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모두 좋은 것이고 값진 것이라면 양손에 꼭 쥐고 내려놓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는 버려야 한다면 갈등이 일어나고 고민하게 되는 것이 사람이라 할 수 있다. 혹 두 가지를 다 가진 자도 있을 수 있겠으나 드물고 그 결과는 꼭 좋다 하지 못할 것이다. 성현이나 학자들이 끊임없이 하는 말 가운데 去甚奢泰(거신사태)는 지나친 과욕을 경계하란 뜻이고, 교만보다는 謙遜(줄임)을 택하란 경고였다. 사람의 욕심을 나타낸 말 가운데 ‘이것을 버리자니 저것이 아깝고 저것을 버리자니 이것이 아깝다’는 말도 있으며 또 흔하게 쓰는 말로 ‘닭갈비는 먹을 것이 없으나 버리기는 아깝다’(鷄肋)란 말도 있다. 삼국지에 보면 유비와 조조가 싸우는데 진퇴양난에 처해서 조조는 어두운 밤 부하들에게 계륵이라는 암호명령을 내린다. 대다수는 암호의 뜻을 몰라 허둥대는데 梁修(양수)라는 장수만이 조조의 이 깊은 마음을 알아 그 뜻을 알아차리고 가장 먼저 철수에 나섰다. 다음날 조조는 철수명령을 내렸다.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 부리지 않으면 잃을 것도 후회할 것도 없는 것이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성남일화가 시민 품에 안겼다. 이재명 시장은 수개월간 시청 안팎의 소리 없는 함성에 성남일화를 끌어 안았다. 2일 기자회견장은 ‘성남일화축구단을 인수하겠다’는 한마디에 녹아들었다. 함성과 눈가의 이슬이 어우러진 그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진풍경이었다. 말 한마디의 위용을 새삼 느꼈다. 복잡한 그간의 심경을 담은 이 말을 던진 이 시장의 모습도 여느 때와 달랐다. 인수 시의 돈 문제, 종교인들의 저항, 유치 종목 등 수많은 것들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성남일화축구단은 말할 것도 없고 생활축구 동호회, 서포터즈, 성남시의회, 지역정가 등이 나서 성남일화를 인수해 시민통합, 시 대외홍보 등을 모색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 돼 왔고, 홍보 현수막이 시청사 부근을 비롯 시내 곳곳에 내걸려 한동안 축구단 인수 건이 최대 현안인 듯 비쳤다. 예상컨대 이 시장의 복잡한 심경을 풀어준 게 시민들의 외침이 아니었나 싶다. 축구명가의 한축인 성남일화의 위상도 인수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국내, 아시아 프로축구를 제압한 일은 엄연한 사실로, 내년 시즌 우승의 희망가를 벌써 불러본 이도 있을 것이다. 민선 5기 시 재정난 극복의 선물인 성남
강화고려역사재단이 지난 월요일 출범 기념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고려시대의 역사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종합 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역사재단으로서 향후 역할이 매우 기대된다. 단군 이래 강화도가 갖는 역사적 중요성과,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돼온 고려 역사의 의미를 교직(交織)시키면서 뿌리 튼튼한 연구 및 교육 기관으로 자리 잡아 나가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인천시가 강화라는 역사공간과 고려시대의 특성에 주목하여 강화고려역사재단의 출범을 주도한 것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본다. 주지하다시피 고려의 역사는 개방성과 역동성을 특징으로 한다. 아라비아 상인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활발한 교역이 이뤄졌던 시대가 고려시대다. 사회상도 엄격한 신분제의 굴레에 묶여 있던 조선보다 상대적으로 역동적이었다. 대몽항쟁을 위해 강화로 왕도를 옮겼던 기간에도 팔만대장경을 비롯해 수많은 보물을 남길 정도로 문화적 수준도 높았다. 이러한 개방성과 역동성은 인천이 지향해야 할 21세기 가치와 부합한다. 강화고려역사재단은 역사 자산에 대한 심층 연구를 통해 더욱 단단한 바탕과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초대 대표를 맡은 고려사 전공 역사학자 박종기 교수(국민대)는 고
오늘 10월 3일은 단기 4345년 개천절이다.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 이 나라 한아버님은 단군이시니…”라는 개천절 노래에도 있듯이 오늘 하루만이라도 이 나라와 민족, 역사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만들어 보길 권한다. 우리나라의 조상과 역사, 근본을 부정하고 생각 없이 외래문화를 숭배하는 사람들이나, 일제가 우리를 무능한 민족으로 인식시키기 위한 식민사관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내세우는 ‘뇌 없는’ 일부 집단도 있다. 그런 자들에게 건국 이야기는 그저 신화나 설화, 전설에 지나지 않는다. 또 어떤 몰지각한 인사들은 엄연한 우리 역사를 폄하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개천절이 어떤 날인가? 서력 기원전 2333년, 단군기원 원년 음력 10월 3일에 국조 단군이 최초의 민족국가인 단군조선을 건국했음을 기리는 뜻으로 제정됐다. 물론 이에 대한 강단 사학자나 재야 사학자의 견해는 다르다. 재야 사학자들은 중국 쪽의 고대문헌과 출토 유물을 거론하며 한민족의 민족국가 건립은 이보다 한참 더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강단 사학자 중 일제강점기 이병도의 후계자들은 신화 쪽으로 무게를 둔다. 이에 대해 우리 상고사 분야의 저
얼마 전 포스코 상무의 항공사 승무원 폭행사건, 남양유업 영업직원의 대리점 사장 폭언, 최근 블랙야크 회장의 항공사 직원 폭행 사건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사건 모두 갑과 을의 관계에서 나온 것들이다. 이러한 폭행과 폭언 사례들이 어느 한 개인의 문제만으로 국한될 수 없다. 문제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힘이 아닌 공정한 법이 실현되는 사회, 사회적 약자에게 법이 정의로운 방패가 되어 주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한 “부처 간의 칸막이를 뜯어내 국민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행정을 펼치고 융합과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현장을 중시하겠다”는 관료조직의 대혁신을 예고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현재 도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시민을 대변하고, 시민들에게 봉사해야 할 단체장과 공직자가 시민들로부터 받은 권력을 공정하게 집행하기보다는 도리어 힘으로 난도질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회복지도 예외는 아니다. 2012년 1월부터 시행한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과 함께 2012년 5월 「경기도 사회복지사 등 처우 및 지위…
아, 가을이다. 파란 하늘에서는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한낮의 따사로운 햇살은 한없이 부드럽다. 자비로움이 온 누리에 퍼져 생명의 기운찬 파장이 흐른다. 초록에서 결실의 색깔인 갈색으로 온 생명들이 자신을 갈무리하는 시절이다. 태양은 공평하게, 가을바람은 공평무사하게, 우리의 텅 빈 가슴을 한없이 채운다. 결실의 생각들이 내 마음의 한 모퉁이에 의(義)롭게 다가선다. 누구나 내 것 귀한 줄은 안다. 나의 생각, 나의 친구, 나의 사람, 나의 재산, 나의 신앙의 귀한 줄을 알아야 이웃의 입장도 생각해본다. 내가 귀한 존재라면 이웃도 역시 귀한 존재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적 관점이 생성된다. 내 것 귀한 줄을 모르면 남의 것 귀한 줄을 몰라 함부로 상대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내 것만을 생각하는 것은 아주 어리석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唯我獨尊)식 사고방식은 지혜롭지 않다. 이 넓은 하늘 아래서 ‘너’와 ‘내’가 함께 공존하는 방식이야말로 이 세상을 보다 밝게, 보다 소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한다. 그만큼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 이 결실의 가을에 물질은 그리 넉넉지는 않을지라도 어려운
흔히 장수한 노인이 사망하면 ‘천수(天壽)를 다 누렸다’라는 표현을 쓴다. 여기서 천수는 하늘이 내린 인간의 수명 100세를 의미한다. 그러나 생존하고 있는 90세 노인에게 100세까지 오래 살라고 향수(享壽)를 축원하면 화를 낸다고 한다. 100세라면 10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런 험한 말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무려 800살까지 살았다고 해서 신선이라 불리며 중국 고대인 장수의 대명사로 알려진 요순시대 인물 팽조(彭祖)가 임종을 맞자 부인은 ‘900세까지 살 수 있는데 너무 일찍 죽는다’며 그 앞에서 서럽게 울었다고 한다. 사람은 얼마나 오래 살기를 바라는 것인가. 아무도 답을 내놓지 못하는 질문인데도 여전히 인간이면 누구나 불로장수를 꿈꾼다. 사람은 언젠가 죽음을 맞게 되고 거기에 이르는 과정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서 더욱 그렇다. 해서, 표현은 안 하지만 수명에 대한 감춰진 욕심을 끝없이 추구하는 게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그리고 최대 관심사이기도 하다. 오늘(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올해 100세가 된 전국 1천264명의 노인들에게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청려장(靑藜杖·장수지팡이)을 증정했다
우스갯소리 하나. 어린 시절 친구들과 문답(問答)을 주고받으며 낄낄거렸던 추억이다. 질문은 이랬다. “개가 천을 물고 절로 가는 것이 뭐게?” 갸우뚱. “그것도 몰라? 개천절이지.” 까르르 깔깔 낄낄. 각설하고. 그 개천절(開天節)이 내일이다. 하늘이 열린 날. 서기전 2333년(戊辰年), 즉 단군기원(단기) 원년 음력 10월 3일. 국조(國祖) 단군이 최초의 민족국가인 단군조선을 건국한 날이다. 일본 군국주의와 그 뿌리인 대한민국 주류 사학자들이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신화(神話)로 전락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지금도 쓰고 있는 단군조선 말이다. 하나, 개천절의 ‘개천(開天)’을 엄밀히 따지면 단군조선보다 124년을 소급해야 한다는 설(說)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환인(桓因)의 뜻을 받아 환웅(桓雄)이 비, 구름, 바람을 거느리고 처음 하늘을 열어 태백산(백두산) 신단수 아래에 신시(神市)를 마련했던 날을 기원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로 인간세계와 교류를 시작한 상원 갑자년(上元 甲子年) 음력 10월 3일이 개천절의 시원이라는 것. 하여, 이를 축하하기 위해 제천행사를 치렀으니 고구려의 동맹(東盟), 부여의 영
한국인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인의 독서량은 UN 가입 191개국 가운데 161등이다. 18세 이상 성인 가운데 33.2%는 1년 내내 단 한 권(만화책 포함)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해마다 독서량이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러고도 세계 10위권 경제, 20위권 경쟁력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10여 년 전부터 독서교육과 학교도서관의 중요성이 부쩍 강조되었다. 학교도서관이야말로 교수-학습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길러주는 요람이라는 주장이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학교도서관이 곧 학교 교육의 심장이라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이에 따라 거의 모든 초·중·고교에 학교도서관이 지어지고, 빈약하기 짝이 없던 장서가 어느 정도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학교도서관에 대한 관심은 딱 거기서 멈춰버린 듯하다. 본보 1일자 보도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 2천256곳 중 학교도서관이 설치된 곳은 2천243곳으로 특수학교를 제외한 99% 이상의 학교에 도서관이 설치돼 운영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도내 학교도서관이 설치된 2천243교 중 25% 이상인 596교에는 사서교사나 사서 등 전
경기도가 ‘세계 차 없는 날(매년 9월 22일)’을 맞아 30일부터 10월6일까지 ‘승용차 없는 주간’으로 선정해 도내 각 지자체와 녹색 캠페인을 전개한다는 소식이다. 즉 일주일간 승용차 없는 주간으로 정하고 도내 공무원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뭐, 내용은 언제나 어디서나 똑같다.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탑시다’ ‘자가용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합시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도청 공무원조차 승용차를 끌고 와 관공서 근처에 주차시키고 출근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시점에서 생각나는 행사가 있다. 지난 9월30일 끝난 ‘생태교통 수원2013’ 행사다. ‘미친 짓’ ‘정신 나간 시장과 공무원’이란 극언까지 들어가며 시작한 이 행사는 기적과도 같았다. 세상에 하루도 아니고 한달씩이나 마을에서 자동차를 모두 빼내겠다는 발상을 한 사람이나, 그런 제안을 받아들인 주민들. 물론 처음엔 극심한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 대부분이 취지를 이해해 동참했다. 이 시대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 사람들이다. 많은 국가와 지자체에서 이 행사를 벤치마킹해 갔다. 그러나 실천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행궁동 사람들이 위대하다. 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