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이는 인간이 생존과 번영을 위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필수적으로 여기는 본성을 말한다. 사회적 관계는 안정감, 소속감, 스트레스 해소를 통해 정신 건강을 높여 준다. 바꾸어 말하면 사람과의 교류가 없으면 고독해지거나 삶의 즐거움과 의미가 줄어들게 된다. 즉 사람에게는 대화를 나눌 상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부분 동창회나 동우회 등 한두 개 이상의 각종 모임을 지니고 있다. 이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그러하다. 특히 마음을 터놓고 진솔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상대가 절실해진다.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불렸던 모씨가 어느 한 강연에서 이런 말을 남겨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가 자신의 삶을 뒤돌아볼 때 썩 성공적이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어서 남들은 자신이 사회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개인적 삶은 자신이 기대했던 만큼 풍성하지를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을 존경하고 의례적인 대화를 나눌 사람들은 차고 넘쳤지만, 정작 자신이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상대 혹은 실없는 수다를 떨 상대는 부족했
‘언론’, ‘뉴스’, ‘언론사’, ‘언론인’이라는 용어는 일상에서 흔히 사용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언론이고 뉴스인가? 어디까지가 언론사고 언론인인가? 쓰임에 비해 이들 개념어를 제대로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제4부, 제3의 권력 등으로 불리고 현실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체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내외부 현실 때문이다. 특히 미디어 테크놀로지 발전의 영향이 크다. 최근 이들 용어의 쓰임이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시민이 보기에 이해하기 어렵거나 잘못된 보도에 대한 비판이니 겸허히 받아들일 부분이다. 일상과는 달리 우리나라 법은 이들 용어와 관련돼 정의하고 범위를 획정한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잡지 등 정기간행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방송법’,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 등 매체별 법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언론이란 “방송, 신문, 잡지 등 정기간행물, 뉴스통신 및 인터넷신문”이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정의다. ‘공직선거법’은 이러한 언론 범위를 확장한다. ‘인터넷언론사’라는 개념으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의 ‘인터넷신문사업자’와 “그 밖에 정치․경제․사회․문화․시사 등에 관한 보
올해 에미상 토크쇼 부문 최우수상은 스티븐 콜베어(Stephen Colbert)가 진행하는 CBS의 ‘더 레이트 쇼(The Late Show)’가 차지했다. 무대 위에서 수상 소감을 전하면서 스티븐 콜베어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10년 전, 어떤 쇼를 만들고 싶냐는 물음에 나는 ‘사랑에 관한 코미디 쇼를 만들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어느 시점인지 여러분도 짐작하시겠지만, 우리가 사실 상실에 관한 쇼를 만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상실은 사랑과 맞닿아 있는데, 무언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 때 비로소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두 달 전인 지난 7월, CBS는 ‘더 레이트 쇼’를 폐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CBS가 카멀라 해리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인터뷰를 편집했다며 트럼프가 200억달러 규모 소송을 제기하자 CBS는 1600만 달러 규모의 합의금을 전달했는데, 콜베어가 이를 “크고 두툼한 뇌물”이라고 비판했기 때문이었다. CBS의 토크쇼 폐지 계획은 이로부터 불과 사흘 뒤에 발표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븐 콜베어가 잘려서 정말 좋다는 ‘소회’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다음 타겟
1990년대 후반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된 K-드라마와 K-팝 열풍은 한류(韓流)의 출발을 알렸다. 당시만 해도 한국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부심이 고조됐다. 그러나 그 현상은 특정 장르와 지역에 국한된 제한적 유행에 불과했다. 2025년 현재 한류는 전혀 다른 위상에 서 있다. K-팝, 드라마, 영화, 뷰티, 음식, IT, 한국어를 넘어 웹툰, 게임, 애니메이션, 패션까지 포괄하는 거대한 문화 생태계로 성장했다. 단순한 문화 현상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자산으로 부상한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류 진화의 상징적 사례다. 단순히 한국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을 넘어 K-팝과 한국적 세계관, 현지 청년 세대의 호기심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서울 출신의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은 한국인의 생활양식과 감각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며, 한류가 특정 장르와 지역을 넘어 전 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는 문화 브랜드로 확장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글로벌 플랫폼의 파급력은 전통적 문화외교나 정부 홍보를 훌쩍 넘어섰고, 팬덤과 커뮤니티의 결합은 한국 문화에 대한 자발적 학습과 소비로…
지역 여행을 하다 보면 온천 사우나의 지역민 입장료가 외지인 입장료보다 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키고 사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혜택인가 보다. 경기도 가평을 소개하는 한 TV 여행 프로그램을 보니, 관광객들이 일제히 안내소로 들어가 휴대폰을 꺼내 들고 QR코드를 찍는 게 아닌가. ‘디지털관광주민증’이라는 이것을 등록하면 그 지역의 숙박, 식음료, 관람, 쇼핑 등 업체로부터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가 2022년 말 평창과 옥천 두 지역에서 시작한 이 사업은 매년 대상 지역을 확대하여 지금은 44개 지역의 1천여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넘어가던 2022년 말, 관광공사는 국내 관광산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기초자치단체 226개 중 지방소멸 위험지역에 해당하는 곳이 절반에 이르렀다. 저출산으로 인구의 노령화가 가속화되고, 일자리를 찾는 청년층은 계속 수도권으로 모이고 있어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은 국가적 이슈로 부각되었다. 관광산업에서도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워케이션을 비롯하여 시골로 휴가를 가는 촌캉스, 일주일 살기, 한달…
산속에서 길을 잃은 나그네가 불빛을 발견했다. 그 빛은 나그네에게 안도감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래된 전설은 다른 전개를 펼친다. 그 집에는 백 년 묵은 여우가 살았다고도 하고, 홀린 듯 이끌려 들어간 곳은 귀신의 집이었다고도 했다. 위로가 되었던 불빛은 도리어 공포의 순간을 마주하게 했다. 밤의 불빛은 오래전부터 이중적인 상징을 지녔다. 길 잃은 이를 이끄는 등불이자, 동시에 사람을 홀리는 불빛이었다. 서양 민담 속에서도 불빛은 요정의 장난이자 유령의 신호로 등장하곤 한다. 어둠 속에서 보이는 불빛은 환영과 두려움, 희망과 불안이 함께 깃들어 있다. 얼마 전, 내가 머무는 레지던스에서 있었던 일이다. 외출했다가 늦은 밤 돌아온 어느 작가는 어둠을 헤치고 마당에 들어섰을 때, 내 방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았다고 했다. 사방이 으슥한데, 방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에 오히려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불빛은 분명 누군가 있다는 증거였는데, 어쩐지 낯설고 두려웠다고 한다. 알 수 없는 공포에 휩싸여 마당을 재빠르게 지나쳐 가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 불도 켜보지 못한 채 잠들었다고 했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던 나조차도 그에게는 공포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렸
디지털 기술이 일상에 적용되면서 시간 정보와 공간 정보가 아주 편하게 들어온다. 교통편을 알아보는 일만 해도, 어디에 가서 얼마 동안을 기다리면 무슨 차를 타고 얼마나 걸려서 어디로 이동할 수 있는지를 금방 알려 준다. 옛날처럼 막연하게 기다리는 일은 일상에서 없어졌다. 현상이 없으면 그 현상을 나타내는 언어도 사라지는 법이다. 기다리는 일이 없어지면, ‘기다린다’라는 말도 사라질 건가. ‘기다린다’는 말 대신에 ‘대기한다’는 말이 흔하게 쓰인다. ‘기다린다’와 ‘대기한다’가 특별히 다를 게 뭐가 있느냐. 그게 그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아도 큰 차이가 없다. ‘기다리다’는 ‘어떤 사람이나 때가 오기를 바라다’로 풀이하였고, ‘대기하다’는 ‘때나 기회를 기다리다’로 풀이하면서 두 말이 비슷한 말임을 표시해 두었다. 그러나 이 두 말이 실제로 사용되는 화용(話用)의 맥락에서 보면 미묘한 의미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차이는 중요하다. ‘기다리다’는 동사이지만, 이 말에는 그리움 등 마음의 지향이 녹아 있어서, 형용사 같은 느낌도 든다. ‘기다리다’는 무언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행위인데, 그것이 어떤 조건도 없이 지속
나도 이제 나이가 든 모양이다. 한평생 잘 살다 가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우니 말이다. 과거에는 명성이 높거나 돈을 많이 벌어 화려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더러 선망했다. 요즘은 시류에 물들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다 간 사람들이 더 멋져 보인다. 영화배우 로버트 레드포드는 내게 그런 사람이었다. ‘위대한 개츠비’, ‘아웃 오브 아프리카’, ‘흐르는 강물처럼’ 등, 숱한 히트작으로 세계 영화 팬들을 사로잡아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그는 스타로서의 화려함보다 가치 있고 보람된 자신 만의 삶을 추구했다. 그런 그가 지난 16일 미국 유타주 선댄스 자택에서 영면했다. 89세로 마감한 그의 인생은 ‘칼로스 카가토스(καλὸς κἀγαθός)’ 그 자체였다. 즉, 아름다움과 지성을 겸비한 숭고한 삶이었다. 그는 배우로서 신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감독으로서 관대하고 진취적이며 낭만적인 영화를 제작했다. 그의 영화 대부분은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것이었다. 그는 또한 그 정체성을 바꾸고,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며, 유토피아를 찾고자 열망했다. 1936년 8월 18일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서 태어난 레드포드는 청소년기 학교를 결석하기도, 술을 마시기도 해 퇴학을 당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하여 한덕수 전 국무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그리고 윤석열의 장모 최은순의 내연남이라고 알려진 김충식, 이렇게 네 사람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 부적절한 만남을 가졌고 이 만남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재명 사건은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제보를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과 서영교 의원이 유력한 인사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물론 아직 이 만남에 대한 제보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이 만남이 사실이라면 조희대 대법원장이 정치에 개입한 희대의 사법 쿠데타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만남의 당사자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이 만남 직후 대법원이 갑자기 이재명 사건을 소부에서 전원합의체로 변경한 것과 이례적으로 6만 여쪽의 재판기록도 판사들이 읽어 볼 시간도 없이 단 9일 만에 파기환송 선고를 한 것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의지가 개입된 것이라고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몇몇 현직 판사들도 이례적으로 초고속 파기환송 선고는 정치적으로 편향됐고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이는 반드시 수사로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중대 사안이다. 그런데 이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의심스러운 것은 당사자인 조
그는 여름이 시작될 무렵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기운 없어 온몸이 무거운 증상에 도움을 받고자 내원했다. 흙빛의 안색으로 아버지의 폭력과 부모의 이혼, 관계와 일에서 거듭 좌절로 이어지는 고통의 이야기와 함께 15년의 우울증과 불안장애 5년 전에 진단 받은 양극성 장애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었던 그는 항우울제와 벤조디아제핀계열의 항불안제와 기분 조절제를 복용 중이었다. 올해 새로운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체력적으로 힘에 부쳤고 코로나19로 진단된 몸살감기와 고열, 중이염이 동반되어 크게 앓았다. 나는 “정신적 육체적 과부하로 면역이 저하되었고 코로나19에 걸린 거지요. 증상은 지나갔지만, 중이염도 남아있고 회복이 잘 안되었어요. 몸의 기능이 저하되면 감정도 조절이 더 어려워지죠. 몸의 에너지, 면역이 좋아져야 회복됩니다. 한약등의 한의원에서의 치료와 함께 식이, 운동, 마음챙김 등 다각도의 치료가 필요합니다”라고 설명하고 한약을 처방하였다. 한의학에는 복잡계인 인체의 여러 징후를 체크하고 에너지 불균형의 패턴을 진단하고 치료한다. 2주쯤 지나니 “기운이 겨우 올라오니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 걱정되어 다시 우울해져요” 한다. 몸의 에너지 소통을 돕