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후 한 달여가 지났다. 우리 국민들은 유족들의 슬픔과 절망을 지켜보면서 내가 어찌 해 줄 수 없다는 사실에 한없는 무력감을 느꼈다. 이 나라, 이 세상에서 고귀한 생명이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불의의 사고로 연(緣)을 다한다면 얼마나 서러울까? 안전이 확보된 이상향의 유토피아(Utopia)나 샹그리라(Shangri-La)는 정녕 우리 곁에 없다는 말인가. 1993년 전북 부안군 위도 앞바다에서 110t급 여객선 서해훼리호가 침몰해 292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이듬해에는 한강을 가로지르던 성수대교 48m 구간이 강물 속으로 곤두박질 쳐 32명의 고귀한 생명이 강물에 가라앉았다. 또다시 1년 후인 1995년에는 강남의 대표적 상징물이던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어 507명의 영혼이 하늘로 날아갔다. 이처럼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자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 전신)가 음지에서 소리 없이 일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의 국정원으로 명칭이 바뀐 당시의 국가안전기획부는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기관이었다. 안전사고가 빈발하던 그때 정보기관에서는 국가안보의 개념을 광의(廣義)로 해석했다고 한다. 국가를 구성하는 3요소는 영토(領土), 주권(主權), 국민
꽃들이 만발한 오월이다.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계절이 온 것이다. 화려한 외출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아름다운 이 봄 속에 서있을 나를 상상하게 되고 오랜만에 거울 앞에 선다. 주름이 잡혀오는 얼굴엔 나를 지켜온 굳은 근육들이 근심스런 모습으로 나를 향해 서 있다. 틀에 박힌 일상 속에서 과묵하게 변형된 얼굴을 보면서 가랑잎만 봐도 깔깔거리던 시절을 떠올린다. 부딪쳐오는 모든 것들이 왜 그렇게 재미있고 즐거웠던지. 매일 만나는 친구들 얼굴만 봐도 왜 함박웃음이 터져 나왔는지, 힘들고 어려운 시절, 양말 뒤꿈치가 터져 하얗게 살이 나온 걸 보면서도 왜 그렇게 우스웠던지, 종일 동무들과 놀다가 코 묻은 얼굴로 먼지투성이가 되어 대문을 들어서는 아이를 보면서 배를 쥐고 얼마나 웃었던지. 아이를 등에 업고 한 손엔 큰아이 손을 잡고 새참을 머리에 이고 논밭을 가며 아이들과 웃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빙그레 미소를 짓게 된다. 참으로 웃음이 흔하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과 별반 달라진 것도 없는 지금, 크게 맘껏 웃어 본 날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언젠가의 일이다. 운전을 하다가 피곤이 몰려와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눈을 붙인 일이 있다.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눈을…
세월호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전국이 온통 선거다. 카네이션을 건네줄 제자도, 받아줄 스승도 없는 이런 비극적인 스승의 날은 두번 다시 없어야 한다고 울먹이는 목소리가 6·4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 등록 첫날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아직도 팽목항에서 기약 없는 아들과 딸,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고 있고, ‘적막의 도시’로 변한 안산은 언제 깨어날지 쉽사리 기약하기 어렵다. 국민을, 그리고 그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대한민국을 꿈꾼다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일이던가. 전 세계를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넣은 그 파렴치함과 뻔뻔함으로 점철된 잔인한 ‘인재(人災)’ 세월호 참사 속에 5천만 국민들이 한줄기 희망에 의지해 그 많은 밤들을 뜬눈으로 지새울 때 또다시 찾아든 사람이 만든 재앙들은 그저 몸서리를 치게 할 뿐이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가 노래가사에서 현실로 나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다시 4일간이나 계속된 그들의 태만이 지하철사고로 소스라치게 하더니 14일에 벌어진 수원 도심 한복판을 관통하는 원천리천의 범람 역시 인재라는 사실만 새삼스레 기억될 뿐이
힘든 일을 하여도 대접받지 못하는 노비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화’가 치밀었을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한자가 ‘화’를 의미하는 노(怒)라고 한다. 종을 이르는 노(奴)와 마음(心)이 합쳐졌으니 분(忿·성질)이 나지 않았겠는가. ‘화내는 것’을 다른 말로 분노(憤怒·忿怒)라고도 하는 이유다. ‘화나다’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부아가 나다’라는 말이 있다. 부아란 순수 우리말로 허파를 의미한다. 우리는 어떤 일이 옳지 못하다고 느꼈을 때 분노한다. 때문에 분노 표출은 부당한 대우에 항거하는 매우 정당한 행위라고 믿곤 한다. 사람들이 분노를 표출한 이후에 감정적으로 후련함을 느끼는 것도 어떤 면에서는 자신이 할 일을 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마음 속 분노를 모두 분출하면 신경증이 좋아진다고 하여 한때 ‘카타르시스 치료법’이 ‘화’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오래전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상사 목조르기(Choking Strangler Boss)’라는 장난감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사람모양 인형인 이 장난감은 왼손을 누르면 ‘아파도 야근을 해야 해!’라는 비아냥거리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목을 조르면 두 눈이 튀어나오고 팔 다리를
6·4지방선거가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인물 위주로 지역을 위해서 헌신 봉사할 수 있는 후보자를 선출하여야 한다. 지방자치는 정당이 지향하는 정책이 아닌 지역주민이 바라는 사업을 충실하게 추진해갈 수 있는 후보자 선출이 중요하다. 공명정대한 선거가 이루어져야 하며 위법자는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 16일까지 선관위에 정식 후보 등록을 마치고 20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을 한다. 이번 선거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지역 안전문제의 이슈가 전면에 떠오르고 있다. 해가 갈수록 선거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국민이 늘어나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투표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권자는 적극적인 투표를 통해서 올바른 일꾼을 선출하여야 마땅하다. 이번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인해 조용한 선거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제 지방선거가 정당정치의 놀음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주민들의 논의를 통해서 올바른 후보자를 선출하여야 된다. 세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인천시와 경기도의 단체장선거도 정책이행 능력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선출하여야 할 것이다. 지방선거가 그 지역의 축제가 되어 주민이 화합하고 토론에 참여하는 형태로 변화돼야 한다.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이력과 경력을 논의
결국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산업재해 피해자 측에 공식 사과하고 요구사항을 전격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삼성의 태도 변화를 환영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1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투병중이거나 사망한 직원들의 가족과 심상정 의원 측에서 4월9일 제안한 것에 대해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당사자와 가족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행스런 일이다. 이에 따라 사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특히 지난 4월 9일 유가족과, 관련단체인 반올림, 심 의원 측이 제안한 제3의 중재기구 제안을 수용하고 중재기구에서 보상기준과 대상 등 필요한 내용을 정하면 그에 따르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그동안 피해 당사자 및 가족의 아픔과 어려움에 대해 소홀했다며 진작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을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그동안 다수의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투병하는 등 삼성전자의 백혈병 산업재해에 대한 비난과 분노가 국민들 사이에 뜨겁게 일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산업재해 판정을 극도로 꺼렸다. 기업이미지 때문이다.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는 2007년…
오늘은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꼭 한 달째 되는 날이다. 우리는 한국 현대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역사적 사건을 지금 경험하고 있다. 해방 이후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단일 사건에 이렇게 온 국민들이 슬퍼하면서 분노하고, 절망한 때가 있었던가? 세월호가 침몰하는데 선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책임을 망각하고 탈출한 선장과 선원, 침몰하는 세월호 가까이 가서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배 속의 어린 학생과 시민들을 구조하지 못한 해양경찰, 취약한 해상구조 구난 체계, 시간이 지나면서 밝혀지고 있는 기업과 관료사회의 문제에 분노하고 슬퍼하고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시스템 운영되는 한국 사회 21세기에 한국사회는 대전환기에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이를 깨달지 못하고 20세기 사회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 왔다. 19세기, 20세기 한국사회는 근대 국민국가 건설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19세기 말 한국 역사는 외세의 침략을 막아야 한다는 과제 달성에 실패하여 식민지로 전락하였다. 그러나 20세기 전반 한국인들은 독립을 위해 피나는 투쟁을 하였고, 그 결과 독립을 쟁취하였다. 20세기 후반 한국사회는 민주주의…
산맥을 넘는다. 하루가 다르게 영역을 넓혀가는 푸른 것들이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다. 저마다의 색으로, 저마다의 빛으로 꽃을 꺼내고 잎을 키우는 산, 몇 년 전 화재의 흔적을 덮으려는 듯 잡풀들 무성하다. 예전의 숲으로 되돌리기엔 몇십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타다 남은 가지를 비집고 나오는 푸른 순이 애처롭다. 거처를 잃었을 산짐승들과 이 산에서 자생하던 많은 것들을 생각하면 한순간의 부주의가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오는지 새삼 확인한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산모퉁이를 돌다 어찌나 놀랐는지 가슴을 쓸어내리고 또 쓸어내렸다. 갑자기 튀어나온 고라니를 피하느라 자칫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뻔했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커브 길에서 지도 검색을 하다가 생긴 아찔한 순간이었다. 남편은 자신이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다. 수십년 운전하면서 큰 사고 없이 운전한 것에 대해 다행스럽고 고맙게 생각하지만 남편과 동승하면 불안하고 조마조마할 때가 종종 있다. 운전하면서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휴대전화를 걸고 받고 그것도 모자라 지도를 검색하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찾아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직업상
‘아! 스승의 도(道)가 전해지지 않은 지 오래되었구나! 사람들로 하여금 의문이 없게 하려 해도 어려운 일이구나! 옛날의 성인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났지만 오히려 스승을 따라 물었는데 오늘날의 많은 이들은 성인보다 훨씬 뒤떨어지지만 스승에게 배우기를 부끄러워한다. 이런 까닭에 성인은 더욱 지혜로워지고 어리석은 이는 더욱 어리석어지니 이런 까닭은 모두가 여기서 나온 것이리라!’ 1300여년 전 중국 당나라의 사상가 한유(韓愈)가 저서 사설(師說)에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師者, 所以傳道 受業 解惑也(사자 소이전도 수업 해혹야: 스승은 도를 전하고 학업을 주고 의혹을 풀어주기 위한 것이다)이지만 ‘經師易遇(경사이우), 人師難遇(인사난우)라는 뜻도 함께 전했다. 이는 경전의 뜻을 푸는 스승은 만나기 쉬우나, 사람의 도리를 알게 해주는 스승은 만나기 어렵다는 의미로, 참 스승의 가치와 사명을 새삼 되새겨 보기에 충분하다. 율곡 이이(李珥) 선생은 1582년 왕명을 받아 학교사목(學校事目)이라는, 당시 교육쇄신을 위한 규정을 제정했다. 모두 10개 항목으로 되어 있는 규정에는 5개 항이 교사의 선택과 임용 승급 및 대우에 관한 것이다. 항목에는 ‘조관(朝官:…
경기도민들이 안전한 시설과 공간에서 마음 놓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당국은 안전관리에 노력하여야 한다. 다양한 사고가 만연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때에 이의 예방을 위한 안전체험관 운영이 요구된다. 풍수해, 지진, 화재, 가상재난 체험에 대한 안전교육을 철저하게 실시하여 시민의 안전건강을 위한 관리가 절실하다. 소중한 인명을 보호 관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경기도의 경우 도민들을 대상으로 많은 유형의 재난을 경험할 수 있는 안전체험관이 필요하다. 유사시에 신속한 대처방법을 습득하므로 긴박한 상황변화를 능동적으로 처리해 갈 때에 커다란 사고를 극복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도 사전에 이런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안전에 대한 불감증을 불식시키기 위한 도민교육을 강화하고 제도를 확립해가는 일에 충실하여야 한다. 소방방재청과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현재 지진, 태풍 등 다양한 유형의 재난을 경험하여 합리적으로 대처하도록 시·도가 운영하는 안전체험관(어린이 전용 제외)이 전국에 5곳이나 있다며 경기도의 안전체험관 설립의 표류를 걱정하고 있다. 우선 하절기의 풍수해 예방 대책과 더불어 피해에 대처할 수 있는 대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