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상화는 식민지가 된 조국의 아픔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로 절절하게 그려냈다. 암담한 시대에 조국의 산하와 선조들의 숨결이 깃든 유적지를 답사하는 ‘물에 산에’ 회 혹은 소리 나는 대로 ‘무레사네’라 부르던 모임이 있었다. ‘물에 산에’는 1990년대부터 유행한 유적답사 모임의 원조인 셈이다. 광주학생운동이 일어난 1926년에 당시 출판사를 운영하던 이정섭이 일요일마다 산을 오르고 유적지를 답사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오산학교 교장을 지낸 다석 류영모로부터 이 모임을 소개 받아 참여한 양정고보 지리박물 교사 김교신(1901~1945)은 1934년 8월 19일자 일기에 이런 기록을 남겼다. “이선생의 초청하는 대로 무레사네회에 따라가 보았다. 일행 남녀 9인, 창의문을 나가 사상에 관계 깊은 독박골 좁은 길 골목을 넘어, 진관사에서 잠시 쉬고 다시 석봉을 넘어 승가사에 약수를 마시고 월광을 받으면서 창의문에 돌아오다. 걷는 동안에 특히 하는 일은 없으나 자못 유익함이 많았다.” 얼마 후 김교신은 동료 교사 황욱(1895~?)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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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고양시 덕양구 삼송역 환승주차장을 폐쇄하고 유상 매각을 추진하자 고양시와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지난 11일부터 삼송역 환승주차장에 현장 집무실을 설치하고 업무를 하면서 LH의 불합리한 개발 방식 변경과 개발이익 환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삼송동 주민자치위원회도 삼송역 환승주차장을 고양시에 무상기부해야 한다며 지난 21일 삼송역 환승주차장 현장 집무실에서 궐기대회를 개최하도 했다. 삼송지구 환승주차장은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따라 8천926㎡ 면적으로 조성된 후 지난 2014년 6월 무료로 개방됐다. 그러나 LH는 지난 2018년 6월 해당 부지 유상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유상공급계획에 따라 주차장을 폐쇄조치하고 유상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삼송·원흥·향동·지축·장항지구 등 5개 공공택지지구와 덕은도시개발사업지구까지 총 6개의 택지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센터·주차장·도서관 등 공공시설과 문화·복지·체육시설 등 기반시설은 지자체가 매입·설치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고양시와 대립해왔다. 이에 대해 고양시와 주민들은 삼송역에 환승 주차장이 민간에 매각되면 주차요금이 올라가고 상업시설이 들어와서 사실상 주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윤미향 논란’을 틈타 일제의 식민사관에 찌든 극우 학자들의 역사 왜곡 망동이 거듭 전개돼 안타까움을 부른다.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에 신속하고 정직한 고백을 기피하고 있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용렬한 태도가 부른 부작용의 하나로 해석된다. 극히 일부일 수 있는 근거를 동원해 위안부를 한사코 ‘매춘’이라고 주장하는 반역사적 행태는 공분을 사고도 남을 망발이다. 이승만학당과 반일동상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며칠 전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퍼시픽호텔에서 ‘정대협의 위안부 운동, 그 실체를 밝힌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 및 토론회를 열어 “위안부는 매춘”이라는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지난해 친일 논란을 일으킨 ‘반일종족주의’ 출간을 주도한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이승만학당 교장)는 “기생으로 태어난 소녀에게 자발적이냐 강제냐는 물음은 질문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민지엔 여성의 인권이 없었다”고 강변했다. 수업 도중 위안부 피해를 ‘매춘’에 비유해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은 류석춘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위안부는 국가의 강제연행 피해자가 아니라 매춘업자의 취업 사기에 피해를 본 사
나는 일주일에 두서너 번 산을 오른다. 산기슭에 작은 마을이 있다. 그곳엔 집집이 조그만 텃밭을 가꾸고 있다. 텃밭에는 토마토, 상추, 고구마 같은 작물들이 심겨 있고, 텃밭 변두리 잡풀 속에는 호박넝쿨이 우거져 있다. 오늘 아침 따라 밭두렁을 타고 함초롬히 피어있는 호박꽃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슬 머금은 호박꽃이 찬란하기가 그지없다. 호박은 농부가 가꾸는 곡물 중에서도 가장 손이 안 가는 작물이다. 그저 이른 봄에 아무 데나 구덩이를 파고 호박씨를 심는다. 그 위에 오물을 한 바가지 끼얹으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호박은 혼자서 뿌리를 뻗고 줄기를 뻗어 산지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그리고 이맘때면 어지러이 꽃을 피운다. 암꽃은 화려하고 수컷은 꼿꼿하며 단출하다. 호박꽃에도 벌 나비가 날아든다. 벌을 끌어들여도 잔잔한 꿀벌 따위가 아니다. 말벌이나 왕벌이 호박꽃을 찾아든다. 그런데 왜 호박꽃인가? 정말 호박꽃이 그렇게 못난 꽃인가? 사람이 키우는 작물 중에 호박꽃처럼 화려하고 장대한 꽃이 없다. 벼도 꽃을 피우고, 고구마도 꽃을 피우고, 보리도 꽃을 피운다. 그 모두가 호박꽃에 비하면 견줄 바가 못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못난 여자를 가리켜 호박꽃에 비유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 입주민 개개인이 아파트 입주민 전체를 대표해서 특정 계약을 체결하거나, 법률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정상적인 관리행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존재가 필수적입니다. 그 중에서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전체가 의결기구라면, 의결된 안건을 집행하는 집행기구인 ‘회장’의 역할이 중요한데요, 다만 ‘회장’의 권한이 막중한 만큼 부정한 상황이 초래되지 않게 방지하기 위해서 공동주택관리법이나 관련법령에서 그 임기나 선임 방식에 관한 내용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임기는 2년이고, 이후에는 새로운 회장을 선임하기 위하여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상의 절차인 투표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전임 회장의 임기 종료 이후에 부득이한 사정으로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지 못하였을 경우, 전임 회장은 회장으로서의 직무권한을 곧바로 상실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까요? 그렇다면 그 기간동안 아파트의 관리행위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요? 법원은 이처럼 공백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우려하여 “'민법상 법인과 그 기관인 이사와의 관계는 위임자와 수임자의 법률관계와 같은 것으로서 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면…
그동안 학교는 학교라는 울타리 속에서 짜여진 교육과정으로 보여진 교과서내의 내용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지식위주의 교육의 교육체제에서 4·16교육체제로 변화되면서, 학생들이 자기 스스로 삶을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교육방식으로 변모하게 됐다. 이에 따라, 학교 교육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자원으로 학교뿐만 아니라 학교밖의 마을의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하는 마을교육공동체와의 네트워크는 자연스런 교육현상이 되고 있다. 현재, 단위학교의 혁신을 넘어 학교와 지역사회는 긴밀한 네트워크를 지향하고 있으며, 마을교육공동체는 한마디로, 마을의 아이들을 지역사회가 함께 교육하며, 마을이라는 장소가 아이들의 배움의 장소가 되는 것으로 지역의 마을활동전문가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단위학교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아이들을 위해 지역사회의 역할은 너무나도 중요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학교가 모여 있는 지역사회에서의 학교교육에 대한 상호 협력과 소통과 상생의 협동성은 자라나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마을이 존재하려면, 마을교육공동체가 활성화가 돼야 하며, 그런 토양을 만들어주기 위해 단위학교, 교육청, 지자체, 지역사회가 공동·합심하여 혁신교육지구의…
등산로에서 700m 남았다는 안내판을 분명히 확인했는데 평지보다 산에서는 더 멀게 느껴진다. 그래서 등산객들은 등산로 거리안내가 정확한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다. 전문가 말씀이 산에서의 거리는 지상에서와 마찬가지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거리란다. 그러니 가파른 산등성이를 오르고 내려가는 것은 온전히 등산객이 감당할 몫인 것이다. 흔히 말하는 ‘걸어서 5분’은 지나친 주관적 표현이다. 남녀노소에게 차이가 있을 것인데 우리는 통상 자신의 기준으로 설명하게 된다. 등산길도 마찬가지로 본인에게는 멀고 남들에게는 가깝다. 정상이 얼마나 남았나 물으면 다녀온 등산객들은 ‘거의 다 왔다’고 답한다. 하지만 올라가는 등산객에게 정상은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나라 등산로 거리표기 방식은 다양하다. 시군청에 따라 목표지점까지 남은 거리100m, 2㎞, 0.7㎞, 0.1㎞, 800m, 0.01㎞ 등 각양각색이다. 10㎞를 10,000m라고 쓰면 가늠이 어렵다. 초등학생 시절100m 달리기를 했다. 0.1㎞ 달리기가 아니었다. 우리는 통상적으로 짧은 거리는 m표기에 익숙하다. 그래서 거리표기 방식은 자동차 길을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의 법칙에 따랐으면 한다. 자동차가 출발하
미국 작가 스펜서 존슨의 책,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쥐 두 마리와 꼬마 인간 두 명이 어떻게 변화에 대처하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치즈는 일종의 삶의 목표이자 추구하는 방향 등을 의미한다. 쥐와 인간은 매일 아침 치즈를 찾아 나서지만 변화에 대응하는 태도는 달랐다. 직관력이 뛰어난 쥐는 치즈가 줄어들고 있음을 감지하고 매일 치즈 창고 주변을 점검한다. 하지만 인간은 사라진 치즈를 보면서도 다시 채워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와 변화를 무시하거나 축소하려는 낙관 편향을 보인다. 지금은 변동성이 심하고(Volatile), 불확실하고(Uncertain), 복잡하고(Complex), 모호(Ambiguous)한 ‘VUCA 시대’다. 변화 속도가 빠르고 시장의 변동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덮치면서 어느덧 세계는 예측하기 어려운 ‘뉴 애브노멀(New Abnormal)시대’로, ‘불확실성’을 넘어 미증유의 ‘초불확실성’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오늘날의 위기는 위기가 현실화되는 속도와 모멘텀이 함께 작용하면서, 파급 효과는 다양한 속도로 전개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이나 개인은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버려지는 것들은 /박경남 형체도 없이 태어나 선택 받지 못한 서러움 시간을 멈추려 했던 순간들 쓰레기도 아닌데 환경을, 수질을 오염시키는 것도 아닌 잠시 머물고 싶은 남아 있다고 해도 돌아보는 이 얼마나 되는지 처음의 무소위로 돌아간다. 그렇게 미련 없이 사라진다. 버려지는 것들은 ■ 박경남 1956년 서울 출생. 2010년 아람문학 겨울호 시 부문, 2014년 아람문학 여름호 수필 부문으로 등단했다. 아람문학 카페운영자 및 시 분과위원 감사패를 수상했다. 수원문인협회, 아람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