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 널리 알려진 안중근 의사의 명언이다. 그는 사형 집행 전 마지막 소원으로 읽다만 책을 마저 읽게 해달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독서가였다. 나는 안중근 선생님처럼 죽기 직전에 읽던 책을 끝까지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틈나면 책을 읽어서 하루에 한 권 이상을 읽는다. 활자 중독처럼 끊임없이 읽으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낀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읽었던 건 아니다. 초등학생 때는 평범하게 학습 만화나 전집류를 읽었다. 그러다 중학교에 가면서 만화책에 빠졌다. 만화책은 너무 강렬하고 중독적이라 걸어다니면서 만화책을 펼쳤다. 한번은 만화를 읽으며 걷다가 노상에서 생선을 파시는 할머니의 바구니를 밟았다. 어찌나 스냅 좋게 밟았던지 바구니가 180도로 뒤집어지며 바닥으로 생선들이 떨어졌다. 할머니는 교복 입은 내가 쩔쩔매며 굽신거리는 걸 보곤 그냥 가라고 하셨다. 그 뒤론 걸어다니며 만화책을 읽지 않았다. 인생에서 꼭 알아야 할 지혜의 팔 할이 만화책에 나와 있었다. 친구 사이의 의리는 ‘원피스’ 속 루피와 해적 친구들을 지켜보며 체득했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그 남자 그 여자’를 읽은 다음
가만히 실눈을 뜨고 보았다. 이른 새벽, 그 녀석이 얼핏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잠에서 깬 녀석은 작은 방으로 들어가더니 이곳저곳을 뒤적거리다 나오는 것 같았다. 주방에 들러 물을 먹는가 싶더니 설거지 해 둔 빈 그릇 하나하나 냄새를 맡아 보는가 하더니 화장실에 들러 앙증맞은 자세로 소변을 보았다. 곧이어 안방 침대로 올라 배를 뒤집고 한참을 뒹굴 거리다가 다시 거실로 나왔다. 이제는 공을 물고 소파 계단으로 올라가서는 굴리고 물어오고 굴리고 물어오는 행위를 연거푸 해댔다. 무엇이 그렇게 신이 났는지 중간 중간 기합을 넣기도 하며 엉덩이를 쳐든 그 자세를 보다말고 나도 모르게 푸하하,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 우리 집 강아지는 그렇게 혼자놀이를 이미 신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와는 다르게 말이다. 나는 도무지 혼자놀이에 재미를 붙일 수가 없었다. 그저 답답하고 숨이 턱턱 막힐 뿐, 갇혀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분통만 터질 뿐이다. 연이어 쏘아대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의 순번이 찍힌 안전 안내 문자가 마치 총알처럼 쩌릿쩌릿 와 박혔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돌입으로 출근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지금의 현실이야말로 창살 없는 감옥이 아닐까도 싶
요사이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다시 오르고 있다. 지난 21일 발표된 한국 갤럽 여론조사(8월 18일부터 20일까지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 대상으로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에 비해 8%나 수직상승했고, 여당 지지율도 지난주 보다 6% 상승했다. 지난 27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지난 24~26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12명을 대상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를 보더라도, 지지율 면에서 더불어민주당(41.3%)이 미래통합당(30.3%)을 앞섰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를 보면,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통합당을 떠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일시적일까? 필자는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국기결집 효과 때문에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오른다고 볼 수 있다. 국기결집 효과란, 국가가 위기에 처할 경우, 국민들은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여권에게 힘을 실어주는 경향이 강해지고, 또 국민 개개인이 불안감을 느껴, 힘 있는 존재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지기 때문에 여권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위기
이변은 없었다. 집권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낙연 의원이 새 당 대표로 선출됐다. 김종민 의원, 염태영 수원시장, 노웅래 의원, 신동근 의원, 양향자 의원 등 5명의 최고위원도 정해졌다. 국가적으로는 코로나19 재확산, 갈등과 반목투성이 정치 난맥상, 부동산시장을 비롯한 경제불황 등 헤쳐갈 난제가 만만치 않다. 민주당 새 지도부가 건강한 민심을 정직하게 받아들여 당면한 ‘국민 화합’과 ‘여야 협치’의 기적을 일궈내길 기대한다. 민주당 전당대회 선거결과 이낙연 의원은 무려 60.77%라는 높은 지지를 받았다. 국무총리로서 안정적인 행정관리 능력을 보여준 이 의원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 굳건한 당심(黨心)으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차기 대선일정을 감안하면 대략 7개월 정도 대표직을 수행할 것으로 예측되는 그는 바야흐로 인생 일대의 시험대 위에 서게 된 셈이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자택에서 온라인으로 발표한 수락 연설을 통해 코로나 전쟁 승리, 국민의 삶 수호, 코로나 이후의 미래준비, 통합의 정치, 혁신 가속화 등 5가지의 약속을 밝혔다. 전대미문의 난국에 빠진 이 나라에 하나 같이 절실한 과제들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왜곡되고 비틀어진 정치부터 바로잡
사진을 하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본인의 작업을 하는 데 필요하다고 도와달라는 것이다. 작업 끝나거든 소주나 한잔 사라하고, 나는 그 친구의 작업실로 갔다. 설명을 들어보니 입관체험의 순간을 사진으로 담는 작업이었다. 실제로 나를 포함한 이 작업의 참가자들은 한 사람씩 차례로 카메라가 여러 대 설치된 방 안의 관으로 들어가, 간접적으로나마 죽음을 체험하게 되었다. 앞서 들어갔던 여자는 울면서 뛰쳐나왔을 정도로, 그 현장의 분위기는 꽤 무겁고 진지했다. 나는 수의로 갈아입고, 흰 종이와 펜이 놓인 작은 나무 탁자에 앉았다. 입관에 앞서 유서를 쓰라 한다. 언질이 없었으면 그냥 넘어갔을 법했지만, 그 친구는 원하는 음악이 있으면 틀어주겠다고 했다. 방 한구석 스피커에서는 정체 모를 뉴에이지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 음악을 들으면서 유서를 써 내려갈 자신이 없었던 나는, 최후의 순간에 들을 노래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사실 음악에 까다롭게 굴기 싫었지만, 내 마지막 순간에 적절한 음악을 찾고 싶었다. 쉽지 않았다.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을 생각하려니, 선곡은 더욱 힘들어졌다. 여태껏 들어왔던 수많은 국내외 음악가들 음악이 머리를 스쳐 갔으나, 고민 끝에 나
“세월아 비켜라~~내 나이가 어때서~~” 경로 잔치나 노인복지관 행사 등에 가면 어김없이 들을 수 있는 노랫말이다. 식생활 개선과 의학의 발달 등으로 인간의 수명이 계속 늘어나면서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오는 11월 3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지난주까지 각각 전당대회를 열어 후보를 공식 확정했다. 공화당 트럼프(1946년생), 민주당 바이든(1942년생) 두 후보 모두 70대로 바이든은 77세나 된다. 바이든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5년 재임기간 중 80대의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서울 여의도 정가에서도 ‘내 나이가 어때서’를 모범생처럼 실천하고 있는 정치인이 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 위원장은 얼마전 광주 5ㆍ18묘역을 찾아 보수정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무릎사죄’한 것을 비롯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방문, 당 ‘1호 정책’으로 ‘기본소득’(전 국민에게 조건없이 일정 소득 보장) 채택 등 연일 정치권의 뉴스메이커가 되고 있다. 1940년생으로 그가 올해 80세라고 하면 좀 놀라는 국민들도 있을 것 같다. 최근 자신이 이끌고 있는 미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서 첫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최고위원이 탄생됐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주인공이다. 8명의 후보들이 5자리를 놓고 겨룬 최고위원 선거에서 염시장은 선거 과정 내내 지역과 풀뿌리 정치의 힘, 지방분권을 강조했다.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우리 정치문화를 바꾸자고 호소했으며, 우리 정치가 ‘지역’과 ‘현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풀뿌리 정치에서 성장한 인재가 주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야 하며 그들이 전국 정치에 도전하고 경쟁을 통해 역량을 키워야 정당민주주의가 살아난다고 주장했다. 중앙당에서 지구당으로, 탁상에서 현장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최고위원 출마자들 가운데 염시장처럼 지방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수원시장에 내리 세 번째 당선된 데다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 신봉자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최고위원이 되면서 앞으로 지방분권 정책이 더욱 강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염시장 이전에도 지방정부 수장들이 최고위원에 도전한 바 있다. 2016년 박우섭 전 인천 남구청장, 2018년 황명선 논산시장이 출마했지만 여의도정치의
무릎과 허리가 만성적으로 아픈 60대 환자분이 1달만에 내원하셨다.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데 한달에 한번 오기가 어렵다고 하시면서, 홍삼과 홍합추출물을 꾸준히 먹고 있다고 한다. 그것들을 먹어서 좋아질 무릎과 허리면 한의원에 오시지도 않았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홍삼을 먹고 나서 부터인가 이상하게 눈이 침침하다고 한다. 혹시 관련이 있는지 나에게 묻는다. 한의사로 진료를 하면서 수없이 받은 질문 중 하나이다. 치료재인 한약은 치료의 효과를 가지는 각각의 기미(氣味)를 가진다. 인삼을 찌고 말린 홍삼도 그렇다. 인삼은 대표적인 기운을 보충하는 약재로 미온(微溫, 약간 따뜻한 성질)하다. 홍삼도 기본성질이 크게 변하진 않는다. 어깨가 아파서 내원했던 80세의 까랑까랑한 목소리의 할머니가 생각난다. 80세의 연세가 무색하게 똑부러지는 말과 행동을 하셨는데 홍삼을 매달 구입해 먹고 있다고 했다. 체질진단을 해보니 소양체질이다. 그래서 소량을 잠깐씩 복용하는 것은 괜찮은데 장기적으로 꾸준히 복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체질과 홍삼의 약성을 말씀드리며 홍삼만을 장기복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고 당분간은 기혈을 보하는 보약이 필요하면 홍삼과 반대되는 기운이 포함된…
코로나19사태는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불안공포는 물론 경제활동 위축에 따른 일자리 감축 등 우리들의 물질적 정신적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이 시사하듯 이런 상황 속에서도 다른 관점에서 긍정적인 면을 보는 종교계와 사회지도자들의 성찰의 의견을 들으며 나름 위안을 받기도 한다. 이기주의와 물질만능, 지나친 소비향락 문화에 대한 반성, 타인에 대한 배려 나아가 공동체의 삶을 더욱 귀중히 여겨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에 매우 공감한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요한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도 이런 관점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생각된다.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할 때마다 UN은 대북제재를 실행했다. 또한 미사일 성능실험 때도 제재를 추가했다. 미국과 일본은 독자적 제재를 실행하여 북한의 핵미사일개발 저지를 위해 고심에 고심을 더해왔다. 결과는 우리가 희망했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포기가 아니라 핵무기와 ICBM을 보유, 미국본토를 위협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제재를 통해 북한이 핵을 내려놓게 만든다면 이 정책은 가장 효율적인 정책이 분명하다. 그런데 제재를 통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음을…
요즘 나는 자꾸 뒤돌아보는 한국인이 되어가고 있다. 성장과 성공만 앞세우고 수출 목표 달성 비율만을 우선순위에 둔 통치자 밑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성공은 곧 돈(경제)이 되었다. 새롭게 개발한다고, ‘새마을사업’에 목숨 걸고 새벽종을 쳐대며 마을 사람들을 깨우는 시대에 나는 학창시절을 보냈다. 초가집·한옥·옛 절터·궁터 들은 고속도로와 고속성장으로 인하여 실종되었다. 고속도로는 국가의 혈맥과 같다고 밀어붙일 때, 강남 땅값은 서서히 종로와 인사동 땅값을 뛰어넘었다. 이어서 부동산 투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그 자리는 새로운 아파트가 죽순 솟듯 하더니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았다. 자가용 시대가 도래 하고 2000CC 이상의 자동차와 평수 넓은 아파트에 살아야 서울과 지방의 경제귀족 라인에 설 수 있었다. 이어서 성수대교가 무너져 꽃다운 무학여고생들이 벚꽃처럼 한강으로 떠날려 가기도 했다. 옆도 안 보고 뒤도 안 돌아 보고 앞만 보고 고속 성장하는 과정에서 농어촌 사람들은 서울로 흡수되어 갔고, 서울 사람들의 하층민으로서 서러운 일만을 책임져야 했다. 이웃이 붕괴 되고 인간미가 상실되는 그곳에는 오직 속도전과 달러가 있을 뿐이었다. 고시 패스하여 고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