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 한국말 번역은 “불쌍한 사람들”, “가엾은 사람들”이다. 19세기 중반 빅토르 위고(Victor Hugo)가 쓴 대역작이다. 주인공 장 발장(Jean Valjean). 그는 어느 일요일 밤 모베르 이자보 빵집에서 빵 한 덩어리를 훔쳤다. 그 일로 5년간 갤리선에서 노역하는 형벌을 받는다. 그러나 탈옥수로 잡혀 19년의 형을 살게 된다. 빵 한 조각 때문에 청춘이 산산조각 났다. 마흔 살이 되어 출소한 발장. 수도사들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읽고 쓰고 셈하는 법을 열심히 배웠다. 영리해지는 길이 증오심을 기르는 일이라는 일념에서다. 발장을 통해 위고는 가난한 사람을 궁지로 모는 프랑스의 사회상과 인간군상을 신랄하게 고발했다. 가난한 사람을 유독 옹호했던 위고. 그는 최후까지 가난한 사람들을 걱정했고, 그들의 곁에 묻히길 희망했다. 그리곤 그들을 위해 5만 프랑의 유산을 남겼다. 너무도 인간적이었던 위고. 그는 작가이자 시인, 그리고 레지스탕스 운동의 수장이었다. 그는 쿠데타를 일으킨 나폴레옹 3세를 프랑스의 반역자라 비판했다. 목숨이 위태로워진 위고. 그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파리를 1851년 떠나야 했다. 그에게 파리는 문명의 중심지로, 왕국도 제국도 아닌,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인류 전체였다. 브뤼셀에서 잠시 묵다 1852년 8월 5일 그가 도착한 곳은 제르세(Jersey) 섬. 프랑스에서 가장 가까운 영국령 노르망디다. 프랑스 망슈의 코탕텡(Cotentin)에서 22킬로, 오리니(Aurigny)에서는 1킬로 떨어져 있다. 이곳의 원시적 풍경에 반한 위고. 푸른 초원과 집 근처에 길게 펼쳐진 백사장, 사색으로 인도하는 신비한 거석, 확 트인 대서양이 보이는 언덕들. 그의 상상력을 살찌게 하는 영감의 원천이자 영혼의 땅이었다. 제르세의 북부 해안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고 여기엔 중세의 요새가 있다. 플레몽( Plémont)의 동굴, 좀 더 멀리 나가면 해안절벽에 악마의 구멍인 거대한 통로가 있다. 이를 위고는 '제르세'라는 긴 시로 표현했다. 위고는 “여러분 제가 제르세에서 무엇을 찾았는지 아세요? 뜻밖에도 신성하고 숭고한 것, 평화입니다. 제르세는 절 평온하게 합니다. 부드러운 자연에서 평정과 평화와 휴식을 반복적으로 발견합니다. 다정한 농부들, 바닷가의 고독과 밤은 별을 수놓고 대서양은 신의 숨결로 고동쳐 감동케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르세의 여름과 겨울은 봄처럼 온화하고 나무는 노르망디, 바위는 브르타뉴, 하늘은 프랑스를, 바다는 파리를 연상시킨다고도 했다. 이처럼 위고의 제르세 생활은 프랑스에 대한 충정을 사무치게 했고 인류 최대의 걸작 『레미제라블』의 잉태로 이어졌다. 신은 고통을 절대 그냥 주지 않는 법이다. 우리는 지금 고난기를 사는 불쌍한 사람들. 위고의 휴머니즘이 애절하게 생각난다. 제르세 섬으로 떠나 위고처럼 생뚜앙(St Ouen) 만을 산책하고 영주의 정원이 있는 세르크(Sercq) 섬을 한 바퀴 돌아보자. 잔인하게 파괴된 인간성을 회복하려는 의지가 조금은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신정부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처사에 대해 처음엔 매우 언짢았었다. 그런데 개방된 청와대에 우리 국민들이 즐겁게 방문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 전임 정부도 추진했던 ‘청와대를 국민에게로’ 란 구호의 현실화는 윤 대통령의 결단과 추진력이었기 때문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의 열쇠를 대미종속의 극복에서 찾는 필자로서는 윤 대통령의 저런 결단과 추진력이라면 기대를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세계패권의 유지가 대외정책의 핵심인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핵국가화를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악의 축으로 생각하는 북한과 거래로 NPT(핵비확산조약)체제의 약화를 가져올 정책을 선택할 리도 없다는 사실은, 지난 2018년 싱가포르 회담에 이어 하노이 회담에서의 미국 행태를 보며 우리가 잘 알 수 있었다. 북한이 원하는..
북한은 2020년 코로나19 발생이후 육로 해로 하늘길을 스스로 차단하면서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청정국이라고 자랑하다가 5.12 최초로 평양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환자가 나온 국가 최중대 비상사건이 발생하였다고 공개하였다. 이후 방역대전, 건국이래 최대동란 등의 표현을 하면서 전국 모든 도 시 군을 봉쇄하고 사업소별 생활단위별 격폐된 생활을 하면서 전주민 집중 검병과 발열자에 대한 격리 및 치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 19 특성으로 매일 수십만명의 확진자와 함께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열악한 보건환경과 백신을 포함한 해열제 등 의약품이 충분치 않은 상황을 감안할 때 북한이 강조하는 자력갱생의 정신 즉, 자체적으로 코로나19라는 역병을 잠재우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북한이 코로나19..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6월 시작되는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법제사법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이양하겠다는 기존 합의를 공식적으로 뒤집은 일은 아무리 보아도 민심 회복에 유익하지 않은 ‘무리수’로 읽힌다. 당장 정부·여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리하다고 해도 비논리적 언행을 지켜보는 국민의 눈에 곱게 비쳐질 리가 만무하다. 그러잖아도 국민의힘에 지지율을 역전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형태의 ‘내로남불’로 여겨질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4일 한 방송에 나와 후반기 법사위원장직에 대해 기존 합의의 파기를 재확인했다. 박 원내대표는 합의 파기의 명분으로 “국민의힘이 그동안 법사위를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 오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다..
우리 역사에는 반드시 재평가되어야 할 인물이 많다. 특히 엄혹한 시대에 일신의 안일함보다는 조국과 민족의 장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진 분들이 그러하다. 의암 손병희 선생도 그중에 한 분이다. 3·1독립혁명의 민족대표 33인 중의 대표임에도 정작 3.1혁명에 우리가 기억하는 인물은 유관순 누나뿐이다. 하물며 손병희가 동학혁명 당시 동학군 최고지도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동학혁명 하면 무조건 전봉준을 떠올리지만, 손병희는 글쎄다. 그러나 손병희는 30만 동학군의 총지휘자였다. 1차 동학혁명은 호남지방에 국한된 거사였지만 그해 9월의 2차 기포는 동학교주 해월 최시형에 의해 전국의 동학도가 총동원할 것을 천명한 항일전쟁이자 진정한 혁명이었다. 해월은 1차 기포에서 전투력과 지휘력을 인정받은 전봉준을 호남의 최..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마음먹은 오랜 꿈이 있었다. 경향각지의 교육전문가(교사나 학부모·학생활동가) 중 최소 50명이 광역의회나 기초의회의 교육시민후보로 출마해서 당선되도록 조직적으로 돕는 꿈이 그것이다. 다른 일로 내가 꾸물거린 탓에 시점을 놓쳐 나의 오랜 꿈이 이번에는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교육전문가에 의한 지방교육정치의 개막을 또 4년이나 속절없이 미루게 돼 마음이 쓰라리고 아프다. 다행히 오랜 교직경력과 빛나는 활동이력을 가진 이창국 선생이 동대문구 4인 선거구의 구의원후보로 출마를 결심했노라고 알려 와서 기꺼이 후원회장을 맡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4인, 5인 선거구를 시험 삼아 11군데만 실시해보기로 여야가 합의했는데 마침 사는 곳이 신설 4인 선거구가 된 것이다. 시작부터 나쁘지 않다. 당선자를 넷이나 뽑는 4인 선거구라도 무소속 시민후보 입장에선 조금도 만만하지 않다. 거대양당이 최소한 2인, 보통 3인씩을 공천한다. 양당후보만 해도 최소한 4, 5명이고 진보정당 후보도 두엇은 된다. 이런 구도에서 10%(1600표)를 득표해야 4위로 당선된다. 4인 선거구라도 유권자는 1표만 행사한다. 유권자 입장에선 누굴 뽑을지 더 고민된다. 지지정당이 확실해도 소속후보가 두셋이나 되니 누굴 찍을지 헷갈린다. 지지정당이 마땅치 않은 유권자도 적지 않다. 거대양당 중 하나를 강하게 지지해온 시민이 아니라면 이번에는, 특히, 시범운영 4인 선거구에서는, 제3당 후보나 무소속 후보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그 중 하나에게 표를 주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주지하다시피 4인 선거구를 두는 취지는 당선자 4인을 모두 거대양당 후보로 채우라는 것이 전혀 아니다. 적어도 1인 또는 2인은 거대양당과 다른 목소리를 낼 제3후보를 당선시키라는 취지다. 이때 제일 눈여겨볼 건 교육전문성, 환경전문성, 노동전문성을 가진 후보가 누구인지다. 만약 교육전문성, 환경전문성, 노동전문성이 검증된 제3후보가 있다면 망설임 없이 표를 줘야한다. 그것이 4인 선거구를 둔 취지다. 실은 3인 선거구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거대정당소속 당선자는 2인으로 족하고 세 번째 당선자는 무조건 제3당이나 무소속 시민후보라야 한다. 이때에도 노동, 환경, 교육전문가라면 금상첨화다. 지방의회에서 제일 찾아보기 어렵고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의원이 교육, 노동, 환경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광역의회는 최소한 수 조 단위 예산을 쓰는 교육감을 통제하기 때문에 교육전문가 출신의원이 필수적이다. 교육입법과 교육정책을 만들어내고 교육예산과 교육행정을 감독하는 광역의회에 교육전문가 출신 의원이 최소한 서넛은 있어야 한다. 기초의회도 막대한 학교지원, 돌봄, 방과후교육 예산을 쓰기 때문에 교육전문가 출신 의원이 하나쯤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지방의회에는 교육전문가 출신을 찾아보기 어렵다. 현행법아래서 교사들은 사실상 출마를 금지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현장을 잘 아는 교사출신 교육전문가 지방의원은 광역, 기초를 막론하고 0순위가 아닐 수 없다.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 폐기물 시대의 지방의회에는 환경전문가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지방의회에서 환경전문가는 멸종위기 종처럼 희귀하다. 환경전문성이 검증된 제3당 혹은 무소속 후보가 있다면 무조건 0순위가 아닐 수 없다. 광역의회건 기초의회건 우리나라 지방의회는 노동정치가 빈약하다. 노조활동가 출신의 노동전문가 의원도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시군구에는 3D노동자, 영세중소기업노동자, 기간제·시간제노동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외국인노동자, 산업재해노동자 등 보호받아야할 노동자가 무지 많다. 노동전문가가 지방의원 0순위인 이유다. 이번지방선거에서 거대양당 소속이 아닌 전문성 있는 제3당 후보나 무소속 후보를 3인선거구와 4인선거구에서 대거 당선시켜 지방의회가 정치다양성을 확보하고 교육·환경·노동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교육, 환경, 노동 전문성이 있는 제3후보 밀어주기 유권자 운동을 제안한다.
순수한 의문에는 순수하기 때문에 더 강렬한 분노가 예비되어 있다. 법기술의 무법으로 정의를 인멸한 죄, 뿌리도 없이 꽃을 피운 죄, 정직하게 답하지 않는다면 너는 순식간에 진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는 다만 의아할 뿐이다. 잠시 너의 바닥 없는 허공을 인정하노니 답하라.
얼마 전에는 스승의 날이었다. 매년 이맘때쯤이 되면 몇몇 아이들이 편지를 써서 책상 위에 두거나 수줍게 전해준다. 편지의 내용은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공부 열심히 하겠다’로 압축할 수 있다. 흔한 말들이지만 평소에 데면데면하게 인사하던 사춘기 아이들이 사랑한다, 감사하다는 말을 아낌없이 써 놓은 걸 보면 괜히 마음이 찡해온다.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스승의 날이었지만, 최근에는 형식적으로 이름만 남아있는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꾸자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교사가 나서서 스승의 날 기념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사들이 쉴 수 있는 날도 아니기에 현실에 맞게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승의 날 기념 행사는커녕 교사들이 디지털 범죄의 피해자가 되거나 감정노동에 못 이겨 정신과나 상담을 찾는 현실에 맞는 건..
윤석열 새정부 1기 조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은 오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총리가 참석하는 가운데 첫 정식 국무회의를 개최한다. 앞서 국회는 지난 20일 지명 47일 만에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167석의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부 격론 끝에 총리 인준안 가결로 당론을 정한 결과다. 고물가 등 나라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에 야당의 ‘새정부 발목잡기’라는 시선과 6·1지방선거 민심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시점에 내린 민주당의 결정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비록 0.73%의 초접전으로 승부가 갈렸지만 엄연한 민주주의 방식에 따라 정권을 지금의 여당에 내준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받아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여러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단 시기적으로 주목받을 만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방한한다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 단골로 방문하는 곳이 바로 비무장지대(DMZ)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비무장지대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DMZ 대신 삼성반도체 공장을 방문한다. 이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의 목적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우리가 참여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고, IPEF도 이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