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은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기간 각종 중첩규제로 인해 발전이 제한돼 왔다. '수도권정비계획법', '환경정책기본법', '한강수계법', '군사기지및 군사시설보호법' 등에 따른 각종 규제가 지역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해서다. 그 결과 가평군의 재정자립도는 18.3%에 불과하며 인구소멸 위기 지역으로 분류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30%를 넘어선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이제 과거의 일로 마감하려 한다. 가평군은 특히 2025년을 기점으로 희망한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월5일, 가평군은 2001년이후 24년만에 군을 상징하는 새로운 Cl(상징물)를 선포했다. 새롭게 변경된 Cl는 도시명 '가평'과 이니셜'G'를 결합해 가평이 지닌 에너지와 역동성을 표현했다. 이는 가평군의 미래 지향적이고 희망적인 이미지 강화와 차별화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올해부터 가평군은 접경지역으로 포함되면서 1가구 2주택 예외등 각종 세제 혜택이 적용되며 산림규제 완화로 수도권 인구 유입도 기대된다. 오는 4월과 5월에는 경기
자동차가 자율 주행하고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세상. 이는 오랫동안 공상 과학 영화에나 나오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어느 샌가 현실이 되어 우리 생활 속으로 훅 들어오고 있다. 얼마 전 오픈AI는 인간처럼 추론할 수 있는 인공지능 쳇GPT-5를 공개했다. 이는 기계가 더 이상 프로그래밍된 작업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비슷한 방식으로 주변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과연 AI는 우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간단히 ‘Yes’, ‘No’로 답할 수 없지만 필자는 과감히 ‘No’라고 말하고 싶다. 기술이 제 아무리 정교해진들 우리 인간 경험의 미묘한 뉘앙스를 재현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있다. 최근 데이트 앱의 전 세계 사용인구가 16%나 감소했다. 이 현상은 스페인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왜 그러할까? 이 나라에 사는 싱글들은 ‘메르카도나(Mercadona) 플러팅’을 더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카도나 플러팅’이란 오후 7~8시에 대형마켓 체인인 메르카도나로 쇼핑을 떠나 카트에 파인애플을 담음으로써 “나는 진지한 만남을 원해요”라는 신호를 상대방에게 보내는 전통적 관행이다.…
경기도가 중앙 지방시대위원회에 2조 6000억여 원 규모의 2025년 경기도 지방시대 시행계획을 제출했다. 시행계획에는 지역 간 불균형 해소와 지역맞춤형 발전을 도모하고 도민에게 더 고른 기회를 제공한다는 복안이 담겼다. 도는 이번 계획을 통해 제3차 지역균형발전사업,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 등 주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회의 경기’ 실현이라는 목표가 잘 구현돼 고질적인 불균형 해소에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해내길 당부한다. ‘손잡고 나아가는 기회의 경기’라는 비전 아래 마련된 ‘2025년 경기도 지방시대 시행계획’은 5대 전략, 22대 핵심과제, 136개 세부사업으로 구성됐다. 5개 전략 주요 목표는 사람과 기업이 성장하는 탄탄한 사회경제적 토대로 구축과 누구든 어디서나 편안한 일상을 누리는 질 높은 삶의 터전 창출이다. 도는 민선8기 주요 공약사업과 중앙정부의 지방 공약 등을 포함한 세부사업 추진을 위해 국비, 지방비, 민자 포함 총 2조 6136억 원의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제3차 지역균형발전사업은 도내 저발전지역인 가평·양평·연천군, 포천·여주·동두천시의 산업경제, 관광인프라, 도로교통, 문화체육, 교육복지 등 주민 삶의 질과 지역경쟁력을 높이는
“나는 아침, 점심, 저녁 이 일상의 완고함과 씨름하고 있다. 축복받기 전에는 나날을 그대로 흘려보내진 않겠다. 천천히 말 없는 시간의 발자국을 따라가고 있다.” '오랜 슬픔의 다정한 얼굴'을 읽었다. 해야 할 일들은 머리를 짓누르고 정리되지 않는 일상의 끄트머리에 매달려 허덕이고 있는 것만 같은 그런 날, 잠시 짬 내어 읽는 시집 한 줄이 마음에 위안을 줄 때가 있다. 오늘 아침은 어쩐 일인지 싯구보다 시집 뒷면에 수록된 작가의 삶이 더 눈에 들어온다. 칼 윌슨 베이커(Karle Wilson Baker, 1878-1960) 이야기다. 미국 아칸소주 리틀락에서 태어나 텍사스 남부에서 자란 문인으로, 시인이자 소설가 아동문학가이기도 했던 그는 1931년 퓰리처상 시 부문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그가 유년기를 보냈던 1880년대의 리틀락은 한창 철도가 놓이고 빅토리아풍 저택들이 들어서며 확장되고 있던 분주한 도시였다. 교사였던 부모는 도시로 옮긴 후 식료품점 점원으로 일하다 회사를 일구어내기에 이른다. 작가가 꿈이었던 어머니의 응원으로 칼은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에 푹 빠져 지낸다. 외가가 아칸소주 잭슨빌 근처 농장에 있었던 터라 기차여행을 종종 하곤 했는데…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최후진술을 끝으로 탄핵심판 변론기일이 종료됐다. 지난 해 12월 14일 국회가 탄핵소추의결서를 헌재에 접수하면서 시작된 탄핵심판은 두 차례의 변론준비기일과 11차례의 변론기일을 거쳤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선관위 등 헌법기관에 대한 계엄군 투입 장면은 전 세계로 생중계 된 탓에 헌법상 쟁점은 크게 없어 보였으나, 헌재가 11차례의 변론기일을 진행한 것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안의 중대성 측면에서 정치적 고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11차례의 변론기일 과정을 되돌아보면 탄핵심판의 본질에서 벗어난 정치적 주장이 대부분이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권한은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이 매우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비상계엄이 수반하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엄청나고 일시적으로 헌정질서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12.3 비상계엄에서 윤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헌법기관을 침탈하고, 국회의원 등 정치인과 언론인 등에게 체포 명령을 내린 것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 되는지 판단하는 것이 탄핵심판의 본질이다.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의혹, 야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 등은 탄핵심판의 본질을 벗어난 정치적 주장일 뿐이다. 탄핵심판 과정은 윤 대통
저마다 우리 사회의 위기가 심각하다고 말한다. 누구나 위기가 나날이 심화되고 있음을 느낀다. 각종 차별과 혐오로 인해 갈등하고 분열된 우리 사회는 마침내 모든 이슈에서 극화되는 양상마저 보인다. 토론과 이해, 의견 수렴,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상호적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 발화가 난무하고 있다. 의사소통은 이성에 기반을 둔 대화에서 가능하다. 대화는 상호 존중에 기반을 둔다. 자신과 타인을 연결해 공동체를 유지한다. 사적 영역과 공정 영역을 연결하는 여론도 대화에서 시작된다. 우리 편이 아닌 다른 편은 곧 적이 되는, 그래서 설득하지 않으려는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공허하다. 흔히 언론은 제4부로 불린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각각이 독립적으로 권력을 행사하고 서로의 권력을 견제하는 삼권분립은 현대 민주주의의 토대다. 여기에서 언론은 삼권에 대한 감시를 통해 권력 남용을 막는다. 언론이 이러한 역할을 하고 삼권 못지않은 권력을 가질 수 있는 근거는 시민의 알 권리를 대리하기 때문이다. 언론 자유에 대한 근거도 마찬가지다. 언론은 삼권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게 할 뿐 아니라, 여론을 삼권에 전달하기도 한다. 공론장으로서 언론이 작동하는 것이다. 이처럼 제4부로
분류가 잘 된 것은 아름답지요. 이를테면, 계절을 나누고 때와 장소에 맞게 차려입을 수 있도록 정리가 된 드레스룸 말입니다. 엄마의 옷장은 그야말로 옷 무덤이었어요. 나는 엄마의 허락을 받아 옷장에서 꺼낸 옷들을 방바닥에 쌓았습니다. 옷이 든 바구니와 서랍까지 쏟자, 방 한가운데가 봉분처럼 우뚝 솟았습니다. 온갖 색이 뒤섞여 한쪽은 푸르고, 한쪽은 검고 붉어 고르게 자라지 못한 뗏장 같았어요. 헤집어 놓은 옷에서 취향 같은 것은 발견할 수가 없었어요. 엄마의 옷에는 비싼 값을 자랑하는 라벨 대신 고단했던 삶이 붙어있습니다. 쌓인 옷가지는 헌옷 수거함에서 나온 것 같아, 다 갖다 버려도 아깝지 않아 보였는데요. 신기하게도 엄마의 눈에는 버릴 것이 없는지, 자꾸만 내 주변을 서성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며, 나는 버릴 것을 더 많이 골라냈습니다. 옷은 날개가 아니었습니다. 무릎이 나오고 보풀이 인, 수많은 계절이 한꺼번에 걸어 나왔습니다. 주머니 속에서 동전이 나오고 포장지가 붙어버린 사탕도 나왔습니다. 다른 옷에 짓눌린 스웨터의 한쪽 팔이 축 늘어져 있고, 치마는 마치 보자기 같았어요. 세탁을 잘못해서 줄어버린 니트와, 늘어진 티셔츠를 다 입을 수…
[ 경기신문 = 황기홍 기자 ]
나 때는 말이다, 호환마마 보다 무서운 것이 빨갱이였다. 학교 화단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는 이승복 어린이 동상이 있었다. 세종대왕, 유관순 동상보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쳤다는 이승복 어린이 동상이 더 잘 보이는 곳에 세워졌다. 1년에 한 차례씩 꼬박꼬박 반공웅변대회가 열리면 웅변학원에서 써준 북한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찬 원고를 목이 터져라 외치고는 했다. 북한에서 날아왔다는 삐라를 주워 경찰서에 가져다주면 책받침도, 공책도 푸짐하게 주었다. 잊을만하면 간첩단 사건이 터졌다. 한 가족이 간첩이기도 했고, 심지어 어촌의 한 마을 전체가 간첩이기도 했다. 수지 김이라는 간첩은 홍콩에서 남편을 납치해 북한에 데려가려다 의문사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간첩단 사건 중 상당수는 세월이 한 참 지난 후 재심을 통해 무죄로 뒤집혔다. 수지 김은 간첩은커녕 남편에게 살해당한 억울한 피해자로 밝혀졌다. 간첩 사건은 유독 선거 때 터지고는 했다. ‘간첩’이라는 두 글자는 모든 뉴스를 집어삼켰다. 사회문제든 정치문제든 그 어떤 이슈도 간첩 사건 앞에서는 가십거리조차 되지 못했다. 나중에 알려진 일이지만 간첩 사건 뒤에는 어김없이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등 이름은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