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의 공보물이 벌써 한 무더기 도착했다. 거리에는 추모현수막을 뒤로한 채 형형색색의 유세차량이 복잡한 도심을 헤집고 다니고 있고, 사람의 통행이 빈번한 거리에는 마치 귀빈을 접대하는 국가행사가 있는 것처럼 앞 다투어 소리 높여 인사를 건넨다. 서로 다른 정당과 기호, 그리고 수많은 공약들로 뒤덮인 선거를 대할 때마다 복잡한 심경에 그냥 주인이기보다는 객이 되고 싶은 심정이다. 정책투표를 하자고 주창하지만 막상 결과를 보면 국민이 요구하는 삶의 방향과는 다르게 정당이나 인물에 투표하는 경향성이 높게 나오고 있다. 누군가 투표의 기준을 정해준다면, 아니 각자 개인에게 주어진 혜안이 있다면 서로에게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공간이 만들어진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우린 그런 실험을 별로 하지 않는다. 아니 그동안 별로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경제성장과 도시개발 중심의 낡은 사회의 표본이 그대로 먹히는 선거로 전락되고 있기에 선거에 대한 본질적인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생명과 사람, 자연에 투표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된다. 새로운 선택 최근 생명과 안전,…
여성에게 선거권이 주어진 것은 언제부터일까? 영국이 비교적 빨라 1928년이다. 우리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시작부터 여성에게 선거권이 주어졌다. 프랑스가 1946년, 스위스는 1971년, 아랍계 국가들은 21세기에 와서야 여성에게 선거권이 주어졌다. 이렇게 비교하면 우리에게는 민주주의가 비교적 빨리 도입된 듯하다. 그러나 그러한 제도가 채택될 때에 우리의 여성들의 노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거저 얻은 제도이다. 민주주의란 民민이 主人주인인 시스템이다. 일할 사람을 선택할 권한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위해 일해 줄 부하를 선택할 수 있으니 주인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왜 투표율은 그리 낮을까? 1930년대의 일이다. 조선 청년이 독일에 유학을 갔다. 호텔 방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아침에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나무랐다. “당신은 잠을 자면서 전등을 왜 끄지 않아요?” 유학생은 기분이 나빴다. “전등 끄지 않고 자면 숙박료를 더 받나요?” 아주머니 왈 “ 숙박료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저 전기는 나랏돈으로 만들어집니다. 우리 서로 아껴야지요. 당신은 나라도 없어요?” 청년은 듣고
26일 이천시가 발칵 뒤집혔다. 공천을 앞두고 유승우 국회의원의 부인이 이천시장 P예비후보 측으로부터 2억원의 돈다발을 받았다 되돌려준 사건이 알져지자, 시민들은 ‘결국…’이라며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6·4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는 민감한 시기인 만큼 이번 사건에 대한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현재 유 의원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로 미뤄 볼 때 유승우 의원은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우선 돈을 건넨 당사자가 선관위에 진정서를 제출한 점, 여기엔 유 의원의 부인이 P후보 측으로부터 2억원을 받았다 돌려줬다는 내용이 포함된 점, 이에 대한 동영상 파일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점, 당시 유승우 국회의원이 새누리당 경기도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면죄부를 받기는 힘들 것 같다. 특히 당초 이천은 새누리당의 전략공천지역에서 배제됐다 갑작스레 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온갖 잡음이 난무해 지역에서는 의혹의 시선이 집중됐었다. 지금 지역에서는 ‘당시 돈을 전달
얼마 전 필자는 한 대기업 고위 간부 A씨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지금 검찰 수사관들이 자신의 사무실에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전화였다. 필자는 하던 일을 멈추고 즉시 A씨의 사무실로 가 수사 상황을 파악하면서 법률적 조력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필자가 그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검찰 수사관들은 이미 압수·수색을 통해 필요한 자료를 확보한 뒤, A씨에게 다음 날 해당 검찰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소환 통보를 하고 돌아간 뒤였다. 필자가 A씨 및 A씨의 법무 담당 직원으로부터 전해들은 사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자신이 3년 전 지방의 한 발전소 본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 그 발전소 주기기 납품 용역을 준 적이 있는데, 그때 주기기 중 일부 기기의 납품을 했던 조그만 설비회사 대표인 B씨가 최근 지방의 한 검찰청에 A씨를 포함, 위 발전소 기기 납품 업무에 관여된 담당자(A씨의 부하직원임)들에게 뇌물을 주고 기기 납품을 했다는 제보를 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 자신은 B씨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고, 단지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B씨가 A씨와 부하직원들의 회식 자리에 나타
당혹과 분노, 참담으로 가득한 세월호의 시간표가 벌써 한 달을 넘어섰습니다. 아직도 찾지 못한 시신이 상당수 남아있고, 슬픔과 조문의 노란 리본이 거리에 물결치고 있습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 가증스러운 범죄적 사고에 우리는 얼마나 분노했으며 참담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도 화나고 답답한 심경이 진정되기보다는 더 큰 응어리로 마음 밑바닥에 가라앉아 오래된 종양처럼 자꾸 가슴을 치밀고 올라옵니다. 온 사회가 일종의 정신적 무정부상태를 헤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간 매스컴을 통한 상황 보도와 사고의 원인을 대하면서, 역설적이게도 어쩌면 이렇게도 일관되고 정교하게 짜인 비극의 시나리오가 우리 사회를 무대로 해서 한 치 어긋남 없이 그 종말을 향하여 치달려 올 수 있었는지 생각하면 소름이 돋습니다. 오직 돈벌이만이 목적이 되고 사람의 목숨은 짐짝의 무게보다 경시한 선사의 영업행태와 그 뒤에 도사린 종교의 탈을 쓴 철면피 사주, 죽어가는 어린 생명들을 나 몰라라 하고 뺑소니치는 선원들, 멀거니 구경하듯 몸을 사리는 구조대원들, 이 중에서 어느 한 부분만이라도 그 짜인 듯한 시나리오에서 벗어났더라면 삼백 명 희생자의 상당수는 구조
노자는 선(善)을 도(道)로써 물에 비유하여 설명했다. 다시 말해 선, 즉 도에 가까운 것이 물이라는 것이다. 그가 도덕경에서 ‘上善若水(상선약수: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라 한 까닭이다. ‘물처럼 사는 것이 최고로 선한 방법’이라고 풀이되는 이 말은 ‘무위자연’으로 대표되는 노자사상의 핵심으로 꼽히기도 한다. 노자는 ‘물이란’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큰 바위에 가로 막히면 몸을 나누어 비켜가고, 가파른 계곡에서는 숨 가쁘게 달리고, 평탄한 곳에 이르면 널리 세상을 비추며 서서히 흐른다고 했다. 또한 깊은 웅덩이를 차곡차곡 다 채운 다음 뒤에 오는 물을 기다려 비로소 나아간다. 이처럼 물은 앞서 가려 다투지 않고 막히면 돌아가고 빠르고 느린 순리로서 무리하지 않는 게 물이라 했다. 도덕경은 이를 두고 水善利萬物而不爭(수선리만물이부쟁: 물은 만물을 길러주고 키워주지만 자신의 공을 남과 다투려하지 않는다)라고 적고 있다. 노자는 또 바다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處衆人之所惡(처중인지소오: 모든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흐른다)’, ‘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以其善下之(강해소이능위백곡왕자이기선하지: 바다가 모든 강의 으뜸이 될 수 있는 까닭은 자신
교육감 후보자의 기호와 순서는 어떻게 정하는지, 정당은 어디인지 아직도 반복되는 질문이다. 7개의 투표용지에 기표해야 하는 유권자들로서는 매번 헷갈리기 십상이다. 교육감 선거는 더 헷갈린다.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까닭에 정당추천은 당연히 없다. 더욱이 올해 교육감 선거에서 처음으로 ‘순환배열방식’ 투표용지가 선보인다. 각 후보자에게 기호를 부여하지 않고 선거구마다 후보 이름 기재 순서가 바뀌는 투표용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는 투표용지 게재 순서를 어떻게 추첨하느냐에 따라 득표에 영향을 미쳐 일명 ‘로또선거’라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교육감 선거는 관심도와 후보의 인지도가 낮다. 자연스레 첫째 자리는 새누리당, 둘째 자리는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았다. 이를 조금이나마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투표용지의 이른바 교호(交互) 순번제다. 그렇다고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론조사기관이나 일부 언론사에서 교호순번제에 따른 후보별 득표율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여전히 앞 순서에 배치된 후보가 유리한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우리는 2006년부터 그동안 몇 차례 교육감 선거를 치르면서…
지난 22일 6·4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따라서 이날 새벽부터 각 후보들은 시장으로, 거리로, 현충탑으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로 가서 선거일정을 시작했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조용한 선거’다.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온 나라가 추모 분위기에 젖어 있어 웃고 떠드는 분위기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준비해 온 봄 축제나 각종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선거판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눈에 익은 선거 풍경이었던 로고송과 흥겨운 율동이 자취를 감췄다. 대신 조용히 얼굴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후보자들의 공약도 세월호 참사의 영향을 받아서 ‘안전’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실 이 시기에 요란한 선거운동을 하면 지탄의 대상이 되면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민심의 흐름을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 이걸 모를 리 없다. 따라서 대부분 조용한 선거운동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가끔씩 욕을 먹는 후보도 있는 모양이다. 본보(23일자 23면)에 의하면 22일 모당 후보들이 찾은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이 유세차량과 운동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이 당의 도지사
US에어웨이즈 1549편 항공기가 2009년 1월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한 뒤 2분 만에 새떼와 충돌하여 양쪽 날개의 엔진이 고장 났다. 저고도에서 동력도 없이 공항으로 귀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체슬리 셀렌버거 기장은 침착하게 역사상 가장 위대한 불시착을 감행하기로 결정하였다. 허드슨 강위로 비행기를 착륙시킨 것이다. 155명의 탑승객은 기내방송과 승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단 2분 만에 양 날개 위로 탈출하였다. 당시 기온은 영하 8도였으며 수온도 1.5도로 차가웠다. 자칫 물에 빠지면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희생자 한 명 없이 전원 구조되었다. 구조되는 데 소요된 시간은 23분이었다. 허드슨 강의 기적이었다. 지난 5월21일 9·11테러로 숨진 2천977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박물관이 뉴욕 맨해튼에 공식 오픈되었다. 9·11테러 당시의 끔찍했던 순간을 생생하게 전하며 아비규환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는 재건의 상징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돕고 싶었다. 하지만 구조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는 한 소방관의 말이 미국민들의 가슴을 울렸다. 절대 잊지 말자는 미국의 다짐이었다. 9
자신의 능력에 따라서 노력한 만큼 대우를 받는 정의사회가 구현되어갈 때에 사회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정정당당하게 능력에 따라서 평가받는 민주사회의 가치가 소위 관피아의 특채로 망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에서 4급 이상 간부로 재직하다 퇴직해 관련 기관에서 근무 중인 관피아(관료+마피아)는 총 734명에 이르고 있다. 공직에 간부로 근무하다 공공기관, 공기업, 관련협회 및 대학, 연구원 등에 재취업해 활동 중인 인사 때문에 공직자의 정년기준이 무시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관피아의 근절 없이 올바른 정의사회 구현을 기대하기 어렵다. 관(官)피아로 대표되는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와 민·관 유착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검찰이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대검찰청은 21일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고 관피아 근절방안을 논의했다. 주요 수사 대상은 관피아 범죄, 공기업 등 공공기관 비리, 공직자 및 공공부문 업무수행자의 민관 유착 비리 등으로 현재 진행 중인 공공기관(304개) 비리 수사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 업무를 위탁받아 대행하는 민간 협회와 단체에 취업한 퇴직 관료의 비리도 수사한다. 전입자에 대한 특혜를 고리로 자행되는 부정부패가 정도를 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