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내년 총선 얘기로 뜨겁다. 그런데 나의 관심은 언론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는 선거에 더 관심이 크다. 바로 이장 선거다.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이장이 있는 마을에서 요즘 선거가 한창이다. 다양한 복지행정 수요 등을 파악하고 행정 서비스를 원활히 민생의 현장에 전달하기 위해서 이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마을의 발전을 지원하는 일을 하면서 마을 이장이 누구냐가 마을 발전에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있다. 마을 발전을 잘 이끌던 이장이 바뀐 후 마을이 침체하는 예도 봤고 그 반대의 경우도 봤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대로 살면서 마을이 소멸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살아왔던 방식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장을 보면서 많이 개탄스러워하기도 했다. 이장은 촌 기초지자체의 말단 직책이다.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이장이 움직이질 않으면 그 정책은 주민들에게 전달되기 힘들다. 이토록 중요한 이장은 주로 누가 될까? 일단 이장 일 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 시시때때로 행정 일을 봐야 하고 주민의 민원에 응해야 하기때문에 언제든 부르면 달려갈 수 있는 주민이어야 한다. 그러니 고정된 시간에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은 맡기 어렵고 주로 마
킬러(killer)는 살인을 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의미가 무시무시해 가급적 쓰지 말아야 할 용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 대상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수능에서 정답률이 극히 낮은 문항을 ‘킬러 문항’이라고 언론이 써왔다. 대통령이 ‘킬러 문항’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유명세를 치뤘다. 지난 6월 15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보고를 받던 윤 대통령이 수능의 어려운 문제를 지칭해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했다.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사업이 카르텔이냐”고도 했다. 특유의 과한 용어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교육부 대책이 이어졌다. 이 장관은 “올해 수능부터 킬러 문항을 철저히 배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언론은 수능 관련 이슈를 연일 대서특필했다.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이 경질되고, 교육부와 총리실은 수능 출제를 담당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감사에 착수했다. 평가원장은 나흘만에 사임했다. 5개월이 지난 11월 16일, 2024학년도 수능이 치러졌다. 언론은 시험난이도를 ‘킬러 문항은 없었지만, 국·영·수 다 어려웠다’는 기조로 보도했다. 정문성 출제위원장은 “교육부의 사교육 경감대책에 따라 소위 ‘킬러 문항’을 배제했고, 공교육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변별력을 확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빅토르 위고(Victor Hugo)를 두고 한 말처럼 들린다. 소설 ‘레미제라블(불쌍한 사람들)’은 오늘도 여전히 베스트셀러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우리 곁을 떠난 지는 138년이 된다. 위고가 숨을 거둔 건 1885년 5월 22일. 공화당의 아이콘이자 정의의 사도였던 그는 1802년 2월 26일 브장송에서 귀족의 아들로 태어나 정치인, 작가, 만화가로 활약하면서 평생 자유를 열렬히 수호했다. 자신의 천재성을 빈곤타파, 표현의 자유, 여성과 아동의 인권, 노예제와 사형제 폐지, 그리고 무상교육 실현을 위해 불살랐다. 이러한 투사의 죽음은 프랑스를 깊은 슬픔에 빠트렸다. 의회는 휴회를 하고 위고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개선문 꼭대기에는 커다란 검은 베일이 걸렸다. 그의 시신은 개선문 아래 전시 돼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말을 탄 기병들은 VH 이니셜이 새겨진 영구대를 밤새도록 지켰다. 파리의 언론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열일곱 개의 신문이 5월 23일 한 판을 검은 액자로 장식했다. 위고가 직접 창간한 ‘르 앙코르’ 신문의 기자들은 장례식 날까지 상복을 입었다. 일간지 ‘질 블라스(Gil Blas)’는 위고의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이다.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과 하나회가 군사쿠테타를 일으켰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박정희 사망 후 전두환 신군부가 정권을 잡아 그들만의 봄을 누린 참혹한 계절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속 대사는 “세상은 쉽게 바꾸지 않는다”였다. 영화가 관객에게 말하고 싶은 강력한 메시지라고 본다. 현실로 돌아와서 보면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민초들은 아등바등 좀 더 나아진 세상으로 바꿔보려고 애를 쓰지만 수포로 돌아가거나 제자리 걸음일 때가 많다. 왜 그럴까? 선거시즌이 되면 여의도 정치권은 개혁을 한다, 혁신을 한다는 명분으로 혁신위원회, 비대위원회를 만들지만, 혁신이나 개혁과는 거리가 먼 용두사미로 끝나버리기 일쑤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도, 국민의힘의 인요한 혁신위도 반짝하는 이벤트처럼 종료됐다. 이런 풍경이 정치권에서는 일상적일 수 있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혁신위 및 비대위 정치에 대해 회의적이고, 정치인들이 풀어야 할 문제를 회피하는 것처럼 보인다. 국민의 삶을 위해 정치문화를 잘 바꾸라는 의미로 선거를 하고, 국민은 정치인들에게 주권을 맡긴다. 그 주권을 부여받은 정치인들은 스스로 혁신하고…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 날은 14일부터 치러진 조선변호사시험의 둘째날이었다. 4일간 치르는 고시 도중 상법시험을 마치자 갑자기 일본인 시험감독관들이 달아나버렸다. 사태를 파악한 수험생들은 ‘이법회(법대로하자는 뜻)’라는 단체를 결성, 시험위원회를 압박해 전원 합격증을 받아낼 수 있었다. 한해 기껏 10명 전후의 합격자를 내던 시험에서 갑자기 남쪽에서만 106명의 법조인이 쏟아져나왔다. 그래도 일본인들의 빈 자리를 메꾸기에는 모자라 법원서기 경력자들에게 특별임용자격을 부여하는 시험을 실시해 판검사로 만들었다. 이들에겐 하늘에서 영감님 자리가 굴러들어오는 해방정국이었다. 벼락출세한 이력 때문에 법조 내부에서 자격지심에 시달리던 이들 중 일부는 자신의 정통성을 입증할 돌파구로 좌익척결에 매달렸다. 선배 판검사든 항일투사든 빨갱이로 몰기만하면 자기가 올라서는 판국이었다. 일제 때 판검사를 하다 해방을 맞아 과오를 반성하고 양심적으로 일하려던 사람들은 보도연맹을 만든 오제도 같은 사상검사들의 먹이가 되었다. 빨갱이라 찍어 재판에 넘기면 판사들조차 눈치판결을 내놓아야 했던 시절, 그렇게 대한민국 법조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갔고 군사정권을 거치
정부는 2025년의 오사카 엑스포 등으로 당초 불가능했던 엑스포를 부산에 유치하겠다고 만용을 부리다 낭패를 당했다. 사우디 리야드에 119 대 29로 참패한 것이다. 사우디 득표를 2/3 이하로 단속하고 결선투표에서 뒤집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며 국고를 쏟아 붓다시피 했으나, 사우디는 72% 득표로 가볍게 승리했다. 더 한심한 것은 실패의 원인 진단도 자가당착이라는 점이다. 주로 사우디의 오일 머니 탓이 많았는데, 정부도 6천억 원 가까이 썼다. 게다가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공개한 홍보 영상은 수준 이하였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에서 시작해 K-Pop 스타들에 의존하는 PT는 졸작 중의 졸작이었고, 국영 KTV는 엑스포 유치를 응원한답시고 사우디를 조롱하는 내용을 방송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년 반 동안 “96개국 정상과 150여 차례 만났고, 수십 개국 정상들과 직접 전화통화도 해왔지만 민관에서 접촉하면서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입버릇처럼 상투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사과라고는 했지만 정작 무얼 잘못했는지는 모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재벌 총수들을 대동해 부산을 찾아가 보여준…
경기도 인구는 1400만 명에 달하며 사회적경제 조직 6,200여 곳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전체 사회적경제기업의 약 18%가 경기도에 있으며, 이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서울시 다음으로 많다. 민선 8기의 경기도가 사회가치 창출과 시장경제 발전을 위해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도의 사회적경제는 시장과 공공 영역에서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는 경제시스템이자 협력과 연대를 통해 함께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올해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으로 설립된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은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건강하게 구축하고 사회적·환경적 가치 창출과 확산을 미션으로 삼아 민관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해 사회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행정과 현장, 기업과 자원을 연결하는 지원체계를 기반으로 많은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회적경제기업, 중간지원조직, 투자기관 및 학계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여 실무 의견을 수렴하고, 생태계 발전을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해 가고 있다. 내년에는 R&D 기반 스케일업 지원 및 사회적가치 측정평가 지원사업을 통해 우수기업을 발굴하고…
인요한 교수가 이끄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활동을 사실상 종료했다. 본래는 12월 24일까지가 활동 시한이었지만, 조기에 종료한 것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혁신위의 활동이 끝나더라도 보고서 작성에 일정한 시간이 소요됐었는데, 그 시간마저도 단축했다. 본래 인요한 혁신위가 조기에 활동을 종료하면, 국민의힘과 김기현 대표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까지만 보면, 타격은 크지 않아 보인다. 타격이 크지 않았던 이유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활동을 종료하기 전에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위원장이 만났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두 사람이 비공개 회동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두 사람이 만났고, 만남 이후에도 불협화음이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갈등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관리'가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둘째는, 윤석열 대통령이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찬을 가진 점을 들 수 있다. 정치에서는 상징 언어가 중요하다. 상징 언어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누구와 식사했는지를 의도적으로 공개할 때가 있다. 혁신위와 지도부의 갈등에 대한 말들이 나올 때, 대통령이 당 지도부와 식사했다는…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규현 국정원장 등 윤 정부 1기 국정원 지도부가 퇴진하고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고 있다. 새로 지명된 원장을 중심으로 이미 임명된 1차장과 2차장 등과 함께 2기 국정원을 이끌어갈 것이다. 김규현 전 원장은 취임이후 민주노총 일부 간부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 소위 신영복체 원훈 교체 등 국정원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조치를 단행하는 성과도 보여주었다. 그러나 국정원의 에너지를 집약해 나갈 조직과 인사 관리능력에 대해서는 항간의 비판대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사실상 경질’이라는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되었다. 윤 정부 출범 약 2년이란 귀중한 시간을 허비한 꼴이다. 정부 출범초기 전광석화식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했어야 함에도 ‘화합’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에 예속되어 시기를 일실하여 오늘의 사태까지 이르렀다. 김 원장체제의 난맥상과 문제점은 2기 국정원 지도부에게는 자연스럽게 반면교사의 역할을 한다. 이 점에서 몇 가지 고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국정원을 ‘자유민주주의 수호 전사’로 키워나가야 한다. 영국 정보기관이 제 갈 길을 찾지 못하자 러시아 정보기관이 “영국 정보기관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일이 최우선 목표여야 하
드라마는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상품이다. 그 경제적 속성과 가치는 미디어가 기능하는 사회경제적 맥락 속에서 변화된다. 현재 우리나라 드라마는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세 종류다. 2010년대 중반까지는 지상파 주도의시장이었고 지상파 외주제작을 통해서 제작사가 살아가는 구조였다. 수입원별로 보면 편성조달비용이 70-80%, 협찬 20-30%, 판매 등의 부가사업은 매출도 크지 않았지만 IP대부분을 지상파방송이 가졌기 때문에 제작사 측에 대한 낙수효과도 미미했다. 잘해야 본전, 협찬규모에 따라 약간의 이익이 나는 구조다. 넷플릭스가 들어온 이후 글로벌OTT 외주제작이 또하나의 사업구조가 되었다. 넷플릭스는 전체 제작비를 지급하며 10-15% 정도의 적정이윤을 인정해주기 때문에 제작사는 협찬에 목매지않고 제작에만 신경쓸 수 있었다. 지상파처럼 광고판매가 제작비를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어서 제작비 규모도 커 돈에 작품을 맞출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모든 IP는 넷플릭스 소유이고 제작사는 단순 외주사에 불과한건 똑같았다. IP의 가치를 인식하고 미래의 가능성을 보면서 IP보유 제작방식이 등장했다. 갯마을차차차, 이상한변호사우영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편성매출로 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