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은 침향(沈香), 유향(乳香), 정자(丁字)와 같은 식물질 또는 사향(麝香), 용연향(龍涎香) 같은 동물질을 태워 발하는 훈향을 말한다. 향(香)의 연기는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을 연결한다고 해서 예부터 제사(祭祀)에 불가결한 것이었다. 사용 또한 인류의 문화와 함께 할 정도로 오래 됐다. 특히 종교적으로는 우수한 상징화의 기능으로 인해 폭넓고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향의 사용은 가끔 위생ㆍ의료 등 일상생활에서도 사용됐다. 고대 이집트나 페르시아에서 미라 제작의 공정이나 사체처리 과정에 다량의 향이 소비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악취를 없애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사자(死者)에 대한 숭경(崇敬)과 위로(慰勞)의 기원도 포함하고 있다. 종교적으로 분향은 속죄를 의미하기도 한다. 종교학사전에는 부정의 불식에 대한 기원과 타오르는 향연에 위탁된 하늘의 신에 대한 경건이 하나로 결합된 의식이라고 표현되어 있기도 하다. 다시 말해 향을 피우는 것은 공경(恭敬)과 기도(祈禱)를 표현하고, 분향은 교회의 예물과 기도가 향이 타오르는 것과 같이 하느님 앞에 올라가는 것을 뜻한다는 것이다. 가톨릭 예식의 미사에서 입당 행렬을 하거나 복음을 선포할 때…
회생절차는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자나 주주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회생절차는 법원의 관리·감독 아래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는 점에서 금융기관 등에 의한 사적 협상을 통하여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워크아웃(work-out)’과 구별되고, 사업을 재건하여 그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으로 채무를 변제하는 재건형 절차라는 점에서, 자산을 신속히 처분하고 그 대금으로 채무를 변제한 후 소멸하는 청산형 절차인 ‘파산절차’와 구별됩니다. 회생절차는 채무자 또는 채권자, 그리고 주주·지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시작됩니다.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 원인이 있다고 인정되면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합니다.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에는 회생채권자나 회생담보권자는 원칙적으로 회생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변제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회생절차개시결정 역시 법원에 따라 다소간에 차이가 있으나 통상 1개월 이내에 발하고 있습니다.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나올 때 원칙적으로 기존의 대표이사를 관리인으로 임명하지만, 채무자의 재정적 파탄의 원인이
그해엔 1학년을 담임했다. 초등학교 1학년이란, 무슨 볼일들인지 고물고물 끝없이 기어 다니는 개미들 같고, 뱅글뱅글 맴도는 앙증맞고 야단스런 풍뎅이 같은가 하면, 팔랑거리며 날아다녀봤자 잡히는 순간 가루로 바스러질 나비 같았다. 그런 것들에게 아침자습은 무슨… 교장이 쳐다보거나말거나 교감이 잔소리를 하거나말거나 아침부터 함께 놀았고, 엄마들이 와서 투정을 하거나말거나 공부는 하는 둥 마는 둥 수업시간에도 번갈아 무릎에 앉힌 채 세월을 보냈다. 고것들은 받아쓰기를 시켜도 서로서로 보여주며 사이좋게 지내는 걸 과시했고, 글자를 채 익히지 못한 친구를 찾아다니며 일일이 정답을 확인해주는 열성을 보였다. 그 개미·풍뎅이·나비 중에 남루하기 짝이 없는 어느 교회 집사 부부의 아들 녀석도 들어 있었는데, 녀석은 주제에 내 무릎을 전용(專用)으로 쓰고 싶어 했다. 그해 겨울 전근을 가게 되었고, 이듬해 어느 날 그 학교를 찾아갔을 때, 아이들은 변함없이 나를 반겨주었는데, 녀석만은 인사도 하지 못한 채 펑펑 눈물만 쏟았다. 썰물처럼 아이들이 다 돌아간 뒤에도 떠나질 못했고, 마침내 한마디 말도 못한 채 흐느끼다 돌아갔을 때 누가 귀띔
지난 주말 인기드라마 ‘정도전’에서 문하시중(門下侍中)으로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이인임이 숨을 거뒀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으로 나라의 모든 정치를 총괄했지만 결국 또 다른 정치논리에 희생돼 비운을 맞은 것이다. 그 중심에는 조선(朝鮮) 건국의 주역 정도전(鄭道傳)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사실 고려시대 말 문하시중의 권한은 드라마와 달랐다. 권한이 매우 미약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6조의 장관과 역할이 거의 비슷했다. 다만 그들의 수장으로서 문서를 최종적으로 처리하는 역할만 달랐다. 때문에 국사를 제대로 이끌지도 못했다. 그래서인지 정도전은 조선 건국 초기 재상의 권한을 강화해야 나라가 잘 다스려진다는 논리를 강하게 폈다. 정도전은 ‘재상론(宰相論)’에서 “재상이란 위로는 왕을 보필하고, 아래로는 백관을 통솔하며 만민을 다스리는 사람”이라 규정하고 ‘권한’을 이렇게 강조했다. “재상은 왕을 실질적으로 대행하는 사람이다. 정치를 잘못해 변고가 일어날 경우, 왕 혼자 책임지는 게 아니다. 재상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 재상은 하늘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재상의 자리는 이처럼 막중하다. 따라서 정권은 하루라도 재상에게 있지 않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을 지고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전격적으로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정 총리는 세월호 참사 발생 12일째인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의를 밝혔다. 정 총리의 입장에서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사고초기 대응과 수습과정에서 나타난 숱한 문제들에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아마도 사퇴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시기가 문제였다. 아직도 실종자를 찾지 못한 가족의 절규에 잠을 못 이루었다는 그의 심정에서 사퇴 결심을 읽을 수 있다. 나아가 박근혜 정부가 안고 있는 국정운영의 난맥상에 대해 책임을 진 것으로도 보인다. 청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진작 책임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사고 수습이 급선무이고 사고 수습과 대책 마련이 책임 있는 자세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자리를 지키는 것은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해 사고 직후부터 사퇴를 결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사고를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 다양한 비리와 잘못된 관행들이 오랫동안 뿌리박혀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게다가 정부와 공직사회의 계속되는 혼선 등 무능하고 안일한 긴급대응 태세를 여지없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성남FC 감독을 맡으면서 화려하게 돌아온 노장 박종환 감독이 또다시 폭행 논란에 휘말려 감독직을 자진사퇴했다. 박 전 감독은 지난 16일 성균관대와의 연습경기 도중 성남 김성준과 신인 김남건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구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16일 오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과 성균관대의 연습경기 중 박종환 감독이 미드필더 김성준과 신인 김남건의 안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렸다’는 내용의 글이 실림으로써 표면화됐다. 성남 자체 조사결과 ‘신체적 접촉’이 확인됐다. 본보 보도(17일자 18면)에 의하면 박 전 감독은 구단 조사에서 “해당 선수들에 대한 신체적인 접촉을 한 점을 인정하고 해당 선수에게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을 했다”며 “구단의 제재 조치에 무조건 따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두 선수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잘 하라는 의미로 이마에 꿀밤을 1∼2대씩 때렸을 뿐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논란이 일면서 22일 ‘선수들의 경기력을 독려하기 위함이었지만, 적절하지 않은 행동임을 인정하고, 해당 선수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모든 책임을 진다’며 자진사퇴했다. 그러나 그는 사퇴…
슬픔을 무한으로 연장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개인이나 사회나 인간의 삶은 언제나 참기 어려운 아픔을 안고 역사를 이어간다. 아픔을 자신의 몫으로 떠안은 사람들에게 그 아픔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지워지지도 잊을 수도 없는 것이게 마련이지만…, 인간들은 그것으로 삶을 끝내지 않는다. 아니 끝내서는 안 된다. 만일 그것이 아픔에 대한 유일한 대안이라면 “산다”라는 사실뿐 아니라 “아프다”라는 사실조차 아무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이제 이 사회가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실종자 수색의 연장과 선박인양 여부를 결정하고 수개월에 걸쳐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다. 사고 책임을 져야할 기업에 대한 민·형사상의 절차가 진행될 것이고 보상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관련 공직자들에 대한 문책도 있을 것이고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몇 가지 조치들이 따르겠지만 사건 처리의 직접적인 과정은 아니다. 마침 지방선거가 목전이어서 여·야 간에 얼마간의 정치적인 멱살잡이도 예상되지만 이 또한 이 사건의 필요적인 처리 절차
나라 전체가 그렇지만 특히 사고 당사자들은 지금 이른바 ‘멘붕(멘탈 붕괴)상태’다.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과 직·간접적 관련이 없는 안산시민들도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며 말이 없어졌다. 평소 흥청거리던 밤거리는 조용하다. 안산 중앙역 앞거리 등 시내 곳곳엔 실종된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시민들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그 가운데 안산 중앙역 앞 희망의 줄에 설치된 글귀가 가슴을 찌르고 눈물샘을 자극한다. ‘어두운 곳에 있게 해서 미안해. 부디 무사히 돌아와 줘. 수학여행 끝났으니까 어서와.’ 그렇다. 이 땅의 어른들은 그저 미안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수학여행이 끝났어도 돌아오지 못하는 아이들, 차갑고 어두운 바닷물 속에서 애타게 가족과 친구를 그리워하고 있을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우리는 모두 죄인일 뿐이다. 사고가 났지만 신속히 구조하지 못했다. 제일 먼저 승객들을 챙겼어야 할 선장을 비롯한 선박직 선원들은 승객보다 제일 먼저 안전하게 탈출했다. 오히려 나이어린 임시직 여성승무원이 자신의 구명조끼를 학생에게 주는 등 끝까지 승객들을 챙기다 희생됐다. 젊은 여교사는 아이들을 탈출시키고 자신은 끝내 물에 갇혔다. 사고 발생 후 정
고교생의 뛰어난 감성과 아이디어가 기업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제도화 하는 일은 긍정적이다. 이들의 타고난 자질과 미래를 향한 이상을 구현해 갈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창업 아이디어나 기술을 보유한 고교생이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이를 시행하기로 하였다. 금년 상반기부터 청년 창업지원의 나이 제한을 완화하여 고교생도 정책금융기관의 지원금을 받아 창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일부 고교생들의 뛰어난 아이디어는 새로운 제품 개발과 제도 개선에 크게 기여해 왔다. 이들이 금년 상반기부터 정책금융기관의 창업지원금을 받아서 창업할 수 있는 제도가 확립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고교생 창업은 대학에 가지 않고 창업이 가능하도록 지원해 주는 시책이다. 물론 여기에 따른 법률적 미성년자임을 고려하여 나이제한을 16세까지 낮추는 문제도 해결해 가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교생의 적성과 취향을 고려하여 기업창업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과감하게 지원해 줄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법규를 개선해 가야한다. 현재 신보와 기보는 ‘청년 창업보증’ 대상자에게 3억원 이내에서 창업 및 운영을 위한 운전자금과 사업장 임차자금…
“내 나이는 육십, 네 나이는 삼십인데/부자간의 깊은 인연이 여기서 끝이라/아직도 한적한 절에 책 읽으러 간 것 같은데/한 줌 흙이 어찌하여 네 눈 속에 있단 말이냐.” 이 시는 영조 때 대제학과 이조판서를 지낸 문정공 이덕수 선생의 작품이다. 그는 서른 살 아들을 떠나보낸 심정을 ‘죽은 아이의 묘를 돌아보면서’라는 시에서 이처럼 표현했다. 시인은 애절한 슬픔을 육십 세의 삶에 고스란히 담겼다. 옛 선비들은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애통함을 이렇게 시로 담았다. 이를 ‘곡자시(哭子詩)’라고 한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고 자식이 먼저 죽으면 부모는 가슴에 묻는다. 부모가 살아서 자식의 죽음을 보는 것만큼 ‘참혹한 근심’, 즉 ‘참척(慘慽)’이라 한다. 동서고금에 자식의 죽음 앞에서는 누구라도 절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후세에 지나친 행동이라고 비판을 받았지만,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는 아들을 잃고 눈물을 계속 흘리다 심지어는 눈이 멀었다. 이순신 장군이 자식 죽음 앞에서 하늘을 원망하면서 통곡을 한 기록도 남아 있다. 정유재란 당시 충무공에 대한 보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