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가 끝났다. 여야 간에 ‘승자 없이 국민의 현명한 선택이 돋보이는 선거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이게 나라인가?’라며 탄식과 분노의 한숨소리가 가득했던 세월호 참사 정국 중에 치러진 선거임을 감안할 때, 민심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수도권 3곳 중 경기 인천을 새누리당이 가져갔으니 여당이 선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정당개입이 금지된 교육감선거는 진보 후보들이 압승했다. 진보교육감 후보들이 단일화에 성공했기에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구도’에서 유리했었고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고승덕 후보가 가정사 때문에 막판 추락으로 진보후보가 덕을 본 면도 있지만,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순응했다가 꽃다운 나이에 먼저 간 아이들에 대한 기성세대로서의 미안함을 가졌던 유권자들은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 진보교육감이 일궈낸 성과와 실천력들을 떠올렸고 그것이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아야 한다. 진도참사 정국에서도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완승을 하지 못한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 달라는 읍소 때문이 아니라, 국민의 눈에 새정치연합은
“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 하는 것이/남의 말 내가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1728년 지은 김천택의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있는 작자미상의 시조다. 한 번 내뱉으면 주어 담을 수 없으니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뜻이다. 누구보다 말의 위력을 잘 알았던 중국 오나라 명재상 풍도(馮道)는 “口是禍之門(구시화지문:입은 재앙이 들어오는 문이고) 舌是斬身刀(설시참신도: 혀는 제 몸을 베는 칼이다) 閉口深藏舌(폐구심장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어 두면) 安身處處宇(안신처처우: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며 말조심 하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 속담에 ‘세 치 혓바닥이 몸을 베는 칼’이라는 말이 있다. 혀를 잘못 놀려 큰일을 그르치고 힘들게 쌓아 올린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함을 빗댄 말이다. 사불급설(駟不及舌)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도 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또 언비천리(言飛千里: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이속우원(耳屬于垣: 담에도 귀가 달려 있으니 말을 삼가라), 호령여한(號令如汗: 땀이 몸속으로 들어갈 수 없듯 한 번 내린 명령은 취소할 수 없다), 악사천리
‘서럽다 뉘 말하는가 흐르는 강물을/꿈이라 뉘 말하는가 되살아오는 세월을/가슴에 맺힌 한들이 일어나 하늘을 보네/빛나는 그 눈속에 순결한 눈물 흐르네/가네 가네 서러운 넋들이 가네/가네 가네 한 많은 세월이 가네/마른 잎 다시 살아나 푸르른 하늘을 보네/마른잎 다시 살아나 이 강산은 푸르러/가네 가네 서러운 넋들이 가네/가네 가네 한 많은 세월이 가네.’(안치환 글·곡 ‘마른 잎 다시 살아나’) 1987년 6월이었다. ‘4·13 호헌’조치와 ‘박종철 고문치사축소은폐’로 정국이 한창 뜨거웠다. 마침내 10일 국민대회가 전국 18개 도시에서 일제히 열렸다. 6월 항쟁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하루 전인 9일, 연세대 이한열 군이 학교 정문 앞에서 시위 도중 경찰의 직격최루탄을 맞고 쓰러졌다.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7월 5일 세상을 떠났다. ‘마른 잎 다시 살아나’는 그의 추모곡이다. 결국 정부는 ‘6·29선언’을 발표, 직선제 개헌과 민주화조치를 약속한다. 호헌은 가고 개헌이 왔다. 대통령 선거는 직선제로 치러졌고 국민들의 바람과 달리 민주화 진영은 분열했다. 신군부의 2인자 노태우가 대통령이 됐다.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민주화에 대한 열기와 거리를 가
올해 49세, 젊은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에게 기대를 걸어도 될 것 같다. 지난 선거 운동 기간 중 공약으로 내걸 때만 하더라도 설마 했는데 정말 그렇게 할 모양이다. 제일 먼저 시선을 끄는 건 선거기간 약속했던 야당 몫의 사회통합부지사직 신설이다. 이는 야당과의 소통·화합을 위한 것으로, 이로부터 내 사람만 챙기는 정실인사가 아닌 탕평인사가 비롯되기를 바란다. 남 당선인은 도청을 찾아 기자들과 만난 상태에서 ‘도를 대표할 야당 인사’에게 이미 추천 요청을 한 상태라고 밝혔다. 물론 야당에서 이에 응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처음 있는 일이라 부담을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선의의 제의라면 거부할 일이 아니다. 남 당선자는 만약 당사자가 고사하면 도의회 야당 다선 의원들과 협의해 추천을 받겠다고 말할 정도로 야당과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정책 입안 단계부터 야당의 의견을 반영하고 항상 의사결정 과정을 같이하겠다는 것이다. 남 당선자의 눈에 띄는 행보는 또 있다. 대부분 당선자들이 대규모로 화려하게 펼치는 취임식을 아예 열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도내 취약지역이나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 곳을 방문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고 밝혔다. 선거 때 기치로 내건…
본격적인 무더위 철이 다가왔다. 높은 기온으로 다양한 식품들이 변질하여 질병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에 대한 특별한 관리와 더불어 철저한 위생 점검이 요구된다. 초등학교 앞의 영세판매점과 노상에서 판매하는 음식물에 대한 여름철의 각별한 관리가 절실하다. 전염병의 경우 많은 사람의 건강과 사회불안을 야기하므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인천경찰청이 지난 9일 쌀을 수입해 원산지를 허위로 속여 시중에 판매한 사람을 원산지 허위표시 위반 혐의로 구속하였다. 이 외에도 불량식품 제조와 유통, 허위 과장광고, 무허가로 도축하고 판매한 24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불량음식을 판매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돈만 벌겠다는 사고를 가져서는 안 될 일이다. 인천경찰청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불량식품 14t을 압수하여 폐기하고 영업정지와 취소 등 행정처분 등을 통해서 불법행위를 사전에 차단하였다. 근절되지 않고 암암리에 자행되는 불량식품의 유통방지를 위한 범국민적인 노력과 당국의 지속적인 관리단속이 절실하다. 최소한 사람들이 먹는 식품에 대한 불법 유통과 판매는 근절되어야 마땅하다. 이번에 인천경찰청이 단속된
한국영화가 부침을 거듭하다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영화 대 해외영화 간의 시장 점유율만 놓고 보면 2000년대 후반 침체기의 4:6이 지금은 6:4 정도 수준이다. 그리고 매출 역시 2조원 가까이를 기록하고 있으니 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무엇이 문제라 할성싶다. 또 일각에선 스크린쿼터 없어지면 한국영화 다 망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더 잘되지 않느냐는 타박도 있다. 애먼 스크린쿼터만 물고 늘어지지 않았냐 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 안을 찬찬히 들여다본다면, 속이 편치가 않다. 대단히 다른 양상의, 그리고 심각한 흐름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말이다. 현상은 언제나 기만적이라는 말이 있다. 영화산업, 영화계만큼 딱 어울리는 데가 없다. 겉으로는 봐 영화계만큼 화려한 곳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속으로는 병들대로 병든 그런 상태다. 영화진흥위 자료를 놓고 그 개념도를 그려 보면 금세 이해가 될 게다. 한국 영화산업을 통틀어 매출이 100 발생했다 치자. 여기서 DVD, 온라인 등 부가시장의 비중은 6%밖에 안 된다. 나머지 94가 문제다. 이중 극장상영이 44.7로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그 다음 배급이 15.3, 제작이 13.2다. 쉽게 말해 한국영화…
곽상욱 오산시장이 민선시대 이후 오산지역에서 처음으로 재선에 성공하는 기록을 남겼다. 이로써 연속성 있는 시정 추진으로 지역발전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오산시는 그동안 역대 시장들이 재선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공직분위기 또한 시장 성향에 따라 행정을 펼치다보니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 것도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무엇보다 시민과 공직자들이 인물론에 대한 갈증이 심화되는 과정을 겪어야 했다. 무엇보다 이번 오산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곽 시장에 대한 지지율은 압도적이었다. 당초 새누리당 후보와 접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재임에 성공함으로써 향후 시정에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민선5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눌림 행정’으로 압축할 수 있다. 초선시장이다 보니 3선 국회의원 그늘에서 제대로 된 시정을 펼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일명 ‘눈치시장’이라는 닉네임이 따라붙기도 했다. 이젠 시민과 공직자들도 강력한 추진력과 리더십을 원하고 있다. 한자성어에 ‘억강부약(抑强扶弱)’이란 게 있다. 누를 땐 누르고, 강할 땐 강하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란 심각한 외상을 보거나 직접 겪은 후에 나타나는 불안장애를 말하며, 여기서 ‘외상(trauma)’이란 전쟁, 사고, 자연재앙, 폭력, 살인 및 강간, 납치 등 외부로부터 주어진 충격적인 사건에 의해서 입은 심리적 상처를 말한다. 외상 사건을 경험한 사람은 그 충격과 후유증으로 심각한 부적응 증상을 나타낸다. 특히, 가정 내의 가까운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신체적 학대, 가정폭력, 정서적 학대나 방임, 성폭행과 성적학대 등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심리적 상처로 남아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임상적으로 보면 모든 증상 뒤에는 트라우마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트라우마가 개인의 심신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PTSD 환자의 치료에 있어서, 약물치료에는 한계가 있어 심리치료적 접근이 중요하다. 특히 1개월 이내의 급성기 치료에 따라 예후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이고 적극적인 치료적 개입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최근에는 마음챙김 명상과 이정변기요법(移精變氣療法)을 기반으로 하는 PTSD 심리치료 4단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트라우마 환자에게 있어서 ‘안전의 장 구축하
음식은 잘 나누면 정이 돈독해지지만, 잘못 나누면 서운한 마음이 쉽게 드는 법이다. 옛말에 ‘음식 끝에 정 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음식 끝에 마음이 상한다’라는 속담도 있다. 그래서 음식을 나눌 때 나보다는 상대편을 배려하는 마음이 넘치면 자리가 즐겁고 돋보이는 것도 이런 연유다. 정으로 나눈 음식은 좋은 기억으로 오래 남는다. 반대로 음식으로 상한 마음은 잘 잊히지 않고 오래간다. 때가 됐으나 소외된 채 혼자 식사한 적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시간이나 여건상 어쩔 수 없어 혼자 먹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동료들이 자신을 의도적으로 빼고 간 것을 안 뒤 음식을 먹는 기분이란, 아마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이럴 땐 상대에 대한 배신감마저 느낀다. 그래서 가장 흔하게 건네는 ‘밥 한번 먹자’라는 말에 사람들이 감동하는가 보다. 물론 지켜지는 경우가 많지 않은 ‘인사치레’인줄 알지만 왠지 듣기에 나쁘지 않다. 배려와 관심의 정이 담겨있어서다. 그중에서도 점심보다 저녁을 제의 하면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어쩌다 성사가 돼 식사와 함께 술 한 잔을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환경법규 위반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 환경부 중앙환경기동단속반은 올해 4월 전국의 환경오염물질 다량배출사업장에 대한 특별 점검을 벌여 38건의 법규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고 8일 밝혔다. 기아차를 비롯한 대기업 사업장에서 폐수를 무단 배출했다는 것이다. 특히 환경부의 이번 단속은 2012년 이후 환경법규 위반으로 한 차례 이상 적발 전례가 있는 대기업 10곳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도 또다시 적발돼 대기업의 환경 불감증 사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2년 만에 다시 적발됐다는 것은 과거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는 처사로, 이제 대기업의 환경오염 및 투기사례는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다. 수법도 아주 다양하다. 기아차 화성공장은 도장 시설에서 대기오염물질 이송배관의 균열을 방치하고, 지정폐기물인 폐유(약 20ℓ)를 빗물관으로 유출하는 등 7건의 사업장 지정폐기물 처리기준을 위반했다. 현대차 아산공장에서도 5건이나 위반사항이 적발됐으면 LG화학 청주공장, 삼성토탈 서산공장, 휴비스 전주공장, 효성 용연1공장, 전주페이퍼, LG생명과학(울산), SK하이닉스 청주1공장 등 모두 이름이 부끄러운 대기업들이다. 이 같은 발표는 한두 번 들은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