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제헌 국회 의원 수는 200명이었다. 당시 인구가 2천만 명으로 추정되어 국회의원을 10만 선량(選良)이라고 일컬었다. 단원제 의회인 우리나라 국회의 의원 수는 현재 300명, 2023년 말 기준 인구는 5132만 5329명으로 의원 1인당 약 17만 1000명이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인 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뉴질랜드의 단원제 의회뿐만 아니라 영국·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캐나다 양원제 하원의 의원 수와 비교해 적은 편이다.(오스트랄리아 하원 의원 수와 비슷함) 1949년 제정된 '국회의원 보수에 관한 법률'로 국회의원에게 세비·직무수당·거마비·여비 등을 지급하였다. 현재는 '국회의원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로 수당·입법활동비·특별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여비 등을 지급한다. 1981년 국회의원의 보조직원은 비서관·보조원·운전원 3인이었다. 현재는 8인(보좌관 2인, 선임비서관 2인, 비서관 4인)의 보좌직원으로 증가했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많은 편이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 등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자율적인 입법·정책 형성력은 저수준에 머물러 있다. 비용 대비 효능이 낮다. 그 원인은 대통령 중심의…
사이비는, 생활에서나 공부에서나, 경계(警戒)하여야 할 대상이다. 사이비종교 사이비기자 등 그 경계의 사례를 보여주는 어휘들이 수두룩하다. 서양문물의 영향 때문에 동아시아 문화의 거대한 상징인 용(龍)을 드래곤(dragon)이라고 번역한 것도 물론 사이비다. 새해 ‘청룡(靑龍)의 해’를 ‘이어 오브 블루 드래곤(Year of Blue Dragon)이라고 쓴 여러 (영문) 매체를 보면서 느낀 생각이다. 우리에게는 드래곤(이라는 상상 속 동물)이 없다. 서양에는 龍(이라는 상상 속 동물)이 없다. 어쩌다 언제부터인지 용을 드래곤이라고 번역하고, 시간 지나도 그 번역이 황당하다 생각하는 지적이 없었음이 신기하다. 개는 도그(dog), 계란은 에그(egg)지만 용은 드래곤이 아니다. 그럼 뭔가, 용은 용이고 영자(英字)로 적자면 ’yong’이다. 청룡처럼 [룡]으로 발음될 때는 ‘ryong’으로 적으면 된다. dragon이 드래곤인 것도 같은 이치(理致)다. 번역할 필요가 없는 개념이나 사물인 것이다. 단군 할아버지를 영어로 어떻게 번역하려는가. 그리스·로마 신화의 주인공 제우스나 디오니소스를 어떻게 번역하려는가.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단군은 겨레의 시조(始祖)로
총선 이슈가 블랙홀이 되어 대한민국의 모든 화제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 틈을 잠시간 비집고 들어온 뉴스는 다름 아닌 미국발 ‘김정은 전쟁결심설’이다. 1월 11일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소속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헤커 교수가 북한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Is Kim Jong Un Preparing for War?’ 제하의 칼럼이 발단이었다. 국내 다수의 언론매체가 연쇄적으로 이 칼럼을 전쟁설의 근거로 인용보도하였고 그 파장은 총선을 앞둔 정치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제 주변사람들까지 내게 ‘진짜 전쟁이 나느냐’고 물어보는 일종의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의 단계로 나아가는듯하다. 지척에 DMZ를 두고서도 경계 너머 북한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일상을 살면서, 태평양 건너에서 쓰여진 칼럼 한편에 요동치는 우리사회의 모습에서 저마다 내재된 분단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또렷이 확인하게 된다. 언론지면을 전쟁위기설이 장식하는 사이, 북한은 화답이라도 하듯 지난 일주일간 동해와 서해로 세차례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위기국면의 한반도에서 조연이 되기를 거부하는 몸짓이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두 개의 전선(러-우·이-하 전쟁)과 경제안보의 진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정통 저널리즘이다. 탐사보도를 통해 사회이면의 문제점과 비리를 찾아내고 개선을 촉구한다. 나도 시청자 중의 한명이다. 한정된 취재인력과 제작시간 등 제작여건도 여유롭지 않고, 다뤄야할 문제는 많으니 취재 아이템을 선정하는 과정은 고심스러울거다. 많은 아이템 중 사회적 우선가치가 있어야하고 그 폐해가 심대하여 즉시적 개선을 요청해야 한다거나 나름의 기준이 있을거다. 선정기준에 부합해도 자료접근이 안되거나 취재불가능한 영역도 있을거고 반대로 제보도 있고 자료접근 등은 수월한데 아이템 선정기준에 의문을 달만한 취재도 있을거다. 2024년 1/21 방송된 “사립대는 누구의 것인가, 이사장과 족벌왕국”은 후자에 해당한다. 미디어 전공자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보면서 생각한 바를 프로그램 비평 시각으로 간단히 기술한다. 예능, 드라마만 선정성 문제가 있는건 아니다. 보도 역시 그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제목부터 매우 선정적이다. 즉답하기엔 많은 철학적 사유를 필요로 하는 제목인데 비해 프로그램 내용은 일방적이다. 다른 말로 물어보자. 국립대는 누구의 것인가,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소비자는 진짜 왕인가, 방송의 주인은 누구인가, MBC는…
전회에 언급했듯이 연금 소득에 대한 과세 개념은 가입 기간 동안 가입자가 납부한 금액을 매년 소득에서 공제해서 소득세를 줄여주는 대신 이 부분에 대해 노령연금을 수령할 때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소득세는 누진세율을 적용하는데 일반적으로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시기에는 과세 소득이 많아서 높은 세율이 적용되고 이때 소득공제를 받게 되면 나중에 소득이 낮은 시기에 수령하는 동일한 금액에 대해 납부해야 하는 세금 보다 많은 금액의 절세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이 도입된 시기는 1988년인데 국민연금 가입자가 납부한 국민연금 보험료를 소득공제로 소득세 계산과정에서 차감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이다. 따라서1988년부터 2001년 사이에 납부한 보험료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지 못했으므로 이 기간 동안의 소득공제 부분은 제외하고, 2002년 1월 이후 납입한 보험료에서 발생한 연금에만 소득세를 부과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간단한 예를 통해 세금 산출 과정 알아보자. 나은퇴 씨는 1994년 1월에 국민연금에 가입해서 2023년 12월까지 30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했고, 2024년에 노령연금으로 1200만 원
새해를 맞이했지만 세계는 전례 없는 위기에 맞닥뜨리고 있다. 기후변화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으며 각종 천재지변이 심상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상기후로 세계 곳곳에서 홍수와 가뭄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많은 사람들은 가족과 집을 잃고 때아닌 북극 한파에 목숨까지 잃는 비극이 발생하고 있다. 빈번히 발생하는 지진 또한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다. 이러한 재앙은 국가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지만 특히 빈곤 계층과 취약 계층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환경재앙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세계의 정치지도자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과거 냉전의 주도국이던 러시아와 미국은 또다시 패권 경쟁을 위해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과 갈등을 주도하거나 부추기는 데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뿐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직접 전쟁을 벌이고 있고,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의 중재 역할은커녕 오히려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는 국제정세를 억제하지 못하는 무능력함을 보인다. 여기에다가 일본이 핵 오염수 무단 방류로 생태계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치고 있음에도 서방 선진국들은 아무런 비난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 강대국들은 각종 함정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정치에서
모르핀은 진통제 주사약이다. 아편을 농축하면 모르핀이되고 모르핀을 개량하면 마약 헤로인이 된다. 프로포폴처럼 과다 사용하면 중독되기 때문에 남한에서와 마찬가지로 북쪽에서도 모르핀 처방은 신중하다. 몇 개를 누구에게 어떻게 처방했는지를 꼼꼼히 기록하고 주사량이 많아지면 조사를 받는다. 모르핀을 주사하면 즉시에 통증이 멎는다. 약효 때문에 환자는 모르핀 처방을 원한다. 모르핀은 통제품이기도 하지만 원한다고 처방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버지 덕분으로 어머니의 신경성 위장병이 도질 때마다 모르핀을 처방 받았다. 통증이 시작되면 나는 병원으로 달려갔고, 모르핀을 가져와 주사했다. 주사기를 빼는 동시에 꼬부라졌던 어머니 허리가 펴이고 곧바로 깊은 잠에 빠진다. 모르핀 처방이 잦아지고, 더 이상 얻기 어려워지자 다른 것으로 대처했는데 약효가 적어 통증을 멈추지 못했다. 통증을 멈추기 위해 사람들은 모르핀 원료가 되는 아편을 집 울타리에 심었다. 잎이나 줄기를 말려 놓았다가 장염이나 기타 다른 병이 생길 때 다려서 먹으면 즉시 효과가 나타난다. 약품이 부족하니 나름 아는 것만큼 진통제로 아편을 사용했다. 함흥시에서 북서쪽으로 가면 장진군이 있다. 거기에서 아편을…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으면서 ‘그어소’라는 제목을 달고 칼럼을 쓰게 되었다. ‘소통’을 주제로 이야기를 써보려 하는데, 제목이 왜 ‘그어소’인지 설명하자면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제시해 줘서 선정하게 되었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최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그대들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로 지은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는 내용의 영화를 본 그대들은 과연 어떻게 살 것인지 묻는 거장의 물음을 차용하기는 좀 거창하지만, Z세대의 신선한 아이디어에 X세대로서 그간의 갇혀있던 껍질을 조금 탈피해보면서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여러분은 일하고 있는 기업, 학교, 기관 같은 조직 내에서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매 순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는 피터드러커는 “경영상의 문제는 60%의 커뮤니케이션 오류에서 발생한다”고 하였다. 논점이 다른 대화, 실수가 적힌 서류 한 장에 조직의 운명이 바뀌기도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이지만,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던 베를린 장벽도 이탈리아 기자의 오보에 무너졌으니 말이다. 그런 만큼 모든 조직은 국내외
새해가 밝았다. 묵은해의 좋지 않던 기억과 아쉬움이 역사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안들은 여전하다. 안으로는 저성장, 양극화, 세대 단절, 정치 실종, 인구급감, 노인 빈곤, 지방소멸 등이며, 밖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미·중 관계, 북한 핵·미사일, 우크라이나전쟁, 역내 안정과 평화유지 등이다, 그렇다고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한반도처럼 역동적인 곳이 또 있을까. 대륙과 해양이 마주치는 지정학적 환경 때문이기도 하다. 북방과 남방문화가 뒤섞이면서 형성된 혼종(hybrid) 기질도 한몫한다. 한국인의 DNA 속에는 형제들과 화목하게 지내고 이웃과 더불어 살기를 좋아하는 동료(同僚) 의식과 거친 환경과 험난한 숙명에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아 더 좋은 세상을 개척한 홍익(弘益) 정신이 오랜 세월 축적되고 내면화되어 있다. 이런 기질적 개방성이 적극 발휘된다면 우리 정치·경제구조가 혁신되고 우리의 사회·문화 의식이 세계 일류가 될 것이다. 먼저 우리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관심과 시선이 따뜻해져야 한다. 어떤 이유와 목적으로 왔든 낯설고 물선 땅에서 부대끼다 합법 주민, 모범 시민, 자랑스러운 국민으로 뿌리내리고…
이맘때면 중국 서북쪽 사막에서 재미난 경기가 벌어진다. 12팀의 말 탄 남자들이 사막의 하얀 모래먼지를 뒤집어쓰고 무언가를 빼앗기 위해 격렬히 싸운다. 마지막 승리의 손이 쟁취한 것을 농구골대처럼 생긴 골망에 던지면 경기 끝. 쟁취물의 정체를 알게 되면 웃음이 슬몃 올라온다. 양가죽 한 장. 위구르족이 사막에서 늑대 쫓던 일에서 만들어진 경기란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느니, 하는 금속성 뉴스가 천지인 요즘, 멀지 않은 곳에 ‘사막에서 말 달리며 양가죽 뺏기 경기’를 하는 땅이 아직 남아있다니, 거짓말 같다. 위구르족만의 전래 음악 ‘무카무’도 사막 냄새, 사람 냄새 가득하다. 이 땅이 중국이 아니었던, 먼 옛날 16세기 초, 야르칸트 왕국의 왕 ‘압둘 루시타’는 백성들의 삶을 알아보기 위해 잠행에 나섰다가, 거리에서 아름다운 소녀 아마니사한을 보고 한 눈에 반한다. 왕궁에 데려와 왕비를 삼고,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게 해준다. 음악을 좋아했던 아마니사한은 거리를 떠돌던 서민들의 노래와 춤, ‘무카무’를 왕궁에 들여 ‘12 무카무’로 집대성한다. (세종대왕이 종묘제례악을 정비한 것을 떠올리면 되겠다) 고되고 외로운 사막살이의 한이 절절이 밴 목소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