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초록으로 물이 들 것만 같은 오월이 끝나갈 무렵부터 거리에는 같은 색 옷차림을 한 사람들의 무리를 쉽게 만나게 된다. 모두들 금방 친절 교육을 마친 백화점 직원처럼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한다. 예년 같으면 로고송에 율동이 곁들여졌겠지만 올해는 모든 것을 홍보물에 의존한다. 6·4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이들의 움직임이 더 빨라지고 처음 보는 홍보물이 등장해 눈을 끌고 있다. 어쩌다 보니 남편 친구가 몇 차례나 입후보를 하고 낙선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고, 당선이 되기도 하면서 본의 아니게 선거 바람을 타게 되었다. 한두 해도 아니고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시간을 선거철만 되면 괜히 신경이 가고 심신이 피곤했다. 그런 일이 거듭되다 보니 조그만 지역에서 선거 후유증이 따른다. 당선을 위해 상대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과 운동원 간의 과다한 경쟁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한 동안 뜨악하게 지낸다. 후보에 대한 정보는 선관위에서 전하는 홍보물을 통해서 파악하게 되겠지만 그 이전에 선거 운동원에 의해 의사가 결정되는 일도 많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지역에서 활동을 한다는 사람들을 선거판으로 끌어들여 농촌 일손은 물론이고 다른 자영업
교장이 물었다. “학생들이 손뼉으로 박자를 맞추며 행진을 하던데, 뭘 한 겁니까?” 교사가 대답한다. “아, 그거요? 중요한 교훈을 입증하기 위한 훈련이었습니다. 획일성이 얼마나 위험한 고질병인지 깨우쳐 주려고….” “우리 학교에는 이미 잘 짜인 교육과정이 있잖습니까? 큰 성과로 입증됐지요. 만에 하나 학생들이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면 그걸 막는 게 교사의 도리가 아닌가요?” 다시 대답한다. “저는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그게 올바른 교육입니다.” 교장이 반박한다. “이 학생들에게? 불가능합니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건 전통과 규율입니다! 학생들을 대학에 입학시킬 궁리나 하시오! 다른 일은 저절로 해결될 테니까….” 영화의 한 장면이다. 우리에겐 실화보다 더 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6·4 지방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어떤 교육감들이 선출되어 어떤 교육이 전개될지 짐작하기가 어려워서 ‘논쟁다운 논쟁’ ‘교육다운 교육’이 이루어질 날을 생각하며…
밴드왜건(bandwagon)은 서커스 행렬 선두에 선 악대차를 말한다. 미국 선거 유세에 밴드왜건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48년 대선 때다. 휘그당 후보인 재커리 테일러의 열성 지지자 중 댄 라이스라는 서커스단 광대가 있었다. 라이스는 테일러를 밴드왜건에 초대해 같이 선거 유세를 하곤 했다. 밴드왜건은 군중이 별 생각 없이 덩달아 뒤를 졸졸 따르게 하는 데엔 최고의 효과를 발휘했다. 그 효과 덕분에 테일러는 대선에 승리해 제12대 대통령이 됐고 이 같은 소문이 퍼지자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앞 다퉈 악대차를 동원하기도 했다. 현대판 밴드왜건은 1952년 대선에 등장했다. 공화당은 25t짜리 트레일러를 화려한 밴드왜건으로 개조해 아이젠하워 유세지에 미리 파견해 분위기를 잡았다. 밤에는 10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보이는 대형 서치라이트를 설치해 각종 놀이판도 벌이게 했다. 이 밴드왜건은 32일간 29개 도시에서 활약함으로써 아이젠하워 승리에 일조했다. 대중이 투표나 여론조사 등에서 뚜렷한 주관 없이 대세를 따른다는 뜻의 ‘밴드왜건 효과’는 여기서 비롯된 말이다. 지금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비슷한 말로는 언더독(u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안보 라인을 전격적으로 내정한 데 이어 차기 총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신임 국가안보실장에 김관진 현 국방부 장관을, 국방부 장관에는 한민구 전 합참의장을 각각 내정했다. 이를 두고 논란은 있지만 대체적으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김관진 안보실장 내정자에 대해 일부에서 반대 기류는 흐르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부터 4년 간 국방장관을 맡아오고 있는데다 그가 취임한 이후 남북관계의 긴장 정도가 심해졌다고 말한다. 더욱이 각종 군내 사고와 북한의 무인기 침투 등을 놓고 책임론이 제기된다. 그러나 한민구 국방장관 내정자의 경우 여야가 모두 무난한 인선이라고 평가한다. 조부가 한봉수 의병장으로 충청도에서부터 의병을 이끌고 경기도 지역까지 올라와 일본군을 무찔렀다. 53사단장 수방사령관에다 육군참모차장, 육군참모총장, 함참의장을 잇따라 지낸 보기 드문 전략기획통인 데다 군 선·후배들로부터 신망이 두텁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신임 국무총리 후보로 김문수 경기지사가 강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오래 전부터 총리 후보로 심심찮게 거론된 김 지사로서는 새로운 변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3선 도전을 포기하고 당내에서 핵심 보직
우리나라 소방관들의 열악한 현실은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대구지하철 화재사고가 발생한 후인 2004년 최초 재난관리 전담기구로 만들어졌다. 당시 소방관들은 소방방재청이 생기자 매우 기뻐했다. 특히 부족한 인력과 노후화된 장비 걱정이 덜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노후화된 장비와 부족한 인력 문제는 소방관들을 괴롭힌다. 여기에 출동한 119 대원들을 폭행하는 못된 사람들도 있어 ‘매 맞는 소방관’이란 자탄마저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소방관을 신뢰하고 사랑한다. 이번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건이나 장성 요양병원 사고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화재는 순식간에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가는 무서운 재앙이다. 공포스러운 유독가스와 불길을 피하지 않고 맞서 제압하려는 소방관들의 노력은 그야말로 사투(死鬪)다. 또 119 구조대는 위기상황에 처한 국민들을 헌신적으로 구조한다. 다른 직종 공무원보다 소방관들이 존경을 받는 이유다. 그런데 소방방재청을 해체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 소방을 국가안전처의 본부 체제로 격하시키겠다는 것이다. 지극히 위험한 재난현장의 최일선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해 온 소방공
2014년도 절반이 다가왔다. 아직도 나머지 절반이라는 시간이 더 남았는데 경쟁사회에 찌든 몸은 무겁기만 하고 정신은 더욱 혼미해진다. 앞으로 남은 반년이라는 나날을 어떻게 무사히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우리 국민들은 집단 트라우마(trauma·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 마지막 실종자까지 모두 찾아야 하는데 시간은 하릴없이 흐른다. 슬슬 잊힐만도 한데 아직도 어머니는 팽목항 부두에 쭈그리고 앉아 눈물을 흘린다.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만은 꼭 들어줄 것 같은 신(神)도 무심하다. 팽목항은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국민들의 가슴 속에는 여전히 ‘눈물의 팽목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월호 비극 이후 어머니들은 전율하며 분노했다. 매일매일 ‘공부 공부’하며 아이를 닦달했던 엄마들의 열정도 꺾였다. 평화롭고 느슨하게 아이들을 놀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그저 내 곁에 있다는 것으로도 신께 감사하면서. 이처럼 세월호 참사가 국민에게 끼친 영향은 막중했다. 그런데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 원인을 두고 상대를 비난하고 원망한다. 국민적 집단 트
최근, 계모가 전처의 아이를 학대하여 사망하게 하는 사건들이 있었다. 울산에서 여덟 살 아이가 계모에게 맞아 갈비뼈 16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숨졌고, 경북 칠곡에서도 같은 나이의 아이가 계모의 구타로 인한 내장파열로 숨졌다. 인면수심의 두 계모에 대한 분노가 온 나라에 들끓고 있다. 징역 15년형을 받은 울산 계모와 10년형을 받은 칠곡 계모, 두 사건 모두 형량이 낮다며 검찰이 항소하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계모는 의붓자식을 학대하는 전형으로 생각되어, 전래동화 속에서도 악한 캐릭터로 그려졌다. 콩쥐에게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도록 하는 팥쥐 엄마, 낙태하였다는 거짓말로 장화를 연못에 빠트려 죽이는 계모 허씨, 재산을 빼돌린 심청의 계모 뺑덕어멈 등이 있다. 신데렐라와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등의 서양동화에도 전처 자식을 학대하는 나쁜 계모들이 등장한다. 이런 설화는 세계적으로도 수없이 많다고 한다. TV드라마에서도 새엄마는 대부분 좋은 이미지가 아니다. 계모가 악하다는 건 편견일 뿐이다. 좋은 계모에 의해 잘 자란 사례도 무수히 많다. 9세 때 어머니를 잃은 링컨 대통령의, 새어머니였던 사라부시는 착한 계모의 전형으로 꼽힌다. 링컨을 사랑으로 키우
안대희 총리 지명자가 그제(28일) 사퇴했다. “대통령께 가감 없이 진언하겠다”며 당당하게 수락 기자회견 하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고, “분에 넘치는 사랑에 깊이 감사하다”고 머리 숙인 뒤 담담한 표정으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을 떠났다. 엿새 만이다.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을 소상히 해명하겠다던 인사청문회는 서보지도 못했다.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 긴급 수혈된 그가 낙마함으로써 세월호 참사에서 비롯된 현 난국을 쇄신 인사로 돌파하려던 박근혜 대통령의 개혁 복안도 일단 수포로 돌아갔다. 엿새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쇄신 인사의 최적임자였다. 김대중 정부 당시 설계 감리 비리수사를 지휘하다 정권 실세의 눈 밖에 나 한때 좌천되는 아픔도 겪었지만, 노무현 정부 때 대검 중수부장에 중임됐다. 직언을 서슴지 않던 그의 강직한 성품 덕이다. 이후 그는 노 전 대통령 측근 비리와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등을 수사하며 ‘안짱’이란 호칭까지 얻었다. 국민이 바라는 성역 없는 수사로, 국민적 지지를 한 몸에 받았던 그였다. 총체적 난국을 타개할 ‘책임총리&rsquo
세계적으로 ‘국기’를 헌법에 명문화하고 있는 나라는 약 90개국이다. 이들 대부분의 국가는 타국의 국기를 상호 존중·보호해야 할 의무도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882년 박영효가 일본에 수신사로 가면서 태극도안의 기를 사용한 것이 국기 사용의 효시다. 그리고 태극도안의 태극기가 국기로서 공식화된 것은 이듬해인 1883년 1월이다. 그 과정을 보면, 1876년 일본과의 강화도조약 체결 이후 국기 제정문제가 논의되다가, 1882년 박영효가 고안한 태극무늬의 기를 고종이 ‘태극 주위에 4괘(四卦)를 배(配)한다’고 공포함으로써 정식 국기로 채택됐다. 하지만 고종의 공포 당시 태극기의 규격이나 형태에 관한 정확한 명시가 없었다. 따라서 태극기는 각양각색의 형태로 사용되었다. 그러던 것이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인 1949년 2월 국기시정위원회의 결정으로 규격과 문양의 통일이 이루어졌으며, 이것이 현재 쓰고 있는 국기이다. 국기는 나라의 상징물이다. 때문에 그 존엄성의 유지를 위하여 법률로써 관련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4년 2월21일 제정한 ‘대한민국국기에 관한 규정’에서 이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특정 종교집단이나 정치집단이 이런
세월호 참사 이후 꽃피고 훈풍 부는 봄철인데도 국민들은 흡사 자신들도 깊고 추운 물속에 가라앉아 있는 듯 몸을 움츠리고 살았다. 이 여파로 우리나라 경제도 심한 추위에 떨고 있다. 여행업과 음식업 등에 종사하는 국민들은 추위를 더 탔다. 이에 따라 경기도가 경영난에 빠진 도내 관광사업체와 전세버스운송사업체, 청소년수련시설을 대상으로 육성자금 200억원을 특별 배정해 지원한다는 소식도 있다. 이 와중에 세월호 참사 이후 화재 사고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모두 인재라곤 하지만 도대체 어찌 이런 일이 연이어 일어나는가? 28일 새벽에 발생한 전남 장성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화재로 간호조무사 1명과 노인환자 20명 등 총 21명이 숨지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같은 날 오전에 발생한 서울 지하철 3호선 도곡역 지하철 방화 사고도 비록 인명피해가 없었다곤 하나, 11년 전 192명의 사망자를 낸 대구 지하철 참사를 연상케 하는 아찔한 사고였다. 이보다 앞서 27일엔 시흥시 정왕동 시화공단 인근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해 부상자 1명이 발생했다. 지난 26일엔 고양시 시외버스종합터미널 지하 1층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현재까지 8명이 숨졌다. 이번 장성요양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