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은 본래 음력 6월이다. ‘동국세시기’의 기록을 보면, 유월에는 일 년 중에서 가장 더운 때로 유두(流頭)가 들어 있는 달이라고 한다. 절기로 소서와 대서가 들어 있어 한 해 중 가장 더운 때이기도 하다. 유두에는 맑은 개울물을 찾아가서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으며 하루를 즐겼다. 그렇게 하면 상서롭지 못한 것을 쫓고,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믿어왔다. 유두의 풍속은 신라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동쪽으로 흘러가는 냇가에 가서 머리를 감는 것은 동방이 청(靑)이고 음양오행에서 목(木)이기에 양기가 가장 왕성한 곳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늦봄의 학술대회, 학술적 의사소통 나무 밑동 이끼들 속에서 겨우내 움츠리다가 벌레들이 깨어나듯이 왕성한 변화가 봄에 일어난다. 만물이 샘물처럼 솟는 듯한 봄은 인생으로 비유하자면 한창 자라나는 청춘이다. 더구나 ‘꽃잎 흩날리던 늦봄의 밤/아직 남은 님의 향기 이제나 오시려나’ 노랫말처럼 늦봄은 찬란하다. 대학 학기 중에 교내외 행사가 사뭇 유월에 집중되는 것도 양기가 충만한 시기를 겨냥한 것이 아닐까 한다. 사람들의 생활 리듬은 대개 계절과 밀접하다. 흔히 ‘언제 철들
라면 하나를 먹더라도 조리법을 이렇게 저렇게 달리해 먹는 게 요즘 젊은이들이다. 이를테면 한 냄비에 종류가 다른 두 개의 제품을 넣어 색다른 맛을 내는 식이다. 이름도 기막히게 붙인다. 라면에 골뱅이를 넣어 비벼놓고 ‘골빔면’이라 하고,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고 ‘짜파구리’라 부른다. 이처럼 기호에 맞게 조리법을 바꿔서 즐기는 젊은 소비자들을 업계에서는 모디슈머(modisumer)라 부른다.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소맥’도 일종의 모디슈머 작품이다. 젊은 모디슈머들은 이 또한 변형 발전(?)시키는 게 최근 추세다. 소주와 맥주를 함께 섞어 마시는 단순한 조합에서 갖가지 음식료와 소주를 섞어 만든 다양한 칵테일형 소주가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칵테일소주는 1990년대 인기를 누린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얼음소주를 비롯 체리소주, 레몬소주, 오이소주 등 한정된 칵테일 레시피가 고작이었다. 인기도 금방 시들해져 음주문화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소주에 원하는 음료나 재료 등을 섞어 마시는 개성 있는 소주 칵테일이 다시 등장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사용하는 식재료도 생과일을 비롯해 오미자·허브·우유…
요즘 흔해지긴 했지만 예전에 석·박사 학위는 개인은 물론 가문의 영광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명예로운 것이었다. 박사학위를 받으면 주민들이 마을입구에 축하 현수막을 걸어줄 정도였다. ‘학위 장사’ ‘논문 대필’ ‘논문 표절’ 이런 말이 시중에 나돌고 언론에 보도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도 치과 의사들에게 돈을 받고 ‘학위 장사’를 해온 수도권 대학교 치과대학 교수들이 적발됐다. 모 유명 대학의 홍모 교수는 논문을 대신 써주고 학위 심사까지 통과시켜 주기로 하고 12명으로부터 3억2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 대부분 의사들은 경제적 여유가 있지만 바쁘기 때문에 대학원에 출석하거나 논문을 작성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편이다. 특히 개원의들은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병원에 박사학위증서를 걸어놓고 싶어 한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 석사 학위 500만∼1천500만원, 박사학위의 경우 2천만∼3천500만원씩을 받고 논문을 대필해 심사를 통과시켰다(본보 18일자 23면). 학자의 양심을 돈 몇 푼과 맞바꾼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홍씨가 대필해 심사를 통과시킨 일부 논문들은 ‘복제’ 논문이었다고 한다. 즉, 제목만 조금씩 다르고 내용은 대동소이한…
제6회 지방자치 출범이 13일 후면 시작된다. 당선자들은 그간 유권자에 대하여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 더불어 철저한 인수·인계 작업을 마치고 새로 선출된 단체장의 인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임 자치단체장은 과거처럼 선거를 도와준 사람에게 자리를 만들어주는 관피아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광역시 산하 지방공기업 기관장의 경우 60%가 지자체 관료출신이다. 여기에 상임이사와 감사도 70%가 지자체 관료출신이 차지 하고 있다. 경기도의 관피아도 이와 비슷한 실정이다. 자치단체장은 고유하고 특별한 권력인 듯 오인하고 있다. 전문성과 도덕성은 관계없이 단체장의 당선을 위해서 헌신한 사람에 대한 보답만을 생각할 뿐이다. 현실적으로 관련 업무에 대한 무지와 무능한 사람이 자리만 지키고 월급만 타먹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바른사회시민단체가 전국 광역자치단체 산하 지방공기업 28곳의 상임과 비상임 임원 225명을 분석한 결과, 26%가 해당 지자체 관료출신이다. 이중 기관장은 68%가 해당 지자체 관료출신이고 21%는 중앙정부와 공기업출신이다. 반면에 내부 승진자는 21%이며 비상임 임원은 141명 가운데 지자체 출신은 6%에 불과하다. 특히 인천광역시의 경우 지자
OECD는 지난 6월17일 ‘한국경제보고서(OECD Economic Surveys: KOREA)’를 발간하고 한국경제의 거시경제 여건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하고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4%로 전망했다. 특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긍정 평가하면서 성장잠재력 확충과 저성장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과감한 구조개혁이 포함돼 있어 성공적으로 실행되면 한국은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OECD는 현재의 경기개선 추세가 지속된다는 전제하에 2017년까지 관리재정수지를 균형수준으로 회복한다는 목표 달성을 강조하면서 경기 하방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통화정책을 추가적으로 완화하고 단기적인 재정정책 등을 통한 경기부양을 실시할 것을 조언하였다. 이와 함께 수출제조업 중심의 경제성장은 생산가능인구의 하락 등으로 효과가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창조경제 촉진과 함께 기초연금을 통한 노인 빈곤층 지원과 국민연금의 확대와 이를 통한 민간저축을 확대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 등의 사회통합 및 삶의 질 제고를 위한 권고사항도 OECD는 지적하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내수침체로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는 추세와…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서울 끝자락에 위치한 성공회대학교는 박사과정까지 설치된 종합대학의 규모로서는 전국에서 몇 번째로 작은 대학이다. 이 작은 대학이 진보와 비판, 인권과 평화의 대학이미지로 자리한 것은 종합대학 역사 20년 동안 학내 교수들의 학문적 기풍과 사회참여로 인해 얻어진 것이다. 그러나 대학을 진보·중도·보수로 구분할 수 있을까? 그동안 필자도 인터뷰할 때는 언제나 성공회대학교가 진보대학임을 역설하고는 했다. 그것은 진보가 좋고 나쁨, 혹은 자랑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의 특질과 성향을 의미한 것이다. 모든 대학의 성향이 진보일 필요는 없다. 또 진보를 지향한다고 해서 교내 구성원들의 학문적, 정치적 성향이 비판적 진보가 아니라면 대학 자체가 진보대학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진보’보다는 ‘열린 다양성의 대학’임을 강조하려고 한다. 학문은 진보이어야 하며 실천성이 있을 때 그 학문의 가치는 사회에 더 영향력이 있다. 성공회대학교는 ‘진보’ 이전에 진보를 배양할 수 있는 ‘열림’을 기초로 설립한 대학이다. 엄밀히 말하면 다양성이…
‘쇼퍼(chauffeur)’란 말은 유럽에서 왕족이나 귀족이 타던 마차의 마부에서 유래됐다. 요즘은 잘 훈련 받은 고급차 운전기사를 뜻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롤스로이스, 밴틀리, 캐딜락 등 최고급 차를 운전하면서 비서, 통역, 경호까지 맡는 쇼퍼 서비스가 보편화돼 있다. 영국 왕실에서 롤스로이스 자동차를 운전하는 ‘로열 쇼퍼’가 대표적이다. 항공사 파일럿을 능가하는 고액의 연봉을 받아 ‘지상의 파일럿’으로 불린다. 5년 전 우리나라에도 쇼퍼를 양성하는 전문기관이 등장해 성업 중이다. 쇼퍼스쿨에서는 이런 덕목을 가르친다고 한다. 고개를 뒷좌석으로 돌리지 말라, 불러도 백미러로만 본다, 주인을 방해하지 않는다, 주인의 거동을 모른 척 한다 등등. 철저한 복종과 비밀유지를 교육하는 셈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운전기사는 오너의 일상과 동선을 그 누구보다도 속속들이 알게 마련이다. 특히 온갖 심부름과 궂은일까지 맡다 보니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고, 또 모르려야 모를 수도 없다. 어느 술집에 가는지, 누굴 만나는지, 무슨 내용의 전화를 하는지 도 파악할 수 있다. 고급정보를 캐기 위해선 운전기사에게 먼저 접근하라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뇌물
세월호 사건 이후 서민들의 경제활동이 크게 악화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계가 어려운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이 시급하다.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어 계층 간 갈등해소가 절실하다. 이제는 기업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나눔 경영을 통하여 사회 활성화를 꾀해가야 할 때다. 지난 외환위기 이후 실업률이 급증하고 심각한 부의 양극화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며 갈등을 확대시켜 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는 2007년 1월에 사회적기업 육성법을 제정하였으나 활동이 미미한 실정이다. 사회적기업의 활성화 전략을 구축하여 많은 고용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창조기업을 육성해가야 한다. 지난해 12월 말까지 고용노동부장관 인증을 받은 1천12개 사회적기업이 활동 중에 있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사회적기업 131곳, 예비 사회적기업 240곳, 협동조합 366곳, 마을기업 148곳 등이 운영 중이다. 인증현황을 보면 상법회사가 310곳, 민법상 법인 155곳, 비영리단체 114곳, 사회복지법인 78곳, 생활협동조합 13곳, 영농조합법인 10곳이다. 이들의 주된 사업 영역은 음식료품 18.6%, 교육 서비스 16.8%, 기타서비스업 11.8%,…
여주시가 9월부터 ‘행복택시’를 시범 운영하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행복택시는 산골과 농촌 오지 지역의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위한 정책이다. 여주 지역도 대부분 농촌과 산골로 이루어져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교통 소외지역이 많다. 행복택시는 교통소외 지역 주민들이 시내버스 요금만으로 이용할 수 있는 택시다. 여주는 시내버스가 운행되지 않거나 하루 3차례 이하 버스운행 지역에서 행복택시를 운행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택시회사와 이용약정을 체결, 읍·면·동까지는 시내버스요금을 적용해 본인이 부담하고, 여주시내까진 택시요금의 30%는 이용자가, 70%는 시가 부담하게 된다(본보 17일자 8면). 앞으로 4개 마을에서 행복택시가 운행될 예정이라는데 이를 위해 충남 서천 ‘희망택시’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행복택시는 충남 서천군이 지난해 6월부터 시행한 희망택시가 원조다. 희망택시는 농어촌 버스조차 운행되지 않는 서천 지역 16개 마을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택시 202대를 각 마을별로 전담 운행해 호평을 받고 있다. 요즘 서천 희망택시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가 있다. 이용 요금이 5㎞ 거리인 면 소재지까지 4명 합쳐 1
세월호의 영향으로 여느 선거와는 다르게 조용히 치러진 6·4 지방선거였지만 후보들 간에는 표심을 얻기 위한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던 선거였을 것이다. 특히 시군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지방의원 후보자들의 공약은 사회복지가 주요 화두로 등장하였고, 후보자들의 유인물과 현수막에는 사회복지사 또는 사회복지전문가란 문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이번 지방선거에서처럼 후보자들 스스로가 사회복지전문가라고 지칭했던 선거가 또 있었을까 싶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사회복지에 대한 유권자들의 표심을 반영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은 사회복지가 양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질적으로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며, 사회복지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회복지사에 대한 처우개선은 뒷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사회복지사들의 높은 이직률과 함께 전문성의 한계로 사회복지 대상자들에게 양질의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함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회복지사를 향한 상해와 자살 등으로 사회복지사의 신변안전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였지만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