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소재 제일시장에서 67세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시장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60대와 70대 여성 2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당했다. 경찰은 사고 트럭 내 페달과 브레이크를 촬영하는 ‘페달 블랙박스’를 확보했다. 영상 분석 결과 사고 당시 운전자가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페달을 밟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에도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에서도 70대 여성 운전자가 모는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행인을 치었다. 고령자 운전 문제가 사회문제로 떠 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난해 7월 1일 시청역 참사 이후로 논란은 더욱 커졌다. 69세 남성이 운전하던 차량이 역주행을 하다가 인도와 횡단보도로 돌진했다. 9명이 숨지고 7명이 중경상을 입은 대형 참사였다. 운전자는 자동차의 문제로 인한 ‘급발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조사 결과는 ‘운전자 과실’이었다. 지난해 12월 31일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에서 70대 운전자가 골목길로 돌진해 1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올해 5월 서울 강동구 길동 복조리시장에서도 60대 운전자가 모는 차량이 인도로 돌진,…
냉혹한 국제 현실과 과제 오늘날 지구상에는 200여 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하며, 미국·독일·일본·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등 G7은 물론 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 같은 인구 대국까지 국제 질서 재편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선도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에게 이는 동시에 중대한 기회이자 위협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 독립국으로 재출발한 대한민국은 반세기 만에 산업화·민주화·정보화·세계화를 압축적으로 달성하며 ‘한강의 기적’을 현실로 만들었다. 2009년에는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OECD DAC 가입)으로 전환한 유일한 국가가 되었고, 2021년에는 UNCTAD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가 격상되었다. K-음악·영화·드라마·음식·미용·IT·한국어 등으로 대표되는 K-컬처는 ‘15세기 세종, 18세기 영조·정조 시대 이후 최대의 문예부흥기’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세계적 영향력을 확장했다. 그러나 21세기 국제정세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자국 우선주의의 확대로 그 어느 때보다 냉혹하다. 이는 ‘민족자존의 정당한 권리’가 강력한 국력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킨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응도,…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백 ]
최근에 국민의힘 주변에서는 기대와 절망이 공존하고 있다. 대검의 대장동 재판 항소포기 논란으로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면서 대선 이후 바닥을 헤매고 있는 당 지지율이 조만간 변곡점을 맞을 것이란 기대가 작지 않다. 또한 정부 여당의 부동산 정책 혼선에 대한 시장의 여론도 심상치 않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동안 미뤄왔던 경제단체 면담 등을 추진하며 이재명 정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함께 탄식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데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여전히 바닥에 머물고 있다. 명색이 제1야당인데 최근에는 ‘지지정당이 없다’는 무당층보다 지지율이 낮은 조사 결과도 나왔다. 당 내외에서는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지도부의 정치노선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장동혁 대표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변화는커녕 대표 스스로가 소수 극우세력에 의존하는 정치를 강화하고 있어 당 안팎의 절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장 대표는 최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고 말해 당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황 전 총리는 극우세력을 대변하며 ‘부정선거론’을 주장하
제86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이 이달 17일 육군사관학교에서 거행됐다. 순국선열의 날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193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기념일로 제정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올해 기념식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는데, 이종찬 광복회장의 요청으로 육사 교정에서 처음 진행했다. 독립유공자 유족, 정부 인사, 육사 생도까지 800여 명이 기념식에 참석했다. 육사 교정에는 독립전쟁 영웅으로 불리는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함께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이 있다. 2023년 8월에 국방부와 육사가 이 흉상들을 이전하겠다고 했다가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었다는 비판이 크게 일었다. 긴 논란 끝에 2025년 5월에야 육사가 모든 흉상을 현 위치에 그대로 두기로 했으니, 이종찬 회장은 육사 교정에서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을 거행함으로써 독립군의 정신은 광복군으로 이어졌고, 대한민국 국군이 그 뜻을 계승하고 있음을 분명히 나타내고자 했다. 우당(友堂) 이회영(1867~1932) 선생은 이종찬 광복회장의 조부다. 일제 침략으로 나라를 잃게 되자 우당 6형제는 온 가족이 만주로 망명
인터넷을 중심으로 언론매체 수는 그야말로 확장일로에 있다. 법적으로 등록되거나 허가되지 않은 혹은 그럴 필요가 없는 자칭 언론매체의 증가도 가파르다. 양적으로만 따지면 언론산업은 얼핏 유망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종사자나 전문가는 물론 시민도 언론산업의 열악함을 잘 안다. 주위 시선도 예전 같지 않다. 대학에서 저널리즘의 인기는 시들하다.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미디어 전공생은 해마다 줄고 있다. 관련 강의가 폐강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 많았던 대학언론도 쇠퇴의 길에 접어든 지 오래다. 언론을 제외하고도 전망 밝은 미디어 영역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선뜻 언론에 자신의 미래를 맡겨보라 청년에게 추천하기 어렵다. 그래서 청년이 자발적으로 만든 언론매체는 내게 언제나 응원의 대상이다. 숟가락 하나 올려본다. 작년 4월 창간한 '토끼풀', 최근 여기저기에서 많이 소개된 신문이다. 제호는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라는 게임에 나오는 ‘토끼풀 신문사’에서 따왔단다. 서울 은평구 6개 중학교의 학생 32명이 만든다. 이들이 직접 기사를 쓰고 편집하며 발행한다. 중학생이 만드는 재기발랄한 학급신문 정도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
수도권 북부 지역, 특히 접경지역은 한국전쟁의 정전협정 체결일인 1953년 7월 27일 이후 지금까지 72년 넘게 국가 안보를 위해 제약을 받아왔다. 중첩된 규제로 인해 주민 삶의 질은 상대적으로 저하되고 오지나 다를 바 없는 환경을 인내하며 살아야 했다. 정부는 2011년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을 수립했고 2019년엔 이 계획의 일부를 수정했다. 투자실적이 없거나 실현 가능성이 낮은 민자 사업들을 과감히 조정하고 사업추진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남북 교류협력 기반조성 ▲생태·평화 관광 활성화 ▲생활 SOC 확충 등 정주여건 개선 ▲균형발전 기반구축 등의 사업이 추가됐고 2030년까지 13조2000 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역민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접경지역을 수도권정비법상 수도권에서 제외해달라는 것이다. 수도권정비법의 제정 사유는 수도권의 과도한 인구 및 산업 집중을 억제하고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지역 개발을 저해하고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를 가속화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지난 9월 박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파주시을)과 김성원 국회의원(국민의힘, 동두천시·양주시·연천군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인데도 나는 아직도 때때로 시험을 보는 꿈을 꾼다. 시간에 쫓겨 문제지를 다 풀지 못하거나, 백지의 답안지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는 꿈이다. 깨고 나면 꿈이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얼마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 수험생들을 보며, 그 꿈이 다시 떠올랐다. 우리는 학교를 떠났지만, 여전히 각자의 삶에서 자기만의 문제지를 풀고 있는 수험생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었다. 어른이 되면 시험이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시험은 늘 삶의 다른 형식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점수나 성취의 문제가 아니라, 삶이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우리는 어떤 지점을 넘어야만 다음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중요한 순간들 앞에서 흔들린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그 선택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많은 선택을 복잡한 방식으로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예상과 전혀 다른 상황에 빠지게 되는 순간도 있다. 기대보다 실망을 안겨주었던 자리가 오히려 자신에게 필요한 기회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큰 기대를 품었던 일이 나와 맞지 않는 자리임을 시간이 지난 후에 알았다. 가까스로 잡은 기회를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