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새정부가 오늘 출범했다. 국민들은 희망의 새출발을 염원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앞에 놓여 있는 국내외 환경이 너무 엄혹하다. 국내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에 저성장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여기에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급격히 불어난 국가‧가계 부채와 폭등한 부동산 문제 등은 뇌관으로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 환경이 외통수처럼 탈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소대야의 충돌 구도다. 윤석열 정부 첫 인선과 인사청문회를 둘러싸고 여야가 극단의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장관의 인사 제청권을 행사해야 할 새 국무총리 인준이 막혀있다. 국회동의를 받아야 하는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경우 민주당이 한동훈 법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문제 등과 연계해 임명 동의안 표결을 늦추고 있다. 결국 윤석열 정부..
신정부의 외교안보분야 공약의 캐치프레이즈인 ‘당당한 외교, 튼튼한 안보’는 표면상 보기에는 괜찮다. 주권국가로서의 자주성을 당당하게 내세우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겠다는 결의라면 높은 점수를 주어도 괜찮을 것이다. 다만 그 내용에 있어 진정 실질을 추구하고 바른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재고해 봐야 할 것 같다. 과거 2008년 MB정부가 들어서던 상황이 재현될까 두려움이 앞선다. 선 비핵화 후 관계회복, 한미동맹과 확장억제 강화, 선제타격 등 주장 내용이 거의 MB정부의 주장 내용과 일치하고 더욱이 이 일의 담당 주역도 과거 MB정부의 인사들이다 보니, 금강산관광 폐쇄, 천안함, 연평도 사건 등이 떠 오른다. 당시 상황과는 크게 변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감안할 때 더욱 신경이 쓰임은 나만의 걱정은 아닐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업시간에 책 한 권을 느리게 읽는 슬로리딩, 혹은 온 책 읽기라는 교육 방식이 꽤 혁신적이었다. 정해진 교과 시간에 교과서 없이 수업을 진행하는 일은 교사와 아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도전적인 수업 방식이었다. 처음 우리 반에서 온 책 읽기를 진행할 때 학년 부장 선생님이 “그런 식으로 수업하면 학습 결손 생긴다.” 같은 반응을 보였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온 책 읽기의 정확한 기원이 어디인지, 누가 가장 먼저 시작했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설이 있고, 한국의 몇몇 선생님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는 설도 있다. 초기에 드문드문 퍼지던 온 책 읽기는 교육과정 재구성과 결합해서 몇 년 동안 각종 교사 연수에 필수코스처럼 등장했다. 그러다 국어 교과 단원에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1년에 정해진 시간 이..
큰 스승으로 모시는 어른들 가운데 세계적인 육종학자 한상기 박사(1933~ )가 계시다. 서울농대를 거쳐 미시간 주립대학에서 박사를 하고 모교의 조교수가 되었을 때, 이 젊은 학자는 두 가지의 기회 앞에 섰다. 38세. 하나는 영국 캠브리지대학 식물육종학 연구소, 또 하나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국제열대농학연구소. 그는 이 순간 미국시인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을 떠올렸다. "...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이 훗날 나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그는 일왕불퇴(一往不退:한번 가기로 했으면 결코 물러나지 않음)의 주사위를 아프리카 대륙 위에 던진다. 1970년대 아프리카는 내전, 자연재해, 전염병에, 매해 50만 명이 굶어죽는 슬픈 땅이었다. 역시..
"한 후보자는 즉각 자진 사퇴하길 바란다" 민주당 지도부의 말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부적격 인사라는 뜻이다. 총리 후보자는 국회의 “인준” 대상이어서, 국회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윤석열 당선인이 총리로 임명할 수 없는데, 민주당이 국회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낙마시킬 수 있다. 만일 한덕수 후보자가 낙마하게 되면, 이론적으로 윤 당선인은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된 장관 후보자들도 장관으로 임명할 수 없다. 법적으로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장관을 임명해야 하는데, 제청할 총리가 공석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현직 총리인 김부겸 총리가 추경호 경제 부총리 임명 제청을 하고, 이렇게 임명된 추경호 부총리가 “공석”인 총리를 대신해 장관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거..
프랑스 고전음악의 대가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 그는 어릴 적부터 바다를 좋아했다. 그래서일까. 바다를 선율에 담으려는 큰 야망을 품고 살았다. 하지만 자신이 없었다. 어느 날 일본화가 호쿠사이의 '거대한 파도'를 봤다. 이때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드뷔시가 '바다(La Mer)'를 작곡하기 시작한 건 욘(Yonne). 아이러니하게도 바다와는 거리가 먼 육지였다. 이곳에 드뷔시가 첫발을 디딘 건 아내 릴리와 함께. 욘의 비쉔(Bichain) 마을 오두막집을 얻어 드뷔시는 대작 '바다'에 몰두했다. 이때 친구 뒤랑(Durand)에게 편지를 썼다. “나는 '바다'를 작곡하고 있네. 만약 신의 가호가 있다면 일이 잘 진척될 걸세.” 해변의 3막은 이렇게 간절하게 부르고뉴 포도밭 비탈길에서 시작됐다. 드뷔시는 비쉔의 고요함과 자연에 반했다. 부..
경기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직접민주주의 시대를 여는 주민총회!’ 보고서를 보면 지방자치시대의 현주소와 직접 민주주의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읍·면 단위로 주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주민총회’를 설치하고 재정 자율성·책임성을 부여하는 등 기초자치정부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공감을 얻고 있다. ‘물리적 한계로 구현되지 못했던 주민 의견이 지식정보화사회 진입으로 표출되면서 직접민주주의가 더 확산할 것’이란 진단은 옳다. 연구원이 사례로 제시한 미국의 ‘타운미팅’과 스위스의 ‘게마인데총회’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타운미팅은 주민총회와 선출직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가 입법·예산권 쥐고 있다. 게마인데총회는 주민발안으로 입법, 주민투표를 통한 예산 운영방향을 심의한다. 진정한 지방자치, 직접민주주의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민총회는 자치단체 지역 모든 유권자들로 구성돼 주요 공직자를 선출하고 자치단체의 중요정책·예산·인사 문제 등을 주민이 직접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12월 주민조례 발안권을 강화하는 지방자치법을 개정한 바 있다. 김두관 의원과 김영배・이명수 의원도 이와 관련한 주민자치회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주민자치회는 지역사회 주민대표 기구다. 주민자치위원회라는 기구도 있다. 하지만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센터 운영이나 동 행정업무 심의·자문이 주된 역할이다. 주민화합과 발전, 지방정부가 위임하거나 위탁하는 사무의 처리 기능만 있을 뿐 지자체 위임·위탁사업이나 수익사업 참여에 제약이 많았다. 주민자치회는 읍·면·동 단위 주민과 밀접한 정책을 주민이 직접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행정 참여의 문을 개방했다. 처음 도입된 시기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3년이다. 그해 6월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을 비롯, 전국 38곳이 행정안전부의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지로 선정돼 자치회를 출범시켰다. 박근혜 정부 때 95곳이 더 증가했고 문재인 정부 때 급증해 지난해 말 1013곳으로 확대됐다. 현재 전국 3495개 읍·면·동 가운데 29%가 주민자치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주민자치회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주민자치위원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치회 설치·운영과 관련한 법적·제도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며 자치회 업무의 행정 조직 의존도가 크다” “실질적인 자치에 필요한 실무 상근인력이나 예산도 없다. 그러면서도 자치회 전환만 독려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경기연구원은 명실상부한 주민자치회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주요 현안에 대한 결정을 위해 주민총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주민자치회 관련 법안에 주민자치회 내 주민총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단기적 방안과 인구 수천에서 수만 단위의 읍·면 내 주민총회를 설치하는 중장기적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중장기적 방안은 “정주의식(定住意識)이 강하고 인구 규모가 작은 읍·면에 도입해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한 기초자치정부를 수립”하자는 것이다. 특히 원활한 운영을 위해 독자 재원으로 시군세인 재산세, 주민세 등을 읍·면에 부여하자는 주장을 정부와 국회가 가볍게 듣지 말았으면 한다.
"대학 본관 앞 / 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 /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 저런 오토바이가 넘어질 뻔했다. / 청년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 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꽂을 찍는다. // 아예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 아래에서 찰칵 옆에서 찰칵 /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찰칵찰칵 / 백목련 사진을 급히 배달할 데가 있을 것이다. / 부아앙 철가방이 정문 쪽으로 튀어나간다. // 계란탕처럼 순한 / 봄날 이른 저녁이다." 이문재 시인의 '봄날'이라는 시인데 봄날처럼 상큼하기 이를 데 없다. '철가방 청년'이 자장면이나 짬뽕 등을 대학에 배달하고 돌아가면서 활짝 핀 목련꽃을 지나칠 수 없었는가 보다. 오토바이에서 내려 휴대전화로 찍는다. 그중 몇 장을 누군가에게 전송했을 것이다. 이 시는 간결하지만 결코 간결하지 않다. 생각할 여지를 많이 주기 때문이다. 사진이라는 매체와 인..
지난 2020년 12월 9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대안)은 272명의 의원이 재석한 가운데 찬성 238인, 반대 7인, 기권 27인으로 가결됐다. 그리고 올해 1월 경기도내 수원·고양·용인시와 경상남도 창원시는 ‘특례시’가 됐다. 특례시란 기존 광역지방정부(시·도)와 기초지방정부(시·군·구)의 중간 단계 지방정부라고 할 수 있겠다. ‘행정·재정 운영 및 국가의 지도 감독에 대하여 특례’를 받을 수 있다. 100만 이상 인구가 거주하는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 행정수요·국가균형발전 등을 고려한 것이다. 돌려 말하자면 각자 몸에 맞는 옷을 입고 다양한 행정을 펼칠 수 있게 된 점이 큰 진전이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특례시가 된 도시들은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이면서 ‘기초..
1980년 신자유주의의 시대는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 영국의 대처 총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신자유주의는 기존의 자유주의를 넘어서 경제영역에 국한되었던 시장논리를 전 사회의 영역으로 확장시켰다. 즉, 사회는 없고 오로지 시장만 존재하므로 모든 사회구조는 시장의 논리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정부의 개입을 반대하고,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서는 자유경쟁 체제의 도입과 복지정책의 축소, 노동자의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노동유연화정책, 기업활동의 자유를 위해서는 모든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두 슈퍼 강국의 주도하에 신자유주의는 세계화라는 타이틀로 포장되어 전 세계를 장악했다. 우리도 1990년대 후반 IMF 구조기금을 받아야 하는 순간 어쩔 수 없이 신자유주의의 세계화에 합류되었다. 세계화는 능력주의라는 미명하에 약육강식, 우승열패의 세계관, 사회 구조적 모순까지 개인과 집단의 능력문제로 환원해 버리는 21세기판 사회진화론으로 고착되었다. 자유주의가 20:80의 사회라고 한다면 신자유주의는 1:99의 사회로 상징되는 양극화의 시대였다. 신자유주의의 주장 중에서도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공기업의 민영화이다. 공기업은 사기업과 달리 이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주는 데에 있는 기업을 말한다. 전기, 수도, 도로, 철도같이 국민의 실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해주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공기업이다. 대부분 국가가 공공이익을 창출하는 분야의 사업을 전담하는 국영기업의 형식으로 공기업을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의 눈에는 안정적으로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이니 흑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한전의 독점을 민간에게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무리 변명을 한다 해도 한전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역대 부패정권마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관리를 핑계로 선진화 또는 합리화, 정상화해야 한다며 민영화를 주장해 왔었다. 자신들이 낙하산으로 비전문가를 파견해서 장악하니 공기업이 엉망이 되었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지금도 KTX의 황금노선을 빼앗아서 만든 SRT가 운영 중이다. 흑자를 내던 KTX가 연간 1조 원대 적자를 보고 있는데 그것은 그대로 SRT의 흑자가 되고 있으니 눈가리고 아옹하는 격이다. 한전이 민영화된다면 당연히 대기업들이 달려들 것이고 다음 단계는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2015년 텍사스의 한파에도 비싼 전기료 때문에 난방을 못 하던 사태가 곧 남의 일이 아닐 것이다. 시장은 국민의 삶의 질을 고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존재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 집권했나 하는 불안한 생각은 여기서 머물질 않는다. 왠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는 순간부터 민영화의 바람이 불 것 같다. 한전은 서곡일 뿐이고 인천공항, 가스, 수도, 민자고속도로, 민자다리 등등 줄줄이 이익이 눈에 보이는 데 가만히들 있겠는가. 하여간 한숨이 길어지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