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매주 한차례 이상 현 정부(대통령) 국정지지도를 비롯해 차기 대선 선호도 등에 대한 여론조사가 발표된다. 그때마다 이해당사자를 중심으로 희비가 엇갈리며, 그것을 둘러싼 의미를 읽느라 술렁인다. 그런데 지난 9월과 최근, 주요 국가 국민들을 상대로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인기투표(?)를 실시한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퓨리서치 여론조사기관은 지난 6일 한국을 비롯해 미·일·호주·영국·독일 등 14개 주요 국가 국민들에게 중국에 대한 호감을 물은 결과물을 내놓았다.(6월10일~8월3일 성인 1만4276명) 핵심 내용은 부정적 인식(73%)이, 긍정적인 평가(24%)에 비해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해마다 실시하는 이 조사에서 중국에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이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고 한다. 아마도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팬데믹과 국제관계 악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또 퓨리서치는 지난달 15일에는 동일한 시기, 같은 국가(미국 제외한 13개국)를 상대로 한 미국에 대한 호감도를 발표한 바 있다. 여기서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34%였다. 한국인은 59%(2019년 77%)가 ‘호감’이라고 답해 13개 동맹국 중 1위를 기록
수원시립미술관은 개관 5주년 기념전 ‘내 나니 여자라,’를 9월 8일부터 11월 29일까지 개최한다. 조선 22대 임금인 정조의 어머니이자 사도세자의 비(妃)였던 혜경궁 홍씨(惠慶宮 洪氏, 1735~1815)의 자전적 회고록인 ‘한중록’을 매개로, 올해 미술관의 기관의제인 ‘여성’에 대한 동시대적이고 다양한 정서를 13명(팀)이 발표했다. 전시 제목 ‘내 나니 여자라,’는 ‘한중록’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고정된 여성성에 대하여 회화, 설치, 미디어 등의 총 48점의 작품은 여성이라는 존재와 정체성 그리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현재 최전선에 있는 작가들인 만큼 여성에 대한 대서사시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전임 김찬동 미술관장이 이번 전시를 기획한 신은영 큐레이터에게 현재 한국 최고의 여성작가로 구성하자고 제안하면서 수원작가로 ‘흑-Back project 2020’ 285점으로 전시에 참가 했다. 1997년부터 2006년까지 근 10년간 한국 섬유예술의 현대미술화를 마음 깊이 담고서 국제적 진출을 목표로 흑색만 가지고 380점을 그렸다. 작년 초겨울 프랑스 개인전 때 몇 개의 작품 사진을 보내 달라고 했을 때에도 ‘흑-Back project’가
정부가 기존의 도서정가제(도정제) 기준을 완화하려는 방향의 개편 움직임을 보이자 출판사와 서점단체 등 출판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모든 책에 정가를 표기하고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 기준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출판업계에 이어 서점계도 ‘문화 생태계’ 훼손을 우려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출판계의 절실한 산소호흡기인 도서정가제를 개악해서는 안 된다. 도정제는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많은 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제도로서 한국은 2003년 처음 도입했다. 2014년 법 개정을 통해 현재는 신·구간 구분 없이 모든 도서를 최대 15% 내에서만 할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완전한 정가제가 아닌 ‘도서 가격 할인 제한제’라고도 불린다. 다른 공산품에는 없는 정가제를 법률로 만든 것은 ‘사회적 공공재’인 책의 유통 혼란을 막아 저자·출판사·서점을 보호·육성하겠다는 취지다. 도정제는 시행 6년 차를 맞은 지금 안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서점 등 유통시장은 발행 18개월 이내의 신간 중심으로 재편됐다. 발행 종 수가 늘면서 신간이 베스트셀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함께 높아졌다. 2014년 이후
코로나19가 안겨준 삶의 고민이 전시장 곳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들보다 좀 더 일찍 고민을 시작하고 작품을 발표해 주는 작가들 덕분에 내가 가진 고민을 보다 솔직히 털어놓을 용기를 얻었다. 갤러리 라온에서는 7일부터 고강필 개인전 ‘번짐의 흔적’이 진행된다. 고강필은 한지 위에 사람 형태의 선을 가느다랗게 그린다. 배경은 온통 오렌지빛으로 물들었고 그 안에서 사람 형태는 외롭게 서 있다. 작가는 물감이 건조되면서 번지는 효과를 노렸다. 처음 붓이 닿았던 선은 사람 형태의 틀을 잡아주었고 사람을 채우던 물감은 서서히 번지며 조심스럽게 외곽선을 벗어났다. 틀에 갇혀 있지만 자유로워지고 싶은 사람이 그렇게 완성되었다. 이랜드 스페이스에서는 10월 29일까지 김혜영 개인전 ‘아무도 살지 않는 Solitude of mind’이 진행된다. 고독한 풍경 안에 놓인 한 채의 집은 특정한 시공간에 홀로 서있는 이를 연상시킨다. 풍경은 이상하리만치 침착하고 음산하다. 집은 독특한 경계에 놓여 있다. 가령 파도가 덮칠 것 같은 바닷가, 숲이 우거진 곳으로 진입하는 길목, 산 능선이 접혀 들어가며 만나는 지점 등에 놓여 있는 것이다. 고독을 즐기다 못해 고독이 위험수위에 차
분재는 고개를 숙인 자에게 진면목(眞面目)을 보인다 하고 아는만큼 보인다고도 한다. 올라올 때 못본 꽃을 내려갈 때 보았다는 시가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못 본 / 그 꽃. (그 꽃 전문, 고은)” 여기서 꽃은 사람일 수도 있고 정말 꽃이기도 하겠다. 바쁘게 살다 보니 다 살피지 못하는 인생이다. 아들딸 자식보다 손자 손녀가 더 예쁘다는 역설이 역설이 아니라 정설이란다. 젊어서는 직장을 다니면서 아들딸 키우기에는 버거웠고 인생 중 청춘이 바빴다. 그러다가 나이 들어 꼬물거리는 슬하의 손자·손녀가 예쁘단다. 자식은 내리사랑이란다. 과거 봉건시대에 시골에는 아들은 미워하여 외면하면서 손자·손녀를 귀엽다하는 할아버지가 많았다. 그래서인가 세상사는 보는 시선과 시야에 따라 달리 보인다. 색안경을 쓰고 보지 마라는 말로 풀어본다. 잘할 것이라는 동료가 틀렸을 때 오는 실망감보다 못할 것이라는 후배가 잘했음을 알아내지 못하는 선배가 걱정이다. 우리 사회는 끊임없는 선배와 후배의 연결고리로 이어간다. 그리니 가정이든 직장이든 정치사회이든 지역사회 모임에서조차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고 그 사람의 시각과 시선을 공유해야 한다. 자신의 고정 프레임을 고수하는…
부부란 본래 아웅다웅 다투며 산다. 연애 시절 그 뜨겁던 열정을 그대로 지닌 채 한평생을 살아가는 부부는 없다. 사랑은 변색을 하고 세월이 가면서 그저 미지근한 정으로 사는 게 부부다. 그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오늘날엔 젊은 사람들이 아예 그런 부부관계 맺기를 두려워한다. 홀로 사는 노총각 노처녀들이 사방에 늘렸다. 걱정이다. 본래 인간사는 그렇게 갈등 속에 살다가 갈등을 안고 죽기 마련이다. 그걸 마다하고 홀로 사는 청년들이 집도 절도 없이 세월을 보내고 있다. 하기야 부부로 살면 크게 좋은 것도 없고 크게 황홀할 일도 없다. 그래서 하는 얘기다. 어느 마을에 가난한 농부가 살고 있었다. 그는 가난하였지만, 남에게 대접하는 것을 즐겨했다. 심심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들여 밥을 대접해 보냈다. 그 바람에 가랑이가 찢어지는 건 그의 아내였다. 자기 식구도 세끼 밥을 제대로 못 먹는데 걸핏하면 손님을 끌고 오는 남편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아침이었다. 부엌문을 열고 나오는데 저만큼 길 아래서 남편이 또 낯선 사람 셋을 끌고 오는 게 보였다. 그녀는 기가 찼다. 그래서 한 가지 꾀를 냈다. 잠시 후에 농부가 낯선 손님 셋을 모시고
2008.12 -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사건 발생 08년 12월 오전 8시경 안산시 단원구에서 등교 중이던 초등학교 3학년(만 8세) 여아를 납치 후 교회 건물 화장실에서 수차례 강간·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피해 아동은 대장과 항문, 생식기의 80%가 영구적으로 훼손되는 등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심각한 신체적 피해를 입었다. 범죄의 잔혹성과 인면수심한 가해자 조두순의 행태가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면서 엄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크게 확산됐다. 2009.03 - 겨우 '징역 12년'…솜방망이 처벌 논란 검찰은 09년 1월 강간상해죄로 기소된 조두순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1심 판결에서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이 참작돼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조두순은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 및 상고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해 9월 대법원은 1심 판결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징역 12년, 전자발찌 7년, 신상공개 5년형을 확정하고 조두순은 경북북부 제2교도소(당시 청송교도소)에 수감됐다.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과 조두순의 항소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두순에게 ‘법정 최고형’을 요구하는 청원 운동이 일어나는 등 국민적 분노가 극에…
가을 기운이 완연하다. 여름이 주인 행세를 하더니만 추석이 지나자 가을이 제자리를 차지한 듯하다. 산천초목에 산고(産苦)의 결실이 저마다 색깔을 드러낸다. 그게 순리다. 그래서 자연은 위대하다. 가을은 소리의 계절이다. 논밭에 벼 여무는 소리, 수수더미 영그는 소리, 풀벌레 소리 등이 한창이다. 이들이 어우러지는 자연의 소리 못지않게 사람들이 책 읽는 소리가 더욱 정겹게 느껴지는 가을이다. “달빛과 꽃 색깔이 아무리 좋아도 가족들의 화목한 얼굴빛만 못하고, 가야금과 거문고 켜는 소리, 바둑장기 두는 소리가 아무리 좋아도 자손들이 책 읽는 소리만 못하다”는 글귀가 있다. 그렇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의 바다를 항해해도 활자매체를 통한 책읽기만큼 좋은 게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비접촉 시대에도 활자로 된 책읽기는 여전히 정겹다. 책의 숲에는 우리가 건져낼 수 있는 구슬이 너무나 많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지쳐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내달려온 삶들이 아닌가. 부지깽이도 덤벙인다는 가을이 왔다. 현재를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해서 책읽기도 빠트릴 수 없는 일상이 되어야 한다. 예전의 독서는 눈으로 읽지 않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를 맞아 5일간의 긴 휴가를 보냈다. 한해 농사를 수확하는 시기이므로 가장 풍요로운 명절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향에도 못 가게 되었다. 추석 연휴 고향 방문이나 여행으로 인한 인구 대이동이 일어나게 되면,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여 새로운 대유행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년과는 다른 추석을 맞아 편찮으신 어머니를 뵈러 친정에 다녀왔다. 그런데 전에 없이 교통 체증이 일어났다. 알고 보니 친정집 근처가 궁평항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 서신에서 궁평항과 제부도로 갈라지기 때문에 더욱 길이 막혔다. 모두 먼 곳의 고향은 못 가고 잠시 나들이하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나타나는 우울증으로 ‘코로나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코로나19'의 '코로나'와 우울하다는 뜻의 '블루(blue)'의 합성어이다. 추석 연휴 동안에 아이들 데리고 잠깐이라도 가까운 바닷가로 바람을 쐬러 나왔을 것이다. 모처럼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평소에 갑갑함을 떨쳐버린다. 성묘도 미리 다녀오고, 고향의 부모님께는 화상 통화를 하는 비대면 명절이 되었다. 예전에는 아무리 차가 밀려도 고향을 찾아 명절을 지냈다. 그렇게…
“모국어가 영어인데 5년 전에 처음으로 우수한 한글을 접하고, 그런 문자를 천재적인 왕 한 사람이 주도했다는 사실에 반했다. 세종대왕을 영웅으로 생각했으며, 그 매력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2020년 10월 9일, 574돌 한글날이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미국 SF(공상과학) 드라마 ‘스타트렉’의 작가인 조 메노스키가 한글날을 맞아 영어와 한글판으로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에 얽힌 이야기를 장편소설로 써내 화제다. 제목은 ‘King Sejong the Great’(킹세종)으로 9일 종로구 통인동 세종대왕 탄신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소설을 영화와 드라마로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영어가 모국어인 작가가 영어로 쓴 최초의 한국역사 판타지 소설에서 세종대왕을 ‘영웅’ ‘천재’ 등의 단어를 동원해 세계에 알린다고 하니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러나 한켠에서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한글을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는 조선, 대한민국 백성은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쓴소리하는 것 같았다. 특히 저자가 “만약 유럽의 어떤 지도자가 백성들을 위해서 글자를 만들었다면 전 세계는 이미 그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막을 때린다.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어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