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이집트를 여행한 적이 있다. 카이로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데 도로 인근에 지붕 없는 집들이 대부분이라서 그 이유를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주택이 완성되면 취득세를 내야하는데 지붕 없이 미완성 건물에 살면 세금을 안 내도 되기 때문에 완공을 미루고 우선 들어가 산다고 답했다. 2층 건물의 경우 지붕이 없어도 1층에 살면 비가 거의 안 오는 이집트에서는 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고 한다. 세금이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사례는 역사 속에서도 흔하게 찾을 수 있다. 러시아의 표트르대제는 1712년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기면서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일환으로 귀족들의 긴 수염을 깎도록 했다. 귀족들이 하느님 주신 수염을 깎으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하자, 표트르대제는 수염을 기르도록 하는 대신 수염세를 물리도록 했다. 그러자 너도나도 소중하게 가꿔온 수염을 깎아 버리기 시작했다. 의외로 빠르게 세금부과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1688년 명예혁명으로 왕이 된 윌리엄3세는 반란을 진압하느라 돈이 많이 필요하자 호화주택에 세금을 부과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처음에는 벽난로가 있느냐 없느냐로 호화주택 여부를 따졌으나 나중에는 창문수를 기준으로 과세
매미는 여름을 상징하는 곤충이다. 매미가 울기 시작하면 여름의 한복판이다. 매미는 왜 그렇게 치열하고 시끄럽게 울까? 7년여를 땅 속에서 지내다 겨우 7일 정도 세상 밖으로 나와 살다가 죽는 게 서러워서 그런 건 아닐까? 그리고 매미는 집도 없이 나무의 수액이나 이슬처럼 맑은 것만 먹고 살기 때문에, 예부터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청렴한 선비들의 덕을 지닌 곤충으로서 사랑받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의 임금과 관료들이 관청에 출근하여 공무를 볼 때 머리에 쓴 갓을 익선관이라고 불렀는데, ‘익선관’(翼蟬冠)의 익은 날개, 선은 매미, 관은 갓을 뜻하는 한자어로서 매미의 날개 모양과 비슷하게 생긴 갓이라는 의미다. 조선시대에 임금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들이 매미처럼 청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매미의 날개 모양을 한 갓을 쓰고 일했다는 것이다. 배롱나무는 여름을 상징하는 나무다. 도심의 주택이나 빌딩의 정원수로 사랑받는 나무이기도 하지만, 여름 들판에서도 진분홍 꽃이 핀 배롱나무를 흔히 볼 수 있다. 배롱나무는 6월 말에서 7월 초의 한여름에 진분홍, 보라, 그리고 하얀색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붉은색 꽃이 100일가량 오래간다고 해서 백일홍
수원연초제조창은 1971년 준공 이래 40년 이상 수원시민과 애환을 함께 했다. 국내에서 가장 비싼 고급담배만을 생산한 것으로도 유명했다. 수원시민들의 고용창출에도 큰 몫을 했다. 그러나 2003년 담배인삼공사의 민영화에 따라 KT&G로 사명이 바뀌면서 수원연초제조창의 생산시설이 아쉬움 속에 폐쇄됐다. 역사와 함께 사라지게 될 이 연초제조창 부지가 KT&G의 시민들을 외면한 처사로 10년 넘게 애물단지가 된 채 흉물이 되고 있다. 부지의 활용방안에 대해 수원시와 KT&G가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의 출입을 원천 봉쇄해 주민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지 내에 수원시가 시설 투자한 아마추어 야구장은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의 밑거름이라 할 수 있는 인근의 장안고 야구부에도 문을 열어 주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지활용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아직 밝히지 않아 개발이익을 노리기 위해 수원시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마저 일고 있다.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상시 개방이 어렵다는 KT&G 측의 설명이지만 과거 각종 체육대회에서 시민들이 마음 놓고 뛰고 즐기던 수원연초제조창 운동장은 이제 추억이
광교신도시를 주민들은 ‘명품 신도시’라고 한다. 몇 가지 현안 사항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살기 좋은 곳이다. 주민들의 자부심을 더욱 북돋워주는 것은 호수공원이다. 광교호수공원의 전체 면적은 202만5천418㎡ 규모라고 하니 엄청난 크기이다. 일산 호수공원의 2배로서 국내 최대의 크기다. 원래 이곳에 있던 원천저수지와 신대 저수지를 사람 중심의 역동적·도시적·활동적이면서 자연생태 중심의 자연적·낭만적·생태적인 호수로 탈바꿈시켰다. 공원 내 1.6㎞의 수변 산책로, 물너미 등의 다양한 분수, 가족 캠핑장, 마당극장 등을 조성했다. 특히 구역별 특성화된 야간 경관 디자인조명을 설치해 봄부터 가을까지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광교호수공원은 낮에도 아름답지만 특히 밤에 더욱 진가를 느낄 수 있다. 광교호수공원은 밤에 야경을 잘해 놓아서 밤이라고 할지라도 어둡지 않고 오히려 밝다. 호수에 설치된 다리 위에 조명을 밝혀 놓아서 참으로 아름답다. 한 시민은 ‘광교호수공원의 밤의 야경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도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야경’이라고 말할 정도다. 따라서 광교호수공원이 개장하자마자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서 수원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이 광교호수공원이 올해
수원역에는 인간을 성적 대상물로 간주해 상품처럼 전시하고 성매매 하는 공간이 있다. 바로 성매매업소 집결지이다. 1960~1970년대 산업화의 궁핍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인신매매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다. 여성의 인권이 유린된 현장으로, 모두가 불편해 하면서도 필요악이라며 외면한 곳, 성매매 알선업자들에게는 엄청난 부를 가져다준 곳이다. 이처럼 한 번 형성된 성매매업소 집결지는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다. 특히 한국사회 성매매관련 정책 등을 고려할 때 성매매를 묵인·방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막대한 수익을 보장하는 상권으로 형성된 곳이기도 하다. 2000년과 2002년 군산 성매매 집결지 화재참사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때서야 여성들의 인권유린 실상을 인정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됐다. 이 법 제정과 함께 성매매업소는 사라지고 지역차원에서도 새로운 공동체가 형성될 거란 기대를 가졌다. 한데 ‘성매매방지법 제정 10년’이 된 지금은 어떤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곳은 여전히 불야성이다. 단속은 찾아볼 수 없고 여전히 성업 중이니 시민들은 우리나라에 ‘공창제도&rsq
제7대 성남시의회가 여지껏 방황하고 있다. 새 모습을 기대했던 시민들에게 희망은커녕 걱정을 안긴 성남시의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다. 6·4선거 당선자들이 뭔가를 보여주지 않겠냐던 시민들은 옛 모습 그대로에 큰 실망감에 휩싸였다. 새 의장 선출에 이어 원구성 코앞에서 한 위원장에 누구를 앉히느냐에 양당이 심한 입장차를 보이며 멎어버렸다. 총 34명 중 18명의 다수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시민기대는 참 높았다. 그간 다수당이 돼 본 적이 없었기에 그랬고, 시장과 같은 정치적 이념을 지닌 정당이기에 그랬을 것이다. 지난 7일 의장선거에서 다수당이 차지하던 전례를 깨고 새누리당 최다선 의원이 선출,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예상되기도 했던 일로 간주하는 이도 상당수였다. 이 같은 일이 이번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직전 제6대에서도 새누리당 의총에서 의결한 의장후보가 본회의에서는 실패했다. 그래서 놀랄 일도 아니라는 비아냥이 높아졌는가 보다. 새정연 4선의 의원 3명은 3선의원 의장후보 선출에 반기를 들어 5선의 새누리당 의원에게 표를 고스란히 던졌고, 수혜입은 당사자는 6대 의장 선출 당시의 한을 한방에 날리는 것 같아 보였다. 새정연은 이 같은
현대인의 일상생활은 끝없는 계약의 연속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계약은 특별한 요식행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에 대한 중요한 예외 하나가 바로 혼인계약이다. 신분법상 계약으로서 혼인이 법률상 유효하게 성립하려면 당사자 사이에 혼인을 하려는 의사의 합치 외에 혼인신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이상 법률혼으로서 보호받지 못한다. 그렇다면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있으면서 단지 혼인신고만 하지 않은 경우에는 아무런 법률적인 효력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이것이 바로 사실혼 보호의 문제로서, 이러한 사실혼은 결혼식을 치르고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는 경우나, 노년에 새로이 배우자를 맞이하면서 자녀와의 관계나 주위의 이목 때문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에 흔히 볼 수 있다. 법률혼 배우자와 사실혼 배우자 사이에 가장 큰 차이점은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실혼 중에 부부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한 재산에 대하여는 사실혼 해소 시에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다. 다만, 이는 배우자 생전에 하여야 하는 것으로, 배우자가 사망한 후에는 상속권도 없고 재산분할청구도 할 수 없다. 따라서 만약 상대방 배우자가 위
지난 40∼50년간 지속된 고도성장이 끝나고 저성장으로 접어들면서 지역격차의 지배적인 양상도 함께 변하고 있다. 저성장은 단순한 성장률 저하가 아니라 그간의 성장패턴 혹은 성장방식이 질적으로 변하는 것을 뜻한다. 국가 주도의 고에너지 투입에 의한 팽창적 성장방식이 성장자원 고갈과 함께 신자유주의 논리를 따르는 양극적이면서 축소지향적인 성장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고도성장에서 저성장으로 전환이라는 과정을 내포함에 따라 과도기의 저성장은 두 부문으로 나눠지고 있다. 글로벌 스케일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시장경제부문과 반면 로컬 스케일의 성장, 즉 생활수요를 공동체 방식으로 해결하는 사회경제부문으로 이원화가 그러하다. 글로벌 성장부문은 글로벌 메가트랜드와 결부되면서 그에 상응하는 공간과정으로서 수도권의 초광역화 혹은 메가로폴리스화(수도권과 중부권의 연담화) 등의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 반면, 로컬 성장부문은 한정된 투자 및 성장자원을 두고 경쟁을 하는 가운데 미시적 스케일의 다양한 지역적, 장소적 격차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중심지와 변두리, 거점도시와 주변도시, 원도심과 신도심, 도시-농촌 등의 격차 확대가 이의 예들이다. 저성장은 이렇듯 광역적 스케일
‘말벌’에서 ‘말’은 크다는 뜻의 접두사다. 이런 말벌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큰 놈은 장수말벌이다. 5Cm 정도로 어른 새끼손가락만 하다. 덩치만 큰 것이 아니다. 힘은 물론 독도 강하고 양도 많다. 강한 독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치명적이다. 독에 있는 ‘만다라톡신’이라는 신경마비물질 때문이다. 말벌 독이 무서운 것은 독성 자체보다 독성분에 강한 알레르기 반응이라고도 한다. 독에 쏘이면 ‘과민충격’이 일어나면서 온몸이 퉁퉁 붓고 기도가 막혀 죽음에 이르러서다. 말벌의 최대 무기 독침은 다른 벌과 마찬가지로 원래 알을 낳는 산란관이었다. 이런 산란관이 생존의 법칙에 따라 독침으로 진화한 것이다. 진화도 강하게 했다. 한번 침을 쏘고 죽는 꿀벌과 달리 말벌은 주사바늘처럼 찔렀다 뺐다를 반복할 수 있다. 말벌이 사람 머리를 집중 공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세계적 곤충학자인 일본의 ‘마사토 오노’ 교수는 1977년에 쓴 자신의 저서 ‘말벌의 과학’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예부터 벌집을 공격할만한 동물은 곰 등 대형 포유류밖에 없었다. 이들의 공격으로부터 집을 방어하기 위해 독침을 갖게 진화했고, 포식자인 곰의 검은 털과 형태가 비슷한 사람머리에
햇볕이 따가웠던 지난 6월, 화우(畵友)들과 동해안으로 가는 길에 무장한 군인들을 태운 트럭들이 황급히 지나가는 광경을 여러 차례 목격할 수 있었다. 공비를 토벌하러 가는 모양새지만, GOP에서 총기를 난사하여 십수명을 사상시키고 도주한 탈주병을 잡기 위한 것이었다. 여러 대의 헬기까지 굉음을 내며 나르고 있어 그쪽으로 가고 있던 우리 일행들은 은근히 불안해 하며, 시국을 걱정하였다. 요즈음, 나라 안팎이 시끄럽고 어수선하다. 북한 핵은 물론 일본의 거침없는 우경화도 우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로 수백명의 꽃다운 목숨을 수장시킨 지 얼마지 않아, 화재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동료가 쏜 총탄에 병사들이 죽거나 다치는 사건까지 뒤따랐다. 아직도 실종자 수색은 끝나지 않았고, 참사의 원흉인 유병언은 사상 초유의 현상금에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며 공권력을 비웃고 있다. 하루 빨리 검거돼야 그나마 유족들이나 국민들의 분노가 조금이라도 풀릴 터인데 답답하기만 하다. 세월호 사건 이후 총체적인 국가 개조를 하겠다며, 내세우는 총리후보마다 처절하게 할퀴어서 낙마 당하니, 갓 태어난 아기 외에는 누가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 입장이 다르다지만, 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