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낸 약(藥)은 생각이다. 오랜 실패 끝에 터득한 처방이다. 생각으로 생각을 덮고, 생각으로 생각을 지운다. 덮고 지우기를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들린다는 생각마저 사라지게 된다. 아니 망각하고 만다. 들리는 것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것. 도망쳐서, 들림에도 들리지 않는 상태에 도달하게 되는 것. 뜬금없는 소리 같지만 내게는 그것이 기쁨이다. 들리지 않는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선 쉬지 않고 생각해야 한다. 한순간이라도 생각을 멈추면 기쁨도 따라서 멈추고 만다. 기쁨이 멈춘 자리에 남는 건 소리다. 풀벌레 울음 같은 그 소리. “찌르르르.” 헤아려 보니 벌써 이년째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어대는 귀울림(耳鳴)에 시달리고 있는 게. 귀를 막으면 도리어 또렷해진다. 없는 소리를 있는 것처럼 지어내서 들려주는 녀석의 정체는 뇌(腦)다. 왜 그러는지 첨단 의료 장비도 알지 못한다. 없는 소리 때문에 하루가 기울어설까. 언제부턴가 어지럼증까지 도졌다. 귀울림과 어지럼증이 합세하는 날이면 하루가 지옥 같다. 간신히 살아낸다는 표현이 적확하리라. 간신히 길을 걷고, 간신히 글을 썼다. 이러다 영영 뛰지 못하는 건 아닌가. 조기축구를 하는 사람을 보면, 운동장을
이카로스는 다이달로스라는 아테네 출신의 건축가(이며 조각가, 발명가)의 아들이다. 다이달로스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크레타 섬으로 유배를 가게 된다. 당시 크레타의 왕 미노스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다이달로스를 환대했고, 다이달로스는 크레타 생활 중 노예와의 사이에서 이카로스를 낳게 된다. 이후 크레타의 왕비 파시파에가 황소와 간음하여 황소 머리에 사람의 몸을 가진 식인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낳았는데, 이 과정에서 다이달로스가 파시피에를 도왔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미노스는 다이달로스에게 이 괴물이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미궁을 만들게 시켰다. 다이달로스는 라비린토스라는 이름의 미궁을 만드는 데 성공하고, 미노타우로스를 미궁에 가둔다. 하지만 미궁 속에 미노타우로스를 가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미노스 왕은 미노타우로스를 미궁 속에 가둬놓고 해마다 아테네의 소년과 소녀 각 7명씩을 미궁에 던져줘야 했다. 죄 없이 죽어가는 소년과 소녀들을 위해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제물의 틈에 끼어들어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하였다. 이때 테세우스와 사랑에 빠진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가 미궁을 만든 다이달로스에게 미궁을 빠져나오는 법을 알려 달라고 간청했고, 다이달로스는…
과거-현재-미래를 이르는 다른 이름인 어제-오늘-내일 중 하필 내일만 한자로 된 말이어서 늘 얘깃거리가 된다. 그 來日은 ‘온다’는 뜻의 한자 래(來)와 해(태양)를 이르기도 하는 말인 ‘날’ 일(日)의 합체다. ‘내일’을 대신할 ‘하제’란 말이 최근 젊은이들의 생활언어로 펴지고 있음을 주목한다. 순수한 우리 토박이말을 찾아 복원하는 일은 의미 있다. 이 말은 고려 때 중국 사람이 쓴 고려 말(언어) 교본(계림유사)에 명일왈할재(明日曰轄載)라는 대목을 주목하여 우리 언어학이 찾아낸 것이다. 고려시대 당시 내일(의 발음)이 ‘하제’였다는 것이 문자학자 故 진태하 교수의 연구결과다. 저 대목은 ‘고려 사람들이 명일(明日 내일)을 ’할재‘라고 하더라(曰 왈)’는 중국 사람의 기록이다. ‘할재’의 당시 중국말 발음이 ‘하제’였다는 것이 진 교수 연구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고려 때 사람들은 내일은 하제라고 했다, 즉 당시 내일 뜻의 우리말(발음)은 하제였다는 것. 소리를 표시하고자 활용한 말이니 ‘할재’의 의미를 따지는 건 의미 없겠다. 비슷한 말이 또 있다. ‘하제’와 발음이 비슷한 ‘아제’가 ‘내일’의 원래 우리말이었다고 하는 것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2024년 여름은 무더위로 지루한 긴 여름이었다고 기억할 것 같다. 지친 몸을 보충하기 위해 대부분 사람들이 보양식을 많이 생각한다. 복날에 먹는 ‘삼계탕’이 대표적일 것 같다. 누군가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몸이 기억하는 습관일까? 많은 사람들이 복날에 유명한 삼계탕집에서 긴 줄서기를 하는 모습을 봤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의 술에도 이런 재료들을 이용해 술빚기가 가능할까의 호기심에 우연히 여러책에 등장하는 술을 보게 되었다. ‘동의보감’ ‘임원경제지’‘김두종본양생서(金斗鍾本養生書)’등에 기록되어 있는 술 중 ‘녹두주(鹿頭酒)’가 있다. 처음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을 부쳐먹는 녹두가 들어간 술인가 생각했었는데 만드는 법을 보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술을 빚을 때 쌀, 누룩, 물이 들어가는데 물 대신 사슴의 머리를 푹 끓인 물이 들어간다. 어떻게 이런 재료로 술을 빚을 수 있을까? 특히, 술에 파나 전초를 넣어 함께 빚으면 허하고 소갈(당뇨병)이 있고 밤에 귀신 같은 것이 헛보이는 데 약효가 있고, 정기(精氣)를 돋운다는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이 더 흥미로웠다. 다른 기록에 호골주(虎骨酒)는 호랑이의 앞 정강이뼈를 구워 빻아서 누룩, 쌀…
병원에 들러 해열제와 기침약을 받아 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추석 연휴 동안 낮에는 괜찮다가 아침과 저녁이면 열이 오르고 기침하는 아이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집에 두었던 이 약 저 약을 꺼내 보이며 아이에게 먹이자 강권했다. 아직은 병원에서 받은 약이 있으니까 집에 돌아가면 병원에 가보겠다고 둘러댔다. 괜찮을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이번 감기는 폐렴으로 갈 수 있으니 병원을 다시 오라고 했던 의사의 말이 있었기에 속으로 걱정을 했다. 연휴 마지막 날 동네 병원은 북새통이었다. 오전 10시가 되기 전에 병원에 도착했는데 아이 이름은 대기 번호 80번에 떴다. 오전 진료만 하니까 더는 접수 환자를 받지 말아야 하지 않냐는 숨죽인 소리가 접수대에서 들렸다. 대기 번호가 100까지 늘고 있었다. 복도까지 대기 환자가 서성였다.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묻는 건 소용없게 느껴졌다. 문 연 다른 병원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인근 병원 세 곳을 들렸고, 다른 동네까지 가서야 30분 대기하면 진료를 볼 수 있다는 병원이 있어 다녀왔다. 정부는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을 9월 25일까지 2주간 운영하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응급의료 체계 유지에 소홀함
오는 10월 10일 전기차 제왕 테슬라가 ‘로보택시 데이’ 행사에서 히든카드인 로보택시를 공개할 예정이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차인 로보택시로 혁신의 아이콘이 되어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 로보택시는 이미 상용화가 시작되었다. 구글 자회사인 웨이모의 로보택시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 중이며, 사고가 나서 로보택시 영업을 접었던 GM 자회사인 크루즈도 재진입 준비 중이다. GM 크루즈는 내년부터 우버에 로보택시를 제공하기로 했다. 중국 바이두의 ‘아폴로 고’는 우한, 베이징 등 11개 주요 도시에서 영업 중이다. 중국은 전기차 시장에 이어 자율주행차 시장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마트폰 생산업체인 화웨이도 로보택시 운영체제(OS)를 장악하기 위해 중국 전기차 회사들과 협업하여 자율주행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미래 사회의 꽃인 자율주행차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세상을 변화시켰으나 이제 로보택시가 또 다른 혁신을 보여줄 것이다. 스마트폰이 모바일 세상을 만든 것처럼, 로보택시는 로봇 사회를 성큼 이끌어 올 것이다. 현재 로봇은 일상생활이 되어가고 있다. 식당, 호텔, 공항, 병원, 커피숍에서 인간에
사랑하는 나의 자녀보다 하루를 더 살고 세상을 떠나고 싶다고 소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아직은 발달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생활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체계들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주거, 직업활동, 여가, 의료 등 일상생활 전반에 대한 지원이 계속적으로 필요할 수 밖에 없지만 이러한 지원업무의 부담은 오롯이 부모님께 전가되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대부분의 발달장애인의 경우 직업활동이 어렵거나 직업활동을 하더라도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는 경우가 많아 발달장애인은 성년이 되어서도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이 없으면 주거를 마련하거나 일상생활비를 조달하는 것 역시 매우 어렵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국민기초생활보장상 수급자권자가 되어 평생 생활비와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를 위해서 발달장애인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지 않거나 부모 중 일방의 사망으로 상속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발달장애인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도록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급자권가 받는 공적부조의 경우 필요최소한
지젤 펠리코는 50년을 함께한 남편과 살던 평온한 삶이 2020년 말 산산조각 나는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되었다. 남편 도미니크는 몰래 여성들을 촬영하다 경찰에 체포되었고, 그의 컴퓨터와 휴대폰을 조사하던 경찰은 수천 개의 범죄 영상을 발견했다. 지젤이 의식을 잃은 사이, 도미니크는 인터넷으로 남성들을 불러 아내를 성폭행하도록 했고, 그 장면을 수십 번 촬영한 것이다. 도미니크는 아내에게 신경안정제를 투여한 후, 72명의 남성과 함께 92차례에 걸쳐 범죄를 저질렀다. 소방관, 교도관, 언론인 등 다양한 직업의 남성들이 가담했다. 남편이 촬영한 범행 영상은 무려 2만 개에 달하며, 딸과 며느리를 몰래 촬영한 영상도 있었다. 지젤은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당일을 언급하며 “내 세계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함께 세 아이를 낳고 키우고 손주 일곱을 보며 남편과 함께 이룩한 모든 게 산산조각이 났다” 고 말했다.남편이 아내를 성폭행할 남성들을 모집하는 채팅방에 들어왔다가 성범죄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의 지침을 거부한 사람은 단 2명에 불과했다. 다만 이들도 경찰에 남편의 범죄 행각을 알리지 않았다. 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배우게 되면서 최근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비
가을은 시골 선비와 같이 왔다 사랑방 손님처럼 떠난다. 숯불고기 집의 불판같이 뜨거웠던 여름이었다. A4용지 1매 공간에서 헐떡이는 닭이나 땀구멍이 없는 돼지는 흙탕물에 몸을 굴리면서 더위를 식혀가며 견뎌낸다. 그런데 흙도 물도 없는 콘크리트 벽 안에서 열 받으며 목숨 걸고 살아냈던 이 땅의 여름이었다. 그래서인지 ‘반도 강산’이요. ‘한반도’라고 부르는 조국의 땅에서 살고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인내 할 줄 아는 의지와 고운 마음결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반도 강산!’하면 도산 안창호 선생이 생각난다. 대한민국을 얼마나 사랑했으면 그의 호를 ‘반도강산(半島江山)에서 도자와 산자를 빌려 도산(島山)이라고 하였겠는가. 반도 강산은 삼면이 바다로써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장점이 더 많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반도 강산에는 사계절이 분명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일 년을 사는 동안 봄여름을 겪으며 씨 뿌려 가꾼다. 가을겨울을 지내면서는 자연과 인생에 의한 결실의 계절을 경험하게 된다. 흰 눈이 하염없이 내리는 겨울의 맑은 풍경 속에서는 마음 빨래를 하며 영혼을 새롭게 한다. 매운 계절 뒤에 오는 봄의 새 희망을 임신하면서-. 만약 1년 내내 빙벽 안에서 살아야 하거
북한에서 날려 보내는 쓰레기 풍선이 우리 사회에 새로운 쓰레기가 됐다. 확인된 풍선의 내용물은 종이류, 비닐 그리고 플라스틱병 등 생활 쓰레기라고 한다. 이 뉴스를 접하며 나는 가평군 관광객들 중 일부가 몰래 버리고 간 쓰레기 비닐봉지가 생각났다. 그 안의 내용물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속한 사회적협동조합은 가평군의 가평천, 벽계천, 조종천의 계곡·하천 유지관리 사업을 하고 있다. 이전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불법시설을 철거하고 만든 친수시설을 관리하고, 그 시설을 이용하는 국민들이 안전하고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환경보안관’이라고 이름 붙인 주민들이 활동하는 것이다. 지난 7, 8월 피서기에 많은 관광객들이 왔다 갔다. 그 시기 나는 우리 안의 쓰레기 풍선을 봤다. 여행지에서 일탈의 쾌감 속에서 방종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관광지에 버리는 쓰레기는 마치 도시에서 촌으로 날려보내는 쓰레기 풍선처럼 느껴진다. 몰래 버리고, 꼭꼭 숨겨 버리고, 물에 버리고, 화장실 변기에 버리는 쓰레기 풍선들. 청정계곡에 놀러 와서 그곳을 오염시키고 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편할까 의문이다. 그렇지만 그들도 북한이 보내는 쓰레기 풍선에는 마음이 많이 불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