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7일 유엔군사령부(유엔사)는 ‘군사정전위원회의 권한과 절차에 대한 성명’을 통해 군사분계선 남측 비무장지대(DMZ)의 민사행정과 구제사업이 유엔군 사령관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DMZ가 대한민국 영토임에도 불구하고 출입 허가권이 전적으로 유엔사에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유엔사는 이미 2021년 성명에서도 DMZ 출입 통제를 ‘법적 지시’라고 규정한 바 있다. 정전위원회는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의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기 위해 설치된 임시기구다. 그러나 정전 이후 70년이 훌쩍 넘도록 존속하고 있다. 유엔사는 유엔의 독립된 국제기구가 아니라 안보리 결의에 의해 설치된 보조기관이며, 실질적으로는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 사령부다. 1975년 유엔총회에서 유엔사 해체 문제가 논의되었으나 안보리가 설치한 기구는 총회 결의로 해체할 수 없다는 점만 확인되었을 뿐이다.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는 유엔, 북한, 중국이며 대한민국은 서명하지 않았다. 정전위원회를 구성하던 중국군은 1958년, 북한군은 1991년 이후 철수했다. 현재 유엔사는 유엔기구도, 주한미군도 아닌 미군이 운용하는 별도의 법적 주체로 남아 있다. 그동안 유엔사는…
요즘 교육 담론은 대체로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급변하는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야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 문장이 반복될수록 학교는 다가올 시대를 준비하는 기관으로만 이해되고, 정작 지금 여기에서 아이들이 겪는 삶의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곤 한다. 학교가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기 이전에, 아이들이 현재를 견디고 서로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다시 붙잡고 싶다. 현시점 한국 교육은 세 가지 큰 전환점 위에 서 있다. 첫째는 인구 구조의 급변이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현실은 단순히 학급 편성과 예산의 문제가 아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학교의 목적을 묻게 만든다. 더 많이, 더 빠르게 가르쳐 경쟁시키는 모델이 약해지는 대신, 한 명 한 명의 성장과 돌봄을 더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작은 학교든 큰 학교든, 이제 교육은 규모의 확장이 아니라 관계의 깊이를 중심에 둬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둘째는 기술 변화다. 인공지능, 데이터 기반 학습 도구, 온라인 플랫폼은 학습의 방식 자체를 바꿔 놓았다. 이때 학교가 해야 할 일은 기술을 따라가기보다 기술이 놓치는 것을 붙들어 주는 것이다. 기술은 답을 빠르게 제공하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기업들의 채용 규모가 크게 줄어들면서 취업 시장의 문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에도 고용 둔화 조짐이 나타나는 등 고용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보수적인 경향을 띠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깊어지고 있다. ‘취업’보다도 더 확실한 복지가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취업전선의 빨간불을 끄기 위한 각고의 노력과 특별한 관리대책 마련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직종별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채용계획 인원은 총 46만 7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4년도 같은 기간의 53만 1000명보다 6만 4000명(12.1%) 감소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내국인 채용계획은 45만 명, 외국인은 1만 7000명으로 나타났으며, 각각 전년 대비 11.8%, 19.7% 줄었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이 9만 5000명으로 가장 많은 채용계획을 세웠고,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6만 2000명), 도매 및 소매업(5만 6000명)이 뒤를 이었다. 기업 규모에 따라 채용 흐름은 엇갈렸다. 300인 이상 대기업
[ 경기신문 = 황기홍 기자 ]
2026년 새해 아침에 반가운 일이 생겼다. 경기도가 올해부터 일산대교 통행료를 50% 인하한 것이다. 지금까지 1200원이었던 통행료는 1일부터 600원(승용차 기준)으로 절반이나 줄어들었다. 1종 차량(승용차 또는 16인승 이하 승합차 등)의 경우 1200원에서 600원으로, 2·3종(화물차 등)은 1800원에서 900원으로, 4·5종(10톤 이상 화물차 등)은 2400원에서 1200원으로, 6종(경차 등)은 600원에서 300원으로 낮춰졌다.(관련기사: 경기신문 1월2일자 1면, '일산대교 통행료 반값’) 통행료 50% 인하 조치가 내려진 다음 날인 2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일산대교 현장을 찾았다. 통행 상황을 살펴본 김 지사는 “김포시는 이미 부분적인 동참 의사를 표시했고, 파주시도 적극적인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고양시와 의논해서 나머지 절반에 대한 감면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통행료 전액 무료화 적극 추진 의지를 또 한 번 밝힌 것이다. 김 지사는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정부의 올해 예산에는 일산대교 통행료 관련 용역비가 포함돼 있다. ‘일산대교 통행료 지원 방안 검토를 위한 연구 용역비’ 예산을 확정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의 신임 총리다. 그는 취임(2025년 10월 21일) 직후부터, 동북아평화를 위협하는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 일본 최초의 여성총리(104대·1961년생)라는 역사성과 故 아베 전 총리 뺨치는 강성 보수성향의 정치인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그가 ‘야심적으로’ 띄운 이슈는 세 가지다. ①비핵3원칙 “핵은 보유하지 않고, 만들지 않고, 들여오지도 않는다”를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다. ②중국이 대만을 점거할 경우, 일본은 집단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였다. ③우리의 독도가 일본영토라고 주장한다. 이 여성은 총리가 되기 전부터 자주 독도(일본에서는 竹島·다케시마라고 한다)의 영유권을 주장했다. 총리 취임 직전,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장관급이 참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 “앞으로도 적절한 시점에 다시 참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발적이다. 요미우리 신문은 “총리가 전쟁으로까지 가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의 갈등을 고조시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으며 먹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중일갈등은 단기적으로 일본의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미국 텍사스주 남부 코퍼스 크리스티 해변의 백사장. 빨간 모자를 쓰고 망대에 높이 앉은 한 청년이 수면 위를 바라보고 있다. 해수욕장을 가득 메운 수영객들이 물장구를 치며 마냥 즐거운 탄성을 질러도 청년의 눈길은 흔들림이 없다. 한 사람 한 사람 수영객의 행동을 주의 깊게 바라볼 뿐이다. 이른바 수상 안전요원. 그러나 그 청년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상안전구조운동(The Life Save Movement of America) 소속 대학생 자원봉사자’다. 어떤 대가도 받지 않는 학생이다. 단지 6만 6000명 자원봉사 회원 중 한 명으로 뽑혔다는 기쁨에 무더위도 아랑곳없이 이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미국 중동부 테네시주에 있는 에니타 앤 마티니스 레크리에이션 센터. 저소득층이 몰려 사는 빈민 지역의 이 센터에 15명의 히스페닉 주부들이 어린 멕시코계 청소년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캠프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1973년 이 지역 시의원 이름을 따 지은 이 센터의 자원봉사자들은 모두 주부다. 이들은 앞치마를 두르고 가난한 주민들에게 무료급식을 나눠주고, 알뜰시장을 개설한다. 서울 명동 예술극장 앞. 세계의 관광객이 넘쳐나는 명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2026년 병오년(丙午年), 역동하는 '붉은 말'의 기운과 함께 새해 아침이 밝았다. 쉼 없이 대지를 질주하는 말의 기상처럼 우리를 둘러싼 모든 어둠을 뒤로하고 재도약 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 그러나 거침없이 재도약 하기에는 아직도 풀어야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 가장 큰 난제는 역시 ‘정치’다. 가장 중요한 열쇠도 당연히 ‘정치’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정치에서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복원되고 온전한 국정정상화가 이루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는 12·3 비상계엄이 초래한 헌정사상 초유의 격변을 겪었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됐고,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했으며, 전직 대통령 부부는 구속됐다. 3대 특검은 내란 등 범죄에 가담한 관련자 121명을 기소했다.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혼란과 위기였다. 그러나 이 혼란을 수습하고 국정을 다시 정상궤도로 진입하게 한 것은 국민이었다. 여기에 오직 국민과 국익만 바라보겠다고 선언한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이 더해 지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25% 관세 폭탄'을 15% 수준으로 낮췄고, 3,500억 달러…
책 한 권 크기의 탁상 달력을 받았다. 1월부터 12월까지 새겨진 달력을 한 장씩 넘겨 본다. 공휴일과 기념일을 표기한 붉은 숫자들을 세어 보고, 작은 글씨로 적힌 음력과 절기들을 눈으로 더듬는다. 한 해가 시작되었다. 이 빼곡한 숫자들 속에 숨겨진 날들은 어떤 사건을 데리고 나에게 올 것인가,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나오는 어드벤트(Advent) 캘린더가 떠올랐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매일 작은 상자를 하나씩 여는 어드벤트 캘린더는 기념일을 기다리는 마음을 잘 활용한 물건이다. 상자 안에는 대개 초콜릿이나 미니어처 같은 것들이 들어 있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하루의 시작을 설렘으로 채워 주기에는 충분한 것들이다. 새날이 시작되었다. 삼백예순다섯 개의 상자가 도착한 셈이다. 상자에서 나올 물건의 크기나 내용은 대개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무엇이 들어 있을지 기대하게 된다. 그 안에 있을 작은 기쁨을 떠올리며 상자를 여는 일은 가슴을 조금 뛰게 한다. 그렇다고 특별한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별다른 게 없을 걸 알면서도 상자를 열고, 그래서 실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 든 것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 마음을 가볍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