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도 않는 것이 참 잘도 간다. 잡으려 해도 안 되고, 막으려 해도 바람처럼 쉽게 스쳐간다. 세월 이야기다. 차가운 저수지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광교산 입구 수변공원을 걷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여름이 코앞이다. 덕분에 지난주 찾았던 광교산의 숲들도 짙은 녹음으로 뒤덮였다. 산행 중 느끼는 갈증으로 시원한 얼음물이 생각났고, 토끼재를 오를 때에는 아예 반팔 등산복까지 훌렁 벗어던지고 싶을 정도로 온몸에 땀방울이 흘렀다. 세월은 그렇게 쉽고 빠르게 지나버렸다. 이런 세월의 흐름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며 산다. 때론 슬픔을, 혹은 고통을 겪으며 세상을 헤쳐 나가기도 한다. 그러다 간간이 찾아오는 행복과 기쁨에 희열하고 보람에 뿌듯해 한다. 삶의 여정은 험난하지만 이 때문에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스스로 자신을 위로한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사실 위로받고 싶은 게 어찌 자신 스스로만이겠는가. 세상에 위로받지 못할 사람도 없고, 위로받지 않고 살만큼 강한 사람도 없다는 말처럼 위로는 누구에게나 활력소요 치료약이다. 요즘같이 힘든 세상 속에선 작고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물론 이런 게
사실 다른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 거짓으로 말을 만들어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해야 자신의 삶이 편해진다고 믿는 부류에 대한 글 말이다. 돌이켜보면 어느 사회나 ‘찌라시 인생’들은 한두 마리씩 꼭 있고, 그 조직의 상층부에 무지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그런 말종이 오히려 인정 받으니, 그 부조리를 지적하고 싶었다. 묵묵히 살다가 몰상식한 변종 때문에 피해보는 사람들을 대변해야 겠다, 뭐 이런 생각에서다. 유언비어(流言蜚語) 날조자들의 뇌 구조가 궁금한 까닭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누군가를 모함해야 존재이유가 있다고 느끼는 저렴한 부류. 또 그런 자들의 세치 혀에 놀아나는 무뇌아들의 세상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 정도가 출발이유다. 그런데 책상 앞 달력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아니, 당연히 바뀌었다. 64년 전 오늘이 6·25 한국전쟁 발발일이기 때문이다. 전쟁의 가장 큰 죄악은 인간성의 파괴에 있다. 생명을 살상하는 잔혹성이야 말해 무엇하랴만,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두고두고 상흔을 남기는, 그래서 최후의 승리는 폭력에게 주어지는 비상식의 절정이다, 전쟁은. ‘특정 이데올로기가 인간을 구원하리라’는 망상에 빠진 일부 인간 변종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대를 이어 불행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대규모 조퇴투쟁과 전국교사대회 등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법원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판결에 맞선 것이다. 전교조는 지난 21일 평택 무봉산청소년수련원에서 긴급 전국 대의원 대회를 갖고 이 같은 투쟁계획을 논의했다. 조퇴투쟁은 2006년 이후 8년 만에 재개하는 것이다. 만일 이 계획이 실행에 옮겨진다면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어떨지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전국의 진보교육감 당선자들마저 전교조를 지원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여 교육계의 혼란이 우려된다. 교육부는 법원 판결이 나자 바로 전국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냈다. 노조 전임자의 휴직허가 취소와 복직 통보, 전교조에 지원한 사무실 퇴거, 사무실 지원금 반환 요구, 전교조와 진행 중인 단체교섭 중지, 조합비 급여 원천징수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법외노조 판결에 대한 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는 이에 맞서 교육부의 후속조치를 전면 거부하기로 하면서 법외노조 결정에 반대하는 총력 투쟁을 공식 선언함으로써 갈등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강경투쟁 방침에는 진보 교육감들의 대거 당선이 큰 힘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준
지금도 일부 지역은 그렇지만 예전엔 농촌이나 산골마을에 가다보면 농수로나 골짜기 등에 대형 냉장고나 텔레비전 등 폐가전제품이 버려진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일부 몰지각한 도시 사람들이 밤중에 몰래 버리고 간 것들이다. 폐기물 배출 스티커 구입비용을 아끼기 위해 한 짓이다. 시골지역 뿐만이 아니다. 일부 아파트에서 이사를 가면서 낡은 대형 폐가전 제품 등을 그대로 내버리고 가는 일도 많아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골치를 앓기도 했다. 사실 고장 난 세탁기·냉장고 처리와 이사 때 불필요한 가전제품 문제로 고민을 하는 가정이 많다. 지금까지는 배출 용량에 따라 최대 1만5천원의 수수료를 내고 배출 스티커를 구입해야 했다. 또 직접 무거운 폐가전 제품을 수거일에 맞춰서 내놓아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전화 한 통이면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폐가전제품을 무료로 수거해주는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 사업이 7월부터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미 경기도는 지난해 6월부터 성남·안양·의정부·광명·구리·이천·화성·동두천·부천·고양 등 10개 시·군에서 무상방문 수거사업을 실시해 이용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수원시
기후에너지 정책의 현주소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 배출과 집중형 발전설비와 화석연료를 통해 생산되는 전력소비가 가장 높은 광역지자체이다. 후쿠시마 핵사고로 인한 영향으로 도민의 안전에 대한 요구가 증대하고 있으며, 신규 핵발전소 건설과 송·배전선로 건설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집중형 에너지공급체계로부터 지역분산형 에너지와 재생에너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민선 5기 경기도는 동북아 경제 중심지론을 바탕으로 수도권 중심의 성장패러다임이라는 정책기조를 고수하여 기간 동안 높은 인구증가율과 도시과밀화 등 빠른 도시성장을 방치하여 기후변화와 에너지관련 모든 지표가 적색경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적 책임과 사회적 영향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기후변화 대책과 에너지 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경기도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 및 적응대책 세부시행계획 등의 수립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인벤토리 작성 등 주요한 지표와 통계는 실행력을 담보하지 못한 문서로만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존의 행정조직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자립과는 동떨어진 행정체계를 유지하고 있고, 법제도적인 지원정책이 매우 미비하다. 경기도내
옛 시인들은 天下本無事라 하였고 明月本無私라 하였다. 세상에는 본시 아무 일도 없고, 명월은 언제나 사사로움이 없이 골고루 비춘다는 뜻으로, 세상은 고요한데 어리석은 사람들이 시끄럽게 만든다 하여 다산 정약용은 만약 庸자를 才자로 바꾸어 놓으면 이치에 맞게 잘 통하게 될 것이라(若改庸爲才 此言尤達理)고 노래하기도 하였다. 庸人이란 의미를 어리석은 사람으로 말하고 있으나 그저 평범한 사람을 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庸人은 마음이 환경에 따라 바뀌므로 결국 시끄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와 반대로 성현은 환경이 마음에 따라 바뀌게 하기 때문에 재주 있는 사람은 이 세상을 그 재주로 많은 일이 일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다산 같은 학자들의 편협한 생각이거나 달관한 사람들의 초탈한 생각일 수도 있다. 庸人들이 열심히 일하는 이 세상에서 庸人은 없고 才人만 있고, 재인만 바라본다면 그것은 바라보는 이의 하찮은 안목일 수도 있는 것이다. 古典에 세상만사가 이미 운명에 따라 정해져 있는데(萬事分已定), 허공에 떠있는 사람은 헛되이 바삐도 헤매이도다(浮生空自忙) 하였다. 옛날 성현들은 산이 움직이지 않으면 길을 돌고 돌아다녔고(山不轉路轉)
6월, 아까시꽃은 사라졌다 짙은 녹음만 남기고. 하얗게 묻어나는 향기에 취해 몽유병자처럼 늦은 밤에도 나무 밑을 서성거리게 했던 시간들. 수십 년 반복된 사랑이라면 이제 지칠 때도 되었건만 여전히 짝사랑으로 남아있는 아까시꽃. 흔히 아카시아로 불리는 아까시는 사실 원래 이름이 아까시나무이고, 아카시아는 아까시나무와 전혀 다른 종류로 노란 꽃을 피우는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라고 한다. 아까시나무는 한국전쟁 이후 민둥산이 많았던 우리나라에 산림조성 사업으로 들여와 1970∼1980년대 이후부터 민둥산을 채우며 지천으로 번져 아카시아로 불려왔던 터라 아카시아라는 이름이 더 친근감이 가는 건 사실이다. 특별히 예쁘지도 않고 품위 있는 꽃도 아닌 아까시꽃이 나에게 사춘기 달콤한 설렘처럼 남아있는 건 아마도 이른 봄이면 여지없이 찾아와 낙관처럼 찍어대는 그 꽃의 진한 향기 때문일 것이다. 향기는 사람을 불러 모으기도 하고 추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그 사람 주변을 맴돌게도 한다. 고성산 산장휴게소 건너편 할머니 손칼국수집, 그 허름한 포장마차에도 5월 향기가 뿜어져 나왔었다. 하얗게 드리워진 아까시꽃을 배경으로 얼큰한 칼국수를 팔고 계
이른바 「문창극 사태」가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지금은 사태의 본질이,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자질 문제에서 문창극 이후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선 문창극 후보자 자신이 매우 억울해 하고 있고, 그래서 어떻게든 청문회까지 가겠다는 것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여기서 문제는 문창극 사태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청와대와 여당이 받는 타격은 더욱 커진다는 데 있다. 즉, 사태가 길어질수록 문창극 후보자의 자질 문제보다도 인선 과정의 문제점이 부각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청와대와 여당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청와대는 이 문제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은 당연하다. 특히 김기춘 비서실장의 책임론이 정국의 핵심에 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는 문제를 조속히 수습하길 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한 점은, 문창극 후보자의 버티기 모드 덕분에, 문 후보자는 자신이 총리감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했다는 사실이다. 문창극 후보자는 스스로 억울하다고 생각하며, 청문회에 가서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보려 생각하는데, 이는 청문회와 같은 제도적 과정을 개인의 억울함 해소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예부터 돼지고기가 늘 인기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려시대엔 특정인만 먹는 고기로 분류돼 서민들은 접하기 힘든 식재료이기도 했다. 1123년 송나라 사신단의 일원으로 와 한 달가량 개경에 머물며 고려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던 서긍(徐兢)은 그의 책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 당시 육식문화를 이렇게 적고 있다. ‘고려는 부처를 좋아하고 살생을 경계하기 때문에 국왕이나 상신(相臣)이 아니면, 양과 돼지고기를 먹지 못한다. 또한 도살을 좋아하지 아니하며, 다만 사신(使臣)이 오면 미리 양과 돼지를 길렀다가 시기에 맞추어 사용했다.’ 말은 군사적으로, 소는 농사에 필요한 이유로 길렀지만 돼지는 곡물을 축내는 가축으로 인식돼 천대받던 당시 시대상에 비추어 ‘귀한 고기’라는 개념보다는 ‘안 먹는 고기’라는 의미로 분석된다. 고려 후기 몽골의 영향을 받아 육식 문화가 새롭게 부활했을 때도 그 중심은 소고기였다. 조선시대에도 인기가 없던 것은 마찬가지다. 1417년 윤 5월 태종실록에는 ‘명나라 황제가 조선인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니, 조선 사신에게 쇠고기와 양고기를 공급하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돼지를 많이 기르지도 않았다. 1488년 조선을 방문했던 명나라 사
7·30 재·보궐선거의 판이 커지고 있다. 현재 확정된 곳이 수원 3곳을 비롯해 14곳에다가 26일 두 건의 대법원 판결에 따라 늘어날 수도 있다. 여야가 거물 정치인들을 내세우려 하는 이유는 이번 재·보선이 민심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도권 경기지역의 경우 특히 여야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 하마평이 나오는 등 이른바 ‘정피아’의 등장이 정가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거의 승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자칫 낙하산 공천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수원지역의 3군데 가운데 여당은 우선 지명도에서 앞서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게다가 이혜훈 전 최고위원,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외지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높은 지명도와 호남 출신이어서 수원지역에서 승산이 있는 카드로 여권은 보고 있다. 야당도 여당에 맞서 거물급 인사가 거론되기는 마찬가지다. 먼저 경기도지사를 지낸 광명 출신의 손학규 고문의 출마 가능성에다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김두관 전 경남지사, 정동영 전 의원, 천정배 상임고문, 안철수 대표 측근인 금태섭 대변인 등 지역과 전혀 관계없는 인사들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