禮記(예기)에 ‘앵무새는 말을 할 줄 알지만(鸚鵡能言) 새에 지나지 않으며(不離飛鳥), 猩猩(성성)이(상상의 동물로 원숭이와 비슷하다 가장 사람과 가깝고 소리는 어린애의 울음소리와 같으며 사람의 말을 들을 줄 알고 또 술을 좋아한다)는 말을 할 줄 알지만 금수에 지나지 않는다(不離禽獸). 이제 사람으로서 예가 없다면(今人而無禮) 비록 말을 할 줄 알지만(雖能言) 또한 금수와 같은 마음이 아니겠는가(不亦禽獸之心乎). 저 금수에게는 예가 없다(夫唯禽獸無禮). 그런 까닭에 아비와 아들이 암컷을 함께 취하고 있는 것이다(故父子聚). 그래서 성인이 일어나서(是故聖人作) 禮를 만들어 가지고 사람들을 가르쳐(爲禮以敎人) 사람으로 하여금 예가 있게 하였고(使人以有禮) 그것이 사람과 짐승과 다르다는 것을 저절로 알게 한다(知自別於禽獸)’라는 말이 적혀 있다. 宋(송)나라 道源(도원)은 ‘앵무새처럼 남의 말만 배우면 남의 뜻을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경전에 담긴 부처의 뜻도 모르면서 마구 외우기만 한다면 그것은 남의 말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가 없다고 하였다’(鸚鵡只學人言 不得人意經傳佛意 不得人意而但誦 是學人語人 所以不許). 우리 속담에도 속 빈 강정 같은 사람이
광명시 개청 32주년 기념행사가 지난 5일 시민 잔치로 성대하게(?) 열렸다. 지역 화합을 위한 행사를 치르고도 뒷말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시가 이날 행사에서 특정 정당의 국회의원 축사를 고의로 배제시켰다는 게 주요 골자다. 반발의 당사자는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 광명시에 3명의 현직 국회의원이 있지만, 팸플릿을 비롯한 행사장 그 어디에도 민주당 국회의원 이름만 있지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광명시 예산으로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모든 단체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축사조차 못하게 막고 있다며 현직 국회의원 개인에 대한 무시이자, 광명시 새누리당 당원 모두에 대한 모독이라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양기대 시장의 ‘편 가르기’ 행위중단 촉구성명서도 내놓았다. 이에 광명시도 35만 시민의 화합과 축제의 장이 돼야 할 자리가 새누리당 시의원들로 인해 차질을 빚게 돼 참으로 안타깝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광명 을 지역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해외 출장을 확인, 행사 도중 광명시민에게 기념 축사 대신 해외에서 축전을 보내왔다’는 내용을 발표한 만큼 고의로 행사장에서 축사를 배제시켰다는…
하루하루 기온은 떨어지고 가을이 짙어간다. 하늘은 누가 닦은 것처럼 티 없이 맑고 푸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덩굴만 무성하던 고구마도 토실토실 살이 오르고 고들빼기 몇 포기 뜯어 별 양념 없이 버무리면 맛도 철을 따라 온다. 부르지 않아도 가을이 오고 때를 찾아 물빛도 깊어지고 산열매도 여문다. 언제나 사람만 때를 놓치고 허둥댄다. 박스와 폐지를 주우며 사시는 할머니 한 분이 볕 좋을 때 썰어 말리라며 호박 몇 개를 들고 오셨다. 바쁜 시간 아닌지 살피시며 얼굴 잊어버릴 지경이라시며 일부러 핑계를 만들어 오신 듯해 잠시 마주 앉았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분들이 하나 둘 병치레 끝에 요양원으로 옮기기도 하고 하늘나라로 떠나는 와중에 가을이 오니 허전한 속마음을 슬쩍 비추신다. 외아들에 딸 셋을 두셨는데 요즘은 딸이 더 잘한다는 말도 듣기는 하지만 딸이고 아들이고 모두 살가운 성격이 아니라 처음부터 기대하지도 않고 저희들 잘 사는 것만 바라고 살아오셨다. 그러다 차츰 힘이 부치면서 곁을 지키는 자식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까지 막을 도리가 없다고 하신다. 혼자 살면 젊어서야 편하고 좋지만 막상 힘 떨어지니 끼니 때 돌아오는 게 제일
얼마 전 해외로 유출된 우리나라의 문화재 환수 운동을 하는 혜문 스님을 만났습니다. 미국에 있던 정순왕후 어보 환수 약속을 받는 쾌거를 이루고, 일본에 유입된 조선 왕의 갑옷과 투구를 공개하도록 압박해서 동경박물관에 전시하게 하는 성과도 거두었습니다. 사실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을 한 스님과 ‘문화재제자리찾기’가 해낸 것입니다. 정부의 무관심에 화가 나지만 그나마 민간단체에서 그런 일을 해낸 것이 장하기도 합니다. 정순왕후 어보 환수 작업에 참여했던 안민석 국회의원, 김준혁 교수(경희대) 등 100인 대표들이 자축하는 자리에서 혜문 스님이 하신 말씀이 가슴에 남았습니다. 요즘이나 옛날이나 공부하는 목적이 과거에 합격하거나, 좋은 대학에 가서 신분 상승을 기대하거나,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인데, 왕을 이을 세자 교육은 달랐다는 것입니다. 세자는 더 많은 돈을 벌거나 과거에 합격하기 위해서나 신분 상승을 위해 공부할 까닭이 없지요. 자연히 최고 권력의 자리에 앉게 될 테니까요. 그래서 세자 교육의 중요한 일부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법’, ‘최고와 최고 아닌 것을 구별하는 법’을 배우는
2010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중국의 반체제작가 류샤오보(劉曉波)를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러자 다음해 대중국 연어 수출양이 60%나 줄었다. 당연히 노르웨이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연어는 노르웨이의 수출품목 중 1위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런 연어의 최대 수입국이다. 연간 1만1천t을 수입, 자국 소비의 95%를 충당한다. 그런데 그 수입량이 평화상수여 이후 3천700t으로 줄어든 것이다. 수입원을 영국과 덴마크로 일부 바꾼 탓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반체제 인사에게 평화상을 준 데 대한 중국의 보복에 의한 것이었다고 진단했다. 노르웨이는 세계 최대 연어 양식·수출국이다. 치어 담수 양식장부터 해수 양식장에서 생산된 연어를 세계 200여 개국에 한 해 5조원어치를 수출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마린하베스트’라는 연어수출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노르웨이 생산 연어의 30%가량을 공급하는 세계 1위의 연어 양식 및 가공기업이다. 작년 한 해에만 총 3만9천200여t에 이르는 연어를 수출해 2조7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런 ‘마린하베스트’가 엊그제(8일) 인천 남동공단에 국내 최초로 생연어 가공공장을 오픈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늘어나고 있는 국내 소비에…
용인시가 금싸라기 시유지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였다(본보 7일자 1면). 시청 옆에 있는 전 차량등록과 부지 2만6천924㎡를 민간사업자에게 수의계약을 통해 넘기는 거개를 추진 중이라는 것이다. 이 땅의 공시지가는 810억원 수준이지만 현재 시세는 1천6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시청 옆이라는 부지 특성과 향후 개발 전망 등으로 그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사실상 가격을 제대로 매기기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 특혜 의혹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경전철로 인해 거대한 빚더미에 올라앉은 용인시 입장에서는 재정파탄을 막기 위해 한 푼이라도 더 확보해야 할 정도로 다급한 게 사실이다. 시는 이미 지난 4월 용인축구센터(15만6천㎡)와 청소년수련원(21만㎡), 시립 공동묘지 등을 매각해 2천억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문제의 역북동 차량등록과 부지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당초 예상만큼 시유지 매각이 잘 진척되지 않아 시가 곤혹스러워 하고 있기도 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8월 경기도가 재정보조금 210억원을 삭감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시 입장이 더욱 난처해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차량등록과 부지 매각은 서
그간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의 화성시 갑 선거구 보궐선거 출마 여부를 놓고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은 지대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아예 출마를 기정사실화 해 놓고는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와의 ‘빅매치’라며 흥분했다. 정치권에서도 손 고문이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7일 오전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손학규 상임고문의 경기도 화성갑 보선 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새누리당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선당후사 삼고초려’니 하면서 띄워주기 하고 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돌고 돌아 손학규 전 대표”라고 꼬집었다. 홍문종 사무총장도 가세했다. “손 전 대표밖에 인물이 없나 하면서 구원투수처럼 등판해 존재감 과시하려는데 선거 이용한다는 의구심이 있다”고 공격했다. 홍 총장은 화성시 갑선거구 보궐선거는 손 고문의 ‘정치무덤’이 될 것이라고까지 하면서 공격했지만 그만큼 손 고문의 출마가 부담된다는 뜻이다. 사실 손 고문의 출마는 새누리당엔 반갑지 않은 시나리오다. 야권 일각에서는 손 고문이 출마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손 고문은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면서 지역 여론의 긍정
예전에는 번화가 상권이나 대로변 목 좋은 곳에 있던 커피숍이 지금은 아파트단지, 교회, 학교 등지의 인근 지역이나 골목길에도 들어서면서 커피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 일로에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커피 전문점의 신규 출점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모범 기준을 만든 뒤 과열현상은 일시적으로 주춤해진 듯하다. 하지만 신규 창업 희망자 3명 중 1명이 커피전문점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고, 기존 커피전문점들도 그런대로 선방하고 있다. 이유는 소비자의 니즈가 있기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좀 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맛과 기호식품 관련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초기에 매료되었다가 금방 식상해지는 경향을 종종 보여왔기 때문이다. 과거에 한창 유행하던 탕수육 전문점이나 조개구이점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시장의 수요는 제품의 가격과 소비자의 소득이나 기호, 인구 등의 변화뿐만 아니라 가족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현재 커피 전문점 시장의 확대 현상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유력하게 나온다. 어떤 이유로 첫 번째 ‘쓴맛’을 경험하면서 한번 맛들이면 계속 찾게 되는 카페인 중독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이
맹자는 ‘굶주린 자는 어떤 음식이라도 맛있게 먹고(飢者甘食) 목마른 자는 어떤 음료도 달게 마시며(渴者甘食) 이는 음식의 올바른 맛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是未得飮食之正也)라 하였다. 사람이 배가 고플 때 어떤 음식이건 맛있게 먹는 것은 그 음식의 맛을 음미하면서 먹을 여유조차 없는 것이고, 목이 바짝 말랐을 때 무슨 물이 됐건 마시고 단맛을 느끼는 것은 황급한 상황에 처해서 어떤 것을 헤아릴 겨를이 없는 것이다. 음식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마음먹고 살아가는 과정에 물질에 갈증을 느껴서 금품 유혹에 넘어 가기에 가장 취약한 부분이 있고 부당한 권력에 귀 기웃거리기에 분주할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라는 말과 같이 먹고 싶을 때 입에 넣기만 하면 달콤한 그 곶감 맛을 잊어버리지 않는 한 천 길 낭떠러지의 유혹은 언제나 계속된다. 궁하다고 해서 마음먹었던 일을 쉬이 접지 말고 드높은 산에 올라 심호흡한 다음에 세상을 바라보라. 그리고 나를 돌아보라. 그러면 딱딱해서 못 먹겠다는 빵은 없게 된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갑은 을에게 휴일근무 등 초과근무를 요구할 수 있으며, 을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계약의 협약에 관하여 이견이 있을 때는 상호 협의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갑의 해석에 따른다.” “을은 갑이 위탁한 사무의 수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에 대하여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 이상과 같이 일방적으로 을에게 의무와 책임을 부과하고, 갑에게는 유리한 해석을 허용하는 편파적인 내용은 대기업과 하청업체 간, 유통업체와 대리점 간의 계약서 등에서 쓰이는 문구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구는 현재 경기도 내 각 부서에서 외부 개인이나 업체와 계약 또는 협약 등을 맺으면서 경기도를 스스로 갑이라 칭하고 상대방을 을로 칭하면서 체결하는 문구 가운데서 일부 발췌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남양유업 사태를 통해 갑·을 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후 민간 부문에서도 갑·을 표현을 없애는 등 스스로 자정노력을 하고 있고 국회 차원에서도 불공정 거래관행을 근절시키기 위해 입법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작 경기도를 포함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