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선 벌써/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무성한 여름을 벗고/제자리에 돌아와/호올로 선다/누군가 먼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기도를 마친 여인처럼/고개를 떨군다/울타리에 매달려/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먼 항구에선/벌써 이별이 시작되고/준비되지 않은 마음/눈물에 젖는다. 가을의 초입인 9월이 낭만과 설렘만 주는것 아니라 뭔가 준비해야 하는 계절임을 노래한 시인 문병란의 ‘9월의 시’다. 시에서 지적한 것처럼 지금까지 모두 허영 이었다면 이젠 겉치레의 옷을 벗어 버리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하는게 9월이다. 특히 방학이 끝난 학생들에게는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새 학기의 시작이지만, 여름을 뒤로 한 채 새로운 달을 맞은 어른들에게는 고단한 삶을 준비해야 하는 긴장된 시간이기도 하다. 30년만에 빨리 찾아 왔다는 추석이 버티고 있고 가는 세월을 막지 못하듯 백로와 추분도 있다. 추분을 지나면 햇살의 꼬리는 더욱 짧아질 것이다. 그것은 한층 줄어드는 시간속에 할 일이 많다는 의미도 된다. 천재지변도 걱정이다. 그동안 9월에 내
비오고 난 후의 아침이 참으로 싱그럽다. 창문을 열고 길길이 솟은 나무들을 보며 심호흡하는 것이 내가 사는 일과 중의 유일한 즐거움이다. 여름을 지나는 나무들은 짙을 대로 짙은 초록빛을 띄우고 있다. 조그만 자연부락이지만 여기저기 공장건물이 세워지고 이젠 자연부락이라고 할 수 없는 마을에서 마치 산 속에든 듯이 있는 우리집 풍경을 나는 즐기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사는 일이나 숲속의 나무들이 자라는 과정에 우여곡절은 자주 생겨나기 마련이다. 요즘 시어머니와 나는 집 주변에 자라는 나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시어머니는 나무들을 베어야한다고 틈이 날 때마다 말씀을 하신다. 그 이유는 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져서 그늘 때문에 곡식이 되질 않으며, 모기가 너무 많아서 문을 열고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긴 그 부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나무가 높이 무성하게 자라서 텃밭에 심은 곡식들이 그늘 때문에 잘 자라지 않으니 그 부분에서 할 말이 없기는 하다. 게다가 밭에 나가 상추나 고추, 오이를 따다가 보면 모기를 수없이 물리는 일이 다반사며 집안에도 문만 열면 모기가 몰려들어서 모기와의 전쟁을 치러야한다. 하지만 나는 나무가 주는 장점이 더 크니 그런 것쯤…
계절은 여름인데 마음은 가을을 향하니, 달력에 표시된 8월의 날짜가 두개뿐이 남질 않은 것이 확실한 모양이다. 또 한 장의 달력이 뜯겨나가면 붉은 숫자가 연속으로 있는 추석이 얼굴을 내밀 것이고 그를 보는 서민들의 마음이 무거워 지는 그런 여름의 끝자락이다. 달력은 이렇듯 우리에게 세월의 흐름을 알려주는 마음속 퍼즐이다. 과거와 추억을 간직하고 간혹 잊어버린 우리의 기억들을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계획도 우리에게 알려줘 인간관계의 나침판이라 부르기도 한다. 물론 이럴 때는 사전 등재(?)가 필수다. 어느날은 누구 생일, 몇월 몇일은 지인 자식 결혼, 특별한 기념일엔 아예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를 치고 그 밑에 사연을 적는다. 결혼기념일 집사람 생일, 장인 기일 등등 잃어버릴 경우 평소 구박의 빌미가 되는 날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렇듯 가는 세월과 오는 나날들을 가장 많이 대변 하는게 달력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창문 밖을 쳐다보는데 잠자리 몇 마리가 하늘을 난다. 그리고 문득 예전에 읽었던 시문집속 글이 기억난다. ‘맨드라미 오뚝하고 봉선화 기우뚱한데, 푸른 박 넝쿨엔 붉은 가지가 얽혀 있네. 한 무리 고추잠자리 왔다 가고 나니, 높은 하늘
청소년들이 창조적인 축제를 만들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주는 기관이 있어 다행스럽다. 지나친 학업으로 인해서 대부분 청소년들의 생활은 학교와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와 고통은 매우 심각하다. 학교수업 후에는 대부분 학생들이 학원에서 공부를 한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여가와 취미생활을 하지 못하며 원만한 친구관계마저 소홀하다.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청소년들이 자율적으로 만드는 축제를 계기로 활성화 되어가길 바란다. 부천여성청소년센터는 센터 일원에서 청소년들이 만드는 ‘말.미.잘 축제’를 개최한다. 말.미.잘’은 “말해라, 미쳤다, 잘났다”를 뜻하는 줄임말이란다. 축제명칭부터 관심을 유발할 수 있다. 이번 축제는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 및 평가에 참여하는 등 청소년 축제라는 이름에 걸 맞는 다양한 방식과 방법으로 준비하는데 의미가 크다. 따분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창조성과 자율성을 발현할 수 있는 축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은 단순한 계기로 미래의 위대한 소망과 꿈을 가꾸기 마련이다. 이들에 의해서 개최되는 축제에 조그마한 문제도 발생되지 않도록 주최기관과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은 다양한
한때 ‘우리 연변에서는...’으로 시작되는 개그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을 두고 일부 중국동포들은 조선족을 허풍쟁이로 깎아 내리려는 의도라며 반발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연변’지역을 중심으로 중국 동북지역에 우리 민족이 많이 살고 있구나 하는 동질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중국 동포들은 아직도 우리 고유문화와 언어를 고수해오고 있다. 물론 일찌감치 대도시로 나갔거나 거기서 태어난 젊은 층에서는 우리말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도 민족의식은 잊지 않고 생활한다는 것이 동포들의 전언이다. 많은 동포들이 일자리를 찾아 베이징이나 칭다오 등지로 나가 살고 있지만 아직도 동북3성인 지린(길림)·헤이룽장(흑룡강)·랴오닝(요녕)성의 엔지, 하얼빈, 선양 인근에 모여살고 있다. 특히 지린성에 많은 동포들이 살고 있다. 게다가 민족의 성산인 백두산과 옛 고구려·발해 지역으로서 그 시대의 역사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어 더욱 마음이 끌리는 곳이다. 예전에 이 지역은 이른바 중원이라고 하는 지역과 해안도시지역에 비해 경제발전이 더뎠다. 그러나 최근 놀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북3성은 중국의 4번째 경제축으로 부상 중이다. 경기도가 이들 가
무기력한 이 여름의 끝자락에 집 정리를 했다. 간단하게 분위기나 바꿀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일을 벌여 놓으니까 처음 생각과는 달리 쉬 마무리가 안 되었다. 거실의 소파나 치우려고 시작한 일은 책장 정리, 옷장 정리, 창고 정리로 이어지며 사나흘씩 계속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제는 용도를 다한 쓸모없는 물건들이 집안 구석구석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쌓아놓은 것들이 대부분 쓰레기라니. 정리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눈앞의 살림살이들을 살펴 보니 책이며 옷가지, 그 밖의 소소한 물건들이 버릴 것 투성이다. 씁쓸하다. 돈 주고 산 물건을 별로 사용도 하지 않은 채 돈을 주고 버린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투입되는 돈과 에너지는 점점 늘어나고 자원은 고갈되는 현실이다. 우리가 쓰레기 문명의 정점에 서 있음을 절감하는 순간이다. 쓰레기의 양을 줄여야 지구가 쓰레기에 묻히지 않을 텐데 ‘버릴 것인가? 버리지 말 것인가? 이것이 문제다’. 너무 많이 생산하고,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소유하고 있다. 문화예술 판에도 너무 많은 쓰레기들이 양산되고 있다. 우리 집에도 한 번도 듣지 않은 음반들이 수두룩하다. 집 밖으로만 나가면 온통
며칠 전 사소한 일로 남편과 실랑이했다. 처음 시작은 그야말로 미약하였으나 끝이 보이기 전에 이미 창대해졌다. 같은 공간에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서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저녁 식탁에서도 뜨는 척만 하고 일어나고 두 모자는 여느 날처럼 시시콜콜한 얘기를 주고받는 소리가 들려 그냥 일단락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다음 날이 되어 오히려 일이 커지고 말았다. 내가 하는 말을 듣지 못한 남편은 아침을 거르더니 점심부터는 나를 이기는 방법을 동원했다. 그 방법이라는 것이 참 우습기도 해서 속을 뻔히 알면서도 번번이 먼저 사과를 하고 화를 풀어주었다. 단식투쟁을 시작한 것이다. 예전에 할머니께서 며느리들이 볼 부은 얼굴을 하고 있을라치면 하시는 말씀이 “소를 힘으로 끌려 하면 안 되고 슬슬 달래고 추슬러 주어야 말을 잘 듣는 법이다. 남자는 소하고 똑같다고 생각해라.”고 하시다 좀 길게 말씀하시는 날에는 “남편을 하늘처럼 받들기도 해야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말 안 듣고 고약한 아들이라 아무도 못 주고 내가 데리고 산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하시며 며느리들을 위로 하시며 속으로 아들 역성을 들어주셨다. 그런 말씀을 수시로 들으며
선물은 주기보다 나눔 의미가 컸다. 또 있는 사람이 아래에 내리는 게 많았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며 변질되고 진화를 거듭해 언제 부터인가 뇌물의 성격을 짙게하고 있다. ‘베품’의 선물풍조가 ‘상납’의 선물풍조로 바뀐 꼴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윤리경영가이드북엔 뇌물과 선물에 대한 재미난 구분법이 있다. 판별 척도는 이렇다. 받고 나서 밤에 잠이 잘 오면 선물이고 그렇지 않으면 뇌물이란다. 또 언론에 보도가 됐을때 문제가 될 것 같으면 뇌물이고 자리를 옮기면 줄 것 같이 생각되도 뇌물로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처럼 양심에 비추어도 선물과 뇌물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사법기관에서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는 게 선물이라면 뭐든 대가를 노리면 뇌물이란 구별법이 흔히 쓰인다. 망각과 기억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법도 있다. 일단 주고 나서 잊어버리면 선물이고 뭔가 돌아오기를 기대하면 뇌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선물과 뇌물을 구분하는건 그리 간단치 않다. 수천·수억원의 거액이 오갔다면 몰라도 세상에는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많은 주고 받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행위를 뇌물과, 선물로 명확한 선을 긋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직권을 활용해 편의를 봐달라고 건넨 부
가정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때에 사회와 국가발전은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가정경제의 악화는 직장과 사회생활의 신뢰성을 떨어트려 능률저하와 결속력의 약화가 불가피하다. 최근 들어 악화되어가는 가정 부채가 걱정된다. 자녀교육비가 가장 큰 요인이다. 지나친 고학력에 대한 의식변화가 이루어져야한다. 재능과 자질이 부족한 자녀의 대학진학을 신중하게 고려하여야 할 때다. 노후에 대비하여 저축하는 일이 시급한 일이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1천조원을 넘고 있으며 5분기 연속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말 현재 가계신용은 1천40조원으로 3개월 전보다 15조1천억원 증가했음을 발표했다. 불안한 가정경제는 사회 안정과 발전에 저해가 되므로 여유로운 가정경제가 이루어지도록 국가의 적절한 대책이 요구된다. 날로 늘어나는 실업률에 허덕이는 가정경제는 국민들의 삶을 어렵게 만들어간다. 가계신용은 지난해 1분기 중 9천억원 정도 감소한 반면 3분기에 14조원, 4분기에 27조7천억원으로 1년3개월째 사상 최대로 늘어났다. 올해 2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982조5천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4조8천억원이 증가됐다. 1분기에 주춤하던 가계부채 증가 폭이 확대된 것은 예금은행의…
전자발찌를 찬 채 여성을 납치, 성폭행하고 달아난 혐의로 공개 수배된 한모씨가 26일 용인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전자발찌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시행 6년이 돼도 여전히 재범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전자발찌를 채우는 것은 재범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전자발찌로도 재범을 막지 못하고 피해자가 계속 발생한다면 이 제도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난 2012년 서울에서 30대 여성이 전자발찌를 찬 서진환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무참하게 살해된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범죄 당시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지만 경찰과 보호관찰소가 행적을 파악하지 못했다. 국민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전자발찌 부착자 정보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지금도 실질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고 전자발찌 부착자들의 범죄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평택시에서도 지난 6일 전자발찌를 착용한 남성이 이를 훼손하고 재차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성범죄 전과자로서 전자발찌를 부착한 40대 초반 신모씨는 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평택시 송탄동 소재 한 휴게음식점 앞에서 20대 초반 여종업원을 차에 태워 충북 청주 한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