묻자/ 세상 일 모두 뜻 같지 않아/ 남산에 돌아가 누우려 한다 하네/ 그렇다면 여러 말 말고 그저 떠나게나/ 거기는 언제나 흰 구름 입으려니 선생은 오전에는 서재에서 글을 쓰고, 오후에는 학교에 나와 강의하고, 저녁에는 동서고금을 왕래하며 책을 읽는 시간의 황금분할을 지켰다. 이는 마치 한 수도자가 도의 궁극을 찾기 위하여 열의를 다해 수도하는 자세와도 같았다. 그래서 미망인 가 여사는 선생의 영결식에서 윤시내의 노래 〈열애〉를 함께 듣자고 했던 것이다. 미망인의 말에 의하면 선생의 타계(他界) 후 한참 동안 서재의 책상에는 갓 도착한 신간 문예지와 원고지와 펜이 놓여 있었다고 했다. 이는 그야말로 선생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들의 가슴을 저미는 말이다. 선생이 떠난 빈자리를 온전히 메울 문필은 백년래(百年來)에 목도 하기 어려울 것이다. 불세출의 문학 위인, 김윤식 선생을 이 땅에서 면대할 수가 없으니 긴 탄식으로 이 글을 마감할 뿐이다.
해외에서 한국 식품(K-푸드)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 소식에 반가움을 금할 수 없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K-푸드 수출액은 84억 8100만 달러(약 12조 1575억 원)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77억 8700만 달러였으니 무려 9%가량 증가했다.(관련기사: 경기신문 10월 29일자 4면, 전 세계에 위상 떨친 ‘K-푸드’ 저력… 수출액 ‘역대 최대’ 경신)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2년 연속 100억 달러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품목은 라면 등 가공식품이 가장 많았다. K-푸드 전체 수출액의 60%가 넘었다. 가공식품은 6.7% 늘어났다. 특히 라면은 11억3000만 달러를 수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5% 증가했다. 아이스크림(24.2%)과 믹스커피를 비롯한 커피조제품(15.8%)도 눈에 띄게 늘었다. 수산물 중에서는 ‘검은 반도체’라고 불리는 김이 14.0%나 증가했다. 이처럼 K-푸드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K-콘텐츠 흥행과 연계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도 지난 2020년 한식진흥법을 제정하는 등 한식 세계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 기업들 역시 현지화 전략을 펼치며 세계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K-팝, K-드라마였다. 제72회 칸 영화제(2019)에서 황금종려상(봉준호)을 받은 데 이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2020)에서 작품상(곽신애·봉준호), 감독상(봉준호), 각본상(봉준호·한진원), 국제장편영화상(봉준호)을 받은 영화 ‘기생충’의 짜파구리가 인기를 끌며 라면 수출을 견인했고,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2021년)에서는 달고나가 또 하나의 한류가 됐다. 로제의 K-팝 ‘아파트’(2024년)와 올해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크게 흥행하면서 K-푸드가 또 다시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특히 라면과 김의 경우 애니메이션 영화 ‘케데헌’ 속 K팝 그룹 헌트릭스의 멤버 루미, 미라, 조이가 컵라면과 김밥을 먹는 장면이 관심을 끌면서 K-푸드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신드롬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팬이 있는 이 작품 속 인물을 따라 하는 어린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헌트릭스가 컵라면을 한입에 먹는 장면도 있는데 이를 따라 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확산될 정도다. 이에 뉴욕타임스(NYT)는 ‘컵라면 화상’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는 한 어린이 병원 측의 성명서를 보도하기도 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도 있듯이 정부도 이 좋은 기회를 K-푸드 위상을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고자 적극 노력하고 있다. 올해 20년 만에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K-푸드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CJ제일제당, 농심, 교촌F&B 등 29개 기관·기업을 K-푸드 공식 협찬사로 지정했다. APEC에서 K-푸드를 적극 홍보한 이유는 상위 10개 수출국 가운데 9개국(미국·중국·일본·베트남·태국·대만·필리핀·러시아·홍콩)이 APEC 회원국이기 때문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20개 APEC 회원국(우리나라는 제외)에 대한 수출 비중이 전체의 81.5%나 된다고 부연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미국 CNN 방송에 출연해 경주빵을 먹으면서 안동 사과와 제주 귤, 김밥, 약과 등의 음식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 음식도 많이 드시고 한국 문화도 많이 체험하며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04년 한식을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모범식으로 선정한 바 있다. 김치는 2006년 미국 전문잡지 ‘Health’가 세계 5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꼽았다.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한식 세계화도 눈앞에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K-푸드만 알려졌을 뿐이다. 지난 2009년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지금까지 많은 예산을 쏟아 부었음에도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한류가 급부상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적극적으로 한식의 세계화를 추진할 때다. 체계적인 법과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며칠 새 기온이 뚝 떨어졌다. 거리에는 두꺼운 외투를 입은 사람들이 늘어나는 만큼, 독감과 코로나19 예방접종을 권장하는 지자체의 분주한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추위가 몰려오는 환절기에는 자연스럽게 아픈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특히 주거복지 현장에서 접하는, 불안정한 형태의 노동에 종사하는 분들의 상황이 더욱 우려된다. 건설·봉제·요식업 등 분야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하루라도 일을 쉬면 그만큼의 일당을 잃기 때문에, 몸이 아파도 일터를 떠날 수 없는 현실을 견디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규모 있는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아플 경우 유급 병가를 통해 회복의 시간을 보장받지만, 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너무도 먼 이야기다. “아프면 쉬어야 한다.” 코로나19 시기, 모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사회가 내건 구호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 말은 현실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권고에 불과했다. 일을 쉬는 순간 곧바로 생계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결국 무리해서 일을 이어가다 병이 악화되고, 다시 일하지 못하며 빈곤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2022년, 한국 사회는 ‘아플 때 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상병수당’을 시범적으로 도입하였다. 상병수당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일하지 못하는 기간 동안 일정한 소득을 보전해주는 사회보장제도다. 이 제도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OECD 38개국 중 한국과 미국 일부 주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운영 중이며, 국제사회보장협회 회원국의 90% 이상이 상병수당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은 2022년 7월 시범사업을 시작하며 2025년 전면 도입을 목표로 했지만, 최근 정부는 제도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도입 시점을 2027년 하반기로 연기했다. ‘아플 때 쉴 권리’가 세계의 보편적 제도로 자리 잡은 지금, 우리는 여전히 시범사업의 문턱을 넘어가지 못한 채 머물러 있다. 3년 가까이 시범사업을 이어왔음에도 제도화가 지연된 현실은 매우 아쉽다. 더욱이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의 낮은 예산 집행률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일부 지역에서만 사업이 시행되다 보니 제도 인지도가 낮았고, 참여 의료기관도 제한적이어서 국민이 제도를 실제로 이용하기 어려웠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게다가 65세 이상 고령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는 상병수당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누구나 아플 수 있음에도, 제도 안에서 ‘누구나’가 충분히 보호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상병수당의 전면 도입이 늦춰진 것은 분명 아쉽지만, 그만큼 제도를 더 세심하게 다듬을 시간이기도 하다. 상병수당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사회가 구성원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왜 어떤 사람은 아파도 쉬지 못할까?”라는 질문에 “누구나 아프면 충분히 회복할 때까지 쉴 수 있다”고 답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질병이 생계의 위기가 아닌, 회복과 재생산의 시간으로 기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기본적 삶을 위한 안전망 강화’에 상병수당이 포함된 만큼 상병수당이 하루빨리 안정적이고 포괄적인 제도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나는 요즘 TV 예능프로에서 근대사 강연을 종종 시청한다. 유명 강사들은 우리 역사를 아주 드라마틱하게 강연함으로써 대중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역사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가 지나치게 예능화 되고 상업화 되면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낸다. 그 중 하나는 역사적 사실의 단순화와 왜곡이다. 역사적 사건은 복잡한 맥락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TV에서는 그 맥락을 단선적으로 구성하거나, 인물의 행적을 극적 서사로 꾸미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예컨대 개항기나 일제강점기의 사건들을 지나치게 ‘선과 악’으로 양분함으로써 역사적, 그리고 사회경제적 배경을 단순화시켜 버린다. 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역사를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한 예로 명성황후의 경우가 그러하다. 명성황후는 우리 근대사의 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워 주는 인물로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미화하고 있는 것은 역사의 왜곡이 아닐 수 없다. 전문성이 부족하고 검증도 잘 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강사 중에는 학문적 연구보다 대중적 인기에 부합하기 위해 재미위주로 강의를 진행한다. 따라서 사실관계의 오류나 과도한 해석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역사 강연이 일종의 ‘역사 예능’으로 소비되며, 교육적 깊이보다 흥미 위주의 콘텐츠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시청자의 무비판적 수용 역시 문제가 된다. 쇼 형식의 강의임에도 수강자는 어느 새 흠뻑 빠져들어 강사가 하는 이야기를 무의식적으로 신뢰하게 된다. 이는 역사 이해를 다원적 탐구 과정이 아닌 일종의 신앙적 믿음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가치나 이념적 편향의 문제도 제기된다. 특정 관점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거나, 현재의 정치 현실을 과거의 역사적 사건과 애써 연결 지어 시청자의 정치적 감정을 자극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역사 교육이 지녀야 할 객관성과 비판적 사고의 기능을 약화시키며, 역사 인식을 이분법적 사고에 가두는 결과를 낳게 된다. 역사 강연은 대중적 흥미 유발뿐만 아니라 사실 검증, 다양한 시각의 소개, 청중의 비판적 사고 함양이라는 교육적 책임이 동반돼야 하기 때문에 결코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그렇다면 역사는 어떻게 다루어지는 것이 좋을까? 현재의 대한민국은 누가 뭐래도 위대하다. 제국주의 일본에 의해 근대화를 꿈꿀 희망조차 없게 철저히 약탈당하고 6.25전쟁으로 처참히 파괴되었던 폐허 위에서 우리가 초단시간에 근대화를 이루고 민주화를 달성한 것은 세계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이 눈부신 과정에는 선조들의 치적뿐만 아니라 과오, 그리고 백성들의 처절한 피와 땀, 그리고 희생과 한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따라서 우리의 진실 된 역사는 교과서에 실린 영웅담이나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명 강사들이 들려주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는 조선왕조의 그릇된 정치와 잘못된 선택으로 어려움에 처했던 적도 많았고 대한민국 수립 이후의 근대화 과정에도 도덕적이지 않고 정의롭지 못했던 역사의 장면들이 많다. 역사를 아름다운 면만 부각시켜 한편의 서사로 장식하기보다 지성의 눈으로 그 속살까지 바르게 볼 때 우리는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친부모를 알 수 없는 아동에게 정부가 임의로 부여한 ‘기아(棄兒) 호적’이 3만 80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이들은 가족을 찾는 일이 막막한 것으로 드러났다. 첨단 전자정보로 인해 헤어진 가족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아진 요즘에도 이런 사례가 있다니 예상치 못한 사각지대의 허점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DNA 등록을 통해 가족 연결이 가능하도록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산(離散)의 아픔은 인간이 견디기 힘든 극단적 고통 중 하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수진(민주·성남중원) 의원이 28일 대법원으로부터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07년까지 대법원이 발급한 기아 호적은 3만 8361건으로 기록됐다. 기아 호적은 호주제 폐지로 호적법을 대체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2008년에 시행되면서 2007년까지 시행된 제도다. 부모와 떨어진 아동이 본인의 정보를 기억하지 못한 채 가족을 찾지 못한 경우 정부가 아동에게 임의로 호적을 발급해 시설에서 보호하게 하거나 입양을 보내기 위해 사용됐다. 가장 많은 기아 호적이 발급된 해는 1999년으로 4025건이다. 그다음으로는 2003년 3412건, 2001년 3046건으로 집계됐다. 17개 시도 중 기아 호적이 많이 발급된 지역으로는 서울 2만 7456건으로 가장 많고, 부산 3869건, 경기 1379건 순이다. 그렇게 입양된 이들에게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이 가족 찾기를 위해 정보공개청구 열람을 안내하고 있지만, 이들이 성인이 된 후 가족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특히 오기(誤記)되거나 임의로 작성된 기아 호적을 발급받아 시설에서 자란 경우 가족을 찾을 방법은 DNA 확인이 유일하다. 하지만 관련 법 제도가 이를 전혀 뒷받침하고 있지 못하다. 우리는 42년 전 KBS 1TV에서 방영된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프로그램의 기적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1983년 6월 30일 밤 10시 15분부터 동년 11월 14일 새벽 4시까지 138일, 총 453시간 45분 동안 방송했던 이 생방송 프로그램은 지구촌 인류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면서 기네스북에까지 오른 최고의 휴먼드라마였다. KBS 내부 인력과 전화를 받는 대학생 아르바이트까지 합하면 이 방송 기간에 동원된 인력만 1000명에 육박한다. 이산가족 5만여 명이 여의도를 찾았는데 방송에서는 10만 952건이 접수되었다. 그중 5만 3536건이 방송되었고 결과적으로 1만 189가족이 재회할 수 있었다. 이산가족이라고 하면 남북으로 갈라진 가족들만을 일반적으로 떠올리던 시대에 이 프로그램은 남한 국내, 그리고 남한과 해외에서 그렇게 많은 가족이 이산(離散)의 아픔을 겪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새롭게 각인시켰다. 현행 아동복지법, 국내·국제입양에 관한 특별법 등 입양과 관련된 법에는 정보공개 청구 권한에 관한 내용만 있을 뿐, 정부가 입양인의 가족 찾기를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이수진 의원은 “과거 아동보호시설이 정부 지원을 받으려고 길 잃은 아동을 강제로 시설에 데려오는 일이 많았다”면서 “가족 찾기 DNA 등록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전문가들은 가족을 찾고 싶은 사람들만이라도 대상으로 하여 당사자 동의를 얻어 정부가 DNA를 등록하고 가족을 찾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늘 가족과 함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가족과 생이별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처절한 고통을 깊이 이해하기가 어렵다. 물론 의도적인 이별이나 소통 단절의 경우는 예외일 수 있지만, ‘기아 호적자’처럼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족과 헤어져 평생 그리워하고 사는 이들의 고통만큼은 국가사회가 해결해주는 게 맞다. DNA 등록과 대조 과정을 통해서 작지만 견디기 힘든 깊은 고통을 덜어주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한 세대 전만 해도 많이 쓰였는데, 요즘 와서는 그 쓰임이 현저하게 줄어든 말로 ‘교양’이란 말을 들고 싶다. ‘애국심’, ‘효도’, ‘순종’, ‘인내’ 등과 같은 말도 그런 편에 드는 것 같다. ‘교양’을 비롯하여, 위에 나열한 말들이 품고 있는 어떤 가치가 요즘 사람들에게 크게 호소력을 발휘치 못하는 현상을 언어가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의 가치인 듯한데, 그런 가치도 이렇게 시대의 흐름(時流)이나 인심의 쏠림에 영향을 받는다. ‘교양’이란 말이 지닌 의미가 퇴색해 보이고, 올드(old)해 보인다면, 그건 교양의 쇠퇴를 암시한다. 교양이 중요하다고 해서 다가갔지만, 어떤 매력도 찾지 못했다는 것이리라. 게다가 교양의 자리로 밀고 들어 온 다른 가치들의 기세가 참으로 드세다. 당장의 실용적 쓰임이 약하고, 돈벌이에 써먹기에는 거리가 먼 ‘교양’은, 힘센 기술 지식(knowledge of technology)의 도도한 진군에 밀려나고 있다. 실제로 대학의 교양 영역 커리큘럼에 이러한 기술 교양들이 즐비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교양’이란 말이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곳이 있다. ‘교양’은 표준어를 규정하는 조건이 되어서 당당하게 살아 있다. 우리말 표준어는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 처음 정해졌다. 당시 조선어학회는 표준어 사정(査定) 원칙을 ‘대체로 현재 중류 사회에서 쓰는 서울말’로 정했었다. 그로부터 55년 뒤 1988년 정부는 ‘표준어 규정’을 개정했는데,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표준어 사정 원칙으로 삼았다. ‘중류 사회’라는 계층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이 개정의 핵심이었다. 표준어 사용과 관련하여 ‘교양 있는 사람들’의 모델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교양의 개념이 다양하게 파생, 변천해 간 데서 생기는 어려움이다. 실제로 ‘교양’은 지식과 학문을 닦아 인격으로 내면화된 품성의 차원이 있는가 하면, 교통 규칙을 어긴 운전자에게 벌칙으로 부과하는 일정 기간의 교육을 ‘교양’으로 부르기도 하는, 그런 차원의 교양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교양 있는’은 바로 우리가 사용해야 할 표준어의 자질에 해당하는 것임에 주목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교양 있다’는 말은 품위 있고 세련된 ‘언행’을 지칭할 때 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표준어를 일상의 언행으로 실행함으로써 ‘교양 있는 사람’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그런데 ‘교양 있는 사람’이란 그 진경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교양 있음’이 밖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데서 교양의 진정한 경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교양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진정한 교양에서 멀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속물이라 한다. 그런데 여간 숨기려 해도 교양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나게 되는 지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말 '언행'이다. 표준어 규정에 ‘교양 있는 사람’이 들어가 있는 것은 그래서 적실하다. 다른 어떤 규범 규정에 ‘교양 있는 사람’이 들어가 있는 것보다도 표준어 규정이 들어가 있는 것이 맞다. 맞아떨어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대통령경호처가 작년 4월 공동 발주한 연구개발 과제, ‘지능형 유무인 복합 경비안전 기술개발사업’이 논란에 휩싸였다. 총 240억 원이 투입될 계획이었던 이 사업은 군중 속에서 위험 행동을 사전에 인식하고, 생체신호를 분석해 긴장도를 탐지함으로써 잠재적 위험 인물을 식별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인공지능 시스템은 이동형 카메라, 로봇, 드론 등 다양한 장비를 투입하여 원거리에서도 군중의 행태를 분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즉, 과기부와 경호처는 군중 감시 인공지능을 개발하려 한 것이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해당 연구는 IRB(기관생명윤리위원회) 심의도,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윤리 사전검토도 받지 않았다. 인공지능 시스템의 실제 적용 대상이 사실상 국민 전체이며, 수집 및 처리하게 될 데이터가 극히 민감한 생체정보에 해당함에도 어떠한 윤리 검토도 없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왜 이런 연구과제가 발주되었을까. 과제 공고문은 문제의 인공지능 시스템은 기존의 ‘차단·분리형’ 경호 방식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줄이고 ‘개방형 경비안전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요약하자면, 이번 군중 감시 인공지능은 국민 안전과 편의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도대체 어떤 주권자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자신을 감시해달라고 요청했는가. 연구과제를 발주한 과기부와 경호처는 감시의 일상화를 국민 편의로 정당화하려 하는가. 더군다나 해당 과제의 수요기관은 대통령경호처로,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은 경호 대상을 전·현직 대통령과 그 가족으로 한정한다. 결국 문제의 연구과제는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기술을 활용해 국민을 프로파일링한, 국가 주도 감시 사회로의 퇴행에 지나지 않는다. 시민사회단체의 비판과 언론 보도 이후 문제의 연구과제에 대한 연구비 지원은 중단되었다. 그러나 연구 중단이 곧 사태의 종결을 뜻하진 않는다. 연구윤리 검토 절차의 무시, 그리고 기술의 본질적 목적에 대한 사회적 논의 부족 등 근본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게다가 한국은 감시 기술의 등장을 막을 법적 장치도 취약하다. 개인의 범죄 가능성을 평가하거나 예측하는 인공지능을 ‘허용할 수 없는 위험(Unacceptable risk)’으로 분류해 금지하는 EU AI법과 달리, 한국의 AI 기본법은 고영향 인공지능이 서비스되기 전에 검인증과 기본권 영향평가를 받도록 “노력”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제2, 제3의 감시형 인공지능은 얼마든지 다시 등장할 수 있다. 문제의 해법은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성찰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기술은 그것을 설계, 개발, 배포하고 사용하는 주체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 통제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해치지 않는 인공지능은 기술 개발 전 과정에 민주적 통제와 윤리적 책임이 스며들어 있을 때만 나타날 수 있다. 감시가 아닌 신뢰, 통제가 아닌 투명성 위에서만 진정한 기술 강국을 이룰 수 있다. 더 정교한 감시 시스템이 아니라, 더 성숙한 기술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22일 용인 소재 ㈜셀로맥스 사이언스를 방문, 김성락 총괄사장과 임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주4.5일제가 생산성과 워라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 기업은 주4.5일제 시범사업에 참여 중이다. 주4.5일제는 금요일 오후를 법정휴무로 편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 4일 반만 근무하는 노동제도다. 김 지사가 셀로맥스 사이언스를 방문한 이유는 이 기업이 실시하고 있는 주4.5일제가 임직원들의 삶에 변화를 주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김 지사의 기대대로 직원들은 만족감을 보였다고 한다. 한 직원은 아이랑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커진 변화라고 밝혔다. “그전에는 아이와 시간을 못 보냈는데 저녁을 같이 먹을 수 있고 학교 숙제를 도와주거나 몸으로 놀아주는 시간이 늘다 보니까 친밀감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강아지와 산책을 할 수 있어 삶의 질이 나아졌다” “자기개발을 할 시간이 생겨 꽃꽂이 수업도 듣고 필라테스로 건강관리도 하게 됐다”는 직원도 있었다. 이 기업은 지난 7월부터 경기도 주 4.5일제 시범사업 기업으로 선정돼 주 35시간제를 운영하고 있다. 도는 주4.5일제 장려금과 근태관리시스템 및 정착컨설팅, 일하는 방식 개선 컨설팅 등의 지원을 해왔다. “구성원들이 행복하고 즐거우면 생산성이 내려갈 일은 없다고 본다”는 김성락 총괄사장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사장은 도태되지 않으려면 이 변화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걸음 더 나가서 앞으로는 재택근무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경기도의 주4.5일제 시범사업은 임금 삭감 없는 선택형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건강한 노동환경을 조성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경기도 내 기업 중 104개 기업과 1개 공공기관이 시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기업은 노사 합의를 통해 ▲주4.5일제 ▲주 35시간제 또는 36시간제 ▲격주 주4일제 ▲혼합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도는 선정된 기업에 노동자 1인당 월 최대 26만 원(주 5시간 단축 기준)의 임금 보전 장려금, 기업당 최대 2000만 원 한도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업무 프로세스·공정 개선 컨설팅, 근태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지원한다. 4.5일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에도 이 내용이 포함됐다. 2027년까지 연간 노동시간을 현재 1859시간에서 OECD 평균인 1717시간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김 지사는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이렇게 활용하게 되면 가족의 행복뿐만 아니라 쓸데없는 노동, 헛된 노동도 없어질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실제로 셀로맥스 사이언스의 사례처럼 일부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의 주4.5일제 시범 운영은 생산성 유지, 근로자 만족, 지역경제 활성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반면 경영계 일각에서는 우려를 표한다. 임금 인상과 생산성 저하 등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의 반대가 크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지난 1일 고용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과도한 인건비 부담 구조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4.5일제 도입은 생존 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에 사형 선고와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주휴수당이 유지된 채로 주4.5일제가 실시되면, 5.5일치 기본급에 더해 휴일수당 및 초과근무 수당으로 1.5~2배의 임금을 더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치영 회장은 “내년도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2384원이다. 주휴수당이 추가 인건비 부담을 16.7% 증가시켰다”면서 ‘주휴수당 폐지 없는 주4.5일제’를 반대하기 위한 100만 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지방정부는 주4.5일제를 걱정하는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 따라서 주4.5일제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