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지난주까지는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학교에 왔는데 이번 주에는 두꺼운 겉옷으로 중무장하고 핫팩까지 챙겨왔다. 그도 그럴 것이 날씨가 너무 휙휙 바뀐다. 10월 3일 강릉의 기온은 32.3도로 무더운 여름 날씨였다. 모두 가벼운 차림으로 돌아다녔고 실내에선 에어컨을 틀었다. 110년 만에 가장 기온이 높은 10월이었다. 그로부터 보름이 채 지나지 않은 10월 16일에는 전국 곳곳에 한파 특보가 내려졌다. 다음날인 10월 17일에는 64년 만의 이른 추위가 찾아왔다. 이날 길거리에선 패딩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종종 마주칠 수 있었다. 우리가 알던 계절 순서인 여름, 가을, 겨울 중에서 가을이 통째로 사라져 버렸다. 최근 몇 년 사이 기후 위기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인지 위기감마저 면역이 되어버린 듯하다. 2주 사이에 기온이 30도 넘게 변해도 조금 이른 겨울이 찾아왔겠거니 하며 창고에 넣어 두었던 겨울옷을 꺼내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와 언론에서 열심히 탄소 저감과 넷제로를 위한 계획을 발표하지만 당장 개인 참여해야 하는 강제성 있는 정책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나 같은 소시민은 설마 지구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인 인간종이 멸망
인생은 그것이 의무의 수행이며 봉사라는 걸 깨달을 때 비로소 합리적인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죽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다 '사람의 인생은 방안에 날아들었다가 다시 날아가 버리는 제비와 같다' 우리는 어디선지 모르게 이 세상에 왔다가 어디론지 모르게 떠나간다. 뒤에는 보이지 않은 어둠이 있고 앞에는 짙은 암흑이 있다. 마침내 우리의 때가 왔을 때, 우리가 맛있는 것을 먹었는가? 먹지 않았는가? 부드러운 옷을 입었는가? 입지 않았는가? 막대한 재산을 남겼는가?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는가, 빛나는 명예 속에 살았는가, 멸시를 받으며 살았는가, 학자로 인정받았는가, 무식한 사람으로 여겨졌는가 하는 것이, 우리가 신으로부터 잠시 빌린 재능을 어떻게 활용했는가에 대해 얼마만한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헨리조지) 이 세상의 아주 사소한 일 속에서도 신의 힘이 번뜩임을 인식하는 사람은 지극히 높은 이해력과 지극히 높은 이상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람은 자기 자신도 타인도 존중하며, 사소한 것도 가볍게 보지 않고, 그러한 것들도 모두 하느님의 힘이 나타난 것으로 본다. (페르시아의 루미) 선행이란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 해야 하는 봉
우리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은 말과 글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과 글은 우리의 삶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치 분야를 놓고 보면, 정치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한 80%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말에 신중해야 하고, 자신의 말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말과 관련해 상당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가 구사하는 언어는 일단 쉽다. 쉬운 언어의 사용은 정치인에게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강점이다. 전달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이런 장점 이외에도, 윤 후보는 국민들에게 솔직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 점 역시 그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과해서는 안 된다. 솔직함이 과할 경우에는 실수가 자주 나올 수 있다. 솔직함과 신중함이 함께 가야 하는데, 그에게는 신중함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동안 윤석열 후보는 많은 실언 논란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실언이 또 터졌다. 이번에는 전두환 씨에 관한 문제다. 지난 19일 윤 후보는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얼마 전에 지방에 사는 지인이 아들이 귀에서 소리가 나는데 어떻게 치료를 하면 좋을지에 대해 문의를 하였다. 아들은 근처의 이비인후과에서 막 진료를 받았는데 한의학적으로 근본적인 치료를 원해서 어떤 방법이 있는지 궁금해서 연락을 하였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그 아들과 전화통화로 진료를 하게 되었다. 직접 귀를 관찰한 것이 아니기에 이비인후과에서의 진료소견을 물었는데 혈압이 높아서 혈관의 박동이 소리로 들리는 것과 함께 스트레스가 많은 것도 주원인이니 스트레스 관리를 하라는 말도 같이 들었다고 했다, 처방받은 약을 확인해 보니 이뇨제 계열의 혈압약과 신경안정제이다. 귀가 울리는 대한민국에서 고 1로 살아가는 이 아이는 진로를 만화가로 정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기숙고등학교에 재학하며 다른 도시로 주말마다 그림을 배우러 다닌다고 하였다. 게다가 수면시간이 새벽 2,3시경에 잠들어서 7시쯤 일어나는데 근래에는 고1의 학습량을 채우고자 더욱 늦어져 수험생들이 많이 먹는다는 카페인 음료를 먹으면서 거의 밤새도록 공부했다고 하였다. 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혈압이 높아진 것이 이명의 원인은 아니다. 혈압이 높아진 것과 귀에서 이로 인해 소리가 나는 것 모두 어떤 원인
꽤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함께 생각해볼 만한 일이라 적는다. 지난 9월 15일에 남북한, 중국, 일본에게 중요한 군사외교적 사건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이날 중국 외교부장 왕이는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를 강조했다. 미국이 5-아이즈, 오커스 등을 결성하며 동북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려 하자, 대한민국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중국을 제치고 미국에 붙으면 재미없을 줄 알라고 대놓고 을러댄 것. 그 시각, 북한은 유엔 제재 대상인 탄도미사일을 동해로 쐈다. 이틀 전 순항미사일과 달리 탄도미사일은 심각한 군사도발이며, 북한 후견국을 자처하는 중국 체면을 깎는 일이다. 한편, 일본은 30년 만에 육자대 전군이 참가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였다. 일본이 점유 중인 센카쿠 열도에 상륙한 중공군을 퇴치하는 가상훈련이 포함되어 있었다. 중국 보고 힘으로 해볼 테면 해보라는 무력시위였다. 그리고 그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SLBM 미사일 발사 시험에 참관했고, 우리 군은 한 번에 성공했다. 대통령이 오전에 중국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오후엔 중국 베이징이 사정권 안에 들어오는 공격 미사일 발사 자리를 참관한다는 것 역시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한국이
과거는 이미 존재하지 않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현재뿐이다. 현재에 있어서만 인간 영혼의 신적이고 자유로운 본성이 나타난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빛이 너희와 같이 있는 것도 잠시뿐이니 빛이 있는 동안에 걸어가라. 그리하면 어둠이 너희를 덮치지 못할 것이다. 어둠 속을 걸어가는 사람은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요한복음 12장 35절) 모든 습관이 반복적인 연습에 의해 강화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신적 능력도 마찬가지이다. 네가 화낼 때 너는 단지 그것만의 악을 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내부에서 화내는 습관을 기르고 있다는 것, 말하자면 불 속에 장작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육체적 유혹에 빠졌을 때 단지 그것만의 죄를 지었을 뿐, 그 이상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쁜 생각과 소망은 바로 그렇게 해서 내 안에서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므로 만약 화내는 습관을 가지고 싶지 않거든 분노를 최대한 억제하여, 그 습관이 더 이상 자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나쁜 생각과 싸울 힘을 얻을 것인가
지난 9월 문재인대통령의 UN연설 중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형식 대남 메시지에서 중대과제라 표현하며 이중기준과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철회를 남북 및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면서 남북관계 재개에 대한 희망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고 있다. 혹자는 북한의 경제사정이 매우 좋지 않아 남한 미국과의 관계재개를 통한 대북제재 완화와 인도적 지원, 경제지원을 받기 위한 대화 제스처라고 평하거나, 또는 아프가니스탄 철수 및 국내문제 등 어려움에 처한 미국정부에게 북미대화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기회로 삼으면서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위한 시간벌기 전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록 북한이 대북제재나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됐다는 추론은 인정할 수 있으나 핵보유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 극복을 위한 시간벌기 작전이라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 북한의 중대과제 선결이라는 전제조건이 갖는 함의를 제대로 해석한다면 지난한 한반도비핵화문제도 해결 궤도로 진입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정부는 북의 진의를 바로 해석한 듯하다. 서훈 안보실장의 방미와 노규덕 한반도평
지난 10월 6일 나토가 “나토주재 러시대표부 직원 8명이 외교관을 가장해 스파이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추방을 발표하면서, 스파이 활동과 외교관과의 관계가 새삼 화제로 떠올랐다. 이 조치는 미국 CIA가 뉴욕타임스의 입을 빌려 AI와 안면인식기술 등 첨단기술의 발달로 인해 휴민트 운영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는 뼈아픈 고백까지 이어짐으로써 디지털 시대의 정보활동에 관해 다시 성찰해보는 계기를 조성했다. 그간 대부분의 국가들은 스파이를 외교관으로 위장하여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수세기 동안 외교와 스파이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대사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자국과 관련되는 정보를 모았다. 때론 공개적으로, 때론 은밀한 방법으로. 예를 들어 15세기 베니스와 러시아의 경우, 대사는 가성비 높은 정보수집관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외교관이나 정보요원들이 전문화되면서 분화되기 시작했지만, 정치지도자들은 다른 한편으로 정보요원을 외교적 목적으로 은밀히 활용해왔다. 웨스트필드(H. Bradford Westerfield)는 이런 역할을 “crypto-diplomacy(암호외교)”로 불렀고, 영국에서는 “특수한 정치적 활동(special political…
모친이 39년생 토끼띠이니 83세가 되었나보다. 46세에 남편과 사별하고 육남매를 키워오셨다. 이번 추석에 비대면이기는 하지만 면회가 가능해서 요양원으로 면회를 갔다.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셔온 지도 벌써 두 해가 지나간다. 유리창 너머로 슬며시 쳐다본 얼굴에 주름이 많고 부쩍 늙으셨다. 한 말 또 하고 한 말 또 하시는 어머니였다. "행곤아 느그 집 좋더라. 천장도 높고" “아야, 느그 집서 이북이 가깝지야.” “옴매, 금강산 가보니 거지도 그런 거지들이 없드라.”하는 소리를 이번에도 여러 번 반복하셨다. 단 한번 단체로 금강산 관광 가셔서 보신 북쪽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하신다. ‘쩝’ 외가의 내력인 치매가 심해지셨다. 외할머니, 큰 이모, 둘째 이모 모두 치매가 심하게 왔다가 돌아가셨다. 부친이 위암으로 투병하시다 큰 수술을 두 번 하셨지만 결국 돌아가셨을 때 집은 풍비박산이 났다. 그때가 84년인데 나는 군대로 끌려가고 그 암담했던 시절을 어떻게든 모친이 어린 동생들을 이끌고 헤쳐 나왔다. 그 풍상을 같이 겪어낸 어린 동생들은 모친을 대하는 애틋함이 남다르다. 나는 묘하게도 일찍 가신 부친이 더 애틋하다. 그런 모양이다. 막상 어린 동생들은
한 번 몸에 밴 습관에서 벗어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기완성을 향한 첫걸음은 언제나 그러한 벗어남에서 시작된다. 너희는 남들의 생각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에 의해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원칙은 실생활에 있어서는 정신생활에 있어서나 똑같이 필요 불가결한 것이다. 이 법칙을 지키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자신들이 너희 이상으로 너희의 의무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세상 속에서는 세상의 의견에 따라 사는 것이 쉽지만, 고독 속에서는 자기 자신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쉽다. 다만 군중 속에 있으면서, 자신이 고독할 때의 독립자존을 지키는 자가 참으로 위대한 사람이다. (에머슨) 본질적으로 너희와 아무 관계도 없는 인습에 영합하는 것이, 너희의 정력을 소비하고 너희의 시간을 빼앗으며, 너희의 원래의 소질을 망쳐버린다. 그런 것에 얽매여 있으면 그 쓸데없는 일에 너희의 가장 뛰어난 능력이 허비되는 건 물론이고, 원래 너희 자신이 대체 어떠한 존재인지 인식하는 것조차 참으로 어려워진다. 그러한 생활은 영혼도 육체도 멸망시킨다. (에머슨)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처럼 생각하고 우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